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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 문학과지성 시인선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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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07월 23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12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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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4년 0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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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3.74MB 파일/용량 안내
ISBN13 9788932018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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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나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2년 『현대시세계』를 통해 등단하여, 『처형극장』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 『키스』 『활』 『귀신』 『백치의 산수』 등 6권의 시집과 『콤마, 씨』 등 4권의 산문집을 펴냈다. [시로여는세상 작품상], [현대시 작품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했다.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나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2년 『현대시세계』를 통해 등단하여, 『처형극장』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 『키스』 『활』 『귀신』 『백치의 산수』 등 6권의 시집과 『콤마, 씨』 등 4권의 산문집을 펴냈다. [시로여는세상 작품상], [현대시 작품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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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79

출판사 리뷰

원시의 감정이 아로새긴 세계, 마력의 언어로 터져 나오는 가슴 벅찬 노래

강정의 새 시집 『키스』(문학과지성사, 2008)가 문학과지성 시인선 353번째 시집으로 출간되었다. 1992년 만 21세라는 나이로 등단한 지 16년째가 되는 ‘중견시인’이지만 이제야 세번째 시집 출간이다. 첫시집 『처형극장』과 두번째 시집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건만,』 사이 간극이 10년 가까이 된다는 것은 감안하자면, 2년이라는 매우 짧은 기간 동안 쓰인 시들로 꾸려진 이번 시집 『키스』는 그러나, 강정의 새로운 언어와 새로운 세계의 구성의 가능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각별한 시집이 될 것이다.

평론가 조연정은 해설에서 “(첫 시집) 『처형극장』의 강렬도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키스’라는 세련되고도 선정적인 제목의 시집 앞에서 당혹감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그러나 “나는 나는 여기서 곱게 미쳐 죽을 거랍니다.”(「處刑劇場」)라고 외쳤던 스무살의 독기를 “즐거워 죽을 수 있도록”(「노래」)이라는 말랑말랑한 연애 감정과 뒤바꾸었다고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한다. “ 『키스』의 강정은 『처형극장』의 분방한 에너지를 그러모아 숙성시켜 애무의 순간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정은 『처형극장』 속에 난무하던 에너지를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 이라는 과도기적 여과를 통과하여 『키스』라는 시집 안에 응집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와의 ‘깊은 키스’를 통해 오랜 시간 소년으로 살아오던 시인이 단숨에 어른으로 올라서는 순간이며 매력의 언어가 마력의 언어로 탈바꿈하는 ‘새로운 인식/시쓰기’가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시인은 「死後의 바람」이라는 동일한 제목으로 시집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시에서 이를 노래하고 있다.

오래전 한 편의 詩가 끝나고 바람이 불었다
사람들이 짐승의 거죽을 뒤집어쓴 채 민둥산의 태양을 끌어내렸다

불타는 시간들은 그대로 숲이 된다
인간이 인간 바깥으로 떠돌아 짐승의 마음을 허공에 쓴다
─「死後의 바람」 전문

이 오래된 바람의 내력엔 서로 피를 나눠 먹던 종족의 역사가 흐른다
강물의 붉은색은 노을에 닿아 바다가 되고
발끝에 묻은 파도의 소금기가 지문으로 번질 때
기필코 사람은 지느러미와 날개를 갖는다

또 다른 궤를 그리며 땅속에 덮이는 하늘
맨발로 뛰쳐나가 생의 지도를 다시 찍으니
펄럭이는 파도 끝 자락에 마지막 詩가 불붙는다
─「死後의 바람」 전문

강정은 위 시들에서 “오래전 詩”의 끝을 알리고 “마지막 詩”의 타오름을 선언한다. “인간의 바깥으로 떠돌아 짐승의 마음”을 쓰던 시인은 이제 “맨발로 뛰쳐나가 생의 지도를 다시 찍으”며 새로운 시의 서막을 알리는 것이다. 이 기묘해 보이는 개인사적 선언은 선언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들은 다 보이지 않는 것이 되”는 한편 지나간 “한 세상이 저만치 다른 상처에 닿”으며 경험하는 이러한 한 세계와의 결별과 다른 세계와의 조우의 추동력으로 작동한다. 이렇게 쓰인 시편들은 세계를 무한히 확장하며 새로운 세계에 닿는다. 그러나, 이 새로운 세상이 반드시 새로운 경험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그는 이미 많은 것을 경험하였으며 그러므로 ‘새로운 세계’는 ‘전혀 새롭지 않은’ 모습으로 찾아온다.

우스운 일이지만,
나는 카메라 한 대로 모든 시간을 포획하려는 꿈을 아직 버리지 못한다
당신의 얼굴을 담으려다가
두 개의 망막을 거쳐 내 심장에 가설된 집에는
당신이 떠난 자리만 휑뎅그렁 살아 있는 나보다
더 크고 살갑다
대개 과장법이 잘 통하는 나의 카메라는
사람 여자의 몸에 공룡 머리를 얹은 모습으로
당신을 기억한다
당신은 내 기억보다 훨씬 먼 시간의 지층 아래
흙과 나무의 처소로
봄마다 아름답게 환생하지만

[……]

사람 여자의 몸을 내던진 당신이
살금살금 뒷물 흘리며 봄의 훈향을 대륙의 모래먼지로 뒤바꾼다 한들
어떤 한계를 넘어서려는 듯
제 속의 사악한 것을 토하려는 듯
낮게 찰랑거리는 허공에서
낯선 풍경으로 상영되는 내 마음의 돌연한 사건들이
지난한 욕정의 형식을 試演하는 걸 막을 순 없다
봄이면 귀환하는 먼 미래의 악취 속에서
나는 이미
당신이 찍어놓은 과거의 얼굴들이기 때문이다
─「키메라, 카메라」 부분

강정 특유의 리듬이 잘 살아 있는 위 시에서 강정은 ‘내’가 기억하는 ‘당신’은 과장되고 왜곡된 모습일 뿐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며, ‘나’ 역시 그러하다고 말한다. “낮게 찰랑거리는 허공에서 낯선 풍경으로 상영되는 내 마음의 돌연한 사건들”마저 이미 “찍어놓은 과거의 얼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정은 이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세계’를 대수롭지 않게 바라만 보고 있지 않는다. 세계에 대한 인식과 사유 이전에 그는 당신이라 아로새긴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세계’를 찢고, 들여다보고, 삼켜, 자신 속으로 편입시킨다. 이렇게 삼켜진 세계는 ‘차이와 반복’이 생기기 전, 언어를 통해 하나가 되고, 그러므로 ‘당신’은 막막함의 대상이 아니게 된다. 다시 말해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세계’를 들이마심으로써 시인은, 스스로 ‘완전히 특별한 세계’가 된다.

방안에서 문득 꺼내본 당신의 얼굴이 젖어 있다
머뭇거리던 당신의 마음이 한순간 멎는다
불빛이 죽은 먼지처럼 이글거린다
벽면을 바라보던 눈알이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며
금싸라기처럼 만개한다
내 몸과 공간 사이에 경계가 사라진다
나와 당신 사이에
나와 당신과 무관한
또 다른 인격이 형성된다
사랑이란 하나의 소실점 속에 전 생애를 태워
한꺼번에 사라지는 일
이 우주에 더 이상 밀월은 없다
─「불탄 방」- 너의 사진 전문

‘키스’의 순간 “몸과 공간 사이에 경계가 사라”지고 당신과 내가 흡착되는 순간 “무관한 또 다른 인격의 새로운 세계”가 태어난다. 그것은 유일무이함으로 “이 우주에 더 이상의 밀월은” 존재할 수 없다. 강정의 키스는 타인을 확인하는 씁쓸하고 가슴 아린 몸부림의 언어가 아니라, ‘밖을 안으로 들이고 안을 밖으로 내어놓는’ 적극적이고 집요한 태도의 언어이며, “세계와 나를 가로지르고 있는” “살갗을 벗겨내어” 세계를 들이마시는 행위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시인이 세계에 편입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시인에 편입된다는 것이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삼킴’ 행위는 즉각적이며 본능적이고, 관능적이다. 어떤 판단 이전의 ‘원시’의 감정들이 이 시집의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강정은 이 넘치게 흐르는 감각을 한꺼번에 끌어안음으로써 ‘새롭지만 새롭지 않은 세계’를 단숨에 전혀 새로운 세계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강정의 시들은 ‘전혀 새로운 세계’에서 채집한 감각들이라 할 수 있으며 여기에 강정만의 서정성이 더해져 여태껏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질서의 노래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이것이 강정의 이번 시집이 가지고 있는 특별함이며 우리가 그의 새시집을 주목해야하는 이유이다. 강정의 이번 시집에는 ‘또 다른 의미로서의 시’인 그림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혜승 씨가 그리고 시인이 직접 고른 이 그림들은 시의 ‘재해석’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시’가 되어서 강정의 시들의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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