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해전 줄리아로버츠가 나왔던 영화가 생각나는 책의 제목이다. 먹는 것과 사랑하는 것, 그리고 살아가는 것.. 그것들은 본질적으로 같은 의미라는 메시지를 던져줬던 그 영화. 그만큼 '먹는 것' 에 대한 인간의 욕구가 본능적인 것이고, 그 욕구를 잘 채워주는 것만으로도 인생이 참 살만하다 라고 느껴지기에 많은 사람들이 식도락 여행을 즐기는 것이겠지. 글쓴이인 함정임님은 소설가이고 여행가이고, 에세이스트, 요리 애호가 라고 소개되고 있었다. 그녀의 직함 그대로, 그녀는 떠나는 것을 좋아했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고, 먹는 것과 요리법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맛있는 음식과 토속적인 음식들을 맛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지언정, 그녀와 같은 미각을 가지고 여행을 하기가 쉽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껴보는 미각 여행이 참 색달랐다. 내가 그 곳에 직접 간다 할지라도 이런 경험은 못해볼 것이기 때문에.

이 책엔 그리스, 체코, 헝가리나 터키같은 동유럽 또 이탈리아와 프랑스같은 유럽 미식의 중심가에 대한 이야기, 미국과 아일랜드, 쿠바와 멕시코의 음식 이야기들이 옹기종기 나와있다. 한번에 대륙과 대양을 횡단하면서 얻은 추억들이 아니라, 저자가 20년동안 틈틈히 여행해 오면서 느낀 것들에 대한 기록이다. 사진들이 생생하게 나와 있어서 20년의 시간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 나라에 가든 그녀는 자유롭게 보인다. 각 나라마다 누구와 동행했는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눈으로 보는 각 나라의 풍경이 이색적으로 느껴진다. 꽤 자세하게 각 나라들의 유적이라든지 여행 코스라든지 나와있어서, 함께 여행하는 듯이 생생한 느낌이 든다. 또 문학을 전공하신 분 답게 수많은 소설 속의 등장인물과 그들이 살았던 나라에 대해서, 그런 문학이 탄생한 배경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마치 문학 선생님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주제는 '식도락' 이다. 단순히 눈앞의 음식이 입에 맞는지 안 맞는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 음식의 재료가 어디에서 나왔고, 그 재료는 어떻게 재배되었고 어떤 역사가 있으며 어떤 변천사를 겪어왔는지에 대해서도 세세한 공부를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 온 외국인이라면 누구든 김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이 우리 나라 김치를 만들기 위한 배추 농사에 대해, 배추 농사를 성공적으로 지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느 산지가 유명하며 어떤 맛을 최고로 치며, 경상도와 전라도 김치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그런 종류의 지식을 독자에게 전해준다. 참 이색적이면서 세계 속에 자리매김하고 있는 '음식' 이라는 문화를, 잘 알게 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