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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에 반의 반

천운영 | 문학동네 | 2023년 02월 23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2,229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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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02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358g | 133*200*20mm
ISBN13 9788954672023
ISBN10 895467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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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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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천운영은 1994년 한양대학교 신방과를 졸업했으며 1997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현재 고려대 국문대학원에 재학중이다. 지난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바늘」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001년 제 9회 대산문화재단 문학인 창작지원금을 받았으며 같은 해 등단작을 표제로 한 소설집 『바늘』을 출간했다. 2004년 소설집 『명랑』을 출간했고, 지난해 장편소설 『잘 가라, 서커스... 천운영은 1994년 한양대학교 신방과를 졸업했으며 1997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현재 고려대 국문대학원에 재학중이다. 지난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바늘」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2001년 제 9회 대산문화재단 문학인 창작지원금을 받았으며 같은 해 등단작을 표제로 한 소설집 『바늘』을 출간했다. 2004년 소설집 『명랑』을 출간했고, 지난해 장편소설 『잘 가라, 서커스』를 발표하며 평단과 독자들의 찬사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1990년대 들어 문단의 전면을 장식하며 등장했던 일군의 여성 작가들과는 전혀 다른 작품 세계와 작가관을 선보여 새로운 여성 미학의 선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3년 신동엽창작상, 2004년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했다.

사람의 얘기를 쓰는 천운영은 그만큼 사람을 좋아한다. 대학시절 그의 자취방은 공부하던, 회의하던 친구들이 저녁마다 주막처럼 들러서 국수를 말아먹고 갔던 곳이다. 애들 교육은 못 시켜도 이웃에 떡은 돌렸던 할머니의 천성을 이어받았다는 천운영은 남들 음식 해 먹이고 챙겨주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기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뚜렷한 사회 인식이 아니라 토익, 토플, 상식 따위이기에 명지대 신입생 강경대가 공권력에 쓰러졌던 시절, 천운영은 손목에는 청 테이프를, 옆구리에는 대자보를 끼고 다녔고 맨 뒷자리에 앉아 있다가 출석만 부르고 도망가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소설가의 꿈은 정말 우연히 찾아왔다고 말한다. 4학년 때 들은 평론수업 시간, 당시 김영삼 정권의 금융실명제 실시에 관한 평론을 쓰는 과제에서 선생님이 그의 평론을 재밌게 읽고는 차라리 소설을 써보라던 한 마디가 순간 한 줄기 빛으로 천운영의 머리를 꿰뚫고 지나갔다.

당시 평론을 논설문이 아닌 현실을 빗대는 이야기를 만들어 썼다는 천운영은 선생님이 농담처럼 덧붙인 한 마디에 소설가의 길과 우연히 마주쳤다. '잘 하는 것 하나 없지만 소설은 잘 쓸 수 있겠다'는 확신에 한양대학교 졸업 후 서울예대로 진학했고 2년 동안 수많은 책을 읽었다. 수업시간에 모르는 작가의 이름이 나오면 몰라도 아는 척 하며 메모를 했다가 저녁 때 서점에 들러 모두 읽어버리던 천운영은 그 2년 동안 평생 읽은 책보다 대여섯 배 많은 책을 읽었다. 천운영에게 어느 날 한 줄기 빛이었던 소설에 대한 꿈을 키운 서울예대 2년은 "소설에 관해 얘기하는 친구도 얻었고, 좋은 선생님도 만났고, 소설을 고민하는 열정을 배운" 시기였다고 한다

천운영은 소설을 쓰면서 매 순간마다 집중하는 '화두'가 있다.「바늘」의 미와 추, 「명랑」의 삶과 죽음, 그리고 요즘 고민까지. 지금 이 순간 끊임없이 생각하고 되씹다 보면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한다. 천운영의 소설들은 다르다. 그저 다른 것이 아니라, 그 차이는 자못 의식적일 정도이다. 가령, 「바늘」의 주인공은 남자들 몸에 문신을 새기는 젊은 여자이고, 「숨」에는 마장동에서 소머리를 분해하는 일을 하는 남자가 등장하며, 「당신의 바다」는 곰장어를 구워 파는 부부의 이야기이다. 이밖에도 고물상(행복고물상), 유원지의 도깨비집 관리인(유령의 집), 건축공사장 노동자(등뼈) 등 천운영 소설의 주인공들은 최근 한국 소설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웠던 인물들이다. 그렇게 낯설고 독특한 이들의 세계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린다는 점 역시 천운영 소설의 특징이다. 직접 발품을 팔고 꼼꼼히 취재한 노력이 돋보이거니와, 그것은 이웃의 삶에 대한 작가의 애정어린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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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금연캠프」중에서

출판사 리뷰

세상이라는 격랑을 헤치는 주름진 손

표제작 「반에 반의 반」은 어느 여름날 계곡에서 물놀이하던 ‘나’의 할머니를 추억하며 시작된 이야기다. 십이 년 전 세상을 떠난 기길현 할머니의 제삿날, 둘러앉은 친척들은 물에 젖어 속이 훤히 비치는 속치마 하나만 입고 춤을 추던 그녀를 각자의 기억에서 꺼내온다. 그러나 기길현의 장남인 ‘나’의 큰아버지만큼은 그런 기억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대신 그가 기억하는 것은 다른 장면이다.

사람들이 아버지를 잡겠다고 집에 들이닥쳤는데, 문 앞을 딱 막아선 사람이 바로 네 할머니였어. 양팔을 쫙 벌리고 버티고 서서는, 눈을 부릅뜨고 사람들을 쏘아보는 거야. 울고불고 애원하고 빌고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버티고 서 있는 거야. 그러곤 나지막이 사람들 이름을 불러. 아이 누구 아짐, 아이 누구 자식, 누구 동생, 누구 아버지. 하나하나 눈을 맞추면서, 무언가를 골라내고 있는 사람처럼. 아이, 아이,아이.
(…)
어머니는 그때 골라내고 있었던 거야. 그 양반이 떡을 해 먹였던 사람들을. 자식들 굶겨가며 만들어 돌렸던 그 떡. 그 떡이 아버지를 살렸다. 사람들 말마따나 그동안 쌓아둔 인심이. _ 「반에 반의 반」, 82~84쪽.

그가 들려주는 것은 6·25 전쟁의 한가운데, 작은 몸으로 거대한 힘에 맞서는 기길현의 모습이다. 없는 형편에도 동네 대소사를 챙기며 떡을 나누던 그녀는 그렇게 얻은 인심으로 남편을 위기에서 구해낸다. 큰아버지에게 기길현은 집안을 건사하고 재생산을 가능케 한 강인한 어머니이지 “함부로 옷 벗어던지고 흐트러지고 그럴 분”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소설가인 ‘나’는 상상 속 여름날의 계곡에 할머니와 큰아버지를 함께 소환해낸다. 기길현의 아들로서, 순수한 마음으로 어머니와 물장구를 치는 그를 그려본다. 반의반의 반만큼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그 순간은 더없이 환하고 애틋하다. 관습과 관성에서 벗어나 어머니와 아들이 순수히 어우러지는 기꺼운 장면. 천운영은 가부장의 전형성을 깨뜨리는 시도를 통해 더 환한 풍경으로 우리를 이끄는 듯하다.

「우니」 「명자씨를 닮아서」 「내 다정한 젖꼭지」 「봄밤」으로 이어지는 연작소설은 살아가고자 하는 존재들에게 무람없이 먹을 것과 잘 곳을 내어주는 한 여성의 이야기이자 그녀에게 길러진 존재들의 뒷이야기다. 재취 자리로 들어갔다가 남편의 죽음 이후 본처 자식들의 반발로 집에서 쫓겨난 순임. 그런 순임을 다시 거둬들인 것이 순임의 며느리 기길현이다. 수십 년을 함께하는 동안, 그들은 핏줄보다 서로를 더 잘 아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 날, 꽃놀이를 떠난 두 할머니는 갈 곳 없는 어린 오누이를 집으로 데려오고 만다. 갑자기 눌러붙은 군식구가 달갑지 않을 법한데도 길현은 오누이에게 이부자리를 내어준다.

입을 삐죽거리던 길현씨가 더이상은 못 봐주겠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계집애는 길현씨가 쿵쿵 발소리를 내며 안방으로 들어가고도 한참 뜸을 들인 후에야 엉덩이를 조금 더 안쪽으로 들이고 앉았다. 신발은 벗지 않은 채였다. 한동안 애 젖 빠는 소리만 가만가만했다. 순임씨의 몸이 박자를 맞추듯 좌우로 살짝살짝 흔들렸다. 계집애의 몸이 닿을 듯 말 듯 했다. 별안간 안방 문이 요란스레 열리더니 길현씨가 우렁차게 외쳤다. 뭐하고들 앉았어! 어서 자지 않고서는. 고함과 함께 베개가 툭 튀어나오더니 이어 이불 한 채가 문지방을 타고 넘어왔다. 길현씨가 막내며느리에게 혼수로 받아 장롱 속에 모셔둔 새 명주 이불이었다. _ 「봄밤」, 196~197쪽.

이 장면에 어울리는 단어는 ‘연민’보다는 ‘탄생’이다. 가족을 넘어선 새로운 공동체의 탄생이라 설명해도 좋을 것이다. 동네 사람들에게 인심을 쏟고, 연이 닿은 사람들을 먹이고 재우는 것. 그것은 천운영 소설의 여성들이 할 수 있는 당연스러운 베풂이다. 생존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무람없이 자리를 내어주는 그 다정함은 여성의 원초적 생명력과 닮아 계속해서 뿌리를 뻗는다.

맹렬히 사랑스럽게, 피할 수 없이 선명하게

소설집의 포문을 여는 「우리는 우리의 편이 되어」는 중년의 여성 소설가 ‘나’가 주인공이다. 한 잡지사에서 인터뷰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식의 소설을 제안했을 때, ‘나’는 친구의 딸을 떠올린다. 친구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알아온 그녀는 이 년 전 가족에게 커밍아웃을 했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친구는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비록 각자의 신념 때문에 평행선을 달리는 듯 보이지만, 이들이 인터뷰의 마지막에 떠올리는 건 서로다. 가족이기에 겪고 마는 갈등의 뒷면에는 서로를 향한 맹렬한 사랑이 있음을 소설은 말하는 듯하다.

「아버지가 되어주오」에서 ‘나’의 부모님은 지금 막 위장이혼을 마쳤다. 절세를 위한 방편이었다지만 아버지는 어머니가 정말로 자신을 떠날까 부산을 떨고, 큰딸인 ‘나’는 이참에 정말로 갈라서라며 아버지의 과오와 어머니의 희생을 소리 높여 이야기한다. 그러나 식사 자리는 평소처럼 끝나고, 아버지는 밝은 얼굴로 손을 흔들며 귀가한다. 허탈해하는 ‘나’에게 어머니는 나지막이 묻는다. “넌 네 엄마 인생이, 그렇게 정리되면, 좋겠니?”(43쪽)

‘나’는 그렇게나 딸을 귀애했다는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전해듣는다. 벌이는 변변찮아도 어머니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었다는 외할아버지는 그녀가 덜컥 혼전임신으로 아기를 낳고 남편 될 사람과 함께 찾아왔을 때 이렇게 말한다. “이제부터 네가, 저 사람 아버지가 되어줘라.”(61쪽)

아버지는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셨을까? 당부였을까 충고였을까 걱정이었을까. 사랑을 주라는 말이었을까, 사랑을 받으라는 말이었을까. 그래서 일단 사랑을 주기로 했어. 내 아버지는 사랑을 주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은 사랑을 할 줄도, 받을 줄도 모르더라. 내가 주는 것이 사랑인 줄도 몰랐지. 그래서 사랑을 받는 법부터 알려줘야 했어. 끊임없이 사랑을 주면서. 그래야 또 내가 사랑을 받을 테니까.
_「아버지가 되어주오」, 63쪽.

어머니는 ‘아버지가 되어주라’는 말을 사랑을 베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실천한다. ‘나’가 희생과 인내라는 고역으로 기억했던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 본인의 시선에서는 한없는 사랑의 역사였던 것이다. 가부장제 아래 고통받는 여성의 삶을 전형화하는 ‘나’에게 엄마는 일깨워주는 듯하다. 실제 그녀들의 삶은 모두 다르고, 자주 진취적이었으며, 어느 봄날 두 연인의 눈맞춤처럼 설레고 아름다웠다는 것을.

「다른 얼굴」의 ‘나’는 독일에 이주한 한국인으로, 스시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독일의 한 시립교향악단 소속 한인들을 중심으로 공동체를 꾸리고, 적당한 때가 되면 모여 함께 만두를 빚고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나’는 지갑을 도난당한다. 아마도 자신의 지갑을 훔쳐갔을, 눈이 마주쳤을 때 아무 일 없는 듯 웃어 보이던 아랍계 남자의 얼굴을 떠올리며 ‘나’의 마음에는 의심이 싹튼다. 그날, 그들 부부의 집에서 파티가 열리고, 여느 때와 다름없는 대화 속에서 ‘나’는 허위를 감지한다. 아랍계 이민자, 1세대 한인 이주자들과 자신들을 비교하며 그들을 낮춤으로써 스스로를 높이는 구분짓기의 대화가 전에 없이 낯설다.

웃는 얼굴로 남의 지갑을 훔쳐간 것은 그냥 범죄일 뿐, 그 범죄자가 아랍인인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범죄를 범죄로 받아들이는 것과 모든 아랍인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 문제 집단으로 취급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러나 그녀의 정원에 모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문제를 뒤섞어놓으면서 그것을 자신들의 친밀과 유대를 확인하는 잡담거리로 삼는다. 꽃을 먹는 달팽이를 으깨 죽이는 천진한 아이처럼, 그들은 담소를 나누고 만두를 빚으면서 아랍인들을 멸시하고 위 세대 이민자들을 비웃는다. 범죄자의 얼굴을 일람하고 의심을 배운 그녀가 이 가족적인 화목을 박살낸다. 달팽이를 죽인 아이에게 무서운 얼굴로 소리를 지르면서, 평화로운 가든파티를 중단시키면서. 이 화목해 보였던 교포 집단은 앞으로 더이상 가족 행세를 할 수 없을 것이다. _ 서영인, 해설 「관능의 할머니, 미지의 어머니」, 293쪽.

「금연캠프」에 등장하는 8인의 여성도 마찬가지다. 자발적으로 금연캠프에 입소한 중증흡연자인 그녀들은 첫 만남에 다과를 나누며 친절을 베풀지만, 은근하게 다복함을 뽐내고 상대방의 몸가짐이나 옷차림으로 어울릴 만한 사람인지를 평가한다. 캠프가 끝나자, 함께 식사하자는 겉치레 말조차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남는 것은 씁쓸한 담배맛뿐이다. 우리 공동체가 당면해 있는 계급 문제를 인물들의 생생한 발화를 통해 암시하는 천운영의 솜씨는 읽는 이는 피할 수 없이 선명한 현실의 화소로 이끈다.

서희주는 캠프에 도착할 때와 마찬가지로 엘리베이터 앞에서 남편이 보낸 기사에게 캐리어를 건넸다. 오명자는 손주 얼굴에 입술을 비빌 생각을 하니 모든 금단증상이 사라졌다. 김숙희는 아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고양시에 있는 숯가마에서 만날 약속을 잡았다. 오현주는 자기 자신에게 상을 주는 의미로 집까지 택시를 타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모두 손을 흔들며 서로의 안녕을 빌었지만, 다시 만날 일이 없기를 바랐다. 육지에 도착한 뱃사람들처럼 뒤도 안 돌아보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이 금연에 성공할지는 그 누구도 모를 일이었다. _「금연캠프」, 276쪽.

『반에 반의 반』의 수록작들은 ‘명자’와 ‘기길현’이라는 두 여성의 이름으로 꿰어져 있다. 같은 이름을 지녔지만, 각각의 단편에서 그들은 조금씩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나의 전형으로 모일 수 없는 여성들의 이채로운 목소리를 천운영은 들려준다. 그러나 이중에서 아직 이름을 가지지 않은 이도 있다. 명자와 기길현에게서 태어난 새 세대의 여성들이 바로 그들이다. 명자와 기길현이 세상을 떠난 지금, 그들은 새로이 자신의 길을 개척해나가야 한다. 새 시대의 배턴을 넘겨받은 그녀들이 다성多聲과 다감多感의 계보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소설가 천운영이 써내려가고 있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걱정은 사라지고 응원의 목소리가 샘솟는다. 이미 잘해내고 있으니, 앞으로 건투를 빈다고. 천운영의 작품들은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 작가의 말

엄마는 요즘 외출을 할 때면 꼭 이렇게 말한다. 오늘이 제일 젊고 제일 예쁘고 제일 싱싱한 날이니 재미지게 놀다 와야지.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어찌나 서러운지. 기록해두어야 했다. 오늘 제일 생생한 엄마의 기억들을. 그 몸에 쌓여온 무늬들을. 언젠가 당신이 기억해낼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리고 언젠가 당신 얘기를 영영 들을 수 없게 되었을 때, 내가 대신 기억하고 들려줄 수 있게.

엄마의 이름은 명자다. 중학교 때 단짝 친구 어머니 이름도 명자였다. 우리는 그래서 더 빨리 각별해졌다. 반이 바뀌어도 명자라는 이름의 엄마를 둔 아이 한둘은 꼭 있었다. 성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명자. 성격도 환경도 내력도 다르지만 우리 모두 명자씨의 자식들. 미자 화자 영자 정자 경자 옥자 숙자 그 세대의 흔한 자식 ‘자’자 이름까지 다 불러모아 명자씨. 명자씨는 어머니와 같은 단어. 그렇게 명자씨는 태어났다.

그리해서라도 되고 싶었던 모양이다 나는. 내 어머니의 엄마가. 다음 생이 아니라 지금 생에. 어머니는 나를 낳고 나는 명자씨를 낳고, 그렇게 서로의 자식으로 생을 마감할 수 있기를.
_‘작가의 말’ 중에서

추천평

천운영의 소설은 눈으로 읽으면서 동시에 귀로 듣는 소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의 말맛을 느끼려면 읽는 것도 듣는 것도 잠시 내려놓아야 한다. 그저 마음을 열어놓고, 불어오는 바람과 흘러가는 구름을 느끼며 풍경 속에 자신을 가만히 두어야 한다. 그러다보면 이야기는 굽이굽이 흘러갈 것이다. 이야기는 휘어지고 휘어질 것이다. 이야기는 내 안에서 “할랑할랑 흔들면서, 어깨를 들썩들썩, 뻗었다가 흘렀다가 올랐다가 내렸다가” 춤을 추게 될 것이다. 심장이 얼쑤 하고 추임새를 넣는다. 추임새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면,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로 연결되고 삶은 다른 이의 삶으로 연결된다. 그 순간, 천운영 소설은 징해진다. 오메, 이토록 징한 삶이라니. 그 삶이 문장을 넘어서는 순간 천운영 소설은 읽으면서 동시에 듣게 된다. 눈으로 읽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맛보다…… 그러다 마침내 온몸으로 통과하는 소설이다.
- 윤성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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