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비도덕적인 위협도 해야 한다
요즘같이 투명성과 윤리 경영을 요구되는 시대에 무슨 소립니까? 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오너라면 이렇게 고상하기만 한 비즈니스맨을 좋아하겠는가?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버드 대학 MBA에서 미국 비즈니스맨들에게 물어보니 75%가 ‘필요하다면 비도덕적인 행위를 하겠다’고 대답했다. 특히 다음의 세 가지 경우에는 싫든 좋든 비도덕적인 행위를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첫째, 회사에 이익이 될 때.
둘째, 상대가 비도덕적인 행위를 했을 때. 라이파 딜레마 (Raiffa's Dilemma)에 따르면 상대는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는데, 정직하게 상대한다면 반듯이 손해를 본다.
마지막은 좀 서글프다. 윗사람이 시키면 한다는 것이다.
영국말에 이런 것이 있다. “외교관이란 자국 정부에 이익이 된다면 거짓말을 서슴지 않고 해야 하는 해외에 파견된 정직한 사람들이다.” 결과를 위해 어떠한 수단도 정당화하는 것이다. 비도덕적인 것이 당연한 방법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비도덕적인 거짓말, 은폐, 거짓 약속 등이 당신을 깊은 구덩이에 빠뜨린다.
하지만 당신은 이런 상황에 빠져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끔은 ‘위협 전략’을 쓰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 묘책도 상대방을 겁주어 질리게 만들 자신이 있을 때 쓰는 것이다. 당신이 자신감을 가질 정도의 ‘빈틈’을 보았다면 한번쯤 위협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가끔은 이러한 위협이 직장 생활에서도 필요하다. 억지를 부리는 상사가 있다면 이 방법이 ‘즉효약’이다. 영원한 안녕을 위해 어느 정도의 모험을 감수해야 하는 법이다.
연봉 협상에 피해야 할 몇 가지 실수
당신이 1억원의 연봉을 제시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8,000만 원만 받으면 수락할 생각이다. 로저 도슨에 따르면 이때 피해야 할 몇 가지 실수가 있다.
첫째, 상대의 허세(Bluffing)에 넘어가 한 번에 다 넘어가는 것이다.
면접 후 인사 담당자가 밥이나 먹으면서 솔직히 나올 수 있다.
“저는 선생님이 제일 마음에 들어 뽑고 싶습니다. 그런데 사장님께서 후보 중에 제일 낮은 연봉의 사람을 뽑으라고 하십니다. 저는 선생님 편입니다. 우리끼리니 꼭 받으실 연봉을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사장님을 설득하겠습니다.” 한국인은 정에 약하다. 여기에 넘어간다면 2,000만 원을 한꺼번에 양보해 버린다. 당연히 상대는 8,000만 원에서부터 협상을 다시 시작해 깎으려 들 것이다.
둘째, 당신이 양보하는 액수에 어떠한 형태로든 ‘어리석은 패턴’을 보여주어선 안 된다. 예를 들어 500만 원씩 3번 양보하는 것이다. 상대는 당신을 몰아붙일 때마다 최소한 500만 원씩 연봉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점점 크게 양보해서는 안된다. 1억원을 요구해 놓고는 상대의 반응을 위해 200만원 정도 양보하는 것이다. 당연히 상대는 안 받아들일 것이고 다시 400만 원, 600만 원.. 하는 식으로 양보 폭을 점점 크게 하는 것이다. 이때 상대는 당신이 급속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쾌재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오류를 피하기 위한 연봉 협상의 정석은 리처드 셀 식의 협상 정략을 쓰는 것이다. 처음에 600만 원을 양보한 9,400만 원에서 버텨라. 다음은 500만 원을 양보한 8,900만 원, 다음은 400만 원 양보한 8,500만 원, 다음은 200만 원 양보한 8,300만원. 이렇게 보폭을 줄여가며 당신이 처음에 목표로 한 연봉 8,000만원에 접근해 가는 것이다.
미끼를 던져라
이번 한?미 FTA 협상처럼 많은 이슈를 다루는 협상에서 잘 먹히는 전략이 바로 ‘미끼’전략이다. 상대가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것을 미끼로 던지고 이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물론 상대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테니 협상은 교착 상태로 빠진다. 이때 슬며시 ‘우리가 큰 것을 양보했으니 너도 양보하라’고 주고 받기식 거래를 한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쌀을 미끼 카드로 이용하기 위해 6차 협상까지 거론조차 하지 않다가 막판에 내놓고 한국을 거세게 몰아 붙였다. 협상이 종료하기 정확히 40분 전인 4월 1일 자정에야 이 미끼를 거두며 대신 쇠고기를 얻으려 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 의도가 주효하지 못했다. 이 전략이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상대가 미끼인지 알아차리지 못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2007년 초부터 국내 신문에서 거론될 정도로 한국은 쌀이 미국의 미끼 전략인 줄 이미 알고 있었다.
대신 한국 팀은 얼떨결에 미끼 하나를 던져 상당한 성과를 봤다. 2006년 몬테나 협상 때 무역구제비합산 조치를 요구했더니 미국 대표 웬디 커틀러가 ‘절대로 안 된다’고 펄쩍 뛴 것이다. 바로 이거다 싶어 미끼 카드로 엄청나게 값을 키워 신약 최저가 보장을 거부하고 미국이 요구한 투자자 - 국가간 소송제도에서 부동산 조세정책을 제외했다. 그런데 아깝게도 국회자료유출사건이 터져 우리 미끼 전략이 탄로나 버렸다.
미끼 전략은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3단계를 거친다.
1단계, 협상 상대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여러 가지 무리한 미끼 조건들을 한꺼번에 제시한다.
2단계, 당연히 상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협상이 심각한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3단계, 협상 결렬직전에 다른 미끼 조건들을 선심쓰는 척하며 양보하고 이에 대한 대가로 핵심 의제에 대한 양보를 받아낸다.
이순신 장군의 ‘비굴한 거래’
"불의를 보면 참지를 못하는 대쪽 같은 이순신 장군이 진린 제독을 그냥 놓아둘 리가 없을 것이오. 진린 제독과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킬 것일 터인데 이를 어쩐단 말이오."
한양 궁궐 선조 앞에 모인 조정대신들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임진왜란 막바지에 조선을 도와주러 온 명나라의 진린 제독이 함대를 이끌고 산동반도와 요동반도를 거쳐 내려오며 먼저 한양에 들렀다. 그런데 대명제국의 장군으로서 진린의 성격이 여간 거만하고 난폭한 것이 아니었다. 그 당시 조선의 장관급인 판서를 마음에 안 든다며 목에 새끼줄을 매고 질질 끌고 다닌 것은 예사요, 영의정을 지낸 류성룡까지 진린 제독앞에 맨 땅에 무릎을 꿇고 꾸중을 들을 정도였다.
한양에서 한바탕 난리를 피우고 나서, 진린 제독은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과 합류기 위해 함대를 이끌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이순신 장군은 조선 함대를 이끌고 명나라의 함대를 맞기 위해 수십 리 뱃길을 나아갔다.
"먼 길을 오시느라 얼마나 수고가 많으셨습니까. 이렇게 대명제국의 제독과 수군을 환영하고자 바다로 나왔습니다."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극진한 영접을 받은 진린 제독은 매우 흡족했다.
고군산도의 진영에 들어서니 산해진미가 가득한 주안상이 차려져 있었다. 기분이 좋아진 진린 제독은 부하들과 함께 마음껏 먹고 마시며 여독을 풀었다.
이순신 장군의 극진한 영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제독, 이억만 리 뱃길로 여기까지 오셨는데 황제께서 좋아하실 승전의 소식을 전하셔야 할 것 아닙니까?"
이순신 장군은 미리 준비한 왜적의 수급 수십 개를 진린 제독에게 주었다. 당신 황제에게 ‘이렇게 오자마자 대승했다.’고 보고하라고. 진린 제독은 뛸 듯이 기뻐했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평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웅 이순신 장군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
‘아무리 대국 명나라의 장군이라도 같은 장군끼리 아닌가? 그렇게 굽실거릴 필요가 뭐 있는가?’
이렇게 생각했다면 당신은 원균 장군 정도수준이다. 협상이란 웅대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때론 마음에 안 내키는 행동도 해야 하는 것이다. 오만하고 난폭한 진린 제독과 협상하는 장군의 ‘웅대한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7년 동안 전장에 시달리는 조선의 백성을 구해내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의 힘만으로는 왜적을 물리칠 수 없었다. 때마침 강력한 힘을 가진 명나라의 수군이 왔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힘을 합쳐 왜적을 이 땅에서 몰아내야 했었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이순신 장군을 진정으로 존경하는 이유는 바로 장군의 이 같은 웅대한 뜻과 뛰어난 협상술일 것이다.
"모든 명나라 수군은 듣거라. 이제부터 어느 누구도 이순신 장군보다 한 발자국 앞서 걷지 마라."
진린 제독이 자신의 부하 장병에게 내린 명령이다. 한 발자국도 앞서 걷지 말라는 것은 바로명나라 장병에게 이순신 장군의 명령에 복종하라는 이야기이다. 장군의 뛰어난 협상 덕분에 명나라 수군과 조선 수군은 힘을 같이해 싸워 왜적을 이땅에서 물리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