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이후 당대 최고로 손꼽히는 천체 물리학자, 퍼시벌 말로. 그는 생애 최대의 업적이 될 놀라운 논문을 완성 단계에 두고 있지만, 노환으로 악화된 우울증과 심장병으로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한때는 성공한 신경외과 의사로 명성을 날렸던 칼 도닝. 어느 날 환자의 뇌에서 종양 제거 수술을 하던 도중 기억을 이식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자, 그날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기억 이식에 관한 연구에만 매달린다. 지난 20년간의 노력 끝에 최근에는 드디어 인간의 기억을 다른 두뇌에 이식하는 비밀스러운 방법을 발견해낸다.
누군가의 신체에 기증자의 뇌를 주입시킬 수만 있다면, 인간은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기억 기증자의 성격과 기억, 그리고 존재를 규정하는 모든 생각들이 기억 수혜자의 경험과 기억을 궁극적으로 대체하기 때문에 기억 수혜자의 인생은 사라지게 된다. 이런 반(反)윤리적인 문제로 칼 도닝은 당국의 지원을 거부하고, 퍼시벌 말로에게 자금을 지원 받아 비밀리에 연구를 진행시켜 왔다.
칼 도닝은 파시벌 말로의 기억을 기증받을 수혜자를 찾는 일에 고심하던 중 우연히 도로에서 구걸하고 있는 11살의 맥시코계 소년, 미구엘 산체스를 만나게 된다. 미구엘 산체스는 하루종일 노숙자 청소년들과 어울려 다니며 행인들에게 구걸하여 돈을 벌지만, 그마저 술 주정뱅이 아버지가 뺏어가고, 엄마는 마약 과용으로 재활 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자주 만날 수 없다. 기억 이식을 받기에 이상적인 연령인데다가 마땅히 돌봐주는 부모가 없다는 점에서 미구엘 산체스가 피실험자로 적격이라고 생각한 칼 도닝. 그는 미구엘 산체스에게 위대한 과학자 퍼시벌 말로의 집에 머물면서 그와 친해지기만 하면 부와 명예는 물론 지구상에서 가장 명석한 두뇌를 지닌 인물로 만들어 주겠다는 제안을 하고, 마땅히 갈 곳이 없었던 미구엘은 그 거래에 응한다.
미구엘 산체스와 함께 지내게 된 퍼시벌 말로는 미구엘의 순수함과 영특함에 매료되어 자신의 기억을 이식 받으면 영원히 사라져버릴 아이의 존재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기억 이식 수술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미구엘의 몸을 빌어 다시 태어난 말로 퍼시벌 말로는 숨바꼭질을 하듯 미구엘과 번갈아가며 존재를 확인하게 되는데, 이 전환기에 우위를 차지하는 의식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잘 아는 칼 도닝은 퍼시벌 말로의 의식을 자극하여, 불러낼 수 있는 확실한 매개체를 찾아낸다.
칼 도닝은 지난 추억을 많이 떠올릴수록 파시벌 말로의 기억 연상 작용이 강해진다고 생각하여, 그와 함께 그의 대학을 찾아 간다. 파시벌 말로는 대학 시절의 열정을 회상하며 즐거워 하지만, 이내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노벨 수상자로 존경과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실상은 오만과 독단으로 모든 사람의 비난을 받았다는 것. 그의 절친했던 동료들은 물론, 촉망받는 그의 제자들까지도 그를 뒤에서 조롱하고 있었다.
자기에 대해 몰랐던 평판을 알게 되면서 충격에 휩싸인 퍼시벌 말로는 가정부 나탈리 앞에서 칼 도닝의 연구에 대한 정보와 자신이 파시벌 말로라는 사실을 취중에 폭로해 버린다. 칼 도닝은 나탈리가 경찰에 신고할 것을 염려하여 퍼시벌 말로를 자신의 집으로 피신시키지만, 이내 나탈리의 신고를 받은 아동복지국 데이비스 형사에 의해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 과정에서 파시벌 말로는 몸을 숨기기 위해 미구엘 산체스와 몰려다니던 청소년 노숙자 무리들을 찾아가게 되고, 미구엘의 엄마와 술 주정뱅이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파시벌 말로는 비록 마약 과용으로 재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아들에 대한 애정만은 깊은 미구엘의 어머니를 보며, 아이에게 가정이 있었다는 것, 아이가 미래를 갖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미구엘의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보게 된다. 다시 한 번 자신들이 저지른 과학의 만행으로 미구엘의 인생을 송두리째 뺏어버린 것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을 느낀다.
엄마의 품에서 다시 의식을 회복하는 미구엘 산체스. 이제 자칫하면 칼 도닝의 피실험자로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한 미구엘은 위대한 과학자의 인생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자신이 존재하는 미래를 가꾸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이내 그를 찾아낸 칼 도닝에 의해 퍼시벌 말로로 돌아간다.
퍼시벌 말로는 미구엘의 인생을 위해서라도 실험을 중단할 의사를 내비치지만, 여전히 과학자로서의 명예와 탐욕에만 집착하는 칼 도닝을 통해 퍼시벌 말로는 과학적 발견보다 더 중요한 인간적인 삶과, 그 삶 속에서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삶이 얼마나 더 가치 있는 삶인지에 대해 깨닫게 된다.
그는 최고의 역작이 될 마지막 논문을 완성하는 것으로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미구엘 산체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몇 가지 처리한 뒤 불필요하게 길어졌던 그의 삶을 마무리하기로 결단을 내린다.
파시벌 말로의 노력으로 미구엘 산체스는 다시 기억을 회복하게 되고, 파시벌 말로가 그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를 통해 칼 도닝이 왜 전국에 수배되어 있는지, 어떻게 다시 자신의 의식으로 돌아올 수 있었는지, 퍼시벌 말로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선물을 주었는지 알게 되고 그에게 감사한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 상대성 이론을 정립한 아인슈타인, 그리고 블랙홀 이론을 바꾼 스티븐 호킹. 이들의 이론은 과학의 진일보는 물론,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이들 중 상대성 원리와 중력에 관한 이론으로 과학을 철학의 장으로까지 끌어들인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이론으로 인해 인류에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제조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과학과 윤리’라는 아주 오래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br/><br/>마크 웨이클리의 소설 『아인슈타인을 위하여(An Audience for Einstein)』는 바로 ‘과학과 윤리’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지식과 기술에 대한 과도한 욕망 때문에 파멸에 이르는 21세기형 프랑켄슈타인 칼 도닝 박사, 자신의 논문 완성을 위해 그릇된 선택을 하게 된 퍼시벌 말로 교수, 그리고 이 두 어른들의 맞은편에 서서 자신의 소박한 소망을 되찾고자 한 꼬마 아인슈타인 미구엘 산체스. 과학소설의 주 소재인 ‘기억 이식’을 모티브로 세 명의 문제적 등장인물들이 엮어가는 이 소설은 우리에게 ‘과학과 의학의 발전이 우선이냐, 아니면 생명윤리가 우선이냐’하는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다. <br/><br/>저자 마크 웨이클리의 풍부한 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간호사, 물리학자, 그리고 신경외과 의사와의 면담 등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쓰인 이 소설은 진정한 가치는 무엇이며,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지, 그리고 발전 논리 대신 오로지 진실의 힘으로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는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