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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안부를 묻는 거장 8인과의 대화

안희경 | 아트북스 | 2014년 05월 30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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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4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170*210*20mm
ISBN13 9788961961714
ISBN10 896196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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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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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대학원에서 불교 미술을 공부했다. 팔 년 동안 불교방송국 PD로 일하면서 시사, 교양, 음악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1998년, 2000년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2002년 미국으로 이주한 후 서구에 부는 성찰적 기운과 대안 활동을 소개하는 글을 써왔다. 2012년부터 치열해지는 생존 경쟁과 불안에 휩싸이는 삶의 조건들을 조명하고 그 속에서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에 대...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대학원에서 불교 미술을 공부했다. 팔 년 동안 불교방송국 PD로 일하면서 시사, 교양, 음악 등의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1998년, 2000년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을 받았다. 2002년 미국으로 이주한 후 서구에 부는 성찰적 기운과 대안 활동을 소개하는 글을 써왔다. 2012년부터 치열해지는 생존 경쟁과 불안에 휩싸이는 삶의 조건들을 조명하고 그 속에서 개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모색해왔다. 우리 문명의 좌표를 조망하기 위해 사 년여에 걸쳐 놈 촘스키, 재레드 다이아몬드, 장 지글러, 스티븐 핑커, 지그문트 바우만 등 세계 지성들을 직접 만나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2013)에서 시작하여 『문명, 그 길을 묻다』(2015)를 거쳐 『사피엔스의 마음』(2017)까지 3부작 기획 인터뷰집을 완성했다. 이외에 예술을 통해 세상에 질문을 던진 현대미술가들과의 대화를 『여기, 아티스트가 있다』(2014)에 담았고 샬럿 조코 백의 『가만히 앉다』(2014), 틱낫한의 『우리가 머무는 세상』(2010), 사쿙 미팜의 『내가 누구인가라는 가장 깊고 오랜 질문에 관하여』(2008)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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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예술은 도끼다!
거장 8인의 목소리가 전하는 ‘지금, 여기’ 현대미술의 힘

인터뷰 아티스트, 현대미술 거장 8인과 대화를 나누다


최근 한 일간지에서 세계 지성들을 인터뷰해 현대 문명의 나아갈 길을 탐색하고 있는 전문 인터뷰어 안희경. 그녀는 이미 노엄 촘스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피터 싱어 등 세계 석학들을 만나 나눈 깊은 대화를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오마이북, 2013)라는 책으로 펴낸 바 있다. 불교방송 프로듀서로 일하다가 2002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동양의 명상을 접목한 사회참여 흐름에 주목해온 안희경이 이런 시각을 통해 바라보는 또하나의 관심사가 바로 예술이다. 그녀는 2010년부터 국제 미술계에서 활발히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대미술의 거장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이들 8명의 현대미술 거장들을 만나 상상력의 근원을 탐구한 인터뷰를 묶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그녀가 만난 이들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아네트 메사제, 윌리엄 켄트리지, 키키 스미스, 강익중, 제프 월, 무라카미 다카시로, 어떻게 이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을까 놀라게 될 만큼 쟁쟁한 현대미술의 거장들이다. 이들 인터뷰를 먼저 읽은 구본준 기자의 추천평이 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읽는 내내 놀라웠다. 세계에서 가장 바쁘고 가장 유명한 이 미술가들을 어떻게 모두 만났을까 먼저 놀랐고, 현대 미술 최고의 스타들이 그녀의 인터뷰 요청에 기꺼이 응한 것에 더욱 놀랐다. 인터뷰는 한 사람의 인생과 직면하는 것. 우주와도 같은 인생을 언어로 끄집어내고 글로 다시 전달하는 인터뷰란 작업은 그 자체로 예술과도 같다. 이 어려운 작업을 해낸 안희경 작가 역시 인터뷰 아티스트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인터뷰가 직업인 사람으로서 그가 얼마나 어렵게 작가들을 섭외하고 얼마나 힘들게 질문을 준비했을지 헤아려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수고로움 덕에 우리 시대를 가장 날카롭게 바라보고 가장 뜨겁게 질문을 던지는 예술가들의 육성을 이렇게 한 권으로 만날 수 있게 됐다.
_구본준(문화 칼럼니스트, 『한겨레』 기자)

인터뷰 과정도 흥미롭다. 안희경은 먼저 성심을 다해 인터뷰어를 설득한다. 왜 그들을 만나고 싶은지, 상대가 충분히 설득될 만큼 진심을 담아 이야기한다. 몇 차례에 걸쳐 접촉하며 결국 상대의 승낙을 얻어낸 일도 부지기수. 때로는 만남이 성사되는 데 1년이 넘게 걸리기도 했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를 만났을 때는 그녀가 몸살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보고는 인터뷰는 뒷전으로 미루고 그녀의 몸을 마사지 해주며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기도 했다. 이런 정성 덕분인지 아브라모비치는 그녀의 인터뷰를 특히 마음에 들어했다는 후문이다. 이 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제프 월과의 인터뷰는 무모한 도전과 순전한 우연에 의해 성사되기도 했다. 다른 일로 밴쿠버에 가게 된 그녀가 제프 월과 인터뷰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전화번호부에서 밴쿠버에 거주하는 여섯 명의 제프 월 중 그일 것 같은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메시지를 남겼는데 그가 회신을 해와 성사된 경우. 거장들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지은이가 전하는 거장들의 동작, 분위기, 말투 등 세심한 관찰의 흔적도 인터뷰의 재미를 더한다.

거장 8인, ‘지금, 여기’를 이야기하다

이들 8인의 예술가들은 행위예술, 설치, 영상, 사진, 회화 등 장르도 제각각이고 작품세계도 언뜻 공통점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안희경은 이들에게서 하나의 공통점을 찾아낸다. 바로 그들의 예술이 그들의 일상, 그들이 발 딛고 있는 현실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여덟 명의 거장들 모두가 지금 살아가는 순간, 현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환하게 깨어 마주하는 현재 속에서 작가로서, 생활인으로서 삶에 대한 질문을 만나고 그에 대해 깨우치기도 하는 여정을 보낸다. 예술가의 성실한 시간이 모여 작품이 되고 세상에 파장을 일으켜온 것이다. _「책을 내며」에서

흔히들 현대미술 하면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즉각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난해한 표현방식 때문에 지레 겁을 집어먹기도 한다. 하지만 안희경의 인터뷰를 통해 바라보는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세계는 의외로 오늘, 이 시간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있다. 추상적인 개념보다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현실과 일상, 그리고 지나온 역사가 이들 현대미술 작가들의 자양분이다. 젊은 작가들에게 줄 조언을 구했을 때, 이 거장들은 입을 모아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라고 답한다. 켄트리지는 “작업하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누구인지 발견하자”라고 말하고, 키키 스미스는 “내면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 원하는 일을 하라”라고 했으며, 제프 월은 “현재에 깨어 있자”라고 말한다.
인터뷰어 안희경의 현학적이지 않은 접근도 작가들의 편안한 대답을 끌어낸다. 그녀의 질문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자신의 현재에 단단히 발붙이고 있다. 윌리엄 켄트리지에게는 민중미술을 겪은 이로서 현실을 바꾸는 미술의 힘에 대해 질문하고,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에게는 불교적 세계관으로 그의 ‘운명론’에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작업에서는 치유의 힘을 발견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주장자(?杖子)’로서의 미술을 보기도 한다. 이는 외국 저자의 시각으로 조형된 번역서와 달리 우리의 현실이 반영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하게 만든다.
전 세계 미술관의 러브콜을 받는 현대미술계의 거장 8인, 멀게만 느껴졌던 이들과의 친밀한 대화를 통해 그들의 예술이 어떻게 담금질되어 탄생하는지 실마리를 얻고, 그들의 예술세계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 고통을 받아내어 해방시켜주는 치유사

구 유고슬라비아 연방 출신으로, 2014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된 바 있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전쟁과 폭력이 가득한 세상에서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는 퍼포먼스 「발칸 바로크」를 선보였다. 산더미처럼 쌓인 살육당한 소들의 뼈무덤 위에 앉은 그녀는, 뼈에 묻은 피를 아무리 애써도 씻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씻어내려 애쓴다. 이미 흘려진 피는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피를 씻어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렬한 방식으로 전달한 것이다. 최근 「예술가가 여기 있다」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뉴욕 모마에서 850만이라는 관람 인구를 끌어 모은 그녀는 이 퍼포먼스에서 1대 1로 관객을 상대했다. 의자 두 개만으로 이뤄진 단출한 구성의 퍼포먼스. 여기서 그녀는 그저 자리에 앉아 건너편 의자에 앉은 관객을 바라본다. 마리나와 마주 앉은 관객은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지만 결국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그녀는 이 퍼포먼스를 통해 한 개인이 스스로와 단절됐던 벽을 허물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그리하여 그 순간부터 삶이 좀 더 충실해지는 경험을 자신의 몸을 매개로 하여 전한다. 내면의 소리를 무시해왔던 현대인의 무감각을 치유하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바꿔 나가는 데 집중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를 바꿔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해야만 하는 첫 번째 일입니다. 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내게서 이로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 시간의 흔적을 기록하는 작가

프랑스의 예술가 볼탕스키는 시간을, 스러져간 사람들을, 그 기억들을 기록하는 작업을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 1930년대에 찍힌 어린아이들의 사진을 알전구로 밝힘으로써 전쟁에 대한 기억을 강하게 상기시켰던 그는 여전히 존재의 흔적들을 전시함으로써 그 존재의 부재를 환기시키는 작업들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 파리 그랑 팔레에 전시된 「페르손(Personnes)」(‘어떤 사람들’ 혹은 ‘아무도 아닌 사람들’을 뜻하는 프랑스어)에서는 거대한 공간에 사람의 ‘흔적’인 옷을 늘어놓았고 한쪽에는 옷들로 커다란 봉분을 쌓았다. 그리고 이 거대한 전시장에서 크레인이 옷 무더기에서 옷들을 집어 올려 무작위로 다른 곳으로 옮긴다. ‘우연’에 내맡겨진 생에 대한 은유이다. 그는 1997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정신대 여성들을 위로하는 작품 「기념물, 정신대」를 선보인 적도 있다. 과거의 흔적과 경험을 끄집어내어 잊혀가는 것들을 상기시키는 그의 작업은 인간사의 전제인 ‘우연’에 대항하려는 그만의 투쟁이자 과거 상처에 대한 치유 행위라고, 이 책의 지은이 안희경은 이야기한다.

“내가 믿는 인간이 되는 길이란 신에 대항하여 싸우는 겁니다. 그 우연에 맞서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은 마지막에 이길 겁니다. 우리가 결국은 죽음에 이르기 때문이죠. 그래도 인간이라면 운명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아네트 메사제 | 매일매일을 모으는 수집가

프랑스의 대표적 여성 설치작가 아네트 메사제. 그녀의 작업을 보면서 먼저 드는 생각은 ‘발랄하다’는 것이다. 메사제는 이것을 미술작품이라 불러도 괜찮을까 의문이 드는 쑥스럽고 사소하며 괴상한 물건들을 미술관 안에 옮겨 놓는다. 초기작 중에는 세발뜨기, 공그르기 등 바느질법을 시연한 천조가리들을 액자에 넣어 전시한 작품도 있다. 죽은 새들에게 정성스레 뜨개질한 옷을 입혀 전시한 「기숙생들」 같이,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것들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작품들도 눈에 띈다. 모두들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에 ‘정말 그럴까?’ 하는 의문을 던지는 작업도 아네트 메사제의 장기이다. 단어 속에 숨어 있는 남성과 여성의 성차별을 드러내거나, 남성적 시각을 남성을 대상으로 적용해 관계의 역전을 생각해보게 하는 작업 등이 그렇다. 유희하듯 풀어가는 그녀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희극 속에 비극이, 부드러움 속에 강력한 펀치가 들어 있음을 불현듯 깨닫게 된다.

“아이들이 놀 때, 그들은 매우 심각하죠. 제가 생각하는 예술가란 바로 아이디어를 가지고 노는 사람이에요. 그 아이디어가 품고 있는 의미와 놀고, 형식과 놀고. 예술은 놀이예요. 하지만 이 놀이는 심각한 것이죠.”

윌리엄 켄트리지 | 세상을 치유하고자 하는 예술가

목탄으로 드로잉을 그리고 그 그림을 수정하면서 각각의 컷을 스톱모션 기법으로 촬영한 후 연속적으로 영사하여 애니메이션 형태로 보여주는 작업을 하는 윌리엄 켄트리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작가인 그는, 전통적인 회화 기법을 이처럼 현대적인 매체와 방식을 통해 보여준다. 그의 드로잉-애니메이션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현실, 특히 인종차별의 역사를 담고 있다. 안희경은 세상의 변화를 부르짖었던 민중미술을 떠올리며 켄트리지에게 질문한다. 한국의 민중미술은 과거의 것으로 박제되어 이제 힘을 잃었는데 어떻게 그토록 계급적이고 급진적인 영상으로도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시장의 중심까지 차지할 수 있었느냐고. 켄트리지는 매우 간결한 답을 내놓는다. 그것은 ‘드로잉’이라는 매체의 힘이라고. 가장 근본적이고도 예술가로서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대답이 아닐까.

“‘모두와 세상을 치유하기(Healing to all and Global)’라는 의미가 뭔지 정확히 와 닿진 않아요. 낯선 문장이죠.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나는 세상에 있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 내가 이 문장을 작품 속으로 가져오며 마음속에 품었던 바람이에요. 예, 우리는 세상이 치유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바랄 수는 있는 겁니다.”

키키 스미스 | 여전히 해방운동 중인 페미니스트 예술가

한국에서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만큼이면 많이 평등해지지 않았느냐고들 생각하고, 매사에 불평을 품은 사람으로 받아들여질까 저어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지만 인터뷰어 안희경이 “당신을 페미니스트가 아닌 휴머니스트로 부르고 싶다”라고 했을 때, 키키 스미스의 대답은 단호했다. 여성해방운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래야 한다는 것. 역사 속에서 핍박받아온 여성들을 정당한 위치에 돌려놓으려 하는 ‘마녀’ 시리즈 등, 키키 스미스는 작품에서도 이를 줄곧 주장해왔다. 그녀의 작업은 또한 동양적인 재료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특히 눈길이 간다. 처음 종이를 사용하게 된 계기가 한국의 장판지를 보고서였다는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녀의 동양에 대한 관심은 비단 재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태고지」 같은 작품에서는 가톨릭의 의미에 관세음보살의 이미지가 겹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술 작업을 한다는 것은 경험하는 것이죠. 뭔가를 겪고 난 다음에 느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경험 속으로 들어가 경험의 일부가 되라는 겁니다. 우리는 시대 속의 작은 부분일 뿐이지만, 예술가이기에 우리가 겪어나가는 경험은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강익중 | 흔들어 깨워 연결시키는 예술가
미국에서 고학하며 작품 활동을 할 시간도 장소도 없어서 지하철에서 3인치짜리 정방형 캔버스에 그린 그림으로 주목을 받고 세계적인 작가가 된 강익중. 작은 캔버스에는 객차 안의 군상, 일상의 단편, 서툴렀던 영어 단어 등 그의 하루가 문자나 기호, 그림으로 기록되었다. 이 3인치짜리 캔버스는 지금도 그의 작업에서 가장 작은 단위로서 사용된다. UN본부나 순천 정원엑스포 등에 설치된 거대한 공공작업의 벽면은 이 작은 캔버스들이 모여서 형성한 것이다. 그는 이런 작업으로 이제 단절된 세상을 잇고자 한다.

“우리 작가들이 할 일이 뭐냐 하면요, 동과 서를 연결시키는 거예요. 남과 북을 연결시키고요. 미래와 현재를 연결시켜야 해요. 스스로 배수관이 되어서 이 모두가 잘 흐르도록 빼줘야 해요. 그래서 정말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건 배수관이 비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내가 작가니까’ 같은 그런 마음으로 꽉 차 있으면, 내 배수관은 꽉 막혀 있는 거예요. 내가 내려놓을 때 뚫리게 되어 있어요. 그러면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되고, 동과 서가 연결되고, 가장 중요한 남북이 연결돼요.”

제프 월 | 사진으로 현대미술의 장을 넓힌 시네마토그래퍼

알랭 드 보통은 제프 월의 작품 「아파트에서 바라본 풍경」을 두고 “방기되었던 일상의 가치를 상기시키는 도구로서의 미술”이라 극찬하며 그를 ‘밴쿠버의 페르메이르(베르메르)’라 칭한 바 있다. 스스로도 일상이 작업의 밑거름이라고 말하는 제프 월. 그의 사진 작업은 순간의 장면을 포착해낸 스트레이트 포토가 아니다. 그는 일상을 바라보고 관찰한다. 그리고 그의 마음을 움직인 장면의 구조를 탐구한 후 면밀히 재연하여 여러 컷의 사진으로 포착하고 그 사진들을 조합해 하나의 화면으로 제시한다. 이렇듯 면밀히 구성된 화면이지만, 제프 월은 자신의 작업이 철저하게 ‘우연’에 의해 지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작품을 제작할 때는 철저히 계획하지만 그 작품을 만들게 된 것은 우연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 그는 일상에서 얻은 영감을 에센스로 뽑아내 하나의 화면으로 응축해냄으로써 마치 시(詩)를 쓰는 것처럼 작업한다.

“저는 일상 자체가 창조적이라고 생각해요. 창작활동이란 곧 매일에 집중하는 거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작품이 나올 수 없죠. 누구나 일상을 느끼고,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세상이 정말 매혹적으로 다가와요. 예술이야말로 사람들에게 일상이 지닌 환상적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도구입니다. 빛, 움직임, 모양, 공간, 근경, 원경 그리고 밝음과 어두움 등등을 예술을 통해 색다르게 경험하고 나면 자신의 매일매일 속에서 살아서 존재하는 색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요.”

무라카미 다카시 | 충돌을 꾀하는 예술 기업 CEO

세계 현대미술을 주도하며 대중을 함께 끌고 나가는 대표 작가라는 기대를 받는 반면에, 본국에서마저 저급한 오락문화를 미술 상품으로 찍어내는 인기 팝아티스트 정도로 취급받기도 하는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 루이뷔통 같은 럭셔리 브랜드와의 협업 작업 등으로 인해 ‘상업적’이라는 낙인이 씌워져 있기도 하다. 그런데 실은 그는 도쿄예술대학에서 일본미술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자이기도 하다. 카메라 앞에서 자신이 만든 작품과 비슷한 표정과 포즈를 취하다가 ‘미술사가로서 견해를 듣고 싶다’는 안희경의 질문에 돌연 진지해졌다는 그. 무라카미 다카시는 예술이라면 자신이 딛고 서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잘라 말한다. 그의 대답에 대중문화를 고급 예술의 무대에 올려놓았을 뿐이지 않나, 앤디 워홀의 아류가 아닌가 하고 품었던 편견이 어느새 녹고 만다. 무라카미 다카시와의 인터뷰는 2010년 열렸던 프랑스 베르사유 궁의 [무라카미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있었다. 서양과 동양, 과거와 현재, 귀족문화와 대중문화 등 그가 꾀하는 ‘충돌’을 보여주기에 더없이 알맞은 장소였다.

“저는 일본의 문화현상을 등에 업고 작품을 하죠. 가난 속으로 곤두박질칠 위기에 놓인 불안한 일상에서 달아나는 탈출이 내 작품에 들어 있어요. 현대미술의 룰은 작가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데 있습니다. 아메리카나 유럽에서 태어난 현대미술이 우리에게 걸어 놓은 규범이고, 우리에게 바라는 점이기도 하죠. 한국 미술가라면 ‘한국은 이러이러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라고, 확실히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것이 룰입니다. 예술은 마냥 자유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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