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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한국사회를 움직인 대법원 10대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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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 창비 | 2015년 12월 03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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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5년 12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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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4.96MB 파일/용량 안내
ISBN13 978893647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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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56년 부산 출생.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81년부터 판사로 일했다. 2004년에는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법관이 되었고, 6년간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여 ‘소수자의 대법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우리 사회의 정의 확립에 큰 영향을 미치고 대중에게는 ‘김영란... 1956년 부산 출생.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1981년부터 판사로 일했다. 2004년에는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법관이 되었고, 6년간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여 ‘소수자의 대법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우리 사회의 정의 확립에 큰 영향을 미치고 대중에게는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입안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학생들과 만났고, 2019년 4월부터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으로, 9월부터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김영란의 열린 법 이야기》 《판결과 정의》 《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가 있고, 함께 쓴 책으로 《김영란법, 김영란에게 묻다》 《문학과 법》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등이 있다. 청조근정훈장, 한국여성지도자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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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법관 김영란,
스스로의 판결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다

김영란 전 대법관은 2004년 우리나라 사법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되어 6년간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노력해 ‘소수자의 대법관’이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전수안 대법관과 함께 이른바 ‘독수리 5남매’로 불리며 대법원 내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내어 대법원을 활발한 논쟁의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10년 퇴임 당시에도 법조계의 관행이던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아름다운 퇴임’으로 사회적 찬사를 받았고, 퇴임 후 2011년부터 2년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는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처벌할 수 있게 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제안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어낼 방안으로 기대를 모았다. 2013년부터는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는 김영란 전 대법관이 처음 펴내는 단독 저서로, 대법관 시절 저자가 직접 관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가운데 사회적으로 의미가 큰 대표적 판결들을 꼽아 이를 통해 대한민국과 사법부의 현실을 조명하는 책이다. 이 사건들은 판결 당시에도 커다란 사회적 관심과 논쟁을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이후에도 다른 판례와 입법, 정책 등에 많은 영향을 끼침으로써 우리 사회의 향방을 좌우해온 결정적인 사건들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각각의 판결을 현재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다시 읽으면서 판결에 담긴 법의 논리뿐 아니라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배경과 논의, 판결 이후의 변화, 비슷한 외국의 사례와 연관된 문학작품, 영화 등을 두루 살피며 풍부한 논의를 더한다. 나아가 당시에는 밝힐 수 없었던 판결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와 비판, 반성까지 가감없이 털어놓기도 한다.
외국에서는 대법관 퇴임 후 그 경험을 바탕으로 활발하게 저술활동을 하면서 주목할 만한 저서들을 펴내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전직 법관의 전관예우가 병폐로 지적되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의미있는 활동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에세이와 같은 회고담이 아니라 스스로 관여한 재판에 대해 그 과정과 내용을 상세하게 다루면서 자신의 의견을 표명한 경우는 전례가 없는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이 책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에는 하나하나의 판결에 대한 논의뿐 아니라 각 사안마다 대립하는 가치들 간의 타협을 모색해야 하는 법관으로서의 고뇌가 생생하게 드러나 있어 주목을 끈다. 특히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의 사법부의 역할, 우리 사회의 법과 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한 저자의 깊은 고민과 성찰은 우리 사회가 귀를 기울여야 할 소중한 문제의식이다.

삼성 사건, 종교의 자유 논쟁, 성소수자 차별 문제…
대법원 판결로 보는 대한민국의 현주소

이 책에서 다루는 판결들은 지금도 쟁점으로 남아 있는 출퇴근 재해(9장)와 퇴직금제도의 문제(10장)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사례들부터,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되는 대기업 지배구조의 문제(2장)와 사학비리(5장), 여전히 첨예한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는 존엄사(1장)와 표현의 자유(3장), 종교의 자유 논쟁(4장), 사회 변화에 따른 법 해석의 문제를 제기하는 성소수자 차별(6장)과 제사 문제(7장), 개발에 따른 환경 문제(8장) 등, 그때마다 찬반 격론 속에서 우리 사회를 움직여온 판결들로서 기억에 생생한 사건들을 포함하고 있다. 각각의 판결들 속에서 다수의견, 반대의견, 별개의견, 보충의견 등으로 나뉘어 치열하게 진행되는 논쟁의 과정은 그 자체로 다양한 사회적 주장 사이의 논리적 경합을 현장중계하듯 보여주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또한 저자가 “법률가가 아닌 사람들도 흥미를 느낄 만한 판결들을 비교적 비법률적인 시각에서 설명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힌 것처럼, 복잡한 법 논리에 갇히지 않고 사회 일반의 관점에서 판결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서술도 읽는 이의 흥미를 자아낸다. 그 과정에서 사회의 흐름과 함께하거나 혹은 지체하고 혹은 역행하는 법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변화해가야 할 방향을 가늠해보게 되는 것도 유익한 일이다.
책에 실린 판결들은 모두 저자 자신이 다수의견 또는 소수의견의 편에 서서 전원합의체 판결에 참여했던 것이다. 저자는 당시의 논의를 정리하면서 때로는 반대쪽 의견에 대해 완곡하면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기도 하고, 판결 이후에 얻은 생각을 보태며 당시의 논의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삼성 그룹의 신주 저가발행을 통한 지배권 세습과정이 문제가 된 사건에 대한 판결(2장 ‘주식회사는 누구의 것인가’)에서는 다수의견이 ‘주주배정’이냐 ‘제3자배정’이냐라는 형식만을 문제삼아 명백한 실질적 문제를 눈감아주었다고 비판하고, 사학비리로 물러난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의 복귀를 가져온 2007년 대법원 판결(5장 ‘교육의 공공성 vs 사립학교의 자율성’)에 대해서는 김문기 등 이미 퇴임한 이사들이 이후 상지대의 정식이사 선임과 관련해 이해관계를 지닌다고 한 다수의견의 논리가 기존 소송법상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너무도 예외적인 이론’이었다고 따끔하게 비판한다. 또 환경보전의 가치에 대해 개발논리의 편을 들어준 새만금 사건(8장 ‘환경의 가치 vs 대규모 국책사업의 가치’)의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이미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사업은 중단할 수 없다는 당위성이 은연중 그 이면에 작용했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또한 법 해석에서 하나의 가치나 지향이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다원적인 가치들 사이의 조화와 타협을 모색하는 태도를 내세운다. 고등학교의 일방적인 종교교육이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결한 사건(4장 ‘종교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는가’)에서 학생의 자유가 침해당한 사실만 인정할 것이 아니라 ‘학생의 종교의 자유’와 ‘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 모두가 최대한 효력을 유지할 수 있는 선을 찾는 방법론이 중요함을 역설하는 것이 그런 예이다. 더불어 사회의 변화에 따라 그 합의점이 점차 달라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또한 강조하기를 잊지 않는다. 성소수자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하는 현재의 사회 통념(6장 ‘성소수자의 기본권 vs 사회 통념의 한계’), ‘제사주재자’를 둘러싼 사회적 의식의 현재(7장 ‘변화하는 전통과 장남의 권한’)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앞으로의 변화에 희망을 거는 대목 등에서 변화에 열린 관점을 강조하는 태도를 읽을 수 있다.
결국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법의 해석과 적용에 고정된 정답은 없으며,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과 문화, 인식의 흐름에 발맞추어 조금 더 합리적인 결정을 찾기 위해 애쓰는 것이 법률가의 일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국민주권과 기본권 보호라는 법의 근본 원리가 놓여 있다.

법의 해석과 적용이 확실한 정답이 있는 작업이라는 생각은 변해온 법제도와 법 해석들에 대해 설명하지 못한다. 요즈음처럼, 또 우리나라처럼 사람들의 생각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그 생각들이 제도 속으로 즉시즉시 반영되는 사회에서는 더구나 그렇다. 이런 속도의 사회에서 법은 변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매달리거나 법의 원리를 형식적으로만 해석하고 적용한다면, 근대법의 토대인 국민주권, 기본권 보호의 원리는 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294면)

헌법이 보장하는 소수자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것이 사법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는 저자의 신념 또한 국민주권과 기본권 보호라는 헌법정신과 법치주의에 바탕하고 있다. 다수결에 의해 선출되는 대표자들과 달리 임명되는 판사는 소수자를 보호해야 할 정치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 ‘헌법에 나타난 국민의 의사’를 찾아 이를 실현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할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예리하고 균형 잡힌 논리를 견지하면서도 변화를 읽어내는 유연한 시각을 통해 법의 정신을 지키기 위한 고민을 멈추지 않는 저자의 오랜 성찰이 오늘의 우리 사회에 더욱 값지게 다가온다.

한국사회를 움직인 대법원 논쟁들

존엄하게 죽을 권리 vs 생명을 보호할 의무: 김 할머니 사건
우리 사회에 존엄사와 관련한 본격적인 논의를 불러일으킨 ‘김 할머니 사건’은 2008년, 평소 자연스러운 죽음을 희망해온 김 할머니의 가족들이 병원에 연명치료 중단을 요구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개인의 권리와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가 대립한 사례로, 안락사를 허용하는 몇몇 국가들과는 달리 자살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 법률에서는 ‘회복할 수 없는 죽음의 단계’에 들어섰을 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둘 권리만이 인정되었다. 이 판결을 계기로 연명치료 거부에 대한 법률과 제도 등이 논의되기에 이르렀으나, 일반적인 의미의 안락사는 여전히 허용되지 않고 있다. 존엄사 또는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이러한 법률적 쟁점은 의학의 발달로 인해 죽음의 경계가 연장되고 모호해짐에 따라 대두되기 시작한 것으로, 한편으로는 죽음의 판정, 즉 생명의 경계가 주권권력의 범위에 포섭되어가는 과정으로 읽을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주식회사는 누구의 것인가: 삼성 사건

삼성 사건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저가발행을 통한 삼성그룹의 교묘한 지배권 세습과정이 문제가 되어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발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다. 2000년 이건희 회장에 대한 고소로부터 2007년의 삼성 특검, 2009년 대법원 판결과 이건희 회장의 사면에 이르기까지 장장 10년에 걸쳐 이어진 법정 공방은 그 자체로 많은 곡절과 논란이 따르기도 했다. 저자는 삼성 사건의 본질을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의 실화를 다룬 영화 「소셜 네트워크」와의 비교를 통해 설명하면서,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을 구분해 회사에 대한 배임죄 성립 여부가 쟁점이 되었던 대법원 판결의 과정을 소개한다. 그 과정에서 주주배정이냐 제3자배정이냐라는 형식에 경도되어 실질적으로 명백하게 드러난 문제를 눈감아준 다수의견의 논리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그보다 주식회사의 본질과 우리나라 대기업의 근원적 문제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했다고 평가한다. 즉, 삼성 사건은 주식회사라는 형식을 갖추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배주주의 개인기업과 다름없는 우리나라 재벌 지배구조의 문제를 법적으로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라는 과제를 우리에게 남긴 사건이라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포털사이트 명예훼손 사건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의 문제는 세계적으로도 논쟁의 역사가 길다. 우리나라의 명예훼손 관련 법률은 민사상 책임뿐 아니라 형사상 책임도 함께 물을 수 있고 허위가 아닌 ‘사실’을 밝힌 경우에도 명예훼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어서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 문제는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더욱 첨예하게 떠오르고 있는 문제로, 포털사이트의 명예훼손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해 이슈가 되었던 2009년의 대법원 판결은 전통적인 언론기관이 아닌 포털사이트에 명예훼손적 기사나 댓글에 대한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정면으로 논의함으로써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대법원은 포털사이트는 언론사의 기사를 저장, 선별해 게재하는 적극적인 기능을 하고 있으며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특성상 불법적인 게시물로 인한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포털사이트의 관리의무를 중대하게 평가했다. 이 판결 이후 포털사이트의 정책과 관련 법규 등에 변화가 생기는 등, 이 사건은 이후 인터넷 공간의 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종교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는가: 양심적 병역거부와 K군 사건

종교의 자유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는 것은 양심과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로, 이는 국제적인 인권 문제로도 지적되고 있다. 다만 사립고등학교의 일방적인 종교교육을 거부할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인정한 유명한 ‘K군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종교교육과 관련된 종교의 자유 수준을 어느정도 높이는 성과를 낳았다. 이는 학생들에게 특정한 종교를 선교할 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와 종교를 믿지 않을 학생의 ‘종교의 자유’가 충돌한 사례로, 대법원의 논의는 두가지 충돌하는 기본권 사이의 양립과 조화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미성년자인 학생의 종교의 자유는 어디까지인지, 평준화제도에 따라 강제로 학생들을 배정받는 학교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대두되었고, 나아가 강제배정제도의 정당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되었다.

교육의 공공성 vs 사립학교의 자율성: 상지대 사건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지대 사태는 사학비리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사학비리로 인해 김문기 전 총장 등이 물러나고 10년 이상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되어오던 상지대는 2003년 정식이사를 선임하며 학교운영 정상화를 추진해가고 있었으나, 김문기 등 종전이사들이 ‘임시이사들에 의한 정식이사 선임은 무효’임을 주장해 공방이 이어졌다. 2007년의 대법원 판결은 결국 구재단 측의 손을 들어주어 김문기 전 총장의 복귀를 가져오는 결과를 낳았다. 재판에서는 이미 퇴임한 이사들에게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가, 임시이사들에게 정식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있는가가 쟁점이 되었다. 첫째 문제와 관련해 저자는 김문기 등 이미 퇴임한 이사들이 이후 상지대의 정식이사 선임과 관련해 이해관계를 지닌다고 한 다수의견의 논리가 기존 소송법상 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너무도 예외적인 이론’이었다고 따끔하게 비판하며, 둘째 쟁점과 관련해서는 이사회의 인적 연속성이 학교법인의 본질이라는 다수의견의 논리에 강한 의문을 표시한다. 실제로 이 사건 판결의 다수의견은 이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해 사실상 부정되고 말았고, 이와 관련해 저자는 사학법 개정·재개정을 둘러싼 당시의 정치적 공방 속에서 대법원이 취한 태도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성소수자의 기본권 vs 사회 통념의 한계: 성전환자 성별정정 사건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적 소수자는 여전히 대표적인 사회적 약자에 속한다. 우리 법에서 성적 소수자 문제가 정면으로 다루어진 것은 아직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문제에 국한되어 있고, 다른 문제들은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상황이다. 2006년의 한 판결에서는 10년 이상 전환된 성으로서 가정을 이루어 살아온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 정정을 허용함으로써 미흡하나마 성소수자의 헌법상 권리가 인정되었으나, 이어 2011년의 다른 판결에서 대법원은 혼인 중이고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성별 정정을 허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소수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보다 사회적 다수의 인식과 법적 안정성을 우선한 셈이다. 저자는 이를 겉모습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지적하면서, 타고난 ‘다름’을 드러내는 것을 가로막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다. 그리고 성적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문화적 배경과 의학의 발전에 따라 시대를 거듭하며 변화해왔음을 상기시키며,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과 법률도 변화에 대해 열려 있어야 할 것임을 역설한다.

변화하는 전통과 장남의 권한: 호주제 폐지 이후의 관습법

전통과 관습에 대한 사회의 의식이 변화하면 법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 전통이 헌법의 기본 원리에 반하는 것이라면 더욱 법적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민법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되었던 호주제가 오랜 갈등 끝에 2005년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 그 예이다. 호주제를 중심으로 한 가족법 체계는 그 자체가 전통인지 일제의 재해석으로 왜곡된 것인지 많은 논란이 있으며, 제사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여러 문제도 호주제로부터 이어지는 전통과 관습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민법에 규정된 ‘제사주재자’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 2008년의 대법원 판결에서는 장남이 제사주재자가 된다는 관습을 무효로 하고 상속인들 간의 협의에 의한 방법을 제시했으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장남이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이 사회 통념에 맞는다고 해 비판의 소지를 남겼다. 그러나 제사제도 자체가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는 전통의 하나인 만큼, 저자는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에 따라 판결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환경의 가치 vs 대규모 국책사업의 가치: 새만금, 천성산, 4대강

새만금, 천성산, 4대강 사업은 우리 기억에 생생한 대표적인 대규모 국책사업들이다. 모두 커다란 사회적 반발에도 불구하고 개발논리를 앞세워 강행되었고, 대개는 애초 목적한 경제적 이익보다 그 피해를 보전하는 데 많은 공력을 들여야 하는 결과를 낳았다. 저자는 새만금 사건의 쟁점을 중심으로 국책사업의 경제적 가치와 환경의 가치가 충돌한 판결의 과정을 분석한다. 당사자가 아닌 환경단체에 소송 자격이 있는가, 사업의 경제성 등에 대한 사정 변경이 사업을 취소할 만한 사유에 해당하는가 하는 점 등이 주요한 쟁점이 되었다. 새만금 사업은 당시에도 이미 자연환경 훼손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었고, 향후 수질 관리를 위해 당시까지 투입된 비용보다 훨씬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는 사실도 분명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은 국가의 사업을 중단시키려면 법적 절차에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거나 환경 파괴로 인한 손실이 사업으로 얻을 이득에 비해 막대하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어야 한다며 개발 가치를 우선시하는 결론을 내렸다. 저자는 이에 대해 현재 시점에서는 산정하기 어려운 미래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요청한다.

출퇴근, 업무의 연장인가 아닌가: 출퇴근 재해에 대한 사회적 합의

출퇴근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문제는 최근까지도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 있다. 산재보험법은 일반 근로자의 출퇴근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 군인의 경우와 비교해 형평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며, 그간의 판례와 입법 취지에 비추어보아도 불합리한 해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의 다수의견은 산재보험의 재정부담을 이유로 들어 산재보험 보장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놓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는 출퇴근 재해 문제와 같은 사회복지와 사회보장은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그 범위가 정해져야 한다는 사회권적 기본권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후 입법과정에서의 진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사법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을 남기기도 했다.

퇴직금은 무엇을 보장해야 하는가: 퇴직금 분할지급 사건

퇴직금을 연봉에 포함해 미리 지급하기로 한 계약의 효력이 문제된 사건은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고 퇴직금 중간정산이 엄격히 제한된 현재와는 사정이 달라졌지만, 퇴직금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판결로서 여전히 중요한 시사점을 지닌다. 2010년의 대법원 판결은 퇴직금 분할약정은 근로기준법에 위배되는 것이어서 무효라는 종전의 판례를 따르면서도, 그에 따라 이미 지급된 퇴직금 명목의 돈이 임금인지 부당이득인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이루어진 판결이었다. 다수의견은 결국 그 금액이 부당이득이기 때문에 회사가 지급해야 할 퇴직금에서 일부 공제되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실질적으로는 퇴직금 분할지급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다수의견의 논리가 공법과 사법의 중간 영역인 사회법적 시각이 필요한 문제를 철저하게 민법적인 논리로만 판단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사회적·제도적 변화에 대법원이 열려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되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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