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가족 같고 때로는 친구 같은 사람들
밥을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는 연대와 협력의 1인가구들
그들이 알려주는 알콩달콩 좌충우돌 마을사용법
“어디야? 같이 밥 먹자!”
■ “역시 혼자가 편하지” vs. “혼자는 너무 외롭잖아”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1인가구들의 마을사용설명서
600만 1인가구의 시대.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35년에는 두 집 건너 한 집이 1인가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인가구는 소비시장이 공략해야 할 황금 타깃이 되었고, 방송가 역시 대세가 된 1인가구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1인가구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성숙도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1인가구의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결혼하기 전 잠시 거쳐가는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상태’를 1인가구로 여기기 때문이다.
현실 속 1인가구들은 그 모습도, 이유도 천차만별이다. 화려하게 사는 1인가구도 있고, 코끝이 찡해지는 ‘혼밥족’도 있다. 자발적으로 비혼을 택한 이도 있고, 결혼을 했다가 다시 혼자가 된 이도 있다. 홀몸노인도, 셰어하우스에 모여 사는 청춘들도 모두 1인가구다.
1인가구를 위한 마을사용설명서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는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저마다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15명의 1인가구 생활자들이 매우 현실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살아가는 모습도 해결해야 할 고민도 이루고 싶은 꿈도 모두 다르지만, 그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주체적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하지만 ‘같이’의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다.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는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지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소중히 여기며 대안적인 가치를 바탕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1인가구 생활자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들은 ‘외롭지’ 않다. 독립적인 생활을 하지만 마음을 같이하는 친구들이 옆에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가족 같고 때로는 친구같이 서로를 위한 연대와 협력으로 함께 사는 세상을 일궈나가는 그들이 있기에 ‘우리의 마을’은 오늘도 활기차다.
■ “1인가구를 위한 마을은 없나요?”
‘마을’의 편견을 깬 1인가구들의 공동체를 가다
‘1인가구’와 ‘마을’의 만남. 이 안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이 어떻게 가능할까? 더 이상 마을은 ‘지역’이라는 한계에 머물지 않는다. 가까이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가까운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웃이 될 수 있고, 함께 공동체를 꾸릴 수 있다. 귀촌을 꿈꾸며 마음챙김을 하던 ‘우리동네사람들’은 도시에 모여 살면서도 시골살이에서 찾던 가치를 추구할 수 있게 되었고, 1인가구 집밥 모임으로 시작된 ‘아현동 쓰리룸’은 밥과 음악을 매개로 새로운 공동체를 꾸려나간다.
텃밭을 일구며 도시 속 에코 라이프를 꿈꾸는 ‘이웃랄랄라’는 여전히 설렁설렁 도시농사를 짓고 있으며, 신용이 아닌 신뢰를 주고받는 청년연대은행 ‘토닥’은 삶이 퍽퍽한 청춘들의 일상에 숨구멍이 되어주고 있다.
재능을 나누고 서로의 건강을 챙겨주는 여성 1인가구를 위한 ‘그리다협동조합’은 다양한 활동으로 무대를 넓혀가고 있으며, 콘크리트 도시 속 ‘고립’을 고민하는 ‘명랑마주꾼’은 노년층의 고립사 문제를 다큐멘터리로 기록하고 동네 곳곳을 돌며 어르신들의 삶을 듣는 ‘생애 구술사’ 작업을 진행한다. ‘우리동네청년회’는 마을에 사는 홀몸 노인들에게 반찬을 배달하며 어르신들의 손주가 되어주고 있다.
아직 마을이나 공동체의 틀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1인가구가 주체가 되어 다른 1인가구와의 연대를 이뤄나가는 사람들도 만났다. 소란은 서울 은평구에서 지역단체들과 의기투합해 다양한 방식의 생태주의 전환운동을 벌이고 있다. 레즈비언 활동가 우야는 서울 마포에 기반을 두고 우야식당을 운영하며 사람을 만나고 연대의 실을 잣고 있다. 경북 청송창조지역사업단의 유라는 소비와 노동의 쳇바퀴 속에 살아가는 일상에 염증을 느끼다가 경북 청송 산골로 들어와 터를 잡았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지금은 뜻을 같이하는 유라와 두루는 산나물을 기르고 팔면서 4년째 바쁜 산골살이를 즐기고 있다.
직업군인을 그만둔 뒤 성북동으로 들어와 동네사람들과 마을활동을 하고, 비혼자 모임을 개최하며, 저소비 생활자로 살아가는 공동주택 ‘따로 또 같이’의 기민. 전북 완주에서 지역공동체 문화예술활동으로 하루하루가 바쁜 ‘씨앗’의 설레, 다솜, 한승. 육지와 떨어진 제주에서 인생 2막을 꿈꾸며 새로운 삶을 열어가는 용철과 혜영. 모두 ‘내 삶의 주인은 나’를 잊지 않고 이웃과 연대하는 1인가구들이다.
1인가구들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빈집을 셰어하우스로 변신시킨 ‘두꺼비하우징’의 이제원 실장,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쓴 1인가구 사회학자 노명우 아주대 교수 등 전문가들의 조언도 담았다.
■ “우리 마을로 오세요!”
1인가구, 서로의 이웃이 되어주다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어》는 서울과 영국의 도시공동체 26곳을 심층 취재한 《마을의 귀환》(오마이북, 2013)에서 뻗어나온 기획이다. 1인가구들이 어떻게 ‘마을’을 이루고, 고립되지 않으면서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지를 생생한 경험으로 전달한다. 독립생활을 유지하되 공동체가 주는 소속감과 안정감을 누릴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과 물가 덕분에 독립 자체가 어려워졌고, 한곳에 정착하는 것은 더 어려워진 요즘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페이스북 같은 SNS 등을 통해 마음 맞는 이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은 더 수월해졌다. 이 책은 “독립하고 싶지만 고립되긴 싫은” 씩씩한 1인가구들의 마을살이 일상을 보여주면서, 함께하자고 손을 내민다.
다양한 1인가구 마을공동체의 알콩달콩 사는 이야기. 각자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웃과 함께 어울리며 더 아름다운 색으로 펼쳐지는 1인가구 공동체 생활자들의 즐거운 일상 속으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