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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 문학동네 | 2008년 03월 14일 | 원제 : 本の讀み方 スロ-.リ-ディングの實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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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년 03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20쪽 | 372g | 134*196*2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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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명)

저 : 히라노 게이치로 (Keiichiro Hirano,ひらの けいいちろう,平野 啓一郞)
명문 교토 대학 법학부에 재학중이던 1998년 문예지 『신조』에 투고한 소설 『일식』이 권두소설로 전재되고, 다음해 같은 작품으로 제120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 당시 최연소 수상 기록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재림'이라는 파격적인 평과 함께 예리한 시각과 전위적 기법으로 차세대 일본문학의 기수로 자리매김했다. 아쿠타가와 상의 대학 재학생의 수상은 무라카미 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이후 23년 만의 일... 명문 교토 대학 법학부에 재학중이던 1998년 문예지 『신조』에 투고한 소설 『일식』이 권두소설로 전재되고, 다음해 같은 작품으로 제120회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 당시 최연소 수상 기록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재림'이라는 파격적인 평과 함께 예리한 시각과 전위적 기법으로 차세대 일본문학의 기수로 자리매김했다. 아쿠타가와 상의 대학 재학생의 수상은 무라카미 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이후 23년 만의 일이었다.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바라보는 신세대 작가인 그는 1998년 스물셋의 나이에 '일식'으로 아쿠타카와상을 수상할 당시 화려한 한문투 문체와 장대한 문학적 스케일로 주목을 받았다. 일본소설하면 흔히 떠올리는 '가벼움'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으로 많은 국내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다. 밝은 문장으로 죽음을, 무거운 문체로 연애를 그릴 순 없냐는 그의 말에서 순문학 작가로의 포부와 자부심이 묻어난다.

1975년 6월 22일 아이치 현에서 태어났다. 중학생 시절 '금각사'라는 명작을 남긴 미시마 유키오(1925~1970)에 푹 빠져 지내면서 미시마가 책에서 조금이라도 언급한 작가는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때 접한 작가가 도스토예프스키, 토마스만, 괴테 등이다. 어린 시절의 독서가 오늘날 그를 소설가로 성장하게 한 든든한 자양분이 되었다. 교토 대학 법학부 입학하여 소크라테스에서 자크 데리다에 이르는 정치사상사를 공부했다. 문예창작과의 제도적인 문인교육을 받은 적은 없으며, 정치사상사를 문학 공부와 병행하는 것이 작가적 성찰을 얻는데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문학 교육이 아닌 다른 경험으로부터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흥미가 많은 그는 재즈 대담집을 발간하고 건축잡지의 책임편집을 맡는 등 문학 외적인 방면에서도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8년에는 모델 겸 디자이너인 하루나와 결혼했다. 이제는 등단 10년이 넘는 중견작가로, 1993년과 비교해 70% 정도로 규모가 줄어든 일본 순문학 시장에서 소설의 힘을 믿고 소설을 통해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하며, '공감'을 통해 독자와 만나고자 한다.

해박한 지식과 화려한 의고체 문장으로 중세 유럽의 한 수도사가 겪는 신비한 체험을 그린 『일식』 작품은 '미시마 유키오의 재래(再來)'라는 파격적인 평과 함께 일본 열도를 히라노 열풍에 휩싸이게 하며 일본 내에서 40만 부 이상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99년 메이지 시대를 무대로 젊은 시인의 탐미적인 환상을 그려낸 두번째 소설 『달』을 발표한 이후 매스컴과 문단에서 쏟아지는 주목과 찬사에도 불구하고 3년여 동안 침묵을 지키며 집필을 계속해, 2002년 19세기 중엽의 파리를 배경으로 낭만주의 예술가들의 삶을 그린 대작 『장송』을 완성한다. 같은 해 특유의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바라본 산문집 『문명의 우울』을, 2003년에는 이윽고 현대 일본으로 작품의 배경을 옮겨 젊은 남녀의 성을 세심한 심리주의적 기법으로 추구하는 등 실험적인 형식의 단편 네 편을 수록한 『센티멘털』(원제:다카세가와)을 발표한다.

2004년에는 더욱 심화된 의식으로 전쟁, 가족, 죽음, 근대화, 테크놀로지 등 현대사회의 여러 테마를 아홉 편의 단편으로 그려낸 『방울져 떨어지는 시계들의 파문』을, 2006년에는 인터넷 성인 사이트를 소재로 삼아 현대인의 정체성을 파헤친 『얼굴 없는 나체들』을 연달아 발표하여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역자 : 김효순
고려대 일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쓰쿠바 대학 문예언어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고려대일본학연구센터 연구교수로 재직중이다. 지은 책으로『일본의 근대화와 일본인의 문화관』『번역과 일본문학』(공저)이 있고, 옮긴 책으로 『논술내비게이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편역) 등이 있다.

책 속으로

---「들어가며」중에서

출판사 리뷰

스물넷의 나이에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해박한 지식과 도시문명을 향한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주목받아온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가 그 유니크한 작품세계의 근간이 된 창의적인 독서 기술을 풀어낸 책이 출간되었다.

책을 ‘잘’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막연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매스컴은 속독가와 다독가, 장서가 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맞춘다. 독서에서도 효율과 양의 잣대가 우선시되는 시대 ―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 히라노 게이치로가 이러한 세태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책’만큼은 효율성과 ‘빨리빨리’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천천히 즐거움을 만끽하며 행해야 할 최후의 보루라고 주장한다.

프로 독서가의 기업 비밀―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 히라노 게이치로의 지독遲讀한 독서법

책을 읽고 쓰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프로 독서가인 작가들의 경우 많은 책을 빠르게 읽어내는 것을 선호할 듯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이다. 서재에 손길 한번 못 받고 쌓여가는 책들을 보며 고민하던 히라노는 어느 날, 자신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작가들이 책을 느긋이 꼼꼼히 읽어내는 ‘슬로 리더slow reader’임을 발견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속독은 절대 권장할 만한 게 못 된다며 오히려 ‘다시 읽기rereading’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아무리 사소한 책이라도 책상에 똑바로 앉아 줄을 그어가며 한쪽 한쪽 내용을 곱씹고야 마는 지독한 슬로 리더였다는 것.

실제로 우리가 접하는 텍스트 중 상당수는 속독이 불가능하거나, 속독을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이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 빠르게 속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신문’ 역시 슬로 리딩의 대상. 히라노는 신문을 읽는다는 것은 일종의 정치적 행위이며, 우리의 투표는 이러한 행위의 축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신문을 슬로 리딩하여 각 사안에 따른 논조의 차이를 민감하게 빨아들이라고 주문한다.

책, 이제 천천히 즐기면서 읽어라!
매력적이고 창조적인 ‘오독’의 발견

그렇다면 ‘슬로 리딩’이란 무조건 천천히 읽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히라노 게이치로는 단순히 독서에 들이는 시간의 기준을 넘어, 단 한 권을 읽더라도 책 속에 숨겨진 수수께끼와 비밀을 속속들이 발견하고 즐기는 슬로 리딩의 테크닉들을 일러준다. 이 책의 ‘슬로 리딩 실천편’에서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카프카의 「다리」,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즈의 무희』,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와 같은 고전을 비롯하여,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가네하라 히토미의 『뱀에게 피어싱』과 히라노 자신의 저작인『장송』등 동서고금의 텍스트를 대상으로 슬로 리딩을 시도한다. 우선 나쓰메 소세키의『마음』에서는 등장인물이 던지는 회화 속의 ‘의문문’에 주의하라고 조언한다. 회화 속의 의문문은 단순히 등장인물들 사이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자의 의문과 반론을 대변하는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히라노는 의문문뿐만 아니라, 모든 대화문은 ‘등장인물들의 사상이 대결하는 장’이므로 유의해서 읽어둘 것을 당부한다.

책을 잘 이해하지 못했을 때 거침없이 앞페이지로 돌아가는 것 또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슬로 리딩의 테크닉. 엄숙한 표정으로 책장을 뜯어먹을 듯 휙휙 넘기는 천재들의 이미지가 각인된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독서 도중 앞페이지로 돌아가는 것을 굴욕적이고 귀찮은 일로 여긴다. 그러나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처럼 등장인물의 이름과 관계가 복잡하거나, 난해한 대목이 있을 경우에는, 언제든 앞으로 돌아가 놓친 부분을 다시 확인한 다음에 책장을 넘겨야 한다.

한편, 푸코의『성의 역사』를 슬로 리딩하는 과정에서는, 문장을 시각적으로 한눈에 들어오도록 보조선을 긋고 표시하는 기술을 선보인다. 어려운 책일수록 제대로 된 ‘밑줄과 표시’가 한층 더 알뜰하고 풍요로운 독서를 가능케 한다는 히라노의 독서 철학은, 그 자신이 직접 꼼꼼하게 밑줄을 긋고 정리한『성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이렇듯 『책을 읽는 방법―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에는 작자가 설정해둔 미세한 장치와 고안들까지 낱낱이 포착해내는 실제적인 독서의 기술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 그러나 그가 추구하는 슬로 리딩의 최종목표는, ‘작자의 의도’ 그 이상의 흥미 깊은 내용을 독자 스스로 자유롭게 발견해내는 ‘오독력誤讀力’을 기르자는 데에 있다. 그 스스로가 카프카의 『변신』을 창조적으로 오독하여,「최후의 변신」이라는 걸출한 단편을 써냈듯이, 여유롭고 느린 독서의 과정 속에서 제각각 발견해낸 매력적이고 창조적인 ‘오독’이야말로, 우리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동력일 것이다.

효율성과 목록과 숫자에 얽매인 독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한 독서, 그저 읽었다는 자부심만 남기는 ‘겉보기’ 독서가 아닌 책의 저 깊은 밑바닥까지 탐사해내는 웅숭깊은 독서― 프로 작가이자 프로 독서가인 히라노 게이치로가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닫게 하는 ‘진짜 독서’의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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