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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손택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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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수 | 창비 | 2014년 12월 04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24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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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4년 12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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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13 9788936423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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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저자 소개 (1명)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시)와 『국제신문』 신춘문예(동시)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동시집 『한눈파는 아이』, 청소년시집 『나의 첫 소년』 등을 냈다.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시)와 『국제신문』 신춘문예(동시)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동시집 『한눈파는 아이』, 청소년시집 『나의 첫 소년』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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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남루해도 빛나는 삶의 순간순간을 담아내는 절창의 시편
절실한 삶의 내면을 파고드는 깊고 순정한 서정의 힘


농경문화적 정서와 상상력을 거름으로 하여 전통 서정시의 내력을 이어가면서 섬세한 감수성과 서정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수려한 시세계를 펼쳐온 손택수 시인의 네번째 시집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가 출간되었다. 서정시의 전통을 견지하면서 도시적 삶의 애환을 그리며 시적 갱신을 도모하여 호평을 받았던 『나무의 수사학』(실천문학사 2001)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삶의 순간순간들을 놓치지 않는 예민한 감각과 세밀한 관찰력으로 생의 뒷면을 차분히 응시하며 곡진한 삶의 진경을 노래한다. 자연의 섭리와 삶의 이치에 대한 깨달음 속에서 “삶을 끙끙 앓으며 뱉은 기침 혹은 신음 같은”(박준, 발문) 시편들이 절실한 체험에서 길어올린 농밀한 언어와 폭넓은 은유적 상상력에 실려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지나온 삶의 조각들을 따듯하게 감싸안으며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의 안팎을 끊임없이 성찰하는 깊은 사유 또한 묵직하게 가슴을 울린다. “곱씹고 곱씹은 아버지의 유언 한줄로 시집을 묶는다”는 시인의 말이 뭉클하다.

꽃에 물을 줘야 하는데 물통이 없다/접시꽃이라도 꺾어볼까 하다가/두 손을 모아보기로 한다/손가락 사이 틈을 오므리니/통꽃처럼/손바닥이 깊어진다/더는 낮아질 수 없을 것 같던 바닥이/움푹하게 팬다/그 속에 못물을 퍼 담으니/못물 속 담겨 있던 구름과/낮달이 송사리처럼 들어온다/금이 간 항아리의 새는 물을 막으려/내가 틈을 바짝 조이면,/물은 또 틈을 벌려/새기만 한다/나는 물 한방울 앞에서 모처럼 공손해져/연못 앞에서 자꾸 허리를 숙인다/이렇게 한모금의 물을 들고 가다보면/쥐는 것이 아니라 벌어지는 것이,/너무 벌어지기보단 살짝 오므려지는 것이/꽃에게로 가는 길인 걸 알겠다/우물을 파듯 손바닥을 판다/둑을 넘칠 듯 찰랑거리는 물(?손바닥을 파다? 전문)

시인은 “광기로 번득”이는 거대한 도시에서 자신의 존재를 지키고자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서식 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서로를 뜯어 먹는” 올챙이의 습성처럼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삶의 부조리 속에서 부대끼며 “간도 쓸개도 없이 살아”(?물속의 히말라야?)가는 도시적 삶은 시인에게 “가도 가도 닿을 수 없는 타향살이”(?탕자의 기도?)나 다름없다. “내 속 다 내어주고 비루하게 발가벗긴/빈껍데기”(?돼지껍데기 젖꼭지를 물고?)가 된 자신을 쓸쓸히 돌아다보며 시인은 “똥이 될 밥을 따라 수모를 견”(?쇠똥구리별?)디면서 살아가야 하는 도시인으로서의 비애를 느끼기도 하고 “닿을 수 없는 꿈들을 옆에 둔 채”(?김밥 한줄 들고 월드컵공원 가는 길?) 가슴 아파하기도 한다.

예전의 독기가 없어 편해 보인다고들 하지만/날카로운 턱선이 목살에 묻혀버린/이 흐리멍덩이 어쩐지 쓸쓸하다(…)/아무래도 내 생은 좀 심심해진 것 같다/꿈을 업으로 삼게 된 자의 비애란 자신을 여행할 수 없다는 것,/닦아도 닦아도 녹이 슨다는 것/녹을 품고 어떻게 녹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녹스는 순간들을 도끼눈을 뜬 채 바라볼 수 있을까/혼자 있을 때면 이얍, 어깨 위로 그 옛날 천둥 기합소리가 저절로/터져나오기도 하는 것인데, 피시식/알아서 눈치껏 소리 죽인 기합에는 맥이 빠져 있기 마련이다(…)/뒤꿈치 굳은살 같은 날들 먼지 비듬이라도 날리면/온몸이 근질거려 번쩍 공중으로 들어올려지고 싶은 도끼(?녹슨 도끼의 시? 부분)

그 자신이 “빈 주머니를 빈주먹으로 채우고/검불처럼 거리를 어슬렁거리던 날들”(?사바나의 원숭이?)을 살아왔던 만큼 시인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이웃들의 누추한 삶을 외면하지 않는다. 때로는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시대를 증명해야 하는 일”(?가자지구 당나귀의 얼룩에 관하여?)에 나지막이 날 선 목소리를 내세우기도 하고, “지문과 손금을 뽑아” 일당벌이 바느질을 하는 “아이티나 코스타리카의 어느 시골 마을”(?야구공 실밥은 왜 백팔개인가?) 소년들에게로 시야를 넓혀가기도 한다. 공연히 “쓸모없는 일들 앞에서 자꾸 부끄러워지”(?공연한 일들이 좀 있어야겠다?)기도 하는 시인은 “등을 뚫는 아픔 없이 어찌 풍경이 될까”(?구두 속의 물고기?)라는 깨달음에 이르면서 “처마와 처마가 사이좋게 이마를 맞대고” “내 것이 아닌 체취도 조금씩 품고 살아”(?하늘 골목?)가는 소통과 교감의 세계를 꿈꾼다.

내게도 공연한 일들이 좀 있어야겠다/일정표에 정색을 하고 붉은색으로 표를 해놓은 일들 말고//가령,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모종대를 손보는 노파처럼/곧 헝클어지고 말 텃밭일망정/흙무더기를 뿌리 쪽으로 끌어다 다독거리는 일//장맛비 잠시 그친 뒤, 비가 오면 다시 어질러질 텐데/젖은 바닥에 붙어 잘 쓸리지도 않는 은행잎을 쓸어담느라 비질을 하는 일//치우고 나면 쌓이고, 치우고 나면 쌓이는 눈에 굽은 허리가 안쓰러워/어르신, 청소부에게 그냥 맡기세요 했더니/멀거니 쳐다보곤 하던 일을 마저 하던 그 고요한 눈빛처럼//별 뜻도 없이 고집스레, 내 눈엔 공연한 일들에 노고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있으니//이상하지 않은가, 나는 이 쓸모없는 일들 앞에서 자꾸 부끄러워지는 것이다/세상에는 값지고 훌륭한 일도 많다지만(?공연한 일들이 좀 있어야겠다? 전문)

애틋한 추억이 서린 고향과 가난한 가족사를 시적 출발점으로 삼아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도 “어미 거미와 새끼 거미를 몇 킬로미터쯤 떨어뜨려놓고/새끼를 건드리면 움찔/어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듯 “지구를 반바퀴 돌고 와서도 끊어지지 않고 끈끈한”(?거미줄?) 가족의 끈을 쉽게 놓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평생 시장 지게꾼으로 살다 간 아비”(?풀잎 지게?)가 있다. 그리움보다는 원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시인은 “사망신고를 미루고 미루면서” “아버지의 유골가루를 품고 다”(?바람과 구름의 호적부?)니며 못내 그리워한다. 또한 “땅에 묻은 김칫독 볼 때마다 한겨울/눈을 헤치고 묵은지를 꺼내던” “스물둘 청상 할머니”(?정선아리랑?)에 대한 그리움과 “결혼 십년째 여전히 곰팡내 나는 나를 신랑이라고 부르”(?네 숨소리를 훔쳐듣는다?)고 “형광등 한번 달아준 적 없”어도 “많고 많은 복 중에 찾다 찾다 못 찾다/잘 씻는 남편 둔 걸 복으로 삼”(?김수영 식으로 방을 바꾸는 아내?)는 아내에 대한 사랑을 슬몃 비치기도 한다.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한 일은 목욕이란다/눈앞에 닥친 죽음을 맞기 위해 아버지는/살아서의 버릇대로 혼자서 욕실에 들어가/구석구석 이승의 때를 밀었다/그러고 나서 달력 뒷장에 정갈한 필체로/‘잘 살고 간다, 화장 뿌려, 안녕.’/한마디를 남겼다 아버지가 죽음을 기다리던 그 시간/술꾼의 아들답게 나는 만취해 있었는데/제일 먼저 당도한 막냇사위 말로는/아버지 등에 박혀 있던 못이 풀렸다고 한다/평생 빠질 것 같지 않던 손바닥 못도 풀려 있었다고 한다/못도 산 자에게 박히는 것, 허리가 굽었던 사람도/죽으면 몸이 곧게 펴진다고 하더니/한평생 지게꾼으로 산 양반/아들도 해드리지 못한 안마를 죽음이 해드린 것인가/장례를 마치고 후줄근하게 땀에 전 몸을 씻다가,/멀어져가는 호흡을 놓치지 않고 귀성길 준비라도 하듯/혼자서 마지막 의식을 치르시던 아버지의 고독한 밤이 생각났다(?마지막 목욕? 부분)

최근의 수상 경력(임화문학예술상, 노작문학상)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손택수 시인은 우리 시단의 튼실한 버팀목으로서 손색이 없다. 빼어난 언어 감각과 상상력의 폭과 깊이를 더해가는 그의 시는 “꽃이 피면 죽는 게 아니라/죽음까지가 꽃이다”(?대꽃?)라는 통찰에 이를 만큼 어느정도 경지에 닿은 듯도 하다.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것들의 아픔을 연민으로 감싸며 시인은 “얼마쯤 저를 이미 저만치 데려다놓고/떠나온 곳을 이윽히 바라보는”(?풀이 마르다?) 눈길로 “무심히 지나치던 풀잎도 다시 보고/마냥 심드렁해진 길섶도 두근두근/되짚어보곤”(?술래의 노래?) 한다. 세상의 그늘진 곳을 찾아 스스로 “낮고 또 낮아져”(?지렁이 성자?)서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는” “튼튼한 접속사”(함민복, 추천사)로서 “세상을 떠돌던 먼지들이 모여 빛을 내는”(?불국사 대웅전 마루에서?) 순정한 그의 노래가 참으로 깊다.

수묵은 번진다/너와 나를 이으며,/누군들 수묵의 생을 살고 싶지 않을까만/번짐에는 망설임이 있다/주저함이 있다/네가 곧 내가 될 수는/없는 법이니/경계를 넘어가면서도 수묵은/숫저운 성격, 물과 몸을 섞던/첫마음 그대로 저를 풀어헤치긴 하였으나/이대로 굳어질 순 없지/설렘을 잃어버릴 순 없지/부끄러움을 잃지 않고 희부연히 가릴 줄 아는,/그로부터 아득함이 생겼다면 어떨까/아주 와서도 여전히 오고 있는 빛깔,/한 몸이 되어서도 까마득/먹향을 품은 그대로 술렁이고 있는/수묵은 번진다 더듬/더듬 몇백년째 네게로/가고 있는 중이다(?수묵의 사랑? 전문)

추천평

손택수 시인의 시는 일단 명징해서 좋다. 무슨 문제풀이 콤플렉스에라도 걸린 듯 난해함을 섬기는 작금의 유행 시들과 사뭇 다르다. 그는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는 탁월한 중매쟁이다. 그는 늘 무엇과 무엇 사이에 관절 튼튼한 접속사로 존재한다. 그를 만나면 세계는 벽을 벗고 경계 이전의 알몸을 허한다. 서로 영통하는 길들을 내어놓는다.
얼핏 보면 그가 교집합 전문가 같지만 그의 세계는 여집합에 닿아 있다. 이미 그는, ‘나 아닌 것들로만 구성된 나’의 세계인 공(空)세상에서 놀고 있어, 그에게 더이상 교집합 아닌 것은 없다.
무심히 지나쳤던 ‘극점’과 ‘수묵’도 그를 만나, ‘극점엔 동서남북이 없다/(…)내가 한점으로 가장 단순해진/극점/거기선 네가/지워진 모든 방향이다’가 되고, ‘아주 와서도 여전히 오고 있는 빛깔(…)/수묵은 번진다 더듬/더듬 몇백년째’로 숨쉬며 살아난다.
주격과 소유격이 전부인 것처럼 흘러가고 있는 세상에, 역접 순접 나열로 세상을 이어주며, 독단을 내려놓는 접속사가 되어, 접속사인 시를 쓰고 있는 그가, 그의 시가 새삼 깊다.
함민복(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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