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해방의 기쁨을 담은 해방 후 첫 번째 판본!2016년 3.1운동 97주년을 맞아 시대의 정신을 기리는 《님의 침묵》 초판본 출간!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이자 행동하는 지식인의 표본인 만해 한용운은 1926년 《님의 침묵》이라는 첫 시집을 발표했다. 이후 《님의 침묵》은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하게 출판되었다. 이번 더스토리에서 발행한 《님의 침묵》은 해방 5년 만에 한성도서에서 재간행한 해방 후 첫 번째 판본이다. 1926년 회동서관 본은 《님의 침묵》 최초의 판본이지만 한글 맞춤법 등이 정리되지 않아서 현대 독자들이 읽는다면 낯설고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복간한 1950년 한성도서 본은 해방 후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맞춰서 정리되어 있고, 해방 후 첫 번째 판본이라는 가치가 있다. 또한 1950년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해로서, 독립을 염원했던 만해가 민족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살아서 봤다면 어떤 시를 쏟아냈을지 궁금하게 한다.독립을 염원했던 만해의 간절함과 해방의 기쁨과 혼란, 한국전쟁의 비극 등이 담긴 1950년 한성도서 본 《님의 침묵》이 2016년 한국의 미래와 역사를 다시 생각하게 할 것이다.인도에 타고르가 있다면 한국에는 만해 한용운이 있다한국문학사에서 만해 한용운은 근대적 시인이요, 3.1운동 세대가 낳은 최고의 저항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섬세한 언어로 절정의 시상(詩想)을 표현한 그의 문학적 업적은 인도의 민족시인 타고르와 비교되고, 혹은 승계자가 있을 수 없는 독존(獨存)의 경지로 찬탄되기도 한다. 《님의 침묵》은 한국인의 개인 시집으로는 최초로 영역(강용흘 역, 1971년 연대출판부 간)되기도 했다.혹자는 만해를 가리켜 문학지상주의나 피상적인 계몽주의가 아닌, 민중과 민족의 철학을 각성시키는 역할을 했다고도 한다. 과연 만해는 글을 쓰고 시를 짓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국 광복을 위해 직접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불교계 대표 인사로서 3.1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감옥에 갇혀서도 경성지방법원 검사장의 요구로 ‘조선 독립에 대한 감상’이란 논설을 집필하여 명쾌한 논리로 조선 독립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일제에 대한 두려움 없이 항일단체 ‘신간회’ 발기인으로 참여한 일이나 잡지 《불교》를 인수하여 속간하는 등 민족정신의 발현에 앞장섰던 그의 행보는 나라를 생각하는 당대인의 공감을 샀다.만해의 시에 드러난 ‘님’에 대한 그리움과 한국어의 심오한 아름다움만해의 시를 읽다 보면 한국적인 시학의 원리란 무엇인가를 알 수 있게 된다. 시인이자 영문학자인 송욱 교수는 “이 나라의 신문학은 한문과 작별하여 모국어로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신문학은 한문과 함께 사상까지 작별하고 말았다. 신문학사 전체를 통해서 오직 하나의 예외는 시집 《님의 침묵》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시집처럼 불교 전통이 우리말로 시화된 사례도 이 나라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라고 서술했다. 만해의 시에서 ‘님’은 연구자에 따라 조국, 민족, 불타, 중생 등 다양한 형태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삶과 행적으로 미루어봤을 때, 궁극적으로는 조선의 독립을 갈구하는 자신의 심중을 은유적 수법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또한 그의 시는 깨달음의 경험을 내용으로 한 시, 증도가(證道歌)의 전형이다. 시 대부분이 ‘사랑’을 주제로 쓰여서 ‘사랑의 증도가’로 불리기도 한다. 특이한 것은 여성의 입장에서 ‘님’을 그리워하는 여성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이는 독립투사의 입장에서 만해가 썼던 다른 선언문 등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민족의 기상을 일깨우는 데 앞장섰던 투사였지만, 시를 쓸 때는 내면에 있던 섬세한 시인의 본성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만해는 〈독자에게〉라는 《님의 침묵》 마지막 시에서 자신이 시인으로 독자들에게 보이는 것을 ‘부끄럽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불굴의 투지로 민족의 갈망을 절실히 노래한 희대의 시인은 그의 시와 행보로 지금까지 독자들의 정신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다행스럽고 감회가 새로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