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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6년 01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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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0쪽 | 390g | 153*225*20mm |
ISBN13 | 9788974837662 |
ISBN10 | 89748376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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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젊음은 칭송돼 왔다. 돈은 잃으면 다시 벌 수 있고 악화된 관계 또한 힘이 들 순 있으나 개선이 가능하다.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미 흘러간 시간을 거스르는 게 불가능하다. 나이듦이 순리라고는 하나 많은 사람들은 젊음을 잃어버린 것이라 여기며 되찾으려 안간힘을 쓴다. 그 과정에는 언제나 돈이 수반된다. 주름을 방지하고, 이미 생긴 주름을 제거하는 시술이 성행한다. 제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건 축복임과 동시에 노력의 결과물이다. 우린 젊게 보이는 사람들은 부러워하고, 심지어 존경하기까지 한다. 그들이 지닌 능력(?)을 본받고픈 마음을 공략한 상품들이 연이어 출시되고 있는 건 당연한 결과다.
겉모습의 젊음이 과연 우리로 하여금 죽음을 뛰어넘게 만들어주는가? 결코 아니다. 내가 늙는다는 것은 좀체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70, 80 넘은 어르신들이 젊은이들보다 탱탱한 피부를 자랑한다거나 짧은 치마, 찢어진 청바지 등을 착용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게 분명하다. 우린 늙는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지녔으면서 동시에 이를 당연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하나의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 상반된 그러나 공존하는 두 반응 사이의 화해(?)가 절실하다.
언젠가부턴가 웰다잉, 이른바 잘 죽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가 늘어났다. 죽음을 마냥 피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뜻이리라. 죽음은 삶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무리 짓는 대단원과도 같은 것이다. 죽음을 잘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단지 죽는 그 순간에만 몰입해서는 곤란하다. 나이가 갑자기 드는 게 아니듯 매순간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낸 경우여야만이 죽음도 잘 받아들일 수 있다.
나이 듦 수업을 들으며 나는 우리 사회에 얽혀 있는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을 느꼈다. 우선 우리는 삶을 너무도 짧은 순간에 국한해 생각하는 버릇을 지녔다.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진학을, 취업을, 결혼과 출산, 양육을, 은퇴를 등. 언급되는 연령대는 오늘날의 평균 수명을 고려한다면 영 들어맞지 않는다. 100세 시대라는 소리를 심심찮게 듣는다. 100세까지는 아닐지라도, 70세까지만 산다고 가정해도 우리는 은퇴후 10년은 자유롭다. 40대 중후반이면 이른 은퇴를 맞이하는 세태를 고려한다면 더더욱 무얼하면 좋을지 난감한 시간의 길이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사회 시스템은 이러한 변화에 적합하지 않다. 그저 돈을 많이 벌어 노후를 대비해야만 한다는 식의 이야기만이 난무할 따름이다. 7억, 9억, 억 소리 절로 나는 소리를 듣는다. 과연 그와 같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어쩌면 단 한 푼도 사용치 않고, 숨만 쉬며 20년, 30년을 모아도 쉽지가 않지 싶다. 현실이 그렇다 보니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공포가 싹튼다. 노년은 피하고 싶은 것이라는 실체 모를 두려움에 겁부터 난다. 여기에 "나처럼은 살지 말아야" 한다는 부모의 한탄까지 더해진다. 그러잖아도 부모와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을 비추고는 했던 자녀세대다. 그래도 부모가 나의 롤 모델 역할을 수행해주었으면 하는 은근한 희망은 그렇게 산산조각 나고야 만다.
지금 필요한 것은 패러다임의 전환 같다. 지난 50년이 격동의 시간이었듯 앞으로의 50년 또한 우리로선 예측 불가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제껏 우리가 지녀온 가치관이 향후 50년을 살아가는 데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리라는 그릇된 믿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미 과거에 안락한 삶을 보장해주던 많은 직업들이 사라지거나 휘청거리고 있다. 모두가 꿈꾸는 정규직 또한 비정규직에 압도당해 발견이 힘들어진 지 오래다. 우리 자녀 세대에선 우리로선 전혀 상상도 안 해본 직종이 떠오를 수도 있다. 그게 직업인가 모호한 형태의 노동이 만연할 수도 있다. 안타깝다고? 이러한 감정 또한 현재에 발목 잡힌 우리이기에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삶은 우리 다음 세대가 올곧게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그들의 행복이지 우리의 안심이 아니다.
나이 듦은 과정이다. 지금 내가 충분히 나이가 들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다. 나이가 많다 주장하는 이들 또한 끊임없이 나이를 먹어갈 것이요, 그들은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이를 들게 돼 있다. 따라서 그들의 주장이 나이 듦을 조금 더 길게 경험했다는 사실로부터 비롯된 지혜일 순 있으나 결코 거스를 수 없는 고정된 진리나 정답이라고는 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한결같이 힘주어 말하는 것 중 하나가 있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가족 안에 놓였을 때 나는 부모이자 자녀로서 내 자신을 규정하고, 학교에선 학생이나 교사, 선배, 친구, 후배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이 누군지를 배운다. 지금까지는 역할에만 매몰된 나머지 관계에서 진실을 추구하는 일에는 소홀했을지도 모르겠다. 경쟁이 사회의 기본 질서이기에 내가 원하는 바를 얻기가 무섭게 관계망에서 탈출하는 이들도 적잖았다. 동심원을 그려본다. 가장 가운데 내 이름을 적는다. 나와 가까운 이들부터 나와 가까운 원에 적어나가기 시작한다. 과연 몇 명의 이름이 원 위에 적히는가. 떠오르는 이름이 없어 애꿎은 머리만을 쥐어뜯고 있지는 않은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이들을 둘러보는 여유가 필요한 시점 같다. 존엄은 내 스스로 주장한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내가 소중한 만큼 남도 아끼면서 살아간다면 노년은 외로울 수가 없다. 힘없는 몸뚱아리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움직임은 '우리'라는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질 때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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