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을 넘어서는 그 ‘조금’에 모든 것이 달라진다”
‘중용中庸’의 ‘중中’은 단순히 가운데가 아니라
끝까지 해내는 정신과 힘이다
영화 「역린」에서 등장해 한때 영화 관객들 사이에서 회자가 되었던 명대사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는 『중용』 23장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는 『중용』에서 이야기하는 마지막을 넘어서는 ‘조금’의 힘에 관한 성찰을 잘 보여 준다. 이와 관련해 『중용의 연장통』에서 소개하는 모토야마 사장의 일화도 의미심장하다. 모토야마 사장은 구찌 회장을 찾아가 일본 내 구찌 매장을 열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1960년대까지 브랜드의 품질을 지키기 위해 직영 매장만을 운영하고 있던 구찌 회장의 마음을 움직인 것도 모토야마 사장이 보여 준 최선을 다한 정성이었다.
이 책에는 10년 가까이 『중용』을 곁에 두고 읽으면서 실생활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중용』의 문구들을 떠올리며 답을 찾아나갔던 저자의 실제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중용의 연장통』은 마지막을 움직이게 하는 최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중용』에 담긴 여러 가지 생활의 지혜와 처신에 대해 알려 준다. 공자의 손자이자 증자의 제자인 자사가 지은 『중용』을 이야기 형식으로 알기 쉽게 풀어쓴 이 책은 해당 원문과 관련 있는 이야기들을 예시로 덧붙여 사람 사이의 관계(人),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이뤄져 만들어지는 삶(生), 삶을 지탱하는 일(事)에 관하여 논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두 명의 캐릭터를 내세워 우리가 생활하면서 자주 접할 만한 문제들을 제시하고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중용』의 지혜를 소개하고 있다.
특히 ‘중용의 연장통’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중용』 33장의 내용을 네 가지 연장들(망치, 톱, 드라이버, 줄자)로 나누어 구별하고 본문의 소제목 옆에 해당 연장 아이콘을 달아 각각의 상황에 참고해서 내용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 이색적이다. 소제목 옆에 망치 아이콘이 붙은 내용은 낡은 사고를 깨트리는 지혜가 필요할 때 읽어보면 좋을 장이다. 톱의 경우는 불필요한 군더더기를 자르고 삶을 정돈해야 할 때, 드라이버는 느슨해진 현재의 자신을 다잡아야 할 때, 줄자는 자신의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앞일을 준비할 때 찾아서 읽으면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다.
피부에 와 닿는 고전 해석을 통해
소설책을 읽듯 흥미롭게 중용의 핵심을 훑어 내다
처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가르침
저자가 소개하는 『중용』의 내용들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들도 많다. 회사 간부와 상담하거나 혹은 회식 자리 같은 데서 우리가 흔히 듣는 말 가운데 하나가 “기탄없이 말해 보라”이다. 이때 우리는 흔히 어떤 일에 ‘기탄’없이 말하는 게 솔직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기탄이라는 단어를 잘못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중용』에서 말하는 균형 잡힌 처신과도 거리가 먼 일이다. 『중용』 2장에서는 오히려 때와 장소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멋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기탄忌憚’을 비판한다. 『중용』에서 추구하는 가치는 ‘기탄없이’ 행동하기보다는 때(時)에 맞춰 그 중심(中)을 잡는 ‘시중時中’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지 않고 때와 상황에 맞춰 행동하는 걸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중용의 연장통』에서 저자가 말하고 있는 내용은 이러한 때와 상황에 걸맞은 가장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처신에 관해서다.
오늘도 인맥을 넓히기 위해 술 약속을 잡은 당신
사람들과 통하려 하기 이전에 먼저 닫아걸어라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넓은 인맥이 중요하단 말을 많이 듣는다. 회사 내에서도, 학교에서도 넓은 인맥과 ‘마당발’은 성공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처럼 여겨진다. 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람, 저 사람과 만나 술을 마시고 밥을 먹으며 자신의 시간을 허비한다. 문제는 그렇게 했는데도 왠지 인맥이 넓어지는 대신 불규칙하고 괜히 바쁜 일상만 되풀이되는 것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이에 관해 『중용』이 말하는 가르침도 흥미롭다. 저자는 『중용』 20장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막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개인에서부터 시작해서 친지와 지인, 나아가 사회와 국가, 천하를 다스리는 개념을 논하고 있는 『중용』 20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통할 통(通)’ 자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다른 고전에서는 흔하게 쓰이는 통通 자가 『중용』 전체를 통틀어서도 단 한 번, 31장에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통할 통(通)’ 자는 ‘막힐 색(塞)’ 또는 ‘닫을 폐(閉)’와 함께하는 글자이다. 즉, 통하는 관계라는 것도 통하지 않는 관계를 막고 차단해야 도드라진다. 옥스퍼드대학교의 던바 교수가 주장한 ‘던바의 수(Dunbar’ s Number)’에서도 비슷한 개념을 볼 수 있다. 어떤 대륙, 어떤 문화권에 속해 있든 간에 원시부족은 약 150명 안팎의 사람들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 바로 던바의 수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인맥이 두텁다고 자랑해 봐야 실제로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관계는 150명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 150명 정도의 ‘통’하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막아야만 가능하다.
이외에도 책에서는 극단을 선택하면 빨리 갈 수 있지만 중심을 잡고 오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 성인군자도 못 이룬 일로 고민하지 말라는 생각의 전환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울러 『논어』, 『맹자』, 『주역』 등의 동양 고전은 물론 부도 위기에 몰린 미국의 세계적인 식품 기업 캠벨 수프를 구해낸 더글러스 코넌트의 일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소개해 좀 더 다각적이고 깊이 있는 『중용』 읽기를 하고 있다. 사실 『중용』은 읽는 이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충분히 주는 반면에 사서삼경치고 분량이 짧아 현대인의 입맛에 잘 맞는 책이다.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사건들에 대한 마음가짐, 자기 스스로를 성찰하고 갱신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말해 준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처럼 『중용』은 우리 인생사의 여러 관계와 문제들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마음 씀씀이의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간미 넘치고 지극히 실용적인 책이라 할 수 있다.
추천사
잠시 뒤적여 본다는 것이 다 읽고 말았다. 피부에 와 닿는 고전 해석이란 이런 것이다. 소설책을 읽듯 흥미롭게 중용의 핵심을 훑어 냈다. 고전 읽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흥미를 갖고, 재미를 느끼고 들여다보면, 술자리 뒷담화처럼 유쾌하게 즐길 수도 있다. 도낏자루 깎는 방법이 멀리 있지 않다는 중용의 가르침처럼, 고전 읽기의 길이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새삼 일깨워 주는 책이다. - 강상구(『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저자)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느라 숨 가쁜 우리에게 누군가 ‘중용’을 들이밀면 아마 당황한 표정으로 이렇게 되물을 것이다. “응? 어쩌라고?” 공자 철학의 가치를 몰라서가 아니라, 우리에겐 당장 마주한 일상의 문제들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용의 연장통』에 등장하는 장 대리는 그 ‘어쩌라고’라는 질문에 아주 자신 있게 대답한다. 중용은 우리의 삶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써먹을 데가 많은 ‘실용’이라고. 당신이 직면한, 또는 직면하게 될 거대하거나 자잘한 고민들에 대한 답을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강백수(『사축일기』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