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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03년 01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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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0쪽 | 152*224*30mm |
ISBN13 | 9788982811838 |
ISBN10 | 89828118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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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 2024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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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높을수록 외롭다. 사람이 많이 찾지 못하니 그러하리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고산이 사람을 좋아할리 만무하다. 수 만년 동안 쌓인 눈에 짓눌린 산의 드높이 솟은 봉우리에는 산짐승조차 살아갈 수가 없다. 눈 쌓인 산봉우리에 뿌리를 내릴 나무도 풀도 찾아 볼 수가 없다. 둘러싼 공기조차 희박하리라. 눈보라가 할퀴고 삭풍이 뼈를 흔든다. 산이 우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는가? 아무리 외로워도 울지 않는다. 그 길고 아픈 고독을 더 깊은 내면, 그 속으로 무던히 받아들인다. 그리고는 험준한 산맥으로, 눈덩이를 털어내는 몸짓으로 인간의 접근을 거부하며 아찔한 자태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던 마루야마 겐지는 근무 시간 틈틈이 써내려간 단편소설<여름의 흐름>으로 문학계 신인문학상을 수상한다. 그리고 이듬해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라는 직업을 갖게 된다. 그는 자신이 소설가가 되리라고 생각해 본적도 없을뿐더러 어리둥절한 나머지 소설을 계속 써야할지 고민하다가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소설가의 고뇌의 원천은 일상생활의 태도에 있지 않을까. 그렇게 무질서한 생활을 하다 보면, 어떤 인간이든 기존 소설가와 비슷한 타입이 되지 않을까.)결국 도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산골 오지로 내려가 문단과 언론 모든 인간과의 단절을 통해 오직 글쓰기에만 전념하는 소설가로 살아간다. 이 책은 그가 문단에 던지는 호통이자 비판이다. 그는 자신의 이상(理想) 그 이상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온전한 자신으로 돌아갔다. 그의 눈에는 문단도 세상도 퇴폐적이고 유치할 뿐이다.
그는 문학을 산과 같은 것이라 말한다. 그가 꿈꾸는 소설은 많이 팔리지 않는게 당연하다‘가까이 다가오면 베어버릴 테다.’ 하는 식으로 자신의 영역을 쉽게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허나 한번만 문장이라는 로프를 잡고 마의 봉우리에 올라서면 힘든 진리를 터득한 사람에게 산은 은근한 부름을 한다. ‘이번에는 자네의 두 다리로 산에 올라보지 않으려나. 가끔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날들을 보내도 좋지 않은가.’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결을 느끼며 정상을 밟았을 때 비로소 격정에 몸서리 칠만치 더 높은 산의 웅장한 자태와 끝없이 펼쳐지는 발 밑에 세상을 만끽 할 수 있는 것이다. 산이 쉽사리 자신을 허하지 않는 것처럼 순수문학의 산맥은 험준하다. 그는 문학의 산맥 언저리에서 맴도는 여타 소설가와 문단 관계자들에게 냉엄하게 꾸짖는다.
문학을 하는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 시시하고 우스꽝스럽다. 한심하리 만큼 수준이 낮다. 게으르다. 어린아이나 여자와 같이 나약하다. 게이같다. 교활하다. 문학을 도피처로 삼는다. 유치하다. 심지어는 천박한 꿈에 팔린 독자들 이라고 까지...
마루야마 겐지는 마치 높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산을 오르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순수문학이란 이런 것이다. 그러니 무릇 소설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상 이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다짐하며 스스로 머리를 빡빡 깎고 산중에 틀어박혀 절제와 금욕으로 자신을 비우는 데에 몰두하는 작가, 그는 홀로 깊은 고독 속에서 정신의 처절한 투쟁으로 자신을 몰아넣고 당당히 글을 쓰고 있다. 그래서 그가 던지는 독설에 가까운 호통에도 눈살이 찌푸려지기 보다는 ‘아... 이토록 처절하게 글을 쓰는 작가가 있구나.’ 하며 반성하게 되는 것이다. 독자인 나조차도 가슴이 뜨끔함을 느꼈다. 이런 몰입의 자세가 비단 문학에 있어서만 요구되어지는 자세는 아니기 때문이다. 안일한 자세로 일관해온 무질서한 내 삶에도 진정 고(孤)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는 꾸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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