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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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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며

김훈 산문

[ 양장 ]
김훈 | 문학동네 | 2015년 09월 30일 리뷰 총점8.5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3점
편집/디자인
4.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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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5년 09월 30일
판형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쪽수, 무게, 크기 412쪽 | 505g | 128*188*30mm
ISBN13 9788954637770
ISBN10 8954637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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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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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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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1948년 5월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인 김광주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였으나 정외과와 영문과를 중퇴했다. 1973년부터 1989년 말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사회부장, 편집국장, 심의위원 이사, 국민일보 부국장 및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사회부 부국장급으로 재직하였으며 2004년 이래로 전업작가로 활... 1948년 5월 경향신문 편집국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인 김광주의 아들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를 졸업하고 고려대에 입학하였으나 정외과와 영문과를 중퇴했다. 1973년부터 1989년 말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사회부장, 편집국장, 심의위원 이사, 국민일보 부국장 및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한겨레신문 사회부 부국장급으로 재직하였으며 2004년 이래로 전업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휘문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산악부에 들어가서 등산을 많이 다녔다. 인왕산 치마바위에서 바위타기를 처음 배웠다 한다. 대학은 처음에는 고려대 정외과에 진학했다.(1966년). 2학년 때 우연히 바이런과 셸리를 읽은 것이 너무 좋아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정외과에 뜻이 없어서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영시를 읽으며 영문과로 전과할 준비를 했다. 그래서 동기생들이 4학년 올라갈 때 그는 영문과 2학년생이 되었다. 영문과로 옮기고 나서 한 학년을 다니고 군대에 갔다. 제대하니까 여동생도 고대 영문과에 입학했다. 당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집안이 어려운 상태라 한 집안에 대학생 두 명이 있을 수는 없었다. 돈을 닥닥 긁어 보니까 한 사람 등록금이 겨우 나오길래 김훈은 "내가 보니 넌 대학을 안 다니면 인간이 못 될 것 같으니, 이 돈을 가지고 대학에 다녀라"라고 말하며 그 돈을 여동생에게 주고, 자신은 대학을 중퇴했다.

김훈 씨는 모 월간지의 인터뷰에서 문학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피력하기도 했다. "나는 문학이 인간을 구원하고, 문학이 인간의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는, 이런 개소리를 하는 놈은 다 죽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이 무슨 지순하고 지고한 가치가 있어 가지고 인간의 의식주 생활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 현실을 관리하고 지도한다는 소리를 믿을 수가 없어요. 나는 문학이란 걸 하찮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이 세상에 문제가 참 많잖아요. 우선 나라를 지켜야죠, 국방! 또 밥을 먹어야 하고, 도시와 교통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애들 가르쳐야 하고, 집 없는 놈한테 집을 지어줘야 하고…. 또 이런 저런 공동체의 문제가 있잖아요. 이런 여러 문제 중에서 맨 하위에 있는 문제가 문학이라고 난 생각하는 겁니다. 문학뿐 아니라 인간의 모든 언어행위가 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펜을 쥔 사람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생각해 가지고 꼭대기에 있는 줄 착각하고 있는데, 이게 다 미친 사람들이지요. 이건 참 위태롭고 어리석은 생각이거든요. 사실 칼을 잡은 사람은 칼이 펜보다 강하다고 얘기를 안 하잖아요. 왜냐하면 사실이 칼이 더 강하니까 말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 그런데 펜 쥔 사람이 현실의 꼭대기에서 야단치고 호령할려고 하는데 이건 안 되죠. 문학은 뭐 초월적 존재로 인간을 구원한다, 이런 어리석은 언동을 하면 안 되죠. 문학이 현실 속에서의 자리가 어딘지를 알고, 문학하는 사람들이 정확하게 자기 자리에 가 있어야 하는 거죠" 그가 글을 쓰는 이유는 "나를 표현해 내기 위해서"이며 또 "우연하게도 내 생애의 훈련이 글 써먹게 돼 있으니까" 쓰는 것이라 한다. 그의 희망은 희망이 여러 가지 있는데 첫 번째가 음풍농월하는 것이라 한다. 또 음풍농월 하면서도 당대의 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훈이 언어로 붙잡고자 하는 세상과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선상에서 밧줄을 잡아당기는 선원들이기도 하고,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있는 자기 자신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민망하게도 혹은 선정주의의 혐의를 지울 수 없게도 미인의 기준이기도 하다. 그는 현미경처럼 자신과 바깥 사물들을 관찰하고 이를 언어로 어떻게든 풀어내려고 하며, 무엇보다도 어떤 행위를 하고 그 행위를 하면서 변화하는 자신의 몸과 느낌을 메타적으로 보고 언어로 표현해낸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남진우는 그를 일러 '문장가라는 예스러운 명칭이 어색하지 않은 우리 세대의 몇 안되는 글쟁이 중의 하나'라고 평하고 있기도 하다.

1986년 [한국일보] 재직 당시 3년 동안 [한국일보]에 매주 연재한 것을 묶어 낸 『문학기행』(박래부 공저)으로 해박한 문학적 지식과 유려한 문체로 빼어난 여행 산문집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으며 한국일보에 연재하였던 독서 산문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1989) 등의 저서가 있으며 1999∼2000년 전국의 산천을 자전거로 여행하며 쓴 에세이 『자전거여행』(2000)도 생태·지리·역사를 횡과 종으로 연결한 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그의 대표 저서로는 『칼의 노래』를 꼽을 수 있다. 2001년 동인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전략 전문가이자 순결한 영웅이었던 이순신 장군의 삶을 통해 이 시대 본받아야 할 리더십을 제시한다. 영웅 이순신의 드러나 있는 궤적을 다큐멘터리식으로 복원하여 현실성을 부여하되, 소설 특유의 상상력으로 이순신 1인칭 서술을 일관되게 유지하여 전투 전후의 심사, 혈육의 죽음, 여인과의 통정, 정치와 권력의 폭력성, 죽음에 대한 사유, 문(文)과 무(武)의 멀고 가까움, 밥과 몸에 대한 사유, 한 나라의 생사를 책임진 장군으로서의 고뇌 등을 드러내고 있다.

이외의 저서로 독서 에세이집 『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 『풍경과 상처』,『자전거여행』,『원형의 섬 진도』, 시론집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밥벌이의 지겨움』,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 『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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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1975년 2월 15일의 박경리」중에서

출판사 리뷰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소외된 노동으로 밥을 먹었다.”
아,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책의 표제글이 된 「라면을 끓이며」는 매 해 36억 개, 1인당 74.1개씩의 라면을 먹으며 살아가는 평균 한국인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이자, ‘거리에서 싸고, 간단히, 혼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세상에는 식사와 사교를 겸한 번듯한 자리에서 끼니를 고상하게 해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거리에서 밥벌이를 견디다가 허름한 분식집에서 홀로 창밖을 내다보면서, 혹은 모르는 사람과 마주앉아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도 있다. ‘목구멍을 쥐어뜯는’ 매운 국물들을 빠르게 들이켜고는 각자의 노동과 고난 속으로 다시 걸어들어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엔 더 많다.
“있건 없건 간에 누구나 먹어야 하고, 한 번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때가 되면 또다시, 기어이 먹어야 하므로” ‘한 달 벌어 한 달 살아가는’ 이들에게 라면은 뻔하고도 애잔한 음식이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라면을 먹어왔다. 거리에서 싸고 간단히, 혼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이다. 그 맛들은 내 정서의 밑바닥에 인 박여 있다.
모르는 사람과 마주앉아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 일은 쓸쓸하다. 쓸쓸해하는 나의 존재가 내 앞에서 라면을 먹는 사내를 쓸쓸하게 해주었을 일을 생각하면 더욱 쓸쓸하다. 쓸쓸한 것이 김밥과 함께 목구멍을 넘어간다.
이 궁상맞음을 비웃어서는 안 된다. 당신들도 다 마찬가지다. 한 달 벌어 한 달 살아가는 사람이 거리에서 돈을 주고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은 뻔하다.
라면이나 짜장면은 장복을 하게 되면 인이 박인다. 그 안쓰러운 것들을 한동안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공연히 먹고 싶어진다. 인은 혓바닥이 아니라 정서 위에 찍힌 문양과도 같다. 세상은 짜장면처럼 어둡고 퀴퀴하거나, 라면처럼 부박浮薄하리라는 체념의 편안함이 마음의 깊은 곳을 쓰다듬는다.
이래저래 인은 골수염처럼 뼛속에 사무친다. _본문에서

김훈의 밥 . 돈 . 몸 . 길 . 글

이 책은 김훈의 지난날을 이룬 다섯 가지의 주제에 따라 5부로 구성되어 있다. 밥, 돈, 몸, 길, 글. 이 다섯 개의 주제는 그의 문체처럼 간명하고 정직하다. 그 무엇도 덧댈 필요도, 덜어낼 수도 없는 이 단독한 세계 안에 김훈이 있다.

그는 「손1」에서 “나는 손의 힘으로 살아가야 할 터인데 손은 자꾸만 남의 손을 잡으려 한다”라고 썼다.
이 책은 자꾸만 남의 손을 잡으려드는 안쓰러운 손으로 현실의 얽히고설킨 관계들을 겨우 버티어내는 그와, 홀로 집필실에서 연필 쥔 손에 힘을 준 채 글을 써내려가는 그가 느껍게 만나는 자리이다.

지난날 한 인터뷰에서 김훈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글을 쓸 때 어떤 전압에 끌린다. 전압이 높은 문장이 좋다. 전압을 얻으려면 상당히 많은 축적이 필요하다. 또 그만큼 버려야 한다. 버리는 과정에서 전압이 발생한다. 안 버리면 전압이 생길 수 없다.”

이 책을 엮는 과정에서 그는 많은 글들을 버리고, 새로이 문장을 벼렸다. 그가 축적해온 수많은 산문들 가운데 꼭 남기고 싶은 일부만을 남기고, 소설보다 낮고 순한 말로 독자들에게 말을 걸고픈 그의 바람이 담긴 최근의 글들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이 책엔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을 고압전류가 흐른다.
김훈 문장의 힘은 버리고 벼리는 데서 온다. 이 책은 김훈이 축적해온 삶 위에, 가차 없이 버리고 벼린 그의 문장의 힘이 더해져, ‘김훈 산문의 정수’를 읽는 희열과 감동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산문집이다.

본래 스스로 그러한 것들을 향하여 나는 오랫동안 중언부언하였다. 나는 쓸 수 없는 것들을 쓸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헛된 것들을 지껄였다. 간절해서 쓴 것들도 모두 시간에 쓸려서 바래고 말하고자 하는 것은 늘 말 밖에 있었다. 지극한 말은, 말의 굴레를 벗어난 곳에서 태어나는 것이리라.

이제, 함부로 내보낸 말과 글을 뉘우치는 일을 여생의 과업으로 삼되, 뉘우쳐도 돌이킬 수는 없으니 슬프고 누추하다. 나는 사물과 직접 마주 대하려 한다.

2015년 여름은 화탕지옥 속의 아비규환이었다. 덥고 또 더워서 나는 나무그늘에서 겨우 견디었다. 그 여름이 가고, 가을이 또 와서 숙살肅殺의 서늘함이 칼처럼 무섭다.
낮고 순한 말로 이 세상에 말을 걸고 싶은 소망으로 몇 편의 글을 겨우 추려서 이 책을 엮는데, 또하나의 장애물을 만드는 것이 아닌지를 나는 걱정한다.
_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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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라면을 끓이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보**빛 | 2015-10-12

남편이 묻는다. "라면을 끓이며 라는 책도 있어? 책 제목 한번 특이 하네. 무슨책이야?"나는 이 물음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내가 처음 이 산문집을 맞딱들인건 본 사이트의 홍보창이었다. 아직 책이 출간조차 되지 않은 터라 예약 판매를 받는다며 예비독자들에게 몇일씩을 알려대고 있었다. 대체 어떤 작가가 글을 썼길래 예약 판매임에도 몇만부씩 팔아 버리고 사이트에선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책을 출간 하길래 이렇게 호들갑인지 나도 호기심이 들어 들여다 보게 되었고 결국은 배우믿고 보는 영화처럼 작가 믿고 책을 선뜻 구매 했다.

 

작가의 유명세와는 다르게 그의 새 산문집 표지는 소포용 우편봉투 재질로 단촐하게 둘러져 있었다. 그 안의 감춰진 몸체도 별 다른 특징없이 단순 했다. 그리고 그가 소개 하는 자신은 또 어떤가. 단 세줄로 자신을 요약 해 버리고 만다. 작가들이 새책을 출간할 때 의례적으로 부치는 문인들의 그 흔한 추천글 또한 없다. 그래서 나는 더욱이 먼저 알았어야 했다. 그의 정신적 세계와 그의 취향과 그가 전하는 이야기들과 그 방식들을. 음식점에 들어갈 때에도 간판의 모습에서 풍겨져 나오는 그 느낌을 보고 음식점에 들어 선다는 그는 자신의 산문집에서도 그 간판 처럼 표지를 사용 했다. 그랬다. 그는 표지에서 부터 말하고 있었다.

 

김밥을 먹으면서도 여러 재료를 다양하게 넣은 퓨전김밥은 싫고, 단무지나 우엉한줄을 넣은 깔끔한 김밥을 좋아 한다. 삼겹살 쌈 같이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입에 욱여 넣는 방식을 싫어 한다.그리고 라면을 끓이고 라면을 먹는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행위에서도 쓸쓸함의 감정을 찾아내어 그 쓸쓸함에 익숙해 졌거나 아니면 지각조차 하지 못한 독자에게 '맞아 나도 그랬지'라며 차마 웃지 못할 슬픈 공감을 일으키게도 한다. 라면이 처음 생기 던 때 돈도,먹을 것도, 없어서 '경건하게' 라면을 먹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팽창하는 지금은 돈도, 시간도, 없어서 '허겁지겁' 라면을 먹는다.

 

이 산문집은 5부로 구성이 되어 있다. 1부 「밥」은 13가지 소재로 가장 많은 소재를 등장 시키며 이 산문집에서 일종의 타이틀이다. 2부는 「돈」, 3부는 「몸」, 4부는「길」5부는「글」을 주제로 한다. 1부「밥」에서 라면 이야기를 필두로 하여 제 아비의 지난했던 삶을 적막한 심정으로 저자는 풀어 내었고 그의 최근 관심분야라 하는 바다이야기는 그 이름처럼 깊고 때론 아프고 아득하게 내게 전해져 왔다. 그의 글은 어떤 소재를 써내려감에 있어서는 꽤나 진지하고 엄숙하게 그것을 대하고 있었고 어떤 소재에 있어서는 마치 만화책을 보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웃어나가며 읽어 볼 수 있게 했다.

 

"슬픔도 시간속에서 풍화되는것이어서 40년이 지난 무덤가에서는 사별과 부재의 슬픔이 슬프지 않고, 슬픔조차도 시간 속에서 바래지는 또다른 슬픔이 진실로 슬펐고, 먼 슬픔이 다가와 가까운 슬픔의 자리를 차지 했던 것인데, 이 풍화의 슬픔은 본래 그러한 것이어서 울수 있는 슬픔이 아니다."

_1부「밥」 中 광야를 달리는 말,33쪽

 

"아,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배터리가 다 떨어지면 핸드폰은 꼬르륵 소리를 내면서 죽는다. 핸드폰이 죽는 소리는 가볍고 하찮다. 핸드폰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핸드폰이 꼬르륵 죽어 버리면 나는 문득 이제 그만 살고 싶어 진다. 내가 이 세상과 단절되는 소리가 이처럼 사소하다니. 꼬르륵...

_1부 「밥」 中 밥1, 70쪽

 

누군가를 잃어버려 본 이라면 오랜 세월이 지난뒤에 풍화되어진 슬픔이 무엇인지 금새 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본래 그러한 것이어서 울수 있는 슬픔이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 이러한 문장에 마음이 숙연해져 저 밑바닥에 와 닿으면 작가는 가라앉아 침울해진 독자의 마음을 어느새 알아 채고는 곧 몇 페이지 넘어 에선 이런 깨알 같은 유머를 쏟아내 놓는다. 꼬르륵 소리를 내며 거리에서 이내 방전되 버리는 핸드폰을 쥐고 있을 때 정말 딱, 이 심정인 것을 이렇게 유쾌하고도 귀엽게 풀어내어 슬픔으로 젖어 축축해진 독자의 마음을 어느새 산뜻 하게 말려 놓는다.

 

2부 「돈」에서 세월호를 언급한 것은 정말 신의한수였다. 그는 세월호 이야기를 열면서 본래 어둡고 오활하여, 닫힌 입으로 겨우 일신의 적막을 지탱하고 세상사를 입 벌려 말할 식견이 있을리 없고, 이러한 말 조차 아니함만 못하다 하였지만, 그는 충분히 세월호를 논리적인 입장에서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리고 소신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그가 다만 이런식의 서문을 연 것은 세월호에 희생된 수 많은 가엾은 넋들에 대한 슬픔과 회한이 교차되어 조심스런 심정에서 그러했으리라. 현 사회의 위선과 허위의 장치를 걷어 내어 그 진면을 들여다 보게 해 준 그의 세월호글을 읽어 나가니 내 가슴이 너무 아려왔다. 세상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위선이여서 그 말로 포장되어진 우리사회의 모습을 들추어 보니 막막한 심정이 들어 차라리 덮어 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분노 했지만 그래도 어찌하리. 한달 벌어 한달 살아가는 미약한 국민이라 분노해도 그 마침표는 자신의 마음속인 것을.

 

2부 「돈」세월호 이야기를 시작으로 돈을 소재로 한 글을 두편, 라파엘의 집, 서민 글을 읽어 나가다 보니 그 분노도 어느새 체념으로 바뀌어 버리고 만다. 현실에서도 그러 하듯이. 그렇게 공허해 질 때 쯤 3부 「몸」에서 들려주는 여자의 이야기는 다시 내 마음에 그러한 현실을 잊게 했다. 여자들의 화장하는 모습을 어떻게 이렇듯 신선한 시선으로 관찰해 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렇듯 유쾌하게 표현해 내는지 새삼 그의 글에 경의를 표한다.

 

"여자들은 아무데서나 막무가내로 콤팩트를 꺼내든다.(...)그 때 여자들은 마치 거울 밖 세상을 버리고 거울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화장을 마치고 나면 딸가닥 콤팩트가 닫히는 금속성 소리와 함께 여자들은 거울 밖 세상으로 나온다."

_3부「몸」中 여자2 239쪽

 

저자는 여자라는 생물에 여전히 관심이 많은 사내였다. 모두 7파트로 나누어 여자를 분류하고 바라 보고 있었다. 여자인 입장에서 사내작가가 보는 여자는 흥미로웠다. 여성성을 나타내게 하는 향,화장,젖가슴,탱크톱을 입은 젊은 여자부터 미녀를 뽑는 각종 미인대회,아줌마,목소리. TV프로그램 대부분 남자들의 활동이 두드러 진다. TV프로그램이 그러할 진대 사회생활의 문턱도 나이든 여자일수록 좁기는 매 한가지다. 그래서 때론 위축되기도 하는데 그의 글을 읽다보니 여자로서 자부심이 들기도 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남자지만 어쨌건 그 남자를 움직이는건 여자이므로.

 

이 책은 온전히 새로 엮어진 책이 아니라고 저자의 글에서 보았다. 앞서 출간된 몇권의 산문에서 몇가지 이야기를 가려 뽑고 거기에 새로 쓰여진 글을 실어 출간한 것이라고 했다. 그 글을 읽으니 이 산문집이 신곡으로만 구성된 새 앨범이 아닌 과거 인기곡을 구성해 넣은 베스트앨범 인것만 같아서 언찮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의 이 산문집을 계속 읽어 나가다 보니 이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이미 읽었을 이들에겐 다시 읽는 기쁨을, 처음 읽는 이들에겐 새롭게 읽은 기쁨을 분명히 선사 했기 때문이다. 산문집이 이렇게 고급된 문장들로 차려서 있어서 보는 내내 신세계를 경험하는 기분 이었다. 한문장 한문장 얼마나 긴시간을 숙고 해서 적어 썼을 작가의 노고를 생각 하면 이렇게 이 책을 평가하고 후기를 쓴다는 것도 조심스럽다. 왠지 모르게 고이 받들어 모셔놓아야 할 책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매달 밥을 먹을 수 있게 생활비를 벌어다 주는 사내인 남편에게 이제야 이 책에 대한 답변을 한다. 이 책은 이 사회에서 우리네 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우리네 삶 자체를 있는 그대로 표현해 내는 책이라고. 아, 밥벌이의 지겨움이 늘 우리를 엄습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묵묵히 살아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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