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여행이 낳은 아름다운 ‘책여행자’
책 속을 여행하며 세상을 읽고, 세상을 여행하며 책을 만난다
히말라야에서 만난 책들의 천국:
백오십 년 묵은 히말라야 산속 도서관, 그 지하 밀실에서 시작된 ‘책여행자’의 책 여행
지은이 김미라는 인도 북부 히말라야에 있는 국제학교에서 소녀 시절을 보냈다. 어린 나이에 홀로 찾아간 백오십 년도 넘은 그 학교에서, 지은이는 장차 그가 ‘책여행자’로서의 삶을 살게 할 운명적인 장소를 발견한다. 그 누구도 찾지 않던 학교 도서관의 지하 밀실, 그곳은 지은이가 히말라야에서 만난 ‘책들의 천국’이었다. 책들의 깊은 잠을 깨우던 순간에 대해 지은이는 이렇게 썼다.
“나는 그 순간 마치 히말라야를 만나듯 거대한 기억들과 맞닿았고, 책을 펼칠 때마다 내 안에 깊이 잠들어 있던 기억들까지도 기지개를 펴며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지은이는 이 지하 밀실에서 오래된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탐독하며, ‘책 속에서 온갖 시대와 사람을 만나며 세상을 읽는 책여행자’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런 시간은, 히말라야를 떠난 뒤 숙명적으로 ‘세상을 여행하며 책을 만나는 책여행자’의 길로 이어졌으니, 말릴 수도 멈출 수도 없는 애서가이자 독서광인 지은이가 여느 독서가와 다른 점이라면, 책더미에 파묻혀 언어의 환상 세계에 갇히지 않고, 책과 세상이라는 두 세계를 무시로 오가는 ‘온전한 책여행자’로서의 삶을 충실하고 열정적으로 걸어왔다는 사실이다.
‘책여행자’와 함께 떠나는, 책과 서점에 관한 인문학적인 여행서
그래서 「책 여행자」는 단순히 책과 작가의 삶을 들려주거나 서점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 책이 아니라, 지은이가 직접 작가들 삶의 현장과 책들의 공간 속으로 좇아 들어간 실제적 행위의 결과물이다. 그 여행길에서 지은이는, 찰스 디킨즈가 자주 찾던 선술집에서 차가운 맥주를 마시고, 프라하로 달려가 카프카의 작은 집 창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또 발터 벤야민이 걸었을 파리의 골목길을 걷고, 젊은 날 헤르만 헤세가 일하던 서점을 찾고, 전혜린이 바라보던 뮌웬의 백조들을 바라본다.
지독한 독서광이면서도 지은이는 문자 안에만 갇히기를 거부하고는 어떤 절실한 갈망을 따라 세상으로 걸어 나가는 ‘책여행’을 틈나는 대로 시도했다. 그리고 그 생생한 체험을 통해 책 속에서 만나온 역사와 작가와 그들의 삶과 정신을 온몸으로 읽을 수 있었다. 곧, 책 속의 세상을 지은이 자신의 현실로 소환함으로써, 지은이는 타자의 기억과 삶을 ‘지금 이 순간’의 것으로 획득하였으니 그것은 문자로부터 비로소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니체의 말처럼, “타인의 자아에 부단히 귀를 기울이는” 것이 독서라면, 지은이는 가히 온몸으로 읽는 독서가이고, 이 책은 타인의 자아와 그 세계를 영혼으로 깊이 사랑한, 히말라야에서 온 한 책여행자의 애정 어린 시간여행의 기록이다.
모두 4장으로 구성된 「책 여행자」는 책의 탄생과 죽음과 불멸의 과정을 밟아온 책의 문화사를 살피고, 사람의 여러 감각과 결부된 책 읽기에 대하여 또 독특한 책 읽기 행위를 보여준 사람들의 심리에 대하여 조명하고, 나아가 독특한 개성을 지닌 유럽의 서점과 헌책방, 길거리 서점, 중세 도서관을 두루 찾아다니면서 그곳에 얽힌 역사와 함께 지은이가 만난 서점 주인들, 책 수집가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결국 지은이가 책을 읽으며 만난 세상에 대한 이해, 현실 세상을 여행하며 만난 책과 책의 문화사를 각각 씨줄, 날줄로 삼아 엮은 이 책 「책 여행자」는, 한마디로 책과 서점에 관한 인문학적인 여행서라 하겠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서점 인문 여행서 「책 여행자」는, 책과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여행 경로를 열어 주는 반가운 길잡이가 될 것이다. 한편 그동안 지은이가 세상의 길모퉁이에서 만난 아름다운 서점들의 안팎 풍경을 담은 100여 장의 사진도 함께 싣고 있어,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음 책장에 있을 풍경을 기대하는 재미도 있다.
책 구성과 간략한 장 소개
1장 ‘불멸의 책, 기억은 영원하다’에서는 인간과 책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본다. 책의 탄생과 죽음, 그리고 책을 통해 불멸의 꿈을 꾸어 온 인간의 이상을 심도 있게 그리고 있다. 분서 사건이 있었던 야만의 현장을 찾아가 지금까지 역사 속에서 책을 파괴해 왔던 인간의 심리와 책들의 수난사에 대해 크게 짚어 본다. 정치적으로, 또 종교적으로 책을 악용한 위험한 이상주의자들의 여러 사례와 금서의 역사, 인간의 역사를 바꾸어온 책, 또 책을 소유함으로써 시간을 영원히 소유하려 한 인간의 빗나간 욕망을 이야기한다.
2장 ‘감각을 깨우는 책 읽기’에서는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단지 지적인 활동이 아니라 사실은 온 감각을 동원하는 생동감 넘치는 행동임을 설명하기 위해, 책과 관련된 문화인 커피, 여행, 음악, 삽화 등에 대해 외국의 특성화된 서점들의 사례들을 들어 이야기한다.
3장 ‘헌책방 풍경’에서는 각 서점의 한 구석마다 있을 법한 매혹적인 풍경, 곧 햇살이 드는 창가라든지 지하 서가, 서점 밖의 떨이상자, 서점에서 마주치는 책 수집자, 보이지 않지만 있는 책도둑 등을 주제로 삼아 지은이 자신이 체험한 헌책방 풍경의 안팎을 짚어본다. 식서가, 애서가, 책 한 권을 수집하기 위해 살인까지 서슴지 않았던 사람, 유명한 책도둑 블룸버그 이야기, 초판본, 유일본, 세상의 모든 비밀을 담고 있다는 책 M서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4장 ‘이야기가 있는 서점’에서는 유럽 각 도시 유서 깊은 고서점과 헌책방과 뉴욕의 서점을 돌아보며, 그 현장의 느낌과 또 겉으로는 알 수 없는 그곳의 과거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며, 책이 갖는, 그리고 책이 있는 공간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지은이가 책이 가득한 짐 가방을 메고 돌아다닌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쳐 읽는 책들 덕분에 이 장에서, 독자들은 인간과 책이 함께한 공간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