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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야.

단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육성 생일시 모음

곽수인 등저 | 난다 | 2015년 12월 17일 리뷰 총점9.3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7점
편집/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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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5년 12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42g | 130*225*20mm
ISBN13 9788954638968
ISBN10 8954638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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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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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자 소 개
곽수인(2학년 7반) 구태민(2학년 6반) 권지혜(2학년 10반) 길채원(2학년 2반) 김건우(2학년 4반) 김동영(2학년 6반) 김수정(2학년 2반) 김승태(2학년 6반) 김승환(2학년 6반) 김제훈(2학년 8반) 김주아(2학년 1반) 김혜선(2학년 9반) 김호연(2학년 4반) 박성호(2학년 5반) 박정슬(2학년 10반) 선우진(2학년 6반) 심장영(2학년 7반) 안주현(2학년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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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단원고 아이들의 시선으로 쓰인 육성 생일시 모음
『엄마. 나야.』
그리운 목소리로 아이들이 말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시인들이 받아 적다.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아이들의 추움을 껴안아주세요.
아이들이 그러잖아요.
엄마. 나야. 라고.


1. intro

생일 모임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아이가 좋아했던 사람들이 아이를 마음에 새기고 부모님과 친구들, 주위 사람들을 위로하는 치유 프로그램의 하나입니다. 그중에서 ‘생일시’가 가장 핵심이고요. 시를 통한 예술 치유 작업을 오래해오고 있어서 그 효과를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쓰는 ‘육성시’의 형식입니다. 아이들 부모님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잘 있다는 말 한마디만 들을 수 있으면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지인들 꿈에라도 자기 아이가 나왔다고 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그걸 확인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생일시’에서 그 메시지가 어떤 방식으로든 부모에게 전달됐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치유적 관점에서 볼 때 부모님을 비롯해 남아 있는 이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통증이 아니라 그리움으로 기억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런 메시지인 것 같아서요.
‘생일시’는 당일에 먼저 화면을 통해서 눈으로 한 번 읽은 후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입을 모아 낭송하는 형식으로 헌정합니다. 참여 인원은 아이 친구를 중심으로 대략 40명 정도입니다. 당일 생일 모임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선물할 선생님의 시집 한 권을 추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웃’에서 준비해 아이들과 생일 모임 참석자들에게 선물하려고요. 그 시집으로 해서 시를 다시 보는 이들이 한 명이라도 생긴다면 그 또한 별이 된 아이가 준 선물이겠거니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사례도 있고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 와동에 거주하며 치유공간 ‘이웃’의 이웃 치유자로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상처받은 많은 사람들과 매일을 함께하는 두 사람, 정신과의사 정혜신 선생님과 심리기획가 이명수 선생님이 시인들에게 보내는 ‘생일시’ 청탁 메시지.

2. 시, 그리고 시!

총 서른네 명의 단원고 아이들 목소리와 총 서른네 명의 시인들 목소리가 손뼉처럼 만나 한 권의 시집을 묶어냅니다. 아이들의 생일에 맞춰 시인들은 아이의 가족 및 친구들의 회상 속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고, 아이의 사진을 몇 장 건네받았으며, 이를 토대로 아이의 목소리를 시라는 형식을 빌려 담아내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신다면 생일 모임마다 안산 치유공간 ‘이웃’에서 한 목소리로 낭송되는 아이들의 육성시를 한번 들어주십사 부탁을 드립니다. 어딘가에 있을 아이의 목소리가 우리에게 타전될 때 죄책감과 더불어 아이들이 그리 멀지 않은 데서 우리를 보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 동시에 들기 때문입니다. 없는 사람을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없지만 시인의 몸을 빌려 들을 수 있는 아이의 목소리에 엄마들이 아빠들이 가족들이 친구들이 와락, 아이를 붙잡는 심정으로 울고 웃었다면 그 순간만큼은 아이와 조우한 것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음이 너무 많아서
-김혜선(2학년 9반)


여기서는 뺄셈만 배워요. 뺄셈은 아주 가볍죠.
고통을 빼고 두려움을 빼고 안타까움을 빼면
내게는 추억들만 남아요.

나는 매일매일
마술사처럼 ‘짠’ 하고 추억을 꺼내 보여요.
그럴 때마다 저 지상에선 비가 내려요.
내가 누렸던 기쁨만큼 빗방울이 떨어지면
내가 사랑했던 사람만큼 우산이 펼쳐져요.

저는 지금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어요.
가장 높은 곳에서요.

(……)

이곳에서 나는 날씨를 디자인하는 일을 맡았어요.
아직 서툴지만 구름의 무늬와 바람의 강약을 디자인해요.
날마다 햇살의 두께를 결정하고 날마다 어둠의 농도를 궁리해요.

오늘은 눈을 내려볼게요. 마술사처럼 나도 ‘짠’ 하고
하얀 추억들을 뿌려야겠어요.

너무 많이 우는 우리 엄마,
너무 많이 미안해하는 우리 아빠,
너무 많이 슬픔을 삼키는 우리 언니,
너무 많이 힘들어하는 내 단짝 주희,

내가 너무 많이 사랑했던 사람들의
너무 많은 마음 위에
깨끗한 눈송이들을 조금씩만 골라보았어요.

마음이 너무 많아서
천천히 오래오래 곁으로 보낼게요.
비가 오면 손을 뻗고요, 눈이 오면 혀를 내밀어주세요.
별이며 달이며, 자세히 보면 새로운 모양일 거예요.
제가 제 맘대로 디자인한 거예요.
좋다, 하고 말해주세요.
?그리운 목소리로 혜선이가 말하고, 시인 김소연이 받아 적다.

* 바람과 구름과 빛과 호연이와
-김호연(2학년 4반)

바람.
구름.
빛.
여긴 그래요.
바람은 엄마처럼 부드럽고
구름은 아빠처럼 두둥실 떠 있고
빛은 형처럼 환해요.
커다란 곡선을 그리며 날아와 나의 글러브 안에 착 감긴 야구공에는
짧은 편지가 적혀 있어요.
[내 아들 호연아,
16년 5개월, 짧지만 아들 땜에 참 많이 행복했다.
고마워. 미안하고 사랑해.]

(……)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어요.
보고 싶을 거예요.
애타게요.
그럴 때는 살짝 고개를 돌려 옆을 봐요.
내가 팔짱을 끼고 있을 테니까.
바람.
구름.
빛.
더러워질 줄 모르는 것들.
나는 그렇게 곁에 있을 테니까.
?그리운 목소리로 호연이가 말하고, 시인 신해욱이 받아 적다.

*
이번 시집에 참여한 서른네 명의 시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미정 박준 이원 이영주 박형준 정끝별 이우성 권현형 정영효 김민정 유현아 김소연 신해욱 박성우 허수경 이규리 서효인 민구 김선우 박연준 유형진 진은영 도종환 박상수 이병률 오은 이근화 이현승 김경인 이은규 나희덕 임경섭 박진성 신미나

앞으로도 아이들과 시인들과의 조우는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이름을 불러줘야 할 아이들이 아직 너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겨우 서른네 명, 고작 서른네 명, 간신히 서른네 명의 이름을 불러줬을 뿐입니다.

3. outro

눈물로 이 책을 마무리합니다.
감히 ‘눈물’이란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어 송구합니다.
그러나 그리운 아이들의 목소리를
시인들이 받아 적어야 했을 때
한 단어, 한 구절, 한 연, 그렇게 시 한 편,
투명하게 젖지 않은 페이지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건 책을 만드는 내내 제가 만져보아 압니다.
눈물에 눈물이 겹쳐 퉁퉁히 불어버린 종이,
제가 귀하디귀하게 모아봐서 압니다.

아이들은 얼마나 말하고 싶었을까요.
귀를 쫑긋 세우고 마음을 활짝 연 채
시인들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찾아들기를
몇 날 며칠 기다렸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불쑥 찾아왔다고 했고,
또 누군가에게는 쉬이 찾아들지 않아
몸살을 앓아야 했던 이도 꽤 되었다고 했습니다.

어찌되었든 다행스러운 건
지금 이 한 권의 책이 증명하듯
아이들과 우리들이
손에 손을 맞잡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지요.
아이들의 목소리를 우리들의 입으로
전하고 또 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기쁨이지요.

얼마나 순정한 아이들이었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따뜻한 아이들이었는지 모릅니다.
그 ‘착함’은 곧 ‘사랑’이니
그 ‘결’은 곧 ‘곁’과 다름 아니니
우리들과 아이들은 우주라는 교집합 안에서
꼭 껴안은 채 내내 공전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도와주신 분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생일마다 털실로 쫀쫀하게 짠 목도리처럼
체온 높이 모임을 꾸려주시고 모임을 이어주시는
안산 치유공간 ‘이웃’의 정혜신, 이명수 두 선생님을 비롯해
그곳을 내 집처럼 쓸고 닦아가며
돌아오는 아이들 생일마다 상을 차려주시고
아픈 유가족들의 고통을 제 몸과 나누시는
전국의 이웃치유자님들,
고맙습니다.

아이들과 우리들 사이를 최대한 진실한 목소리로 이어준
시인 여러분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의 생일은 계속 찾아옵니다.

많은 시인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합니다.
꼭 도와주셔야 합니다. 진심입니다.
책 표지의 모티프를 환한 감각으로 열게 해주신
화가 김선두 선생님,
제 능력을 재능 이상으로 기부해주신
한혜진 표지 디자이너, 이주영 본문 디자이너,
김필균 프리랜스 에디터,
고맙습니다.

무엇보다 인쇄를 책임져주신
영신사 홍사희 사장님,
우리들의 이 마음 담금에 동참하게 해줘서
오히려 영광이라며 두 손을 따뜻이 잡아주셨지요.
더불어 한솔피앤에스 대표님,
아무리 종이가 흔해졌다 해도
나무의 맨 살결이란 늘 그 첫 떨림이잖아요.
배려해주셔서 부담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책으로 발생하는 모든 인세 수익은
다시금 이 책을 만드는 데 쓰입니다.
보통 시집의 두 배 정도의 분량을 가진 이 책의 가격을
보다 많은 분들이 보다 마음 편히 구입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낮출 수 있었던 데는,
취지에 동참해주신 여러분들의 기꺼움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정말이지……
고맙습니다.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게
영원히 잊히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제 욕심이자 제 바람입니다.
우리도 언젠가는
영원히 잊고 잊힐 존재가 아니던가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아이들의 추움을 껴안아주세요.
아이들이 그러잖아요.
엄마. 나야. 라고.

2015년 12월
모두의 마음을 대신하여 꿰매고 엮은
김민정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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