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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07월 23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24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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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4년 07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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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3.54MB 파일/용량 안내
ISBN13 9788932019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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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76년 서울에서 출생하였다. 200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칸트의 동물원』『우리들의 진화』『차가운 잠』『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동시집으로 『안녕, 외계인』 『콧속의 작은 동물원』, 산문집으로 『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고독할 권리』 등이 있다. 김준성문학상, 현대문학상, 오장환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등에서 시론과 시 창작 등을 가르치고 있다. 1976년 서울에서 출생하였다. 200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칸트의 동물원』『우리들의 진화』『차가운 잠』『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동시집으로 『안녕, 외계인』 『콧속의 작은 동물원』, 산문집으로 『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고독할 권리』 등이 있다. 김준성문학상, 현대문학상, 오장환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등에서 시론과 시 창작 등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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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피할 수 없이 마주해야 하는 존재의 부조리함
혹은, 더할 수 없이 경쾌하고 투명한 공포의 아름다움



아슬아슬한 부재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기, 이른바 “꼬리의 시학”(이광호)이라는 명명 아래, 시집 『칸트의 동물원』(민음사, 2006) 발간되었을 때, 시인이자 평론가인 이장욱은 이 시집을 “낯설고도 친근한, 부드러우면서도 아무 곳에나 스며들지는 않는 경쾌하고 또 불안한, 그런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렇게 투명하고 절제된 파격의 언어들의 시집 『칸트의 동물원』은 조용히 그리고 멀리 알려졌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이 ‘조용한 파격’의 시인 이근화의 두번째 시집 『우리들의 진화』(문학과지성사, 2008)가 발간되었다.

“어떤 혁명은 명랑하고 모호한 언어들로 시작된다”
이번 시집의 해설을 맡은 평론가 이광호의 말처럼 “산뜻한 목소리로 시작되는” 이 “경쾌한 혁명”은 비장함도, 애통함도 없다. 이 “혁명”적 시는 미래파 혹은, ‘2000년대 젊은 시인들’의 시로 통칭, 대칭(代稱)되는 시들의 강렬한 중첩의 이미지, 다성성(多聲性)의 무도(舞蹈)와는 다르다. 조용하고 경쾌한 목소리로, 그나마 있던 옷마저 벗어버리고 무엇보다 투명해지려는 노력으로, 그녀의 시 언어는 ‘혁명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우리가 모르고 있던, 아니 잠시 잊고 있었던, 이 서정성은 내 것도 당신 것도 당신들 것도 아닌, 우리들의 것이다.


“우리들”
시인이 삼 년 만에 발간한 시집 『우리들의 진화』의 주어는 ‘우리들’이다. 시인은 ‘우리’를 시 속에 적극 개입시키는 것뿐 아니라, 모든 감정의 주체로 만든다.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단숨에 묶여, 분리될 수 없다.

‘우리’라고 누군가 말할 때, ‘나’는 아무 의심 없이 그 ‘우리’라는 집단적 주체화의 테두리 안에 포섭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라는 호명 방식만큼 이데올로기적 가능성의 높은 것도 없다. 개체를 집단적 주체성에 붙들어두고 그 정서적 일체감을 구축함으로써 우리의 바깥에 있는 타자들을 배제하는 이 이데올로기적 호명 방식. _이광호, 시집 해설 「진화하는 우리들의, 명랑하고 모호한 감정들」 중에서

위의 정의처럼 시집 『우리들의 진화』는 시인과 화자 그리고 독자 사이의 경계를 단숨에 허물어버린다. “이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의 호칭일 “우리”라는 단어에 결속되는 ‘우리’는 이렇게 시 속으로 뛰어든다. 이 이상한 결속의 경험은 낯선 동시에 아름답다. 시의 주체가 되어서 시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라니. 그런데, 시인은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그리고 어떤 힘으로 모든 것을 한 ‘호칭’으로 묶어놓을 수 있을까. 단순한 호명으로 이가 해결될 리는 만무하다. 집단은 ‘동일한 감정’을 통해 유지되며 ‘공감’이 없는 유사성은 일회성으로 그치고 만다. 공감과 동의의 영역이 확장될수록, 그 집단은 힘이 세진다. 나의 공감의 영역에 타자들을 포함시키는 것, “우리”가 되는 것은 ‘공감의 테두리’를 쳐내는 일이다. 그러므로 공감의 영역이 둥글고 커질 때 ‘우리’라는 이름은 성공하게 된다. 그러나 모두의 공감을 얻어낼 만큼의 확장은 의미가 없다. 그 경계는 무한하게 확장되고, 결국은 아무것도 가리킬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 범위가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우리’는 “우리”가 될 수 없다. 모두의 공감이 전제되지 않는 한, ‘우리들의 세계’란 허울에 불과하다. 이근화의 끝없는 투명성의 확보에 대한 노력은 여기서 기인한다. 분명한 것으로부터 확장, 그렇게 투명해지는 방법, 나마저 대상화하는 방법은 이 시집의 근간이다. 이는 사물의 밖으로 나오는 일임과 동시에, 오롯하게 사물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투명성은 ‘모두’가 되어버리는 적극적 일치와 나마저 타자화시켜버리는 차갑기 만한 거리에서 확보된다. 이 ‘거리’와 ‘투명성’은 좀더 본질에 가까워지고자 하는 시인의 시적 전략이자, 장치이다. 이 전략·장치가 시 속에 녹아들 때, 이근화의 시는 극도의 투명성, 즉 무감의 영역으로 들어선다.

프레스기(機)의 진화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동그라미가 되어 간다

긴 손가락으로 긴 손가락을 잡으면
더 큰 동그라미들이 태어날까
더 많이 태어났다 오래 죽어갈 수 있을까?

천장 위에 쌓이는 먼지들의 고고한 자세로
우리는 숨을 고르고 다시 손을 모은다
내 몸은 엉망으로 기억하는 이불에 대해
아무런 감정을 갖지 않기로 한다 ─「우리들의 진화」 중에서

표제작이기도한 이 시에서 이야기하듯, 입도 코도 눈도 없는 동그라미, 그 속에 들어가 다른 동그라미를 만드는 일, 점점 우리가 되는 일은 그렇기 때문에 “아무런 감정도 갖지 않”아야 한다.” 대상으로부터 뿐 아쾴라 주체로부터의 간접화는 끝없이 투명해지는 언어의 확장을 감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 무한한 확장 속에 ‘우리’는 드디어 “우리”라는 이름 속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진화”
진화는 앞과 뒤가 있는 현상이다. ‘앞’으로부터 ‘뒤’로의 방향이 전제되지 않는 한 ‘진화’란 있을 수 없다. 동시에 진화는 앞과 뒤의 차별성에 근거하는 현상이다. 앞과 뒤가 달라졌을 때 우리는 진화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전제는 나아감이다. 나아가지 않는 걸음은 진화라고 불리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시집 『우리들의 진화』는 이근화 시의 진화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전작 『칸트의 동물원』에서 『우리들의 진화』로 오기까지의 이근화 시는 분명 달라졌다. 그리고 그 사이/차이는 ‘진화’라 이를 만한 것들로 빼곡하다. 더 투명해지고, 더 분명해진 감정과 언어들은 다르며, 새롭다. 그러나 이근화가 발화하려는 “진화”와는 구별 된다. 이광호의 해설에 따르면, 이근화의 진화는 “퇴화와 역진화의 과정을 밟아감으로써 인간적 관점에서의 진화론을 뒤엎는다.” 물론 여기서 쓰이는 “퇴화,” “역진화”란 개념 역시 인간적 관점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일반적 진화는 ‘그들의 진화’이지 ‘우리들의 진화’는 아니다. ‘우리들의 진화’는 ‘그들의 진화’로부터 뚜벅뚜벅 걸어나와 상상의 공간으로 가는 그 방향, 그 길목으로 나아감을 일컫는다. 여기서 우리는 이 시집의 아름다운 모호함에 대한 열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과를 먹으려다 말았어요
형광등이 들어왔다 나갔다
손가락이 끊어졌다 붙었다

사과를 먹은 것 같습니다

사과는 회전하면서
맛있는 사과가 되었어요
입은 본질적으로 코에 속합니다
중개하는 사과

얼굴을 착착 접고 지붕에 올라가
지붕에 올라가 까마귀를 부릅니다
머리털을 뽑으며 깍깍 불길합니다
사과는 맛있어요 붉어요 ─「도약하는 사과」 중에서

사과를 먹고 나서 혹은 먹으며 써 내려갔을 이 시의 ‘도약’은 우리를 사과 속의 무아지경으로 데려간다. 이 밀착의 거리는 앞서 이야기한 거리두기로부터 시작된 것이지만, 이 전위적 감정을 따라가기 위해 “우리”는 ‘우리’에게 진화를 요구한다. 이 진화는 이근화가 첫 시집에서 보여주었던 “사이의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감정과 감정 사이, 대상과 주체 사이에서 무한한 공간을 발견, 확보하고, 그 틈을 상상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무한히 확장한다. “사과를 먹으려다 말았어요”와 “사과를 먹은 것 같습니다.” 사이 형광등이 깜빡이고 손가락이 떨어졌다 붙는 이 이상한 체험은 ‘먹은 것’이 아니라 ‘먹은 것 같은’ 속에서 딱히 뭐라 말할 수 없는 영역으로 우리의 감각을 잡아당긴다. 감각의 차원이동은 우리가 이근화의 시를 통해 얻어내는 “진화”다. 흔히 ‘상상’이라 칭하는 너무 뻔하고 익숙해진, 감정이라고 부르기에 지나치게 온순한 질퍽질퍽한 것들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시인이 제시하는 것은 잊고 있었던 세계의 놀라움이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시집을 체험하고 그 투명한 언어-문장으로부터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하게 된다.

이근화 시집 『우리들의 진화』는 요약의 불가능함으로부터 시작된 시집이다. “우리”라는 모호한 경계와 무한히 확장하려는 언어의 자유를 꿈꾸는 일. 이로써 불가능한 글쓰기에 가닿으려는, 일견 무모해 보이기까지한 시도. 이 시도의 결과물은 독자의 손 위로 넘어갔다. 분명한 것은, 시집 『우리들의 진화』는 뚜렷이 ‘이것이다’ 라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지금, 투명성을 통해, “우리들”과 ‘우리들의 감정과 상상력’을 진화시키는 ‘시집’이며, 새로운 감각으로 답답하기 만한 ‘지금’에 서늘한 통풍구가 되어줄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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