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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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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 돌베개 | 2014년 07월 07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6점
편집/디자인
4.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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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한국현대사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4년 07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420쪽 | 708g | 152*225*25mm
ISBN13 9788971996096
ISBN10 8971996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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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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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경제학보다는 역사학, 철학, 문학에 관심이 더 많았다. 한때 정치와 행정에 몸담았다가 2013년부터 전업작가로 복귀했다. 방송의 시사비평이나 예능 프로그램에 가끔 출연하지만 본업은 글로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지식 소매상’이다. ‘인생은 너무 짧은 여행’이란 말에 끌려 몇 해 전 유럽 도시 탐사 여행을 시작했다. 도시의 건축물과 거리, 박물관과 예술품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독자...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으나 경제학보다는 역사학, 철학, 문학에 관심이 더 많았다. 한때 정치와 행정에 몸담았다가 2013년부터 전업작가로 복귀했다. 방송의 시사비평이나 예능 프로그램에 가끔 출연하지만 본업은 글로 지식과 정보를 나누는 ‘지식 소매상’이다.

‘인생은 너무 짧은 여행’이란 말에 끌려 몇 해 전 유럽 도시 탐사 여행을 시작했다. 도시의 건축물과 거리, 박물관과 예술품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어서 《유럽 도시 기행》을 썼다. 여행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면 이 작업을 앞으로도 오래 할 생각이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국가란 무엇인가》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표현의 기술》(공저) 《역사의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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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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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 프티부르주아 리버럴의 ‘위험한 현대사’ 읽기

“프티부르주아 계층의 대구·경북 출신 지식 엘리트로서 젊은 나이에 이름을 알리고 출세를 했지만 결국 정치에 실패한 후 문필업으로 돌아온 자유주의자.” 정치계를 떠나 작가의 삶을 살고 있는 유시민이 스스로를 정의한 내용이다. 1959년 7월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유시민은 경주여중 역사교사였던 아버지 밑에서 4녀 2남 중 다섯째 아들로 자라났다. 1960년 이승만 대통령이 4·19혁명으로 하야하고 이듬해 5·16군사쿠데타가 일어나 이후 18년 동안이나 박정희 대통령의 독재가 이어지던 시절이었다. 유시민을 비롯한 ‘59년 돼지띠’들에게 ‘대통령은 곧 박정희’였던 때였으며, 청년 유시민은 독재체제의 대한민국을 자유롭고 풍요로운 나라로 바꾸는 길에 동참하게 된다. 유시민이 소자산계급을 의미하는 ‘프티부르주아’ 계층의 ‘리버럴’(자유주의자)이 된 것은 그 개인으로 보면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이다.

직업정치인의 옷을 벗고 작가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이후 펴낸 첫 번째 책 『어떻게 살 것인가』에 이어 유시민이 야심차게 선택한 주제가 바로 한국현대사다. 현대사야말로 고대사, 중세사 등과는 달리 해당 인물들이 생존해 있는 경우가 많아 상당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는 까다로운 분야다. 격렬한 감정의 표출과 정치적 대립을 동반하기에 현대사를 이야기하는 데는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는 유시민은 “감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인생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소회를 피력한다.

그런 마음으로 최근에 펴낸 『나의 한국현대사: 1959-2014, 55년의 기록』은 ‘프티부르주아 리버럴’인 유시민이 대중의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들여다본 한국현대사 55년의 기록이다. 왜 55년인가? 1959년 돼지띠 출생자 중에서 유일하게 국무위원을 지낸 유시민이 출생 후부터 현재까지 보고 겪고 느낀 주요 사건들을 다뤘기 때문이다(향후 5년 단위로 개정판을 낼 계획도 갖고 있다). 현대사의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큰 줄기로 삼고 저자 자신의 직접적인 체험을 잔가지로 삼아 엮어낸 이 책은 현대사라기보다 ‘현재사’現在史 또는 ‘당대사’當代史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1959년부터 현재까지 끝없이 번민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서술된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바로 ‘공감’이다. 더 훌륭한 세상을 만드는 힘은 공감하는 능력에서 나오며 더 나은 미래의 희망은 역사 속에 있다고 말하는 유시민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존엄성과 어리석음, 아름다움과 추함 모두를 인정하고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 분노와 자부심 같은 상반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우리 현대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호소한다. 더불어 그 공감의 폭이 가장 넓은 동년배들에게는 작은 위로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청년들에게는 의미 있는 조언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 이야기』 등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대중역사서의 집필 경험과 직업정치인의 경험을 십분 살려 우리 현대사를 저자 특유의 속도감 넘치는 필력으로 풀어 쓴 이 책은 일반 역사서와는 확연히 달리 저자의 직접적인 체험이 곳곳에 녹아 있어 생생함과 흥미로움을 더한다.


* 저자의 개인적 체험과 개성으로 길어 올린 우리 시대 공통의 역사적 경험

대표적인 진보지식인으로 통하는 저자 유시민은 진보와 보수, 영·호남, 세대 간의 갈등이 여전한 지금 우리 현대사에 ‘제한적인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히며 이야기의 물꼬를 튼다. 이는 일반적인 진보진영의 입장과 비교할 때 꽤 유연한 시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박정희 정권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인 눈으로 그 공과를 언급하며 오늘날 한국 사회가 이만큼 이륙할 수 있게 된 동력인 산업화의 과정을 면밀히 고찰한다(물론 이 정도의 산업화를 위해서 독재가 불가피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광복 14년, 정부 수립 11년, 한국전쟁의 포화가 멈춘 지 겨우 6년이 지난 1959년 베이비붐 시대에 태어난 이래 무려 18년간 같은 대통령 밑에서 자라야 했던 당대인들에게 박정희 대통령만큼 상반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인물도 드물 것이다. 1979년 10·26사건으로 그가 세상을 달리한 지 35년이 흐름 지금, 그의 딸이 다시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59년 돼지띠’들의 생각이 모두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한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는 만큼 유시민은 같은 시대를 열심히 달려온 동시대인들을 ‘벗’으로 호명한다. 저자는 그 무수한 ‘벗’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우선 유시민은 2012년에 치러진 제18대 대선이 진보와 보수 간 ‘역사전쟁’이었다고 말한다. 당시 1,577만 명에 달하는 유권자들, 특히 고령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것은 그들이 살았던 삶과 시대를 인정받고자 하는 소망의 표현이라고 본다. 유시민의 눈에 비친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평가를 잠시 살펴보자. 이승만 대통령은 국부國父를 자처했지만 무능하고 이기적인 ‘폭력가장’이었을 뿐이며, 박정희 대통령은 고결한 인간은 아니었으나 ‘성공한 독재자’였고, 전두환 정권은 불필요한 독재의 연장이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노태우 대통령은 가장 평가절하되어 있으나 그의 대북정책만큼은 높이 사야 하며, 김영삼 대통령은 한때 드높은 결기가 빛나던 멋진 시절이 있었고, 김대중 대통령은 공안통치를 하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으로서 우리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킨 인물이며,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권력의 권위주의를 내려놓은 확고한 민주주의자였다고 평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 외에는 말할 거리가 없는 인물로,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경제·대북정책 모든 면에서 별 기대를 하기 어려운 인물로 평가한다. 그럼에도 지난 대선에서 51퍼센트의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것이 비록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을지라도 비정상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다수결로 권력자를 뽑는 민주주의 선거제도는 더 훌륭한 사람의 당선을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책에는 이승만 대통령 시절의 부정선거와 4·19혁명으로 인한 하야, 곧이어 일어난 5·16군사쿠데타와 18년에 걸친 군사독재, 산업화를 이루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과 경제성장 가시화, 전두환 정권과 5·18광주민중항쟁, 1970년대 반독재투쟁과 1980년대 민주화투쟁, 노태우·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숱한 간첩조작 사건 등의 굵직한 정치적 이슈는 물론, 1970~1990년대 일상사·문화사와 관련한 주요 역사적 사실들이 풍부하게 실려 있다. 그 중간중간에 어릴 적 이종사촌형이 빨간색 ‘포니’를 몰고 흙탕물을 가르며 시골 외가의 농로를 달려오던 모습에서 느낀 순수한 감동이라든가 주변에 밥을 굶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서 받은 충격, 텔레비전이 최초로 등장하던 때의 일화, 기생충문제와 채변봉투에 얽힌 추억, 학생운동을 하던 당시에 저자가 직접 체험한 1980년 5월 15일 ‘서울역 회군’ 때의 경험과 이틀 뒤 서울대 총학생회장실을 홀로 지키다 계엄군에 체포된 이야기 등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을 역임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선별한 보건·위생문제와 복지문제에 대한 견해 등 일반 역사서에서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해 장년층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청년층에게는 놀라움과 함께 새로운 간접경험을 선사한다.
때론 직설적으로, 때론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있는 우리 현대사의 면면에는 독재와 압축 성장으로 인한 만성적인 부패와 그에 따른 진통, 오랜 폭압에도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쟁취해낸 국민들의 뜨거운 열정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그 갈피마다 새겨져 있는 조봉암, 이병철, 정주영, 신현확, 장준하, 백기완, 전태일, 김세진, 박종철, 이한열, 문송면 등의 숱한 이름 앞에서 저마다 느끼는 감정과 평가는 다르겠지만 이미 있었던 역사적 사실 자체가 달라질 수는 없다. 다만 같은 역사적 사실을 어떤 시각과 기준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역사인식의 층위가 달라지는 것이며, 이 때문에 역사논쟁이 끝없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 ‘흉하면서 아름다운 나라’ 대한민국 55년의 민낯

1959년 대한민국 인구는 2,400만 명이었으며 국내총생산GDP은 19억 달러, 1인당 GDP는 81달러(유럽 선진국들은 1,000달러, 미국은 2,000달러)였다. 당시 세계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은 2014년 현재 인구는 5,100만여 명으로 두 배, 국내총생산은 (2013년 기준) 약 1조 3,000억 달러로 684배, 1인당 GDP는 약 2만 6,000달러로 320배,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라 할 만한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난민촌이나 다름없던 병영국가·안보국가에서 급속한 고령화를 걱정해야 하는 민주국가로 탈바꿈한 것이다. 명실상부한 복지국가로 가는 길은 아직 숙제로 남아 있지만 지구상에서 이처럼 짧은 기간에 이만큼 놀라운 성장을 이룬 나라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우리 현대사의 변화속도는 거의 광속이라 할 만한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가 다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다. 1970년 와우아파트 붕괴사건, 1971년 대연각호텔 화재사건, 1993년 서해훼리호 침몰사건,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999년 씨랜드 화재사고,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 2010년 천안함 사건, 최근의 세월호 참사 등 우리 현대사를 억울한 죽음으로 얼룩지게 만든 대형 참사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하는 것 또한 오늘의 현실이다. 서구 선진국들에서는 300여 년에 걸쳐 진행된 사회경제적·정치적·문화적 변화가 우리나라에서는 겨우 50여 년 동안에 일어났으니 부작용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며,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입장 차이를 절충하기가 그만큼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언제까지 두 세력이 서로 대립각을 세우는 데만 몰두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까.
유시민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산업화세력으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민주화세력으로 분류하고 우리 현대사를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 간의 분투와 경쟁의 기록으로 읽는다. 리더의 조건으로 봤을 때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대표는 각각 박정희·김대중 대통령이며 그들이 우리 현대사에 각인한 인격이 여전히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저자 자신은 의당 민주화세력으로 분류되지만 역대 대통령들의 선호도 조사를 참고할 때 우리 국민은 두 세력을 거의 50대 50으로 인정해왔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산업화시대와 민주화시대 모두 우리의 과거이며 따라서 둘 중 하나만을 인정하는 자세는 온전한 역사인식·현실인식일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 어느 때보다 역사논쟁이 뜨거운 지금, 서로 다른 경험과 이해관계, 인생관을 가졌다 해도 충분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그 간극을 줄여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역사교양서로서 이 책이 갖는 미덕은 전문 역사가의 냉정하고 건조한 분석이 아니라 이 시대를 함께 살아온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저자가 가려 뽑은 현대사 55년의 주요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과 평가에 있다. 회고하는 역사서가 아니라 함께 미래를 전망해보기 위해 당대인들끼리, 나아가 세대 간에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눠보자는 초청장인 셈이다.
앞선 세대의 시행착오를 거울로 삼아 ‘침몰해가는 대한민국호’를 구해낼 공동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 마침맞게 나온 이 책을 벗 삼아 유시민이 말하는 ‘흉하면서 아름다운 나라’ 대한민국 55년의 민낯을 각자의 경험과 해석을 곁들여 만나보자. 역사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역사논쟁이 몰고 온 현대사 바람

‘역사란 무엇인가’,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는 인문학의 오랜 중심주제였으며 인간 사회가 존속하는 한 끊임없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물음일 것이다.
교학사 ‘뉴라이트’ 교과서 파동에 이어 최근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역사인식 문제로 다시금 우리 사회에 뜨거운 역사논쟁 바람이 일었다. 이를 반영하듯 유시민의 신간은 출간 전 예약판매 3일 만에 5,000여 부가 나가 가볍게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에 올랐다(7월 초 기준 알라딘 1위, 예스24 5위 등). 이는 지난 18대 대선 직후 서점가에 현대사 바람이 불었던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와 정부 여당 고위직들의 막말 파동, 총리 후보자들의 연이은 낙마와 정홍원 총리 유임 등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동안 우리가 무엇을 놓치고 살아왔는지에 대한 기성세대의 반성과 더불어 자식 세대를 위한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그만큼 깊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겠다(예판 독자의 80퍼센트가 35~54세 남성이었으며 전체 독자군 중 45~54세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 유시민이 말하는 ‘유시민’

1959년 7월 하순 경상북도 경주시 북부동 낡은 기와집에서 태어났다. 눈을 뜨고 보니 누나 셋과 형이 벌써 자리를 잡고 있었다. 2년 뒤 막내인 여동생이 뒤따라왔다.
어릴 적 밥상머리에서 아버지에게 이순신, 김유신, 제갈공명, 나폴레옹 등 뛰어난 역사 인물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걸출한 개인을 흠모하는 성향이 있다. 스스로 계획을 세워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한다.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도, 남에게 무언가를 시키는 것도 왠지 편하지 않다. 돈이나 권력보다는 지성과 지식을 가진 이를 우러러보며 내가 남을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한, 사회든 국가든 그 누구든 내 자유를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고등학생 시절 출세라는 것을 하려고 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간 후에는 공부보다 정부와 싸우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썼다. 야학에서 같은 연배의 노동자들을 가르쳤으며, 학생회 임원을 맡았다가 감옥 구경을 하기도 했다. 스물여섯 살 이후에는 주로 글 쓰는 일로 밥벌이를 했으며, 30대 중반에 독일로 유학을 가서 경제학을 더 공부했다. 40대에는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다가 정치에 입문해 국회의원과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잠시 공직사회를 경험했다. “프티부르주아 계층의 대구·경북 출신 지식 엘리트로서 젊은 나이에 이름을 알리고 출세를 했지만 결국 정치에 실패한 후 문필업으로 돌아온 자유주의자.” 나는 나를 그렇게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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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우리가 만들어가고 있는 한국의 현대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쟁* | 2016-12-05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탐구하는 것은 흥미롭다. 역사 그 자체로서도 의미가 있지만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 역사를 알고 싶었다.

 

한국 현대사는 예민하다. 아직도 우리가 (정확히 말하면 우리 부모님, 조부모님 세대) 예전의 전쟁, 가난, 북한의 위협과 반공주의, 지역 감정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고, 현대사의 주역이나 조연들이 아직도 정치권에서 현역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때문이다. 언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었다고 하지만, 정치적으로 반대인 성향의 친구와 시국에 대한 대화를 편하게 나눌 만큼 성숙한 문화가 아직 자리잡진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중고등학교때 배우는 역사 교과서로 한국의 현대사를 알기란 너무나 어렵다. 솔직한 고백으로는 국사 공부보다는 수학, 영어 공부가 더 중요했었다. 국사 교과서에서 현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1/10 정도나 되었을까?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1/20도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TV나 책을 보다가도 현대사적인 주제에 대한 내용은 이해하지 못했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뉴스도 걸러듣게 되었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정보가 부족했으며, 현재가 곧 미래의 우리 역사라는 인식이 부족한 것이 더 근본적인 이유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한 때 정치에 몸담았던, 현재는 작가와 방송인으로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유시민 작가의 우리나라 현대사의 산 기록이다. 그는, 역사가 완전한 사실 그대로 기록될 수 없고, 전달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당당히 고백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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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 역사적 사실 그 자체가 객관적인 진리를 이야기한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착각일 뿐이다. ... 역사는 어떤 사실을 선택해서 어떤 관계를 맺어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책도 그런 감정싸움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감당할 가치가 있는 위험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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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우리나라 현대사의 명과 암을, 그 상황을 두 눈 부릅뜨고 바라보았던 한 젊은이의 시선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 놀라웠던 것은, 과거로만 인식되었던 역사는, 박제된 것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현재 지속형이며, 지금과 닮아도 너무 닮은 모습이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껴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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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209.  10월 유신은 현직 대통령이 일으킨 쿠데타였다. 제3공화국 헌법에는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이 없었다. 국회의원 3분의 2의 찬성을 받지 않으면 헌법개정안을 확정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폭력으로 국회를 해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신헌법 초안을 만든 인물은 중앙정보부와 청와대 파견 근무를 했던 김기춘 검사로 알려져 있다.

 

p. 88.  시위는 연일 계속되었고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4월 25일에는 대학교수들이 거리로 나왔다. 매카나기 주한 미국대사가 이승만 대통령을 찾아가 하야를 권고했다. 법무부장관 권승렬, 외무부장관 허정도 하야를 요청했다. 4월 26일 오후, 마침내 대통령 담화가 나왔다. 이승만 대통령은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고 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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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젊은이들의 대통령 지지율은 0%에 가깝다. 그러나 유권자 전체로 따지면 10%에 이른다. 우리들 끼리는 얘기한다. 도대체 그 콘크리트 지지층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옹호를 하는 것일까? 합리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그저 예전의 추억, 향수에 갖혀 변화를 거부하는 고집스러운 사람들일까? 이런 궁금증에 대해서도 역사적 배경을 들어 의견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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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0. 그런데 박정희 대통령을 가장 좋아하는 시민들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대상은 사실 그의 인격과 행위가 아니라 그 시대를 통과하면서 시민들 자신이 쏟았던 열정과 이루었던 성취, 자기 자신의 인생일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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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헌정 사상 초유로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이 되어 특검을 앞두고 있고, 국민의 70% 이상이 탄핵을 고대하고 있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국면이다. 우리나라의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이 눈앞에까지 와있지만, 변수가 워낙 많아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온전히 예측하기가 힘들다. 민주주의의 실현이란 어느 한 시점에 반짝하고 출현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인 것임을 과거의 실패를 돌아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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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78 민주주의는 최선의 인물이 권력을 장악해 최대의 선을 실현하도록 하는 제도가 아니다.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잡아도 악을 마음껏 저지르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p.183 수십년 동안 같은 사건이 반복되는 것과 같은 우리 현대사를 들여다 보면, 집권 세력 또는 정부가 독재, 인권탄압,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시민들은 시위를 하고, 경찰을 동원하여 이 시위를 진압하고 잦아들면, 다시 부정부패가 저질러지고, 같은 패턴의 시민 투쟁이 벌어지고, 시민들의 호응이 커질 것 같으면 공안당국이 나서서 배후의 북한 세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비판적인 언론보도를 통제하고 시민들을 세뇌하는,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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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일까지의 총 6차에 걸친 전국적인 촛불집회가 그동안 우리나라의 민주화 과정에서의 다른 궐기들과 비슷한 점, 다른 점을 살펴보았다.

 

지금까지의 시민들의 궐기와 같은 점은

     연속적, 동시다발적, 전국적 도시봉기이다.

     헌법 정신에 위배된 정권, 국가 지도자를 축출하려는 국민적 외침이다.

지금까지의 시민들의 궐기와 다른 점은

폭력적 행위 없는 평화적인 시위로 진행된다.

시민들의 호응 매우 큰 것에 비해 북한 세력이 있다고 조작하기에는 시위에 참가하는 대다수의 시민은 북한과의 연관성에 관심이 없고 영향받지 않는다.

(JTBC) 언론보도가 (정부가 원하는 대로) 통제되지 않고 있다 : 언론 (및 SNS) 을 통해 이미 대통령과 측근들의 비리, 국정농단 사실이 국민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된다.

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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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7  연속적, 동시다발적, 전국적 도시봉기는 다양한 불법행위를 수반한다. 도로점거, 투석, 화염병 투척, 야간시위 등 시위대의 모든 행위가 실정법 위반이다. 그러나 다수 국민이 그것을 최고의 법인 헌법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불가피한 행동으로 받아들일 경우, 그 모든 것은 불법이지만 정당한 행위가 된다. 주권재민이라는 민주주의 대원칙을 실현하는 민중의 저항권 행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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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같은 목적이지만 지난 6월 항쟁이 성공했던 (폭력적인)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불법행위 없이 새로운 형태의 시위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려 하고 있으며, 지역과 정치 성향을 넘어서 남녀노소 불문한 많은 국민들이 같은 목소리를 내어 지금의 정권과 집권당을 끌어내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투표라는 형태로 평화롭게 대통령을 뽑았지만, 대다수의 국민이 지금보다 더욱 올바른 정권을 원하고,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유시민은 현대사의 한복판에 있었다. 지금은 실정에서 한걸음 물러서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좌우 가리지 않는 신랄한 비판에 독자나 시청자들이 이에 호응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의 역사는 빈곤에서 탈출하는 전쟁 직후 시기, 독재 정권 하에서 격랑하던 시기를 거쳐 민주 정부를 수립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어오고 있다. 부끄럽고 어두웠던 과거도 많지만 시민들이 점차 변화하는 모습과 앞으로 변화할 역량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현재 정치에 비참해하고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은 그만큼 지향하는 기대치가 높다는 뜻이다. 한 곳을 향해 나아가면 시간이 걸릴지라도 지금까지처럼 좀 더 나은 역사를 기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는다. 작가는 지금의 기성세대인 40-50대에 대하여 우리 역사의 중심으로서의 책임감을 강조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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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89. 그러나 4.19가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민중이 궐기해 권력자를 축출하고 정권을 바꾼 위대한 사건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4.19 는 신생국가 대한민국이 정통성 있는 국민국가를 향해 내디딘 첫걸음이었다. 4.19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은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체득했다.

 

p. 291. 하지만 10대 때의 경험은 많은 세월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그게 무엇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난민촌에서 병영으로, 병영에서 광장으로 진화해가는 과정에서 우리 세대가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었다.

 

p.417 만약 오늘의 50대가 10년 후 지금의 60대와 같아진다면, 오늘의 40대가 지금의 50대와 비슷해진다면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없다고 본다. 지금의 40대와 50대는 한국전쟁 이후 두 차례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다른 연령층에 비해 수가 아주 많다. 그들이 변화와 혁신을 싫어하는 보수적 또는 과거 회귀적 고령 유권자가 된다면 대한민국은 일본처럼 혁신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회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언제까지나 물질에 대한 개별적 욕망과 북한에 대한 감정적 증오가 지배하는 추한 사회로 남아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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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암담할 것 같은 나의 한국현대사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 YES마니아 : 골드 슈**살 | 2014-08-29

#1

내가 태어나고 한 달이 지나 박정희 대통령이 김재규의 총에 죽었다. 나중에 어머니께 당시에 대해 여쭤본 일이 있었다. 어머니의 대답은 간단했다.

“너 키우느라 정신없었다.”

누군가에게는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이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었을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마침내 찾아온 해방이자 자유의 서막이었을 것이다. 태어난 지 정확하게 한 달이 된 내게 박정희 대통령의 죽음은 어떤 의미였을까? 뭐, 아무런 이유가 없었겠지. 태어난 지 한 달 된 갓난아기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잖아.

 

#2

어머니가 나와 내 남동생을 기르던 그 시절에는 필름 카메라밖에 없었다. 컬러 사진을 출력해 두껍고 큰 앨범에 하나하나 끼워 넣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우리 집은 물론 친구 집 어디를 가도 장롱 위나 서랍장에 큰 앨범 몇 개쯤은 꼭 있던 시절이었다.

내가 5살 정도? 내 동생이 3살 정도 되는 시절 사진이 있는데, 당시 세 들어 살던 주택 옥상에서 찍은 사진이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뽀글뽀글 파마를 한 청년의 무릎에 내 동생이 앉아 있고 나는 그 청년 어깨를 타고 머리를 잡아당기며 사진을 찍었다. 그 청년은 둘째 외삼촌이다. 충북 단양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경북 포항에 소재한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내 부모님의 고향은 충북 단양이다. 경북 포항에 철강공단이 대규모로 들어서던 때, 철강공단의 모 기업에서 일하시던 아버지의 사촌매형의 소개로 물설고, 사람 선 포항에 정착하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괜찮은 보수에 안정적인 일자리였기에 친가쪽 삼촌과 외가쪽 삼촌 두 분이 우리 집에서 함께 살며 공장에 다녔다.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고 해안지역 도시에 대규모 공단이 들어서게 되면서, 저 멀리 충청북도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경상북도 포항까지 오게 된 것이다. 휴가를 받아 고향에라도 가려면 포항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경주역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경주역에서 부산발 청량리행 비둘기호를 타고 단양역에 내려야 했다. 단양역에 도착하는 시간은 밤9시. 완행버스도 거의 없던 시기에 비싼 택시를 불러 타고 신작로와 비포장이 섞인 고향 앞마당까지 갔다고 한다.

 

#3

1988년 9월 17일,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나의 생일이었다. 생일이 다가오면 친한 친구나 초대하고 싶은 친구, 혹 좋아하는 이성친구가 있으면 초대장을 쓰기도 하고 직접 초대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정성껏 준비해주신 생일상을 받아 친구들을 맞이하면 손에 하나씩 선물을 사들고 와 생일파티를 하던 것이 당시 유행이었다. 1988년 9월 17일 내 생일을 평생 잊을 수 없는 것은, 내가 좋아하던 여자 아이가 내 생일파티에 와 준 것도 있지만, 88서울올림픽 개막식이 열렸기 때문이다. 한참 생일파티가 진행되고 있는데 TV에서는 자전거 바퀴 같은 것을 굴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으로 가득 찼다. 올림픽이 열린다는 것이었다.

 

#4

1997년 겨울, 수능을 망친 나는 아연실색했다. 평소 성적보다 10점정도 올랐는데, 다른 아이들이 적게는 30점에서 100점이나 올랐다. 평소 모의고사보다 훨씬 쉽게 나온 수능시험 탓이었다. 나는 당연히 재수를 마음먹었다. 서울 고시원도 알아봤다. 그런데, 마침 그 해가 IMF가 터진 해였다. 나라 전체가 망한 것이다. 잘 나가던 기업이 줄줄이 망했다. 멀쩡하게 회사에 다니던 친구 아버지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었다. 친한 친구 집이 하던 치킨집도 갑자기 망했다. 20년 가까이 근속하며 열심히 일하신 아버지가 주식으로 엄청난 돈을 날렸다. 나라 전체가 망하니 주식은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나는 재수를 할 수 없었다. 성적에 맞추어 대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생전 들어보지도 못했던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5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월드컵 4강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감격과 기쁨이었다. 내 손으로 뽑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고, 그전 대통령과는 다른 사람이라 생각되었다. 사회와 국가가 완전히 바뀔 줄 알았다.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다. 그와 같은 정치인, 대통령을 내 인생에서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라는 자각을 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

 

#6

2011년 11월 아내와 결혼했다.

2014년 4월 새봄이를 낳았다.

 



“한국현대사는 이 두 세력의 분투와 경쟁의 기록이다.” (p.26)

“오늘 우리가 누리는 어느 것 하나도 하늘에서 거저 떨어지지 않았다. 청년들에게는 그 모든 것이 원래 거기 있었던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한국 경제의 50년 궤적을 몸으로 밀어왔던 사람들은 이런 것을 보면서 꿈을 꾸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p.119)

 

나의 한국현대사를 돌아보았다. 재미있다. 유시민은 참 글을 잘 쓰는 양반이다. 쉽게 쓴다. 논리는 치밀하지만 명료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한국현대사를 특징짓는 그의 논리에 설득 당했다. 민주화세력과 산업화세력의 분투와 경쟁은 사실 지금도 진행형이다. 민주화세력이 정치권에 입문하면서 분투와 경쟁의 치열함이 무뎌지고 변절과 철새짓으로 피아식별이 모호해지기는 했지만 명확한 구분법이다. 집안에 대학 나온 어른이 거의 없는 내게 민주화세력은 낯설다. 아버지도, 친가와 외가의 삼촌들도 모두 산업화세력이었다. 몸 하나로 가족을 부양하고 평생 근속하며 기계처럼 일했다. 아버지와 삼촌들 모두 당시 민주화세력의 삶의 궤적과는 판이하게 다른 궤적을 만들며 살아오셨다. 나는 그분들을 비판할 수 없다. 매번 1번을 찍고 이명박과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를 했다는 것을 비난할 수 없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유시민의 표현대로 급속도로 산업화하며 경제발전을 이룬 가장 밑바닥에 내 아버지와 삼촌들이 있었다. 내 고모들이 있었다.

 


“노동자들은 잠을 쫓기 위해 ‘타이밍’이라는 이름의 알약을 먹으면서 철야 작업을 했고 공장 관리자들은 옷핀으로 팔을 찔러 피로에 지쳐 조는 여성 노동자를 깨웠다.” (p.139)

 

지금 이런 얘기하면 꼰대 소리듣기 딱 좋다. 무슨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 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다. 책에서 읽고 알게 된 사실이다. 나도 직장생활을 하는 생활인이 되고 나서야 옷핀으로 찔려가며, ‘타이밍’이라는 알약을 먹으며 비인간적인 노동을 해온 여성 노동자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3교대라는 지옥 같은 근무형태로 집채만 한 기계들 틈바구니에서 일해오신 아버지를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 시장소득 분배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어왔다. 정부가 조세와 복지지출을 통해 가처분소득 격차를 줄이려고 노력했지만 시장소득 분배의 급격한 악화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했다.” (p.166)

 

IMF이후 2014년 현재의 한국경제를 이렇게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는 글을 보지 못했다. 정치적 민주화가 설익게나마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의식도 성장하고 성숙했다. ‘나라는 발전하는데, 소득규모는 커지는데, 왜 이렇지?’라는 물음이 커졌다. 경제적 민주화는 아직 한국에서는 요원한 일이다. IMF이후 완전히 신자유주의 경제구조로 전환하면서 노동시장의 불균형은 고착화·심화되었다. 중산층은 무너지고 상위와 하위계층의 소득규모는 하늘과 땅차이로 벌어지게 되었다. IMF를 어느 정도 벗어나게 되면서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에서는 공적연금과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애를 썼다. 정치권력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의 권력을 가져오지 못한 탓에(언론마저도) 거의 모든 시도가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장소득 분배의 급격한 악화’를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정치권력은 물론 경제·언론권력까지 합심해 노력해도 될까 말까 한 시도였다. 전쟁터에 나가며 단지 10발만 발사할 수 있는 총을 들고 나간 것과 다름없었다.

 


“1980년대 3저 호황과 고도 성장기를 거쳐 재벌이 막대한 자본을 축적하고 정치적으로도 민주화가 이루어지자 정부가 권력으로 기업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이 돈으로 정치권력을 관리하게 되었다.” (p.147)

“재벌이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헌법 위에 군림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국가권력을 통한 정치적·민주적 개입과 통제뿐이다. 나는 이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고 본다.” (p.151)

 

유시민은 책에서 이러한 시장소득 분배의 급격한 악화를 모두 재벌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지만 나는 재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1980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재벌은 대한민국의 초법적 존재가 되었다. 서초동의 기괴하고 아방가르드적인 삼성본사 건물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겠지만, 나는 그 건물을 보면서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착륙한 외계인의 함선 내지는 비행체로 보였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은 거의 모든 경제를 주무르고 있다. 그래서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이상한 논리가 거의 모든 국민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많은 젊은이가 삼성을 비판하지만 갖은 노력 끝에 삼성에 취업하게 되면 집안의 경사가 되는 이상한 사회다.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서울의 싱크홀 중 하나가 삼성물산의 부실시공으로 인해 생긴 것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얼마나 부실했으면 도무지 자신의 범실이나 잘못을 인정한 적이 없는 괴물, 삼성이 잘못을 시인했는지 기가 막혔다. 일단 시인은 했지만 그 부실시공의 주체가 밝혀지고 책임자가 제대로 규명되어 처벌되는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나는 비관적이다. 현장 공사 책임자 정도 선에서 처벌받는 것으로 흐지부지 끝날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껏 한국의 재벌이 그런 형태로 한국의 현대사를 아로 새겨왔기 때문이다. 갖은 불법과 비리, 횡령과 배임, 편법상속과 노동탄압 등이 일어나 9시 뉴스를 도배해도 며칠 뒤 재벌 오너가 휠체어를 타고 나와 검찰에 한두 번 출두하면 그만이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병원에서도 가장 좋은 특실에 묵으며 흐지부지 될 때까지 기다리면 그만이었다.

유시민은 ‘경제민주화’의 출발은 재벌에 대한 국가권력의 정치적·민주적 개입과 통제라고 진단한다. 나는 회의적이다. 재벌에 대한 국가권력의 힘이 약해도 한참 약한데, 국가권력이 재벌에 개입하고 재벌을 통제할 수 있을까? 나는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미 어찌할 도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괴물이 된 재벌을 이제 와서 통제하고 개입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그 어떤 한국의 재벌 오너와 오너의 가족들이 알아서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하고 제대로 된 조사를 받는다고 할까? 하늘이 두 쪽이 나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전체주의 국가 또는 병영국가는 집중을 추구하는 권력의 본성을 극단까지 밀고 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념의 통일성이다. 사상과 이념의 통일을 이루기 위해 ‘불온사상’과 ‘잡사상’을 ‘박멸’하며 확실한 ‘우리 편’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간주한다.” (p.367)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김영오씨의 단식은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병원에 실려 간 뒤, 김영오씨에 대한 악의적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정말 치졸하고 비겁하며 악랄한 행위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에는 편 가르기가 당연시되고 있다. 나와 의견이 다르면 틀린 것이 되고 ‘적’이 된다. 합리적인 의심이나 궁금증을 할라치면 친노종북, 빨갱이가 된다.

지금의 재벌을 봐도 그렇고, 전체주의·병영국가의 모습을 미쳐 버리지 못한 저급한 상황을 볼 때, 앞으로의 “나의 한국현대사”가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이고 회의적일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단지 권력의 주체가 바뀐다고 해서 단번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그렇다. 여전히 북한과는 휴전 상태이고, 대치 상태이다. 언제든 전쟁은 일어날 수 있다. 내 딸아이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아지리라는 확신이 없는 상태다. ‘정말 여기서 양육하고 교육해야 하나?’라는 물음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비슷한 연령대의 부모들을 만나면 하는 얘기가 거의 이런 것이다. 상황이 되고, 혹시 여건이 안 되더라도 아이를 외국에서 교육시키고 싶다는 이야기. 이민을 가고 싶다는 이야기 등.

 


“민주적 제도가 있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에 맞는 생각을 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p.260)

“각자의 욕망과 신념과 이기심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연민, 교감, 공감을 바탕으로 상호이해와 협력을 이루어야만 이 과제를 해낼 수 있다.” (p.416)

 

타인에 대한 연민과 교감과 공감이 바탕이 된 사회가 아니다. 그런 사회라면 이렇게 세월호 유가족을 향해 망발을 일삼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인간들은 없을 것이다. 곪을 대로 곪고 병들대로 병들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치료해 나가야 할지조차 가늠할 수 없다. 그저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겨우 전반전을 마친 “나의 한국현대사”의 후반전이 어떻게 기록될지 자못 궁금하지만, 큰 기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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