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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6년 02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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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13 9788932027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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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부드러운 언어로 삶의 생채기를 어루만지고 세상의 모든 경계를 감싸안는 시인이다. 1939년 일본 도쿄에서 동화작가 마해송과 무용가 박외선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 앉아 혼자 동시를 쓰기 시작했던 소년은 중학생 시절부터 일약 ‘학원’ 문단의 스타가 되어 친구들의 연애편지 대필을 도맡는 등 타고난 시인의 재능을 맘껏 선보인다. 자연스럽게 문인의 길로 접어드는 듯 했으나 어려운 고국의 현실을 외면... 부드러운 언어로 삶의 생채기를 어루만지고 세상의 모든 경계를 감싸안는 시인이다. 1939년 일본 도쿄에서 동화작가 마해송과 무용가 박외선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 앉아 혼자 동시를 쓰기 시작했던 소년은 중학생 시절부터 일약 ‘학원’ 문단의 스타가 되어 친구들의 연애편지 대필을 도맡는 등 타고난 시인의 재능을 맘껏 선보인다.

자연스럽게 문인의 길로 접어드는 듯 했으나 어려운 고국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라는 주위의 권유로 연세대학교 의대에 진학했다. 1959년 본과 일학년때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등단하면서 ‘의사시인’으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간 후, 오하이오 주립대학 병원에서 수련의 시절을 거쳐 미국 진단방사선과 전문의가 되었고, 오하이오 의과대학 방사선과 및 소아과 교수 시절에는 그해 최고 교수에게 수여하는 ‘황금사과상’을 수상했다. 이후 톨레도 아동병원 방사선과 과장, 부원장까지 역임했고 2002년 의사생활을 은퇴할 때까지 ‘실력이 뛰어나고 인간미 넘치는 의사’로서 명성을 쌓았다.

고국을 떠나 이국에서 보내야했던 그리움과 고독의 시간을 자신만의 시어로 조탁하여 『조용한 개선』을 시작으로 『두번째 겨울』(1965), 『평균율』(공동시집: 1권 1968, 2권 1972), 『변경의 꽃』 (1976),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1980), 『모여서 사는 것이 어디 갈대들뿐이랴』(1986), 『그 나라 하늘빛』 (1991), 『이슬의 눈』 (1997),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2002),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2006), 『하늘의 맨살』 (2010), 『마흔두 개의 초록』 (2015) 등의 시집을 펴냈다. 그 밖에 『마종기 시전집』 (1999), 시선집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 (2004), 산문집 『별, 아직 끝나지 않은 기쁨』(2003)과 『아주 사적인, 긴 만남』(2009),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 (2010), 『우리 얼마나 함께』 (2013), 『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운』 (2014) 등 수많은 시집을 펴냈다. 한국문학작가상, 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 박두진문학상, 대산문학상을 받았으며, 2009년에는 시 「파타고니아의 양」으로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매년 봄과 가을 고국을 방문해 연세대학교의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머지않아 ‘고국의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맞게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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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이별의 아픔, 고요한 애도의 자리

인간이면 누구나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좀처럼 잊히지도, 치유되지도 않는 사별의 고통 가운데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자식의 슬픔은, 설령 그가 일흔여섯 해를 살아오면서 목도한 숱한 죽음이 있다 한들 익숙해지거나 덜해질 리 없다. 오래 세월 아버지(마해송, 아동문학가 수필가, 1905~1966)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품고 살아온 시인에게 몸짓의 언어, 멋과 예술의 혼을 불어 넣어준 어머니(박외선, 한국 현대무용의 선구자, 1915~2011)의 죽음 역시 말할 수 없는 고통일 수밖에 없다. “몸은 가벼워야 하고 꿈은 넘쳐나야”(「어머니, 자유, 9월의 긴 여행,」 중에서) 한다던 살아생전 어머니의 말씀이 비통한 심정과 함께 가슴에 사무쳐오는 이유다.

“결국 하나씩 놓는 것이군요, 어머니./멋도 예술도 인연도 하나씩 놓으시고/후회 없이 날아가실 준비를 하시는 건지,/빈손과 빈 뼈를 털며 가벼워지시는군요./[……]/당신이 남기신 시야가 내 앞길이 됩니다./외로운 밤 다 땅에 내리시고, 어머니/오랜 기다림 끝내시고 일어나세요.” ---「어머니의 세상」 중에서

“오래된 무용이 선택한 여행은 어디에서 끝날까./핏물 번진 늙은 토슈즈 하나 가슴에 안고/두 팔 접고 말없이 떠난 저기 백조 한 마리.” ---「백조의 호수」 중에서

“떠나시는 어머니를 보듬어 안는 저녁 빛,/이 외딴 풍경은 여명까지 엉겨 있어서/온기가 남은 물새에게 전해진다지만/아직은 물에 젖은 물새의 다리,/물에 젖은 뺨” ---「경건한 물새의 저녁」 중에서

이슬과 꽃에 담긴 한 생의 비밀

낯선 땅의 이방인으로 달랠 길 없는 상실의 아픔, 채워지지 않는 결핍의 나날을 보내온 시인이 한결같은 시선으로 붙들고 의지했던 대상이 바로 이슬과 꽃이다. 긴 밤을 보내고 이른 아침 잠깐 맺힌 이슬과 피고 지고 열매 맺는 한 생의 궤적을 온몸으로 전하는 꽃(“자신을 오랜만에 드러내는 돌과 돌 사이의 체온/단 열흘을 살면서 백 년의 침묵을 남기는 꽃”―「네팔에서 온 편지」, 『하늘의 맨살』, 2010)을 바라보며 “맑고 찬 시 한 편”(「이슬의 눈」, 『이슬의 눈』, 1997)을 간절히 희망했던 시인은 이제 “이슬의 하루는/허덕이던 내 평생”(「이슬의 하루」)이었음을 고백한다. 덧없는 생, 찰나에 머무는 것만으로 삶과 죽음의 고통을 한 몸에 껴안은 이슬과 꽃은 다름 아닌 시인 자신이었노라고. “마종기 시인이 밖으로 분열되어나가는 그 과정을 통해 되살고 싶었던 것은 역설적으로 최초의 순수한 세계로의 거듭된 귀향”(정과리, 문학평론가)이라는 지적대로, 치열했던 삶의 현장에서 거둔 이슬과 꽃의 마종기의 시는 말 그대로, 순수하고 맑은 삶에 대한 소망의 피력이자 그것의 언어적 실천인 셈이다.

“없는 듯 숨어서 사는/누구도 갈 수 없는 곳의/거대한 마지막 비밀./내 젊은 날의 모습도/이슬 안에 보이고/내가 흘린 먼 길의 눈물까지/이슬이 아직 품어 안고 있네.” ---「이슬의 하루」중에서

“이른 아침의 작은 꽃은, 결국/잠들어 있던 이슬이었지만/그래도 꽃향기는 몰려와/눈부신 하루를 만들고/시간의 폐허에서 나를 구해주었다” ---「이슬의 애인」중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꿈꾸는 시 ― “반갑고, 고맙다”

아무래도 마종기 시의 다정하고 겸손한 목소리를 거듭 말해야겠다.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황혼의 나이에 이른 시인에게 “두 손이 만지는 하늘이 따뜻하고/두 팔로 안는 이웃이 살뜰하다.”(「경학원 자리 2」)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고른 섞임”(「희망에 대하여」), “인간이 서로 반기며 껴안는”(「폭풍 속의 화가」) 세상을 꿈꾸는 시인의 희망은 다름 아닌 시(詩)와 함께해온 생을 통해 얻은 교훈이고 믿음이다. 긴 세월, 일상에서 모국어를 쓰는 데 자유롭지 못했던 그에게 시를 쓰는 일은 곧 “깊이 숨겨진 말을 펼쳐보는 즐거움”이자 진정으로 살아 있는 자신을 일깨워주는 “소중한 입김”이기도 했다. “말의 만남이라는 것이 얼마나 벅찬 기적”이며 “두 눈 뜨거워지는 시간”(「혼잣말하기」)인지를 알게 해준 자신의 시들에게 시인은 이렇게 화답한다. “함께 걸어주어 고마웠어.”(「저녁 올레길」)

“낙태한 수많은 노래가 재로 쌓이는 아침,/태어나지 못한 것들이 치명적인지/모여서 백발이 되고 주름살이 되고/노쇠가 되고 혈압이 되었겠지만,//모든 기억과 사유와 교양이 사는/자투리 시간에 자란 전두엽의 뇌,/피질의 굴곡을 따라간 열정만으로/잠들지 않는 뇌의 맥박을 듣는다.//산에서 강에서 몰려오는 뇌파들,/어릴 적 불면이 만든 중얼거림이/오늘에야 무수한 살별로 피어난다.//밤이여, 내 정든 타인,/뼛속에 깊이 감추어둔 꽃잎,/이 나이에 이르도록 나를 살려준/고맙고 살가운 비밀이여.” ---「은인을 위하여」 중에서

“그래 맞아, 시인이 되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어./한동안 그 초심을 잊고 살아왔구나./안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해서였어./맞아, 느끼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어./그래서 현자가 된다고 했어./눈으로 생각도 하고 심장으로 보기도 한다고,/날렵한 세상을 천천히 한눈팔고 걸으면서/탈 없이 욕심 없는 모습으로 산다고 했어.” ---「날개」 중에서

“빈손에 초라하게 남는/먼지 덮인 통증의 양심 하나,/그래, 너 하나면 족하다./한 세월 가장 많이 의지했던/떠도는 내 운세가 되어다오.//이별하는 젖은 얼굴처럼/외로움도 단념해야 축복이 되고/되돌려줄 힘이 있어야/너그러운 매력도 된다.//많이 아프며/살아온 것 아는지,/부드럽게 안아주는/추운 날의 언 음성./넉넉한 운세의 덤불들.” ---「오늘의 운세」중에서

“길 떠나지 않는 물은/눈치만 보다가 죽고 만다./움직여라, 게으른 물들,/좌절에 흔들려보지 않은 물은/얼어서 결박되든가,/썩어서 사라질 뿐이다./흔들려라, 젊은 날에는,/그래야 산다.” ---「물의 정성분석」중에서

국적 회복, 온전한 귀향과 희망의 노래

5년 전, 마종기 시인의 등단 50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문우인 정현종은 “시는 온전한 곳으로 가는 여행이며 우리 모두가 다 같이 나그네다. 1년에 한 번 마종기가 귀향할 때마다 잊고 살던 우리도 같이 귀향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지난해 오랫동안 바라왔던 국적 회복의 꿈을 이룬 시인의 이번 귀향은 더욱 각별하다. 1966년, 엄혹한 시절에 뿌리 깊은 환멸과 상처를 안은 채 이 땅을 떠난 이후로 메마른 국경 이쪽과 저쪽 어디에도 온전히 속할 수 없었던 시인은 “계획 없이 떠다니던 내 생” 그러나 누구보다 치열했던 지난 시간을 후회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렇게 모든 의심과 열등감을 밟고 대신 “눈을 크게 뜨고 아직은 갈기 사나운 수사자를 꿈꾸며, 가슴을 펴고 바다같이 넒은 시를 꿈꾸며”(「헤밍웨이를 꿈꾸며」) 넘실대는 파도처럼 푸른 희망을 노래한다.

“아무도 없는 광대무변의 외로움이/무시로 나를 차고 흔들어 굴렸지만/먼지와 폭풍과 천둥의 비바람 속, /그 마지막에 남는 평화를 믿었다./살아서는 돌아가지 못한다 해도/그래도 다 괜찮다는 말이, 확실히/내 가슴 한복판에서 맑게 들렸다./정말이다, 너무 늦었다는 말까지/나를 그냥 가볍고 푸근하게 해주었다.” ---「국적 회복」 부분)

“내가 세상과 작별할 때에도 나는 희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희망은 아마 날개가 되어줄 것이다. 내가 가진 작은 희망들 때문에 나는 누구라도 용서할 힘이 생겼다. 내 손을 보라, 허영이 치유되는 침묵의 소리. 손해보고 상처받았다고 괴로워하던 남루한 내 생을 안아주면서 당당하게 가벼워지라고 희망은 오늘도 내게 말해준다.” ---「희망에 대하여」중에서

마종기의 시가 오랜 시간 독자들 가까이에서 깊은 울림을 가질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지식인 특유의 현학성을 배제한 염결하고 진솔한 삶의 토로, 구체적 생체험에서 비롯된 간명하고도 아름다운 시어, 그리고 애써 벗으려 하지 않는 유랑의식에서 발견한 삶과 죽음의 고독한 이치에 대한 절실한 공감일 것이다. “내 시가 내 안에서 시작되고 그래서 내가 책임지고 내가 울 수 있는 그런 시를 쓰고 싶다”(『마종기 깊이 읽기』 대담 중, 1999)는 시인의 고백처럼, 그에게는 시가 삶의 부끄러움을 이겨내는 힘이자, 생의 무한한 원천으로서의 힘이 되었다. 그렇게 조국이 아닌 타국에서 매일같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환자들을 치유하며 경계인의 촉각으로 일구어낸 깊은 성찰과, 고독과 외로움이 생을 무겁게 짓누를수록 있는 힘껏 생명의 온기와 사랑의 열정을 좇아온 시인의 진심이 오롯이 독자에게 전해져온 셈이다. 함께 붙잡고 울 수 있어야 진정한 행복이고 사람과 사람이 고루 섞여 서로의 마음속까지 당당히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것이 바로 희망이라는 시인의 평범하지만 귀한 믿음의 힘, 오늘의 우리에게도 변함없는 진실이다.

시인의 말

이 시집은 몇 해 전에 출간한 ‘하늘의 맨살’ 이후 여러 곳에 발표했던 시들을 모은 것이다.
만 5년이란 햇수가 좀 긴 터울이긴 하지만 그래도 게으름에 끌려 다니지 않고
살았다는 안도감이 앞선다. 그간에도 내 시를 지켜보아주고 읽어준 당신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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