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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들에게

제5회 이수문학상 수상작

[ 양장, 개정판 ]
최영미 | 은행나무 | 2014년 03월 11일 리뷰 총점9.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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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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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4년 03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108쪽 | 232g | 128*190*20mm
ISBN13 9788956607504
ISBN10 8956607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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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이미 뜨거운 것들』, 『다시 오지 않는 것들』, 장편소설『흉터와 무늬』, 『청동정원』, 산문집 『시대의 우울: 최영미의 유럽일기』, 『우연히 ...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꿈의 페달을 밟고』, 『돼지들에게』, 『도착하지 않은 삶』, 『이미 뜨거운 것들』, 『다시 오지 않는 것들』, 장편소설『흉터와 무늬』, 『청동정원』, 산문집 『시대의 우울: 최영미의 유럽일기』, 『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화가의 우연한 시선』, 『길을 잃어야 진짜 여행이다』, 명시를 해설한『내가 사랑하는 시』『시를 읽는 오후』가 있다. 『돼지들에게』로 이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시 ‘괴물’ 등 창작 활동을 통해 문단 내 성폭력과 남성 중심 권력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확산시켜 성 평등에 기여한 공로로 2018년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을 받았다.

1994년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일간지 1면 6단 통광고를 내는 파격을 보이며 첫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출간했다. 이 시집은 역시 시집으로는 이례적으로 오십 만 부 이상이 팔려가며 그 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러나 문학평론가 신수정은 "아무도 날 쳐다보지 않았다. 숨을 크게 들이쉬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여자가 담배를 피운다고 수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없었던 것이다."로 시작하는 시인의 산문집 『시대의 우울』 발문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최영미의 유럽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시대의 우울』을 통해 한 예민한 자의식이 세계와 벌이는 치열한 고투를 본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눈으로 진정한 자아를 찾고자 한다는 점에서 그의 여정은 소설 주인공의 모험에 가득 찬 행로에 가깝다. 그러기에 런던∼파리∼쾰른∼밀라노∼니스∼빈∼베네치아 등 이방의 도시를 향한 순례 끝에 정작 그가 도달하게 되는 것은 「내가 어떤 인간인지,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얼마짜리 방이면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인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무엇을 그리워하는지」에 대한 정직한 깨달음이다.

자신의 성격에 잘 맞을 것이라던 에스파냐와 한때 동경의 대상이었던 프라하에서 다만 무시무시한 광기와 참을 수 없는 합리만을 감지하는 그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가 아니다. 오히려 그의 맨얼굴은 독일의 편리한 문명과 파리 시민의 거칠 것 없는 자유, 니스의 화려한 햇빛과 베네치아의 개방성에 대한 매혹 속에 깃들여 있다. 근대주의자의 모험. 나는 이 시인의 여정에 이런 이름을 붙인다. 80년대에는 마르크스주의자와 화해하지 못하고 90년대 포스트모더니즘과 손잡지 못하는 그의 당혹감은 바로 이 시대 30대의 `우울`한 초상이다. 나와 당신에게, 그리고 그에게 `잔치`는 아직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2002년 미국에서 출간된 3인 시집 『Three Poets of Modern Korea』는 2004년 미국번역문학협회상의 최종후보로 지명되었으며, 2005년 일본에서 발간된 시선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일본 문단과 독자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축구에세이 『공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등 이색적인 저서도 출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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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진주’를 탐내는 ‘돼지’와 탐욕스러운 ‘여우’, 우리 시대의 우화 詩

언젠가 몹시 피곤한 오후,
돼지에게 진주를 준 적이 있다.

좋아라 날뛰며 그는 다른 돼지들에게 뛰어가
진주가 내 것이 되었다고 자랑했다.
허나 그건 금이 간 진주.
그는 모른다.
내 서랍 속엔 더 맑고 흠 없는 진주가 잠자고 있으니

_〈돼지들에게〉에서

‘돼지’와 ‘여우’, 그리고 ‘진주’로 비유되는 탐욕과 교활, 그리고 숨겨진 순수의 구조는 돼지와 여우, 진주의 러브 스토리로 풍자된다(〈비극의 시작〉, 〈여우와 진주의 러브스토리〉). 진주를 탐내는 돼지와 여우의 탐욕스러움과 교활함은 진주를 은근히 유혹하는 대목에서 극에 달한다. 돼지와 여우, 진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층위로 읽힐 수 있다. 시인은 이러한 이야기 구조를 통해 돼지와 여우로 상징되는 대상들에게 정파를 가리지 않고 비판의 화살을 겨눈다. 위선에 가득 찬 지식인들뿐 아니라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일부 세력의 횡포와 탐욕도, 폭압적인 북한 정권도, 미국 제국주의도 모두 ‘돼지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내 앨범에는 이십대가 없다
입학식과 졸업식만 있지 중간이 텅 비었다
셔터를 누르는 몇 초 만이라도 편안히 멈추어
나를 응시할 계절이 없었으니-
누가 누구와 친한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
이미지에 불과한 종잇조각 때문에 곤란한 일을 당할까봐
우리는 우리의 싱그러운 젊은 날들을,
싱그러우며 황폐했던 청춘을 기념하지 않았다.

_〈대학시절 사진을 달라는 기자에게〉에서

‘돼지들에게’ 연작이 폭력과 억압에 저항하는 시인의 면모를 드러내주었다면, 〈대학시절 사진을 달라는 기자에게〉라는 작품은 시인의 진정성과 언어 조탁의 탁월함을 엿볼 수 있는 텍스트로서, 시인과 평론가들이 뽑은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등 문단의 찬사를 받았다. 어느 날 시사 월간지 기자가 원고를 청탁하며 대학 때 찍은 사진을 달라고 부탁했고, 마땅히 줄 사진이 없었던 그는 이에 영감을 얻어 단숨에 시를 써내려갔다. ‘싱그러우며 황폐했던 청춘’, ‘뻥 뚫린 부재’, ‘빼앗긴 봄날’ 등의 시어를 가만히 곱씹다 보면 뻥 뚫린 채 비어버린 시인의 한 시절이 눈앞에 아른거려 절로 가슴이 저며온다.

그들의 경기는 유리처럼 투명하다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어느 선수가 심판을 속였는지,
수천만의 눈이 지켜보는
운동장에서는 위선이 숨을 구석이 없다.

_〈정의는 축구장에만 있다〉에서

3부 ‘축구장에서 생각한 육체와 정신’에 실린 일련의 시들도 독특하다. 축구로 정치 세태와 인생을 풍자하는 그의 재치는 통찰 어린 시선에 힘입어 더욱 유쾌하게 읽힌다. 그녀에게 축구는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어느 선수가 심판의 눈을 속였는지,/수천만의 눈이 지켜보는/운동장에서는 거짓이 통하지 않으며/위선은 숨을 구석이 없”(〈정의는 축구장에만 있다〉)는 신선한 발견이며, 이미 너무 많은 위선과 거짓으로 덧칠된 세상에서 오로지 축구만이 “지구 반대편에 사는 어떤 소년도 총을 내려놓고/휘슬이 울리기를 기다”리는 순결하고 공정한 장이다. 기꺼이 이 시집의 한 부가 바쳐진 ‘축구’란 장르는 어쩌면 관습을 파괴하고 체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그녀의 위험스런 모험과 닮은 듯 보이기도 한다.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씌어진 詩의 무늬

최영미 시인의 시는 해석 불가능한 시, 형식과 문법 파괴 등 이른바 전위적인 시들의 계보에 속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의 시는 충분히 당혹스럽고 또한 강렬하다. 진정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 솔직한 고백으로 씌어진 시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사랑 그리고 운명에 대한 질문은 최영미 시의 근간을 이루며 이 시대의 중요한 화두가 되어왔다.
“한 끼의 밥을 위해 건들건들 건널목을 건너”(〈건널목을 건너며〉) 가는 사십대의 생활이 엄연한 현실로 남아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44년 동안 미역국을 끓여주시는 어머니의 성가신 애정에 콧날이 시큰해지는(〈44년 전의 오늘〉) 그런 일상의 힘들이 절망에서 우리를 불러일으키는 힘이 된다고 나직한 목소리로 시인은 이야기한다. 때문에 “배반당하더라도/이 지저분한 일상을 끌고 여행을 계속하련다(〈런던의 실비아 플래스〉)라고 선언할 수 있는 것이다.
최영미 시인에게는 ‘차가우면서 들끓는 시인’, ‘그 무엇이라고 이름 붙일 수 없는 시인’ 등등 수많은 수식어들이 따라다닌다. “이 시집의 시들을 읽다가 나는 자칫 그 원고를 떨어트릴 뻔했다”는 신경림 시인의 말처럼, 그의 불온하며 강철처럼 단련된 시들이 2014년의 독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지, 자못 궁금해진다.


산다는 건 내게 치욕이다. 시는 그 치욕의 강을 건너는 다리 같은 것. 내가 왜 어떤 항구에도 닻을 내리지 못하는 방랑자가 되었는지, 돌아갈 고향이 없는 나그네처럼 떠돌았던 지난 시절의 이야기들을 나직이 풀어놓을 힘이 내게 남아 있으면 좋겠다. 해변에 엉거주춤 서 있는 저 가엾은 백로들도 훌훌 털고 비상할 때가 있으리라.

_〈바람 부는 날〉의 詩作 노트에서

추천평

이 시집의 시들을 읽다가 나는 자칫 원고를 떨어트릴 뻔했다.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거짓과 속임수에 대한 가차 없는 공격이 나를 전율케 한 것이다. 진실을 추구하는 치열한 정신 없이는 이와 같은 시는 불가능할 것이다. 자칫 관념적 교훈적으로 될 수도 있는 알레고리적 방법이 시에 활기와 재미를 더해주는 점도 주목을 끈다. 시 한 편 한 편이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체험된 것이기 때문일 터이다.
신경림(시인)
서른, 잔치는 끝났다, 고 세상에 폭탄선언을 하던 그가 오늘은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은 멀리서 빛난다’고 한다. 그럴 때 그의 시편들은 형태 없는 아름다움 같고 단단한 허무 같다. 생은 풀리지 않는 방정식이라는 그의 시 속에는 비애스런 비명이 살고 있다. 참으로 육체와 영혼에 대한 어떤 문답이 서늘하게 박히지 않는 이 시대에 최영미는, 죄가 있다면 세상을 사랑한 죄밖에 없다고 아프게 토로한다.
천양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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