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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리커버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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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리커버 에디션)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정재찬 | 휴머니스트 | 2020년 03월 16일 리뷰 총점8.9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5점
편집/디자인
4.4점
회원리뷰(117건) | 판매지수 16,701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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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리커버 에디션)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0년 03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22g | 145*220*15mm
ISBN13 9788958628224
ISBN10 8958628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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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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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문학 및 문학교육 연구. 저서 『시를 잊은 그대에게』, 『그대를 듣는다』, 『현대시의 이념과 논리』, 『문학교육의 사회학을 위하여』, 『문학교육의 현상과 인식』, 『문학교육개론 1』(공저), 『문학교육원론』(공저) 외 다수.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문학 및 문학교육 연구.
저서 『시를 잊은 그대에게』, 『그대를 듣는다』, 『현대시의 이념과 논리』, 『문학교육의 사회학을 위하여』, 『문학교육의 현상과 인식』, 『문학교육개론 1』(공저), 『문학교육원론』(공저)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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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1. 공대생을 위한 현대시 명강의
- 한양대학교 국어교육학과 정재찬 교수의 오감만족 현대시 강의

대학교의 한 강의실, 학생들은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눈물짓다가, 탄식하다가, 깔깔깔 웃는다. 그리고 강의의 끝을 알리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이는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아니다. 바로 대학의 시 강의에서 벌어진 장면이다. 보통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마치 ‘종교적 제의’와 같은 문학 시간을 거치며 문학에 완전히 흥미를 잃는다. 교사는 마치 제사장처럼 경전을 대하듯이 주석을 덧붙이며 시를 읽고, 학생들은 그 주석을 열심히 받아 적고 암송하면서 시의 낭만과 아름다움과 진실 들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간다. 그렇게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시가 무어고 소설이 무언지 까맣게 잊고 먹고사는 데 급급해질 뿐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는 제대로 시를 읽은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

한양대학교 국어교육학과의 정재찬 교수는 이러한 우리 문학 교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교양 강좌 ‘문화혼융의 시 읽기’를 개설했다. 이 수업에는 주로 문과대학생보다는 공대, 의대, 법대, 경영대 등 시와는 거리를 두고 지내온 학생들이 대부분. 무엇이든 공식이나 수치로 답하길 즐겨 하는 ‘메마른 심장의 상징’ 공대생들에게 시를 읽히는 과정은 마치 초등학생에게 미적분을 가르치는 것처럼 어려웠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이러한 공대생들마저 눈물짓게 한 정재찬 교수의 시 읽기 명강의를 엮어 낸 책이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한양대학교의 문·이과 통합 교육의 일환인 ‘융복합 교양 강좌’ 중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 읽기 강좌, 정재찬 교수의 ‘문화 혼융의 시 읽기’ 강의의 내용을 바탕으로 집필한 ‘시 에세이’다. 각종 스펙 쌓기와 취업에만 몰두하느라 마음마저 가난해져 버린 학생들에게 시 읽는 즐거움을 오롯이 돌려주고자 했던 정재찬 교수의 ‘문화 혼융의 시 읽기’ 강의는 매 강의마다 학생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한양대 최고의 교양강의로 선정되었다. 어떤 특별함 때문이었을까?

사실 이 책에서 다룬 46편의 시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작품들이다. 중.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서 한 번 쯤 보았던 한국의 근·현대시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눈은 살아 있다”의 ‘눈’은 오로지 ‘순수’의 상징이라고 읽고, 김소월의 시는 무조건 식민지 지식인의 정한이라고 해석해온 그런 시들 말이다. 신경림의 〈갈대〉, 윤동주의 〈별 헤는 밤〉, 김춘수 〈꽃〉 등 교과서에서 클리세Cliche처럼 읽히던, 그러나 지금까지도 한국 최고로 손꼽히는 시들을 동시대인의 삶 속에 생생하게 되살리기 위해 강연에는 각종 영화와 소설, 유행가와 가곡, 그림과 사진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들이 동원되었다. 소리와 영상뿐 아니라, 후각과 촉각을 모두 동원한 특별한 시 읽기였다.

이 책은 평론의 언어를 그대로 답습하여 문학으로부터 독자를 소외시키고 마는 우리 문학교육의 엄숙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마치 축제를 즐기듯 문학을 향유하는 방법을 일러 주고자 한다. 문학작품을 많이 아는 것보다 진짜 좋아하는 시 한 작품이 있어야 스스로 작품을 찾아 읽고 즐길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문학교육이 잘 살아서 문학 역시 더 잘 사는 관계로 만들고 싶었다(인터뷰 중)”는 정재찬 교수는 몇 차례의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활용하여 자신의 일상을 시와 함께 읽고 쓰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교수법을 실험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학업과 취업 준비에 지쳤던 학생들은 20년 전 혹은 50년 전의 시가 마치 자신의 속마음을 비추는 듯 공감했고, 직접 글을 쓰며 스스로 치유되고 있음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진실로 처음 ‘시’를 만난 것이다. 이처럼 2012년부터 공대생들이 기립박수로 화답한 명강의 ‘문화혼융의 시 읽기’의 생생한 현장을 유려한 문체로 담아낸 이 책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문적 지평을 확장해나간다. 나가는 정재찬 교수의 에세이를 따라가다 보면, ‘공대생’처럼 시를 잊고 살았던 사람들 모두 다시 시의 즐거움을 되찾게 될 것이다.

“한 편의 공연 예술을 보는 듯한 강의였습니다. 황홀했고, 또 정말 가슴 설렜습니다.”
“매 수업마다 눈물이 고일 정도로 감동받았고, 소름 끼칠 정도로 감탄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항상 즐거웠습니다.”
“초·증·고와 대학을 통틀어서 들은 모든 수업 중에서 제일 감명 깊고 인상적인 수업이었습니다. 독특하고 신선한 교수법을 통해 멀게만 느껴지는 시를 재미있고 유익한 수업으로 이끌어 낸 것에 놀랐습니다.”
“정말 정말 의미 있는 강의였습니다. 종강이 아닌데도 저절로 박수가 나오는 강의, 처음이었습니다. 어렵다고만 생각했던 시가 가깝게 느껴집니다. 영화, 음악과 함께 시를 감상하고 시인의 삶에서 시를 비추어 보는 모든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진짜 낭만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강의 평가 중에서

2. ‘불후의 명시’, 모두의 가슴을 적시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적 기억으로서의 시


사람들은 삶과 사랑을 논하는 짧은 글과 사진 한 장에 여전히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진한 감동을 느낀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각종 SNS를 통해 퍼져나가는 짧은 글들을 낯모를 사람들과 공유하며 가슴에 공명하는 무언가를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정통 문학 장르인 ‘시’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리감을 확인한다. 입시 위주의 문학교육을 받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바로 시 해석에 ‘정답’이 존재한다는 생각에 지레 겁을 먹기 때문이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그렇게 사람들의 가슴 속에서 멀어진, 문학 교과서 속 근현대시들을 엄선하여 공식과도 같은 뻔한 시 읽기에 가슴 떨리는 파문을 일으킨다. 당대를 가장 치열하게 담았고 가장 뜨거운 순간에 쓰였으나 교과서 속에서 빛을 잃게 되었던 ‘불후의 명시’들을 다시 읽으며 생명력을 불어 넣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특별한 시 읽기 방식을 보여 준다.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를 읽을 때는 가수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을 애달프게 불러 보기도 하고,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의 어느 한 구절을 읽을 때는 욕 한마디를 덧붙여 읽기도 한다. ‘청각의 시각화’라느니 ‘공감각적 심상’이라느니 그런 교과서 같은 설명 대신 오래된 광고 한 장면을 찾아보는 것이, 일제강점기 시인들의 절연한 심사를 이해하기 위해 시를 강렬한 록음악으로 바꿔 불러 보는 것이 바로 시가 전하는 목소리를 더 솔직하고 진실 되게 이해하는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정작 이 시가 실린 교과서의 교사용 지도서를 볼 때, 그리고 거기 실린 해설이 지금까지도 이 시를 다루는 거의 모든 참고서의 주류를 지배하고 있음을 목도하게 될 때마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에 따르면 이 시의 주제는 ‘따뜻한 인간애’ 혹은 ‘인간적 진실의 따뜻함과 아름다움’이라는 것이다. (중략) 진실로 이 시의 주제가 따뜻한 인간애라면 이 시는 사뭇 부드럽고 따스한 어조로 낭송을 해야 할 터, 나는 도저히 이 시를 그렇게 읽을 방도가 없다. 특히 점층적 고조에 이른 마지막 연에서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왜 모르겠는가”라는 대목은 울부짖듯이 읽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강의 시간에 실제로 이 시 구절 뒤에 욕설 하나를 슬쩍 붙여서 읽어 보이기도 한다. 아무리 보아도 이 시의 초점은 가난한 노동자의 따스한 마음에 가 닿는 것이 아니라 그로 하여금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 이 현실을 향한 것으로 보아야 옳기 때문이다.
-25쪽~26쪽 〈가난한 갈대의 사랑노래〉 중에서

눈의 가치를 새삼 발견한 때의 저 시인의 동공처럼 이제 이 시를 읽는 우리의 동공도 이렇게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읽어 보라.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중략)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이 시의 내포 청자가 곧 ‘젊은 시인’이었음에 주목해야 마땅하다. 로커처럼 젊은 시인은 젊은 시인다워야 한다. 젊은 시인이 늙은 시인처럼 가곡을 노래하고 발라드를 흥얼거릴 수는 없는 처지이다. (중략) 진정한 의미의 자유를 위해서는, 진정한 문학을 위해서는, 시인은, 젊은 시인은, 기성 문화에 저항한 로커들처럼, 근대화에 반기를 든 히피들처럼, 침을 뱉는 용기와 행위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291~295쪽 〈깨끗한 기침, 순수한 가래〉 중에서

그러니 소월의 한을 집단적 전통이나 식민지 민중의 심정과 기계적으로 결부 짓곤 하는 습관적인 해석과 이젠 결별하자. 그의 한은 사무치게 개인적이다. 그것은 또한 관념이 아니다. 시에 담긴 그의 처절한 삶, 그 한의 질과 농도에 유념해 귀를 기울여 보라. ‘아버지’는 아버지이되, ‘부모’가 될 수 없었던 이를 아버지로 두었던 소월의 상처를 아프게 바라봐 주고, 시를 통해 흘러나오는 그의 신음을 공감하며 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시인에게 먼저 베풀어야 할 도리가 아닐까?
-201쪽 〈아버지의 이름으로〉 중에서

‘불후의 명곡’이 과거의 노래를 지금 시대의 감각으로 고쳐 부르면서 전 세대가 하나의 음악으로 소통하도록 만들었듯, 《시를 잊은 그대에게》 역시 시 해석도 ‘버전 업’하여 함께 향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시에 담긴 그리움, 애달픔, 설렘, 분노 등의 보편적 정서는 서로 다른 세대와 계층으로 하여금 추억을 부르고 치유하게 하여 결국 하나의 ‘문화적 기억’으로 소통하게 만든다. 강의와 책에서 시를 이해시키기 위해 인용하여 사용한 대중가요나 광고, 영화들은 과거의 문화적 유산에 가깝지만, 정재찬 교수는 오히려 시에 담긴 공통감각과 보편적 정서를 통해 세대를 넘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20대 초반의 학생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강의를 경청했고, 40~50대 수강생들은 지난 세월을 회상하며 한결같은 박수를 보냈다.

이 책은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속 키팅 교수가 그러했듯 독자들에게 울고 웃고 울분을 토로하기도 하며 시와 아름다움과 낭만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마치 시인과도 같이 가슴을 찌르는 듯 날카롭고 풍부한 그의 뛰어난 글 솜씨는 강연과는 또 다른 마력을 지니고 있다. 정재찬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시를 가지고 대화하는 것이 유행하는 노래나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교조적으로 시 구절마다 주석을 붙여 읽는 대신 마치 이 책이 시를 읽는 방식대로 ‘발산적으로’ 시를 읽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독창적인 해석과 풍부한 인문학적 지평을 바탕으로 오직 시만이 줄 수 있는 깊은 떨림과 울림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이 책은, 언젠가 시 구절에 뜬금없이 눈물지었던 그러나 감정의 사치라며 애써 시 읽기의 즐거움 외면했던 그 누구라도 다시금 시집을 손에 쥐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올해의 책 추천평 (2개)

매년 진행되는 올해의 책 선정 행사에서 고객님들이 직접 작성해주신 추천평입니다.
2021
cs8***** | 2021.11.01
2021
여러번 읽게되는 책
jih***** | 2021.10.30

회원리뷰 (11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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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시를 잊은 그대에게 주는 명강의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정*생 | 2016-02-10

시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현상과 본질을 탐색하여 순간적인 느낌과 인식을 적절한 언어와 예술적 감각으로 표현하여 말의 가락을 통해 만인의 가슴에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는 시인이라는 특출한 감각을 지닌 작가들로부터 우리가 보지 못한 대상과 우리가 표현하지 못한 언어의 미적 배열을 선물받는다.

시인이 바라본 것과 독자가 바라본 것이 일치될 때 비로서 우리는 무한한 감동과 시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즉 작품 속에 드러난 시적 상황과 태도,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공감, 비유와 상징의 설득력있는 표현력, 주제와 표현을 감싸고 있는 갑옷과 같은 탄탄한 시적 구조 등이 독자와 공감대가 형성할 때 위대한 시는 탄생할 수 있다.


그러나 시집을 사지 않을 뿐 아니라 좀처럼 시를 읽지 않는 현대 사회에서 시를 온전히 감상하기란 쉽지 않다. 기껏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나오는 몇 몇 유명 시편을 공부할 뿐이다. 이마저 문학적 감수성과 감상력을 배양시키는 목적이 아니라 오지선답 방식의 정답 맞추기 형태에 불과하다.

시 작품을 감상하는 규율과 방법을 획일적으로 정해 놓고 일정한 테두리 안에서 해석을 강요하는 것은 문학 감상의 다양성을 외면하는 일이다.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시를 접해 왔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인해 중고등학교 이후 시를 읽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더구나 요즘 시대는 많은 시인들은 있지만 독자들이 가까이 할 만한 좋은 시들은 많지 않다.

이런 사회적 흐름 속에서 한양 대학교 공과대학에서 진행된 정재찬 교수의 시 강의는 시에 대한 재미와 흥미는 물론 감동까지 선사하는 명강의였다.

육법전서와 토익, 토플, 전공 공부에 여념이 없는 대학생들에게 시라는 문학적 장르는 자신의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방인과 같은 불순물이며 결코 가까이 할 수 없는외눈박이 괴물과 같다. 이런 그들에게 시를 가르친다는 것은 쇠모래 밭에서 꽃이 피는 것과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딱딱한 시적 이론을 들먹이며 난해한 해석들을 이어가는 천편일률적인 강의법이 아닌 하나의 시를 중심으로 다른 영역의 관련된작품들과 융합하여 시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치 TV 속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듯 구성하였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빌헬름 뮐러의 시 '보리수'와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를 조합하여 시와 가곡의 풍미를 더하고 그 고독한 나그네의 모습을 박목월의 시 '사월의 노래'와 가곡으로 연결한다. 독일의 시와 가곡에 조응되는 우리의 시와 가곡을 일치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목련'과 '보리수', '봄'과 '겨울', '죽음'과 '생명'의 대비를 통해 낭만주의의 두 얼굴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이런 양면성은 '더 이상 일이 없다'며 스스로 소멸해 버린 곽지균 감독의 '겨울 나그네'로 이어지며 이 영화의 원작인 최인호의 '겨울 나그네'로 또 한번 능선이를 넘는다.

이 모든 것들이 나열식으로 병치된 별개의 사항들이 아니라 저자의 풍부한 지식과 상식으로 탐색된 내용들을 고도의 통찰력으로 연결하여 하나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다.

이 삶의 고독과 쓸쓸함. 과거로는 다시 갈 수 없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불안함으로 다가오니 현재를 방황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나그네인지도 모른다.

이런 저자의 자유자재의 연출방식은 에두아르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의 얼굴을 통해 외로움과 쓸쓸함의 그림자를 발견한다.


여기서 끝을 맺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최인호의 또다른 소설 '가족'을 내세워 작가의 생에 대한 집착과 허무함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이내 김유정 작가가 친구 안회남에게 쓴 '마지막 편지'를 꺼내 들면서 다시 살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을 눈물겹게 이야기 한다.

죽음을 앞둔 두 위대한 작가의 글은 슬프기 그지 없다. 그러나 겨울 나그네 마냥 피리를 불며 이 생애를 방황하며 떠돌다가 떠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그래서 저자는 천상병의 '귀천'과 가수 최희준의 '하숙생'이라는 노래로 마무리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한 생애를 즐거운 소풍처럼 열심히 살고 언젠가는 정과 미련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 것이다. 니체는 '죽음 앞에서 모든 삶은 맛있고 향기로우며 경쾌하다'고 했다. 


이처럼 정채찬 교수의 시 강의는 다양한 장르간의 연쇄고리를 통해 작품의 주제의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시의 내재적 요소들 즉 행과 연의 배치, 운율과 시적 구조 뿐 아니라 외재적 요소인 시와 관련된 작가의 일화, 시대적 현실까지 반영하여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해 두었다.


전문 평론가들이 일삼는 난독증에 가까운 이해 불가한 방식이 아니라 재미와 감성적 감동이 흘러 넘치는 시 해설 강의이다. 더구나 강의실에서 들려주듯 구어체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어 현장감과 생생함이 넘친다.

이 책은 비단 공대생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잊혀진 시를 다시 돌려줌으로써 무너진 가슴을 다시 세우고 숨겨진 감수성과 상상력을 다시 발견하여 세계에 대한 아름다움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5 댓글 0 접어보기
주간우수작 정답없음에, 세상을 노래하는 다양한 목소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q*****2 | 2015-10-18

오로지 하나의 길만을 정해놓고 벗어나는 족족 옐로카드를 내미는 비정한 분위기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세상 모든 일에 정답이 존재한다는 착각에 빠져들곤 한다. 사람들이 힘줘 말하는 ‘모범생’이란 단어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의견을 최선을 다해 말살시킬 줄 알아야 하는데, 높은 점수에 혈안이 된 나머지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와 같은 행동이 지닌 문제점에 대해서는 고려조차 않는다. 가슴으로 이해하고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도 그렇게 정해지는 해석에 부합해야만 하는 문자가 되어갔다. 네 개, 때론 다섯 개의 주어진 지문 중에서 오로지 하나만이 옳다며 선택을 강요하는 시험지가 내 앞에 놓일 적마다 망설임을 길게 가져서는 곤란했다. 마음 속 작은 파문이 일어도 꾹꾹 무시해가며 이 시인이 사용한 시어는 전부 무엇을 뜻한다며, 획일적으로 암기를 거듭해가며 100에 가까운 수치에 도달하길 기도했던 지난 시절이 부끄럽다. 문과생이 이러할 진데, 이과생에게 다른 그리고 나은 무언가를 기대하는 건 욕심일 거다. 그들은 나보다 훨씬 명석한 두뇌고 복잡하기 짝이 없는 현상들을 엄밀히 분석해온 존재 아니던가! 그들이야말로 ‘모 아니면 도’처럼 정해진 답에 누가 먼저, 그리고 가장 깊숙이 다가서는지를 측정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허나 천하의 공대생이라 하여 메마른 감정으로 세상을 대해야 하는 건 아니다. 전공이 무엇이건 우리 모두는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명제를 충족시키기로 작정이라도 한 것 마냥 사랑하고 헤어지는 일만큼은 포기 않고 수행 중이다.

시인은 세상을 노래하는 사람들이다. 칠흙과도 같았던 어둠, 끝이 보이지 않는 퍼런 서슬을 군사독재정권이 휘두르던 시절에도 그들은 노래를 감행했다. 물론 그와 같은 제약이 그들에 노래에 변형을 가져다 준 것만은 확실하다. 누군가는 권력의 입맛을 간파하고 그들을 찬양하는 길에 들어섰다면, 반대로 저항의 기치를 마음에 새기고 고운 시어에게 제 흔들림없는 뜻을 입힌 이들도 있었다. 그럴지라도 시인들의 노래는 그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무서운 게 자본이었던지, ‘돈’ 노래를 제외한 모든 게 사라지고 있는 이맘때다. 기존의 시인들은 세상에 염증을 느낀 나머지 절필을 선언하고, 세상이 노래 가능하다 사실조차 배우지 못한 젊은이들은 시인이 되지 못하는 세상을 우린 살고 있다. 시가 메말라가는 상황에서 진정 우리의 가슴을 흔드는 시를 찾는 건 힘들지 싶다. 시 따위야 잊어도 사는 데 크게 지장 없는 거 아니냐며, 난해하기 짝이 없는 문자들을 이제는 저버리자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만 같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비로소 시가 시로 읽힌다는 사실은 부끄럽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삶이 진정 의미가 없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공대생이 아니면 어떤가. 문과생도 시를 제대로 읽지는 못하고 있는 세상인 것을! 저자의 책은 오래도록 읽으려 들지조차 않아온 많은 시들을 내 눈 앞에 펼쳐놓았다. 그렇게 단순한 사랑 노래처럼 읊던 시들에게서 이전까진 몰랐던 색다른 의미가 읽혔다. 10년이 넘는 침묵 끝에 시인 신경림이 내놓은 ‘가난한 사랑노래’가 과연 서정성 하나에만 목매단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당시의 국정 교과서는 ‘따뜻한 인간애’를 잘 드러냈다는 이유로 이 작품의 수록을 결정했지만, 저자는 보다 장엄한 어조로 울부짖으며 시에 깃든 현실을 바라보는 분노와 자조를 표현한다. 그래야만 시인의 오랜 침묵도 어렵잖게 설명이 가능할 것이다. 당대 최고의 모더니스트, 이미지에 모든 것을 담아냈다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로 시어를 곧잘 활용했던 김광균의 불운했던 어린 시절을 접하고 나면 그의 시가 새로이 읽힌다. 결코 들을 수 없는 머언 곳에서 여인의 옷 벗는 소리마저도 포착해낸 그의 작품 세계는 퇴폐적인 일본풍 노래 일색이던 ‘하세가와마치’에 견준다면 외려 우리 것에 가까울 수도 있음을 뒤늦게 고려하게 된다. 하지만 저자의 관점 또한 하나의 가능성에 지나지 않는다. 정답이란 없다. 이렇게 읽힐 수도 있고, 저렇게 읽힐 수도 있는 게 시다. 그가 말하는 것 역시 우리에게 아니라면 아닌 것이요, 또 다른 심성을 시로부터 읽어낼 수 있다면 당신에 의해 시는 그만큼 깊은 생명력을 지니게 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시는 여느 산문보다 분량만을 놓고 본다면 짧다고 할 수 있다. 속도 내어 읽는 걸 즐겨온 나는 시마저도 순식간에 읽고는 ‘다 읽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곤 해왔다. 때론 느리게 그리고 반복해 읽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고, 다른 무엇보다도 시는 필히 그리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외치는 “빠르게”를 따르다보니 놓치고야 만 의미들이 얼마나 많았던지를 이제야 부족하나마 깨달은 것이다. 시는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우리가 시를 잊고 사는 동안에도 시는 세상의 육중함을 나름의 방식으로 다듬어 제 몸안에 담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도 세상을 노래할 수 없는 침울한 시대일수록 역설적이지만 세상을 노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시 또한 치열하고도 단련된 모습으로 세상을 노래하면서 또 다른 희망을 꿈꾸게 만드는 매개체란 사실을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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