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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람은 한 숨 되고 햇살엔 눈 시리죠
이 세상 모든 움직임이 그댄 떠났다고 하네요
그대 안에 내 모습 재가 되어 날려도
고운 손등 위엔 눈물 묻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사랑이란 건 우리가 했지만
인연을 주는 건 하늘의 일인가봐요
내 신앙같고 내겐 형벌같았던
그대의 옷깃 끝내 나 놓칩니다
이 생 다 지나고 다음 생에 또 만나기를
사랑 그것만으로 함께 할 수 있다면
편히 돌아서길 마음도 남길 것 없죠
눈물은 거둬요.
그댈 위해서 나를 버리길
2절 : 함께 있어도 멀어져 지내도
눈물로 살텐데 함께 울면 안되나요.
내 신앙같고 내겐 형벌같았던
그대의 옷깃 이제 나 보냅니다
이 생 다 지나고 다음 생에 또 만나기를
사랑 그것만으로 함께 할 수 있다면
편히 돌아서길 마음도 남길 것 없죠
눈물은 거둬요.
그대 눈에 눈물 나일테니
그댈 위해서 나를 버리길
제가 좋아하는 임태경의 ‘옷깃’이라는 노래의 가사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이 노래를 듣고 있는데 들을 때마다 가사와 목소리가 너무나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떠나 보낸 인연들이 노래 가사와 함께 줄줄이 끌려 나와서 가슴이 저려옵니다. 끝내 놓을 수밖에 없는 옷깃들이 아직도 내 손안에서 느껴지는 것 같아 갑자기 손끝이 떨립니다.
언제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까. 생각해 봤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몇 년전 아마도 우연히 들었겠지요. 처음 들었을 때는 제가 마흔을 앞 둔 어느 날이었을 겁니다. 가사 때문에, 임태경이라는 가수의 목소리 때문에 마음 속 저 밑바닥에서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올라 왔습니다. 그 날 이후 거의 매일 이 노래를 들었습니다. 가사를 외우고, 임태경의 다른 노래를 찾아 들었지요. 좋은 노래들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노래가 제일 좋았습니다. '사랑이 사랑을 버리다'도 가슴을 울리고 아름다운 노래이긴 합니다. 그래도 전 '옷깃'이 최고입니다.
노래방에 가서 이 노래를 불렀다가 얼마나 욕을 먹었는지 모릅니다. 분위기 깬다고 욕먹고, 노래도 더럽게 못한다고 욕 먹었습니다. 제가 그때 노래방 같이 갔던 지인이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옷깃'을 들려줬더니 깜짝 놀라더군요. 어쩜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그렇게 이상하게 불러서 망칠 수 있냐고 하면서 다시는 부르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노래방 갈 때마다 불렀습니다. 계속 욕을 먹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연습의 힘이라는 게 있잖아요. 이제는 그렇게 듣기 싫지는 않다고 합니다.
'옷깃'은 감히 저 같은 음치가 따라 부를 수도 없을 만큼 울림이 있고 아름다운 노래지만 저는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저의 힘든 40대의 언덕을 넘었습니다. 삶은 왜 고비가 있는지, 그것들은 왜 넘을 때마다 힘던지, 나는 제대로 잘 살고 있는지 알수 없을 때 저와 함께 울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하고도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사람들이 안 다니는 산길을 오르며 마주한 오래된 대나무길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들었던 '옷깃'의 노래가 내 안의 울음을 밀어 올리기도 했습니다. 주저앉아 펑펑 울면서 내가 떠나 보낸 인연들을 그리워하였습니다. 지금 그 인연들이 내 앞에 있고, 그 인연이 현실이라면 달라질 게 별로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렇게 자기연민에 빠져서 울었습니다. 그러면서 현실을 이겨내고 세월을 보냈습니다.
요즈음 '나는 가수다'라는 모 방송의 프로그램이 인기잖아요. 울림이 있는 노래가 사람들에게 주는 감동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노래에서 위로받고 공감하고 싶어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세대에 따라 느낌도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 딸은 아직 인생의 경험이 짧아서 그런지 제가 좋아하는 이 노래가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노래를 못한다고 욕먹겠지만,우리 아이들이 재미없는 노래라고 홀대하기도 하겠지만 '옷깃'은 저와 40대를 쭉 함께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50대는 어떤 노래로 넘을까 고민하며 좋은 노래를 찾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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