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느낀 재미는 사실 ‘진정한 재미’가 아니다?
과학적으로 살펴본 재미의 3가지 핵심요소
진정한 재미를 우선시할 때 직면하게 되는 근본적인 문제는 재미, 특히 자신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게 경박하고 이기적이고 제멋대로며 심지어 미성숙하고 유치한 행동이라고 생각돼 주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미에만 집중하는 건 세상 문제에 충분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 다른 사람들을 도울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여긴다. 이로 인해 자기계발과 관련해서는 행복, 부, 장기적인 건강, 인생의 의미나 목적의식 같은 고귀하고 더욱 진지한 목표를 추구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자기계발서를 읽고, 땀 흘려 운동하면서 이런 목표를 끈질기게 추구한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공장 노동자들이 일하는 시간으로 계산한 보수를 받게 되면서 여가와 즐거움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에서 기원한다. ‘시간이 곧 돈’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으면서 일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목적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낭비라고 여기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순수한 기쁨을 주는 일들은 우선순위에 오를 가치가 없는 것처럼 되었고, 심지어 죄책감을 유발하게 되었다. 또한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경험들에 시간을 적게 쓰면서 생기는 감정적 공허함과 불만족은 더욱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채우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며 타인과의 연결도 약해졌다. 게다가 스마트폰이 이 문제를 악화시켰다. 다른 사람의 SNS를 확인하며 자신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더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우리는 생산성을 강조하며 수량화할 수 있는 결과를 찾고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외부의 인정에 의존하며, 우리 삶 자체를 관리해야 하는 브랜드로 여기게 되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이들이 공허함, 외로움, 지루함, 전반적인 무력감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러나 재미를 추구하는 건 경박하거나 이기적인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생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헌신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재미는 그런 일을 할 긍정 에너지를 더 많이 안겨준다. 자기 삶이 만족스럽고 즐겁기를 바란다면 진정한 재미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뒷전으로 밀려나서도 안 되며, 그것이 우리 삶의 주된 목표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재미란 무엇일까? 우리는 ‘재미’라는 단어를 다양한 상황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데, 진짜 재미의 힘을 이해하고 사용하기 위해 저자는 재미라는 감정을 인간이 어떤 순간에 느끼는지 과학적으로 명확히 하고자 했다. 이에 나이, 소득, 교육 수준, 직업, 거주지가 다양한 1,500명 정도의 펀 스쿼드(Fun Squad)를 모집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그들이 ‘진정 재미있었다’고 표현한 경험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특징을 발견했다. 바로 ‘장난기, 유대감, 몰입’이었다.
진정한 재미는 우리가 어떤 활동에 유쾌한 태도로 임하며 유형의 보상이 없어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을 때(장난기), 다른 누군가와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는 느낌이 들 때(유대감), 외부의 무언가에 방해받지 않고 빠져드는 순간에(몰입) 경험할 수 있다. 또한 행복이나 만족과 같은 긍정적 ‘상태’와 달리 시작과 끝이 있는 ‘경험’이며, 같은 사람이 같은 행동을 해도 기분이나 태도, 함께 하는 사람 등 여러 변수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편적이면서도 유일무이하다. 한편 진정한 재미로 위장해 우리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영화나 드라마 몰아보기, 하릴없이 SNS 보기,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 등은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해 우리 자신을 마비시키는 행동으로 ‘가짜 재미’에 해당한다. 가짜 재미는 장난기, 유대감, 몰입을 경험할 수 없는 행동으로, 우리의 신체와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 가짜 재미가 내면의 나침반을 장악하면 우리는 내면이 죽은 것처럼 느끼게 된다.
저자는 우리가 관심을 주는 대상이 곧 우리 삶이 된다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진정한 재미에 관심을 기울여야만 한다. 둘러보면 주위에 장난기·유대감·몰입의 순간을 느낄 기회가 항상 자리하고 있다. 그걸 발견하고 경험하고 창조할 능력이 있음에도 대부분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인생에서 재미는 결과가 아닌 원인이 돼야 한다!
슬기롭고 재미로운 삶을 위한 7단계 스킬
그렇다면 진정한 재미는 어떻게 해야 더 많이 느낄 수 있을까? 저자는 이를 위해 7단계 스킬을 제시한다. 우선 ① 재미를 탐구해야 한다. 재미를 느낄 때 몸과 마음에 어떤 느낌이 드는지, 또 현재 진정한 재미를 얼마나 누리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다음으로 ② 재미를 찾아야 한다. 진정한 재미를 유발하는 구체적인 활동·상황·사람 등 개인적인 요소와 특성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③ 재미가 찾아들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공간을 만든다는 건 정신적·육체적 혼란을 없앤다는 의미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거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진정한 재미를 경험하거나 우선순위로 삼을 수 없다. 다음으로 ④ 몰입에 이르게 하는 열정을 추구해야 한다. 특정 활동에 대한 열정이 클수록 추구하려는 동기도 커지고, 거기서 생기는 즐거운 에너지도 많아져 진정한 재미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커진다. 그리고 ⑤ 재미를 끌어 모아야 한다. 장난기·유대감·몰입을 위한 기회는 항상 우리 주위에 있다. 단, 재미를 누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이를 끌어들이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다. 다음으로 ⑥ 가끔은 무해하게 반항해보자. 평범한 삶의 경계에서 벗어나 평소와 다른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재미는 찾아온다. 마지막으로 ⑦ 노력해야 한다. 재미 추구가 우리의 관심과 시간을 빼앗는 온갖 요소들에 길을 잃지 않도록 계속 우선시해야 한다. 이러한 단계를 일상생활에서 항상 추구한다면 진정한 재미와 함께하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면 더 즐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즐거움을 통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자신에게 재미를 안겨주는 요소가 뭔지 잘 파악하고, 그런 요소가 존재하는 상황을 많이 설계해서 참여해야 한다. 이는 분명히 노력할 가치가 있는 일이다. 진정한 재미가 무엇이고 그게 어떤 느낌인지 이해한 후에 우선순위로 삼으면, 순간순간 자신의 시간과 관심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지 현명하게 결정할 수 있다. 나아가 장기적인 효과로 인생도 바뀐다.
또한 진정한 재미를 추구하다 보면 무의미하고 산만하고 공허한 취미활동에 들이는 시간이 줄어들어 자신의 진짜 자아에 충실해진다. 그리고 자신에게 의미와 기쁨을 안겨주는 사람과 경험과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진정한 재미를 중심으로 삶의 방향을 잡으면 즐거워진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의지력과 자제력을 발휘해야 하는 대부분의 자기계발 프로젝트와 달리, 재미를 우선시하면 지금 이 순간 더 활기차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불안하고 우울하기 때문에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사람들이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통스러워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라, 충분히 즐기지 못하기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는 것이다. 재미는 우리가 풍요로워져서 얻게 된 결과물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원인이므로, 재미를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면 삶이 더 행복해지고 건강해지며, 살아 있다는 기분을 더 자주 느끼게 될 것이다.
번아웃 증후군이 현대인에게 일상이 된 지금, 우리 삶에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상기시켜준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