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명문 살렘학교 교장이
왜곡된 교육 현실에 던지는 쓴소리
‘엄하게 가르치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공격적이고 차가운 태도를 떠올릴 것이다. 아이들 안에 있는 능력을 믿고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는 못해 줄망정 아이들을 평가절하하고 억압하는 교육으로 돌아가자는 거냐고 반발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우리 교육은 원칙과 관용, 훈련과 사랑, 일관성과 배려 사이에서 균형을 잃었다. 어른들이 엄격한 교육을 버리고 지나치게 사랑하고 배려하는 동안 아이들은 정작 사랑할 줄 모르고 배려할 줄 모르고 책임질 줄 모르는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아이의 도덕성과 질서를 잡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감정을 읽어 주고 위로하기에 바쁘다. 많은 이들이 더 이상 아이의 행동을 도덕적으로 해석하려고 하지 않는다. 주의가 산만한 아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아 일반 교육에서 제외되고, 공부를 거부하는 아이는 발견되지 않은 천재성이 있는 것으로, 다른 아이를 놀리는 것은 자아가 약하거나 유년기의 애정 결핍에서 오는 현상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물론 감정을 살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감정에만 초점을 맞추면 아이의 인성 발달에 큰 문제가 생긴다. 노력이 부족하고, 버릇이 없고, 집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게 원인일 수 있는데, 자율과 신뢰라는 이름 하에 무질서한 행동에 면죄부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잘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원칙과 일관성 없이 아이들을 그저 내버려두다가는 어른이 되지 못하는 아이들만 양산하게 될 것이다. 이제 우리 교육은 좀 더 엄격해질 필요가 있다.
저자 베른하르트 부엡은 지금까지 강도 높게 독일 교육제도를 비판해 온 저명한 교육자이자 독일 명문 살렘학교 교장으로, 그간 일관되게 주장해 온 명제들을 이 책에 조목조목 정리해 내 놓았다. 히틀러 정권 이후 독일에는 자유주의 교육이 확산되면서 지금까지 아이들의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는 교육관으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아이들은 예절과 배려를 모른 채 컸고, 그 결과 자신의 욕망만 남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존재가 되었다. 부모들은 아이가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될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아이는 찌든 구석은 없을지 모르지만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가 되었고, 부모는 아이의 끝도 없는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자유주의 교육의 부작용을 꼬집으며 사랑을 바탕으로 한 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유와 훈련 사이에서 갈등하는 부모와 교사들을 위한
실제적인 조언과 사례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아이들은 상전(上典)의 자리에 앉거나 부모 혹은 교사의 스스럼없는 파트너가 되어 가고 있다. 어른들과 끝도 없이 입씨름을 벌이고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고 떼를 쓰는 건 아이들의 당연한 권리다. 어른들은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게 힘들지만, 일방적으로 규칙을 제시하고 지키도록 요구하는 것에 대한 선입견과 두려움 때문에 섣불리 아이들을 바로잡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 새롭게 주목받는 교육법이 있다. 바로 프랑스 교육법이다.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이미지가 강한 나라이기에 당연히 자유로운 교육을 할 것 같지만 이 나라에는 시대착오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프랑스 교육법은 ‘원칙’을 근간으로 한다. 그리고 부모와 교사는 아이의 하수인이 아니라 사령관이다. 사령관은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꼭 지켜야 할 기본과 상식을 담은 규칙을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밀어붙인다. 그래야 어른과 아이 모두가 행복할 수 있고, 아이는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을 깨닫고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 베른하르트 부엡도 이와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엄하게 교육한다는 것은 강압과 폭력이 아니다. 대신, 아이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훈련하고, 혼자서 설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과정이다.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보아 온 잘못된 교육의 예와 그 안에서 끈기 있게 실천해 온 엄한 교육의 좋은 예를 함께 보여 준다. 저자는 엄하고 일관성 있는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절제와 끈기, 배려를 배워 목표를 끝까지 성취해 낼 줄 알고, 자신과 다른 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성숙한 어른으로 자란다고 단언한다.
저자 또한 자유로운 교육을 추구했던 때가 있었지만 대부분 아이들에게 해가 되거나 퇴행하게 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 실패의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은 아이들은 아직 성숙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혼자서, 스스로 잘해 낼 수 있는 아이는 없다. 인간은 끊임없는 자기훈련과 절제, 포기를 통해서만 성숙한 사람으로 자라 갈 수 있다. 저자는 힘을 주어 주장한다. “지금은, 그냥 내버려 두어 폐허가 된 아이들의 정원에 물을 주고, 가지를 쳐 주고, 거름을 줄 때다!” 저자가 보여 주는 심도 깊은 고민과 수많은 실패, 성공 사례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부모와 교사들에게 단호하고 실제적인 답을 들려준다.
교육에 새로운 담론과 대안을 제시한다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독일 사회와 교육계를 뒤흔들었다. 자유방임적인 교육법과 훈련을 강조하는 엄격한 교육법이 서로 부딪친 것이다. 자유로운 교육에만 초점을 맞추던 많은 사람들은 ‘균형 잡힌 교육’에 대한 화두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고, 텔레비전 토론회와 일간지에서 논쟁의 중심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담론들이 구체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사회의 기본이 무너지고, 책임감과 원칙이 사라진 것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교육의 책임이 크다. 사회의 기본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질서하게 아이들을 가르쳐 왔던 부분들을 반성하고 아이들이 나가야 할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또한 일관성 있고 엄격한 훈련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성숙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배려하는 사회, 소통하는 사회, 민주적인 사회는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 저자는 집, 학교,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엄격하게 가르치고, 절제하고 노력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밀어 붙이는 ‘용기 있는 어른들’을 통해 이뤄질 거라고 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