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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아 | 문학동네 | 2006년 01월 09일 리뷰 총점8.9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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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06년 01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317쪽 | 478g | 153*224*30mm
ISBN13 9788954600712
ISBN10 895460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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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소설가이자 번역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서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대에 등장한 젊은 작가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독특하다. 이화여대 화학과에 입학한 배수아는 국어 과목을 아주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는 자의식으로 인해 소설을 쓰게 됐다. 1993년 서점에서 단지 표지가 이쁘다는 이유로 우연히 집어든 문학잡지 [소설과 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이 당선되면서 ... 소설가이자 번역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서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대에 등장한 젊은 작가 가운데에서도 그녀는 독특하다. 이화여대 화학과에 입학한 배수아는 국어 과목을 아주 싫어했다. 그러던 어느 날 20대 후반으로 접어들었다는 자의식으로 인해 소설을 쓰게 됐다. 1993년 서점에서 단지 표지가 이쁘다는 이유로 우연히 집어든 문학잡지 [소설과 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취미로 글을 쓴다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문학적 엄숙주의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그의 문장은 당혹스럽고 생경하며 파격적이다. 배수아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온하고 불순한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다. 한결같이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늦된 아이들이며 주로 스무살 안팎의 주변적 존재이다. 이들은 사회규범에 적응하지 못하고 진화를 거부하는 인물이며 '스스로 선택한' 이상한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들의 신세대적 일상을 파고들며 신세대적 일상에 숨어 있는 존재의 어둠과 불안, 삶의 이중적 풍경에 대한 감각적 묘사로 일관하다. 체험과 사실성이 강조되던 우리 문학사에서 배수아는 은폐된 존재의 어둠을 탐사하며 독특한 개성을 갖춘 신세대 작가로 성장해왔고, 이제는 미적 성숙의 단계를 완성해가고 있다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는 이지적이면서 자기 주장이 강한 문체를 통해 남녀관계의 속물성을 파헤치고, 독신녀의 시선을 통해 보여지는 경제ㆍ섹스ㆍ결혼관ㆍ자기세계에 대한 솔직하고 쿨한 느낌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 사람의 첫사랑』에서 주인공들은 모두 사회로부터 버림받거나 스스로 추락중이다. 그들의 배후에는 일탈과 파격, 섬뜩한 비애가 차갑게 펼쳐져 있다. 세기말의 쓸쓸함과 밀봉된 희망, 피학적인 아픔이 한꺼번에 만져지는 작품이다.

『붉은 손 클럽』은 외형의 독특함을 넘어, 단자화된 관계에 상처받으면서도 결국 또 다시 사랑을 선택하는 인간의 심리, 사랑의 대상을 향한 비이성적 감성들, 일상에 물든 관계의 지리멸렬함을 포착해 내는 배수아의 섬세한 감성과 날카로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배수아의 감각적이고, 이미지적인 글쓰기가 잘 나타나 있다. 『심야통신』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녀 특유의 감각 더듬이로 포착하고 있는 창작집이다. 배수아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고 아무것에도 감동하지 않는 일상인의 내부에 꿈틀거리는 목마름과 허기를 이야기한다. 그녀는 후기 산업사회의 일련의 징후를 상징하고 허무주의적 인간형과 이미지와 기호로 점철된 우리 세대의 문제적인 서사 형식을 보여주면서 자기만의 자리, 자기만의 소설을 탄생시켰다.

『철수』는 인간 존재 안의 어둠과 생의 운명적인 폭력 속으로 더 한층 깊이 탐사해 들어가는 배수아 소설의 불온한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섬뜩한 생의 이면을 보아버린 자의 어둡고 서늘한 내면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이바나』는, 소설 속의 '나'가 외국 여행 중에 산 중고 자동차의 이름이다. 또, '그녀'로 불리는 이바나는 여행기를 편집하는 편집자에겐 신비의 여성이다. '이바나'는 어느 도시의 이름이기도 하고, 어느 지방에선 흔한 이름이기도 하다. 자신의 단편집 말미에, 배수아는 '나에게 제목이란 면상의 흉터와도 같아서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이 치명적이다. ...... 지금 나는 왜 모든 소설은 예외 없이 제목을 필요로 하는가 회의스럽다.' 고 말했다. 가장 짧은 제목이 가장 좋은 제목이라고도 했는데, 이 소설의 제목 '이바나'는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는 이 '이바나'는 내내 소설 속 화제의 중심인데 비해, 등장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뭉개져 있다. 나, K, B, 산나, Y...... '죽기 전까지는 대도시를 빠져나갈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견디는 불면의 밤을 섬뜩하게 그리고 있다.

이 외에도 『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 『뱀과 물』,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동물원 킨트』, 『이바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당나귀들』, 『독학자』, 『훌』, 『에세이스트의 책상』, 『북쪽 거실』, 『올빼미의 없음』, 『서울의 낮은 언덕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등을 썼다. 산문집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창작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그 사람의 첫사랑』 등과 장편소설 『랩소디 인 블루』, 『부주의한 사랑』, 『붉은손 클럽』 등이 있다. 또한 몸을 주제로 한 에세이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를 펴냈다.

역서로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W. G.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 『자연을 따라. 기초시』,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의 골드문트』, 『데미안』 등으로 2003년 한국일보문학상, 2004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데크 헤다야트의 『눈먼 부엉이』,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달걀과 닭』과 『G. H. 에 따른 수난』 등이 있다.

전통 소설의 인물과 이야기 중심에서 벗어나 어떻게 서술 자체가 이야기를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인 「무종」을 통해 2010년 제34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하였으며, ‘월요일 독서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독특한 문체와 색깔로 열혈 독자군을 거느려 왔던 그녀는 이제 사유하는 문장의 힘으로 새로운 독자들과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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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9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개인의 역사 중에서 타인이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타인은 과연 실재적인 것의 이름인가. 만일 그렇다면 그들은 왜 그토록 비밀스럽게 존재하여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가. 타인이 존재하며 그들과 함께 이 세상을 살아왔다고 하는 것은 텔레비전의 선전이거나 종교의 광고문안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그들 타인을 일생 동안 단 한 번도 실제로는 만난 일이 없기 때문이다.(「회색 時」)

시간은 이렇게 그를 지나쳤고, 그는 그렇게 ‘타인’을 지나쳤다. 어쩌면 그가 그렇게 시간을 스쳐갔고, 타인들 역시 그렇게 그를 스쳐갔을지도 모르겠다.
데뷔한 지 십삼 년, 그는 그렇게 변화해왔다. 보이지 않는 ‘시간’을 통과하고 실재하지 않는 ‘타인’과 마주하며.

1993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각각 한 권의 시집과 산문집을 포함 열일곱 권의 책을 펴냈으니(번역서 두 권까지 포함하면 열아홉 권!) 이 년에 세 권꼴로 책이 나온 셈이지만 1999년 『그 사람의 첫사랑』이 나온 이후 창작집은 칠 년 만이다. 그사이 출간된 산문집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를 제외한 여덟 권이 모두 장편소설이다.
그사이, 배수아는 많은 것이 달라졌다. 공무원과 소설가라는 투잡(two-job)족--이 말은 배수아가 맨 처음 사용한 말이다--에서 전업 소설가가 되었고, 공항과 자택을 오가던 그는 이제 독일과 한국을 오간다. 독특한 문체 때문에 폭넓은 독자 대신 열혈 팬들을 거느리고 있던 그는 이제, 사유하는 문장의 힘으로 새로운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2004년 『독학자』를 내놓으며 그는 “나의 초기 소설 및 그 독자들과 결별하고자 한다”고 말한 바 있지만 독자들은 그를 놓아주지 않을 듯하다. 그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 역시 독자들에겐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의 하나이므로.

“뭐예요?”
“죄송하지만 문을 좀 열어주시겠어요? 난 이곳에 중요한 약속이 있는데 집주인이 잊었는지 문을 열어주지 않는군요.”
“뭐라구요?”
“문을 좀 열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난 바이올린 레슨 부탁을 받았는데 그것은 나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라서, 그런데 이곳이 가르쳐준 주소이고 오늘 시간도 맞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들어갈 수가 없군요. 그러니, 문을 좀 열어주었으면 해서요.”
“도무지 못 알아듣겠네. 그러니까 당신은, 이곳에 찾아온 사람이 맞는데, 당신이 이곳에 들어와야 하는데 그 누군가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문을 대신 열어달라는 거군요. ……찾아갈 방이 몇호인데요?”
“1323.”“그런데 왜 내가 문을 열어줘야 하는 건지, 별일이네, 참. 이봐요, 난 1105호에 사는데, 그말은 당신이 벨을 누른 이곳은 지금 1105호란 말이에요. 1105호와 1323호는 비슷하지도 않은 숫자인데, 이상하군요. 왜 그러는 거지요? 내 생각에는 당신은 그의 이웃에게 부탁해야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나도 물론 그러려고 했지만, 아무도 집에 있질 않아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단 말입니다.”
“내 생각에는, 당신은 오늘 그냥 돌아가고 나중에 다시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아니면 다른 이웃에게 부탁해보든가요. 나는, 내가 문을 열어주는 것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닌 것 같아요. 게다가 돈을 받으러 온 사람에게……”
(「마짠 방향으로」)

그는 어쩌면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린 어쩌면 대화가 아니라 끊임없는 독백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내 앞에 있는 것은 ‘타인’이라는 이름을 가진 실재하지 않는 그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나(우리)의 이야기는 허공을 맴돈다. 그 이야기는 결국 나(우리)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던가. 언제나 그랬듯이. 문득, 그의 소설을 읽으며 떠올려본다. 진짜 ‘대화’라는 것을, 나는 ‘나누어’본 적이 있는가.

우리는 어쩜 듣는 이 없는 무언가에 대고 끊임없이 내 얘기를 들어달라고 투정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소통 부재의 세상에서 누구에게, 무엇을, 말할 것인가.
결국은 그가 나이고, 내가 너인 이 세상에서.(「훌」)

나는 말이지, 언제나 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왜냐하면 너무 흔한 이름이어서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너무나 쉽게 만날 수 있었거든. 내 할머니도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어. 게다가 가까운 친구 중의 한 명의 할머니도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었지 뭐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아이들 중에 같은 이름을 가진 아이가 언제나 한 명 이상은 반드시 있었어.(「마짠 방향으로」)
그런데, 정작 자신의 이야기를 던져놓기만 하는 줄 알았던 그가 이번에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최근 몇 년간 그의 인물들(실은 그의 ‘인물’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 고민스럽다. 대부분 그의 인물들은 웬일인지 그 자신으로 읽혔다)은 그와 마찬가지로 항상 ‘길 위’ 어딘가에 있었다. 그들은(그리고 그는) 왠지 ‘지금-여기’가 아닌 ‘저 너머 어딘가’에 있는 듯했다. 분명 실재하는 어떤 세계이기는 하나 ‘지금-여기’는 아닌 듯한. 그런데, 이제, 조금씩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살갑게 다가와 말을 건네거나 조근조근 맛깔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안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이야기들이 발견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의 소설을 두고 ‘이야기’가 없다고 하는 독자들은 곰곰 다시 읽어보아야 할 것이다. 이 소설들이 지금 나에게 얼마나 많은 말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숨기고 있는지.

나는 완벽히 소외된 자였습니다.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사방에 무수히 많은, 그런 식으로 소외된 자들 중의 하나였습니다. 나는 그들처럼 그의 공간과 환호를 채우기 위해 징집된 존재였습니다. 내 탄생은 예술을 위한 징집이었을 뿐입니다.(「양곤에서 온 편지」)
이로써 어쩌면 대답이 된 걸까? 그가 “삶이 주는 모욕을 견디”(「병든 애인」, 『그 사람의 첫사랑』)며 살고 있는 이유가? 어쩌면 그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이야기하고 있었던 그 무엇을 우리가 너무 늦게, 이제야 비로소 조금씩 눈치채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작가’ 배수아는 이제, 끝나지 않을 듯 보이던 길 위에서의 서성거림 끝에서 천천히 길을 찾는 듯하다.
사유는 더욱 깊어지고, 문장은 더욱 치밀하고 견고해졌다. 그것은 지금 활자화된, 지면 위에 붙박인 그 내용 이상의 것을 허락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다. 이제 우리는 너무나도 분명하고 정확해서 오히려 암호와도 같아진 그의 문장을 다시 한번 한 자 한 자 해독해나가야 한다.

난 어떤 하나의 문학적 언어가 ‘완성’의 단계에 가 닿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도구로서의 언어가 항상 폐쇄적인 룰을 갖고 있다고 믿지는 않아. 적어도 나는 가능한 한 최경계에서 작업하고 싶어.(『당나귀들』)
“작가란 동시대 정신을 대표하는 자가 아니라 그 경계에 있는 자라고 생각”한다고, 그는 언제가 말했다. 그는 분명 ‘작가’이다. 그저 ‘소설가’가 아니라.
1993년, 데뷔 당시 독특한 신세대 작가 중의 하나였던 그는, 이제 경계에 있는 자의 대표가 되려는 듯하다.

사람은 영혼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영혼에 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날 뿐이다.(「회색 時」)
그의 영혼이 또 어떤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지, 또 어떤 잠재력을 보여주게 될지, 그의 앞으로가 더욱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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