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에서 느낄 수 있는 『피노키오』의 깊이와 매력
『피노키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들도 원작을 읽고 나면 뜻밖의 분위기에 놀랄 것이다. 차례 페이지만 보아도 그 느낌이 다르다. 『피노키오』의 차례는 단문의 제목이 아니라, 읽으면 대강의 줄거리가 나올 정도로 꽉 짜여 있다. 원문의 느낌은 어떤가. 다양한 판타지 요소와 유머러스한 문장으로 산뜻하고 유쾌하며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동시에, 피노키오가 나무에 목매달려 죽을 뻔하고, 밀가루에 묻혀 기름에 튀겨질 뻔하고, 약을 먹지 않는 피노키오를 혼내 주기 위해 저승사자 토끼가 나타나는 등 섬뜩한 장면들로 긴장감을 주기도 한다.
『피노키오』는 디즈니 만화 영화가 놀라운 흥행을 거두면서 전 세계에 더욱 널리 알려졌다. 디즈니 만화 영화에는 ‘거짓말하면 코가 길어진다.’, ‘어른들 말을 듣지 않으면 벌을 받는다’는 등의 교훈적 메시지가 부각되어, 원작의 다양한 의미가 조금 퇴색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원작에는 작가 콜로디의 날카로운 풍자가 잘 드러나 있다. 이를 테면 죄 없는 피노키오가 감옥에 갇히는 설정으로 당시 법 집행의 문제점을 희화화시켜 놓았다든가, 피노키오의 초대에 심드렁하던 친구들이 버터 바른 샌드위치를 주겠다고 하자 그제야 흔쾌히 나서는 모습에서 인간이 지닌 나쁜 습성을 비판하는 등 당시 사회에 대한 예리한 지적이 이야기 곳곳에 드러나 있다.
하지만 『피노키오』의 최고 매력은 단연코 재미 그 자체에 있다. 다시 읽고 또 다시 읽어도 콜로디의 뛰어난 상상력과 유머 감각은 새로운 재미가 넘친다. 상상하지 못했던 모험들의 연속, 이야기 사이사이에서 힘을 보태는 엑스트라 동물들, 말썽 피운 죄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피노키오의 모습, 나무 인형에서 진짜 사람이 되는 과정 등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원작의 재미는 단언컨대 원작 그대로를 읽어 보는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어린이의 영원한 메신저, 피노키오
1883년에 출판된 『피노키오』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의 다양한 장르를 통해 21세기에 이른 지금도 꾸준히 재구성되고 있다. 이뿐인가? 교훈적 성향이 짙다, 잡지에 연재된 소설이라 에피소드별 나열식 구성이 단조롭다 등 비판의 목소리도 끊임없이 들리지만 여전히 필독서로 꼽히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왜일까?
어느 노래 가사처럼 ‘피아노 치고, 미술도 하고, 영어도 하고 바쁜’ 우리 아이들은 피노키오가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책을 팔아 인형극을 보러 가고, 학교 그림자도 볼 수 없는 장난감 나라에서 실컷 놀고, 종횡무진 신나는 모험을 즐기는 등 피노키오는 어린이들의 희망사항을 대신하며 거침없이 행동한다. 여기에 얼토당토않은 유혹에도 쉽게 넘어 가고, 잘못한 일에 반성했다가도 뒤돌아서면 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그러면서도 기죽는 법이 없다.
피노키오는 장난과 모험을 좋아하고, 호기심 많고, 다른 사람을 깊이 신뢰하고,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의 속성, 그 자체다. 그래서 아이들은 피노키오를 보며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하고, 피노키오의 행동에 무한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행동하고 싶은 욕구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인 욕망으로, 비단 어린이들만 피노키오가 부러운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교육적 효과에 기대를 걸며 『피노키오』를 추천하는 어른들도, 사실은 자신들 스스로 공감하며 재미를 느끼고 아이들에게 적극 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볼로냐 국제 아동 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수상작
표지 그림부터 나무 인형 ‘피노키오’의 이미지는 확연하게 잘 드러난다. 나뭇결이 살아나는 배경 위에 기다란 코를 가진 ‘피노키오’ 그림은, 그동안 출간된 어떤 책보다 멋스럽고 매력적이다. 책을 펼쳐 보면, 수채화와 불투명 수채화로 완성한 큼직큼직하고 시원한 채색 그림과 아기자기한 흑백 그림이 조화롭게 섞여 있고, 나뭇결, 옷의 주름, 강아지 털, 등장인물의 표정 하나하나에 신경 쓴 정교함과 섬세함을 엿볼 수 있다.
장난기 가득하고 천진난만한 피노키오, 사악한 고양이와 여우, 피노키오를 끝까지 믿고 보살피는 파란 머리 요정과 제페토 할아버지 등 원작 속 캐릭터는 그림만으로도 그 성격이 잘 드러난다. 또한 어둡고 끔찍한 장면들, 이를 테면 피노키오가 나무에 목을 매다는 장면이나, 집 지키는 개가 된 피노키오의 모습 들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다.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 이 그림은 불가리아 출신의 작가 야센 유셀레프의 작품이다. 유셀레프는 『피노키오』로 1994년 불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작품 내용
제페토 할아버지가 만든 나무 인형, 피노키오! 피노키오는 먹고 마시고 자고 실컷 놀고만 싶다. 학교는 그림자도 밟기 싫고, 공부하는 건 죽어도 싫다. 아빠 제페토가 외투를 팔아 사 준 책으로 인형극을 보러 갈 정도! 말썽만 피우고, 말을 듣지 않는 피노키오는 그 벌로 나무에 목매달려 죽을 위험에 처하지만, 파란 머리 요정이 나타나 구해 준다. 피노키오는 목숨을 살려 준 요정에게 착하게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매번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여우와 고양이의 꾐에 빠지고, 장난감 나라에 들어가 온갖 모험을 겪은 후 당나귀로 변하는 수모도 당한다. 그러나 피노키오는, 상어 뱃속에서 아빠를 구출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자세를 배운 뒤, 진짜 어린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