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3년 만에 국민 로봇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태권V>!
문학세계사에서 전 5권의 만화책으로 묶여져 나온 『로보트태권브이』는1970년대에 만들어진 만화영화 <로보트태권V>의 30년 후 이야기를 담고 있다. 50대의 평범한 중년 샐러리맨이 되어 생활해가는 김훈(태권브이 조종사)이 철이와 깡통 로봇을 다시 만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로보트태권브이』는 온라인(미디어다음)상에서 <브이>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며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로보트태권브이』는 미디어다음에 연재될 당시 하루 페이지뷰가 약 30만 건, 편당 조회수는 100만 건(월 평균 조회수 2,100만 건)을 넘어섰고, 한때 이 사이트 최고 인기 작가인 강풀 만화의 페이지뷰를 뛰어넘은 적도 있었다.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예 만화가 제피가루(본명 김태건)가 미디어다음의 ‘나도 만화가’ 코너에 올린 4화짜리 단편이 시초가 된 웹툰 <브이>는, 때마침 태권브이의 후일담에 대해 유사한 기획을 하고 있었던 (주)로보트태권브이의 양우석 작가와 연결되어, 미디어다음에 장기 연재를 하게 되었다. 웹 연재 당시 만화 내용 중 박정희 전 대통령, 민간인 시위대 진압, 12?12쿠데타, 5?18민주화운동, 전두환 전대통령을 묘사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논란이 일기도 하였다.
모든 어린이들이 <마징가Z>는 물론 <아톰> <타이거마스크> 같은 만화들이 다 우리 것이라고 믿고 열광하던 시기(1970년대)에 이순신 장군의 투구 모양을 닮은 얼굴 형태와 ‘태권도’라는 우리 고유 무술의 위력을 자랑하며 태어난 순수 한국산 로봇만화가 바로 <로보트태권V>다.
1970년대 어린 시절, 극장에서 쭈쭈바와 새우깡을 먹으며 늠름하고 멋진 모습으로 악당 로봇들을 태권도로 통쾌하게 때려눕히는 ‘태권브이’를 보며 짜릿한 전율을 느꼈을 지금의 3,40대에게 <로보트태권V>(김청기 감독이 연출하고, 조항리 원작, 지상학 각본으로 만든 이 영화의 제작자는 영화감독 유현목이었으며, 훗날 <세월이 가면>을 히트시킨 최호섭이 주제가를 불렀다)는 하나의 로망이었다.
“달려라 달려, 로보트야~, 날아라 날아, 태권브이~”로 시작하는 주제곡을 모든 어린이들이 신나게 따라불렀던 만화영화 <로보트태권V>는 1976년 여름 서울 대한극장을 필두로 전국에 개봉되어 관객수 18만 명(서울 관객)이라는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흥행 결과를 보였다. 그 이후 우리의 기억 속에서 잠자던 <태권V>가 지난해 디지털 복원판으로 재개봉되며 전국 흥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 200억 규모의 실사영화(SF 블록버스터)로 거듭 태어날 <로보트태권V>
1976년, 세계 평화를 수호한다는 목표로 군사독재정권에서 태어난 태권브이는 이제 33살이 되었다. 태권브이에 열광했던 어린이들은 이제 그때의 자기만한 아이들의 부모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권브이에 대한 사랑과 관심은 여전하다.
(주)로보트태권브이는 이번에 출간되는 『로보트태권브이』를 원작으로 하여 제작비 200억 원 규모의 영화를 SF블록버스터로 새롭게 탄생시킬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대한민국 최고의 VFX(Visual Effects) 스튜디오들이 모여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CG에만 60억 원 이상이 투입된다고 하니, 21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의 아이콘의 탄생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듯하다. <세븐데이즈>의 원신연 감독이 연출할 실사영화는 2009년 개봉될 예정이다. 국민 로봇 태권브이는 어쩌면 스필버그의 <트랜스포머2>와 맞대결을 펼치게 될지도 모른다.
3. 우리 기억 속에서 잊혀진 영웅 ‘태권브이’의 새로운 귀환!
‘국민학교’ 때부터 반공 교육을 받으며 6?25를 맞아 포스터를 그리면 아이들은 인민군을 늑대로 그렸던 1970년대는 정권의 통제가 유난히 심했던 ‘문화 암흑기’였다. 그래서였을까, 만화영화 <로보트태권V> 속에서의 악인(惡人) 카프 박사는 ‘붉은 제국’의 총수였다. 그렇기에 ‘태권브이’의 30년 후 이야기를 그려낸 이번 책 속에 80년대 정치 현실이 ‘태권브이’가 사라지게 된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는 설정은 충분한 공감을 얻는다. (80년대 초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 불안했던 시기였고, 곳곳에선 독재 반대를 외치는 시위가 일어났다. 급기야 정치권은 태권브이를 집회 해산에 투입시키기로 하지만,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게 된 훈과 태권브이는 부당한 국가의 부름을 거절한다. 이에 군사정권은 태권브이를 반체제 세력으로 규정, 폐기를 명령한다). 그리고 당시 군인들이 쏜 총에 맞아 반신불구가 된 꼬마 철이가 30년이 지난 뒤,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어 새로운 태권브이를 만들어내어 우리 기억 속에 잊혀진 영웅을 다시 복원시키고자 하는 의도도 자연스럽게 전해진다. 하지만,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영웅의 귀환은 ‘태권브이’를 단순한 로망에 그치게 하지 않고, 현실 속에 우리와 함께 성장해가는 살아 있는 존재로 만들어낸다.
또한 태권브이에 나오는 인조인간 메리는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캐릭터로서 1993년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보다 훨씬 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4. 대한민국의 꿈과 상상을 실현해가는 <태권브이>!
“제 어릴적 꿈은 로봇 조종사였습니다. 하지만 그 꿈이 공상에서나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 공상 속에 빠져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 공상의 시작에는 태권브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만화가를 꿈꾸면서 늘 한국적인 로봇 만화를 그리고 싶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던 작가 김태건의 말처럼, 태권브이는 일본의 로봇들이 주지 못하는 친근감과 남다른 매력이 넘치는 우리의 친구였다. 그렇기에 태권브이의 재탄생 또는 태권브이의 귀환은 단순히 어느 한 캐릭터의 부활에 한정되기보다는 기성세대가 잃어버린 꿈과 자긍심을 되찾게 하고, 우리의 미래를 새롭게 개척해 나갈 어린 세대들에게 견실한 상상의 비전이 된다. 그것이 공염불이 아닌 것은 <로보트태권V>가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과거를 돌아봄과 동시에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6년판 <로보트태권V>를 제작한 김청기 감독 역시 “무한대의 상상 속에서 그들 나름의 세계를 그려가며 그것이 현실화되는 것…… <로보트태권V>가 21세기 우리의 상징적 캐릭터로 진화 발전하는 것을 본다는 것은 우리 모두의 행운이고 유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로보트태권V>가 다양한 방법으로 끊임없이 재탄생되는 일련의 현상을 통하여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로 확대 재생산되는 것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실제로 (주)로보트태권브이(대표 신철)는 영화는 물론, TV 시리즈, 완구, 테마파크 건설까지 계획하여, “단지 태권브이의 재해석이 아니라 바닷속에서 잠자는 동안 이루지 못했던 태권브이의 사명과 지켜야 할 가치를 건져내어 어린이와 어른 모두의 가슴을 설레게 할 신나는 모험”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