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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수 | 창비 | 2015년 03월 30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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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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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5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16쪽 | 168g | 153*224*7mm
ISBN13 9788936423858
ISBN10 8936423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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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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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문인수
1945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1985년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뿔』 『홰치는 산』『동강의 높은 새』『쉬!』 『배꼽』 『적막 소리』 등이 있으며, 김달진문학상 노작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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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성찰과 연민의 눈으로 찾아낸 치열한 삶의 명랑성

1985년 불혹의 나이로 등단한 지 어느덧 서른 해. 칠순의 나이가 무색하다 싶을 만큼 왕성한 창작열을 보여주며 서정시의 지평을 끊임없이 넓혀온 문인수 시인의 신작 시집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가 출간되었다. 시조의 형식을 빌려 압축과 절제의 미를 선보이며 또다른 시적 역량을 보여주었던 [달북](시인동네 2014)에 이어 새롭게 펴내는 열한번째 시집이다. 그간 응축된 언어에 실린 진지한 성찰과 곧은 시정신의 기품으로 서정의 미학을 펼쳐보였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명랑한 이야기는 왜 시가 잘 되지 않는가”(시인의 말)에 주목하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이끌고 가는 ‘명랑성’의 세계를 펼친다. 시인의 ‘명랑성’은 역설적이게도 그늘진 우리 삶에 대한 오랜 성찰과 연민 끝에 걸어 나온다. 이 지난한 과정 끝에 시인은 “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라는 인식에 가닿으며 삶과 현실의 참모습을 새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은 “그 바닥에서 드리는 간절한 기도이자 그 허공에 바치는 아름다운 헌사”(나희덕, 추천사)로서, 그 고요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사유를 시편들을 통해 독자들에게도 선사한다.

마을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비탈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작고 초라한 집들이 거친 파도 소리에도 와르르 쏟아지지 않는다. 복잡하게 얽혀 꼬부라지는 골목들의 질긴 팔심 덕분인 것 같다. 폭 일 미터도 안되게 동네 속으로 파고드는 막장 같은 모퉁이도 많은데, 하긴 저렇듯 뭐든 결국 앞이 트일 때까지 시퍼렇게 감고 올라가는 것이 넝쿨 아니냐. 그러니까, 굵직굵직한 동아줄의 기나긴 골목들이 가파른 비탈을 비탈에다 꽉꽉 붙들어매고 있는 것이다. 잘 붙들어맸는지 또 자주 흔들어보곤 하는 것이다. 오늘도 여기 헌 시멘트 담벼락에 양쪽 어깻죽지를 벅벅 긁히는 고된 작업, 해풍의 저 근육질은 오랜 가난이 절이고 삭힌 마음인데, 가난도 일말 제맛을 끌어안고 놓지 않는 것이다.(?굵직굵직한 골목들? 부분)

사람살이에 바탕을 둔 문인수의 시에는 삶의 굴곡을 지나온 자의 느긋한 여유가 오롯이 스며 있다. 시인은 삶의 결을 포착해내는 남다른 시선으로 가난과 슬픔마저도 명랑한 기조로 승화시킨다. “덜덜거리는 인생”(악어 아가리의 각도?)을 가로막는 절벽 앞에서도 시인은 “절벽, 돌아서라는 말씀!”으로 알아듣고 “바닥이나 걷자”(?절벽?)고 몸을 낮춘다. “어느 한쪽 벽에다 등을 대고/어느 한쪽 벽엔 가슴을 붙여 또 하루 비집고 들고 나”면서 “게걸음질을 쳐야 어디로든 똑바로 향할 수가 있”다며 “온통 애 터지게 좁”(?감천동?)은 생의 저편, 변두리의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애틋한 눈길이 가닿은 풍경들은 건강한 생명력을 지닌다.

서정 넘치는 절창으로 세상을 울리다

칠순의 나이에 접어든 시인은 “인생의 반은 그늘”(?비 넘는 비?)이라 인식하며 죽음 또한 자명한 현실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하염없이 풀어지는 그의 시선 너머로 삶과 죽음이 한몸이 되어 오고 간다. “‘어류’와 ‘인류’가 한데 몰려 쉴 새 없이 소란소란 바쁜”(?죽도시장 비린내?) 어시장에서 생의 경건함을 느끼고 “에구구, 홀로”(?저 빨간 곶?) 살다 가신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에 젖기도 한다.

나 혼자 산소엘 와 넙죽 엎드리는데/잔디를 짚는 손등에 웬 보랏빛 알락나비 한마리 날아와 살짝 붙는다, 금세/날아간다. 어,/어머니?//………//다만 저 한잎 우화, 저리 사뿐 펴내느라 그렇듯/한평생 나부대며 고단하게 사셨나.//절을 다 마치고 한참 동안 앉아 사방 기웃기웃 둘러보는 데, 없다. 산을 내려오는데/참, 너무 가벼워서 무겁다. 등에,/나비 자국이 싹 트며 아픈 것 같다.(?조묵단전(傳)-나비를 업다? 전문)

시인은 “세상 그 어디에도 아무 데나 버려진 곳은 없”고 “지금 오직 여기 사는 사람들”(?나는 지금 이곳이 아니다?)이 곧 세상의 중심이라 말한다. “세상을 향한 단 한마디 원망도 없이”(?의논이 있었다?) 생을 마감한 세 모녀, “저 원시적 세월호 참사”(?물 위의 암각화?)를 바라보며 시야를 넓혀 저 인도의 민중들, “폭격으로 아빠 엄마 어린 동생들까지 다 죽”고 “저도 한쪽 팔을 잃”(?레바논 처방?)은 레바논 아이에게까지도 가닿는다. 소외된 존재들에 대한 연민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끈끈한 유대감을 보여준다. 냉정하리만큼 덤덤하게 그리면서도 서민들의 삶의 안쪽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따뜻한 눈빛에는 애잔함이 어룽진다.

생활고와 병고를 견디다 못해 결국/세 모녀는 나란히 누운 채 죽었다. 하지만/세상을 향한 단 한마디 원망도 없이, 그저/“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짤막한 유서를 남기고 갔다./헌 냄비엔 이제 라면 대신 안친 번개탄 세장,/한줌 재 속엔 또한/세 모녀의 마지막 목소리가 서로,/도란도란 젖으며 짤막하게 식어갔다.(?의논이 있었다? 전문)

시집을 상재할 때마다 그의 노래는 더욱 넓고 깊어갔다. 갈수록 난해해지고, 수다스러워지면서 소통이 단절되는 작금의 시들과는 달리 문인수는 단아한 맛과 잔잔하고 깊은 여운을 지닌 시세계를 지향해왔다. “사람이 시가 되고 시가 사람이 된 경지”(정우영, 해설)를 여실히 보여준다. 어느새 득음(得音)의 경지에 이른 듯 편편이 절창이다. 이제 한국 시단의 중심으로 우뚝 선 그는 어느덧 칠순의 나이에도 도대체 늙지 않는 내공의 깊이가 궁금할 따름이다. 지금도 시인은 노래를 부른다. 무엇보다도 사람살이의 ‘재미’야말로 시를 쓰는 가장 큰 동력으로 삼고 그 힘으로 넓고 우렁찬 노래를 부른다.

내가 불쑥 말했다. 봄날은 간다 3절 다음, 노인들을 위한 봄날을, 그 ‘제4절’을 쓰겠다고…… 썼다. 성원에 힘입어, 썼다.//밤 깊은 시간엔 창을 열고 하염없더라.//오늘도 저 혼자 기운 달아/기러기 앞서가는 만리 꿈길에/너를 만나 기뻐 웃고/너를 잃고 슬피 울던/등 굽은 그 적막에 봄날은 간다.//등 굽은 그 적막에 봄날은 간다, 가. 그리하여 이제 4절까지, 저 끝까지 가느라 여기 눌러앉은 뒷모습들. 그러나 봄날은 결코 제 몸 앉혀둔 채 마저 간 적 없어, 느린 곡조로 저마다 또 봄날은 간다, 가. 가느라, 지금 등이 더 굽는 중……(?봄날은 간다, 가? 부분)


추천평

“절경은 시가 되지 않는다”고 했던 문인수 시인의 말은 풍경뿐 아니 라 사람살이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너무 빛나거나 반듯한 것들은 이 시집의 식솔이 되기 어렵다. 오르막길보다는 내리막길이 많고, 변 두리 동네가 주요 무대다. 거기서 오래 밟히고 버려진 것들, 구부정한 등을 내보이며 쭈그리고 있는 존재들이 도란도란 온기를 나누고 있 다. 세상이 이나마 버틸 수 있는 것은 가난과 슬픔의 힘으로 서로의 몸을 꽉꽉 동여맨 그 팔 힘 덕분이다.
삶을 가로막는 절벽을 그는 “절벽, 돌아서라는 말씀!”으로 알아듣는 다. 그러고는 “게걸음질을 쳐야 그 어디로든 똑바로 향할 수가 있”다 며 “바닥이나 걷자”고 손을 잡아끈다. 때로는 탁발승처럼 때로는 늙 은 건달처럼 저잣거리를 걸어가는 그의 발길과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에게 직선은 왜 시가 되지 않는지를. 굽은 것이 왜 곧은 것인지를. 수평이 어떻게 깊이를 갖게 되는지를. 낮고 낮은 바닥이 우리가 제대로 걸어야 할 길이고, 텅 빈 허공이 우리가 공들여 닦아야 할 거울이라는 것을. 문인수 시인의 이번 시집은 그 바 닥에서 드리는 간절한 기도이자 그 허공에 바치는 아름다운 헌사다.
나희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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