비에 대한 사유를
시적이고 철학적이며 인류학적인 언어로 담아낸 산문집 (『비』개정판)
비에 대한 마술적이고 달콤한 상상!
가끔 비는 나를 대상 없는 사랑에 빠져들게 한다.
어느날 관자놀이를 쳐대는 피, 콩닥거리는 가슴… 비는 전조의 효력을 가지고 있다.
남동풍이 폭풍우를 예고하듯, 비는 내가 사랑할 여자를 예고한다.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 예보를 무색하게 만들며, 느닷없이.
에로티즘 속에서 비의 역할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 비의 음악적 창조 기능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세상을 정화시키고 신성화시키는 비의 능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와 같은 모든 현상들을 연속적으로 감미롭게 풀어낸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는 결코 기상학 입문서가 아니다. 비의 섬세함을 말하기 위해 소설가는 거침없이 상상력과 마법의 무기를 사용한다. 어조는 신중하고 화제는 끊임없이 있을 법한 사실들을 대신해 모두가 진짜인 역사적, 예술 과학적 참조들로 풍부하다. 비는 바로 친절한 괴물이다. 빗속에 어린 시절의 궁핍함이 들어 있고, 비가 바로 목적 없이 사랑에 빠지게 함을 알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구름을 탐색하기 위해 하늘로 눈을 들어올릴 것이다.
새로운 판형으로 재출간된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에서도 여전히 발레리 해밀 씨의 그림이 돋보인다. 비에 대한 상상력과 낭만을 더해주는 이미지들은 그 다채로운 색들과 함께 비가 가지고 있는 천연성과 다양한 감정들을 충만히 살려내고 있다. 발레리 해밀 씨의 매력적인 그림들은 『꾸뻬 씨의 행복여행』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으며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와 동시 출간되는 산문집 『오후 3시』에서도 또 다른 분위기로 만나볼 수 있다.
‘비’는 환상적이고, 기발하고, 엉뚱하고, 아름다운 괴물이다. 비에 대한 이 이야기는 일기예보처럼, 우리의 일상에 잠복해 있는 의문들을 풀어주고, 우리의 삶을 활짝 열어준다.
- 누벨 옵세르바퇴르
마르탱 파주는 비가 가지고 있는 심오한 근원에 대해 예찬하고 있다. 아주 철학적으로, 시적으로, 에로틱하게, 동심으로 돌아가 빗물 웅덩이 속에서 뛰어놀고 싶게 만든다.
- 르 피가로
재능만점의 파주는 펜촉을 빌려, 우리의 일상과 자연과 사랑과 에로티즘과 요리에 이르기까지 베푸는 비의 축복을 만끽하게 한다. - 마가진 데 리브르
비는 세상이 잠시 정지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패스워드다
파리의 낭만파 청년 마르탱 파주의 산문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가 재출간되었다. 파주는 프랑스 문단이 주목하고 있는 젊은 작가로, 대중적일 뿐만 아니라 감각적이고 깊이 있는 글쓰기로 전 세계 독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소설가이다.
문학적인 산문 쓰기의 새로움을 보여주는, 한 권의 시집과도 같은 이 책에는 자연의 한 가지 현상인 ‘비’에 대한 전방위적 사유가 담겨 있다.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라고 하는 마르탱 파주의 고백처럼, 이 책은 사랑에 빠지듯 우리를 달콤한 비의 세계로 데려간다. 파주는 시적이고 철학적이고 인류학적인 언어로 한 편의, 짧지만 강렬한 산문을 완성했다.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는 “우리의 일상과 자연과 사랑과 에로티즘과 요리에 이르기까지 베푸는 비의 축복”을 만끽하게 한다.
비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그건 다름을 긍정하는 것이다
여기, 수없이 많은 비가 있다. 시간과 장소와 계절과 취향에 따라 다른 느낌과 속도와 세기로 내리는 비… 부드럽거나 날카롭고, 차갑거나 뜨겁고, 짧거나 긴 비… 때로는 정적이고, 때로는 소심하고, 때로는 발랄하고, 때로는 감미로운 비… 때로는 수직으로, 때로는 직선으로, 때로는 기하학적 곡선을 그리며 내리는 비… 비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양각색인 비의 개성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각양각색의 타인을 이해해야 하듯이. 그러므로 “비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그건 다름을 긍정하는 것”이다. 비는 우리의 정신을 비옥하게 해 대상 없는 사랑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비는 천상의 맛을 지닌 과일이기도 하다. 빗방울 샐러드, 빗방울 오믈렛, 그라탱, 빗방울 구이, 빗방울 크림과도 같이…
비는 여행이다. 문명, 피신처, 천장들이 날 떠난다. 비가 기차처럼 역으로 들어온다. 나는 플랫폼에 서 있다. 몰랐지만 나는 비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비를 맞이하고는 그것이 브라질에서, 중국에서, 핀란드에서 온 것이라고 상상한다. 나는 내 비의 형제누이들을 생각한다. 떨어지는 빗방울은 아프리카 호수, 벨기에 맥주, 어린 병사의 땀방울 혹은 여공의 눈물방울로부터 온 것이다. (p.103)
우리는 비를 통해, 튼수의 의견과 평화와 질병과 범죄와 지구의 운동과 우훁의 원리와 사랑을 이해하게 된다. 비가 내리면 우리의 권태롭고 익숙한 시간과 공간과 관계는 낯선, 경계와 막힘이 없는 그 어떤 것이 된다.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는 우리에게 ‘산문 읽기의 즐거움이란 무엇인가’를 일깨워주는 책이다. 파주의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사막처럼 마른 감정들이 빗물에 젖듯 비옥하게 젖어드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이마에 우연히 떨어지는 한 방울의 비를 통해 충만한 시적 무정부상태에 도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