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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저주받은 개념의 계보학

알베르토 토스카노 저/문강형준 | 후마니타스 | 2013년 10월 21일 | 원서 : Fanaticism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12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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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13년 10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454쪽 | 676g | 153*224*30mm
ISBN13 9788964371954
ISBN10 89643719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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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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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2명)

영국에서 활동 중인 이탈리아 출신 철학자로 문화비평, 사회이론, 철학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며 차세대 좌파 이론가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워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런던대 골드스미스칼리지 사회학과에서 가르치면서 《역사적 유물론》의 편집자, 《가디언》의 칼럼니스트로도 활약 중이다. 현대 사상에서 코뮤니즘의 지속성과 광신주의 개념을 계보학적으로 탐구한 이 책 『광신』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대안적 ... 영국에서 활동 중인 이탈리아 출신 철학자로 문화비평, 사회이론, 철학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며 차세대 좌파 이론가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워릭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런던대 골드스미스칼리지 사회학과에서 가르치면서 《역사적 유물론》의 편집자, 《가디언》의 칼럼니스트로도 활약 중이다. 현대 사상에서 코뮤니즘의 지속성과 광신주의 개념을 계보학적으로 탐구한 이 책 『광신』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대안적 정치의 가능성을 봉쇄하는 현실을 비판하면서 '위험하고 미친 짓'쯤으로 평가 절하되어 온 광신주의의 혁명적 기능을 조명해 주목받았다.

실천적 지식인으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 그는 2010년, 런던에서 일어난 등록금 인상 및 교육 예산 삭감 반대 시위에 동참했다. 그가 당시 지식인들과 만든 책자는 『대학에 저항하라』라는 제목으로 국내에도 출간됐다. 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를 영미권에 소개한 번역자로도 명성이 높은 그는 바디우의 『세기』The Century와 『세계의 논리』Logics of Worlds 등을 번역했으며, 『광신』 이외의 주요 저서로는 『생산의 극장: 칸트와 들뢰즈 사이에서의 철학과 개체화』(2006)가 있다.
문화평론가,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이다. 광주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에서 영문학, 독문학, 사회학을 공부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위스콘신대(밀워키) 대학원 영문과 박사과정에서 ‘아포칼립스의 문화정치학’을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다. 급진적 문화 비평의 길을 모색하며 연구자, 번역가,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문화/과학》, 《문학동네》, 《자음과모음》, 《참여사회》 등에 ... 문화평론가, 계간 《문화/과학》 편집위원이다. 광주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에서 영문학, 독문학, 사회학을 공부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위스콘신대(밀워키) 대학원 영문과 박사과정에서 ‘아포칼립스의 문화정치학’을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다.

급진적 문화 비평의 길을 모색하며 연구자, 번역가,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문화/과학》, 《문학동네》, 《자음과모음》, 《참여사회》 등에 꾸준히 문화 비평을 썼다. 저서로 『파국의 지형학』 『혁명은 TV에 나오지 않는다』 『영어를 잘하면 우리는 행복해질까?』『감각의제국』 『귀신 간첩 할머니: 근대에 맞서는 근대』(공저) 『사회를 말하는 사회』(공저) 『아이돌』(공저), 역서로 『비평가의 임무』 『광신』 『권력을 이긴 사람들』 『루이비통이 된 푸코?』(공역)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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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옮긴이 후기」

출판사 리뷰

“우리 시대 광신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인가, 이에 저항하는 몸짓인가”

“폭력적 신념에 사로잡힌 광신자들이 만들어 낸 역사의 풍경은
그저 한순간의 에피소드에 불과했던 것일까?”

“신념과 열정의 정치가 사라진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가난한 이들을 자신의 적으로 만든 것은 영주들 자신이다.
그들이 반란의 원인을 제거하기를 거부하는데 어떻게 이런 사태가 궁극적으로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내가 이 반란의 주동자가 된다면, 할 수 없지 않은가
- 토머스 뮌처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
그 비판이 도달하게 될 결론을 두려워하지 않는 동시에
존재하는 권력들과의 충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에서의 가차 없는 비판
- 칼 마르크스

그들은 인간의 권리를 주장했다. 그러나 그것을 야수처럼 주장했다.
-볼테르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도 없고, 그렇다고 주제를 바꾸지도 않을 사람들
- 윈스턴 처칠

더 이상 그런 사회는 없다. 대안 역시 없다.
- 마가렛 대처

이 책은 어느 저주받은 개념의 계보학을 다시 그리는 책이다. “관용과는 담을 쌓았고 소통은 불가능하며, 어떤 논쟁도 용납하지 않으면서 오직 상대편의 관점이나 생활 방식이 뿌리 뽑힐 때라야 비로소 안도하는” “폭력적 신념에 사로잡혀 있는” 광신자들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역사에서 그들은 다양한 형상과 목소리로 등장했다. 천년왕국운동, 노예폐지론자들, 농민 혁명가들, 아나키스트들, 마르크스주의자들에서부터 오늘날 이슬람교도들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그들을 부르는 데에는 지역적 차이도, 시간의 간극도, 역사의 맥락도 필요치 않다. 제아무리 말을 걸고 설득하려 해도,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고, 바꿀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주제를 다른 것으로 돌리는 것마저 용납하지 않는 고집불통들, 시대착오자들, 미친 신념의 무리들……. 그런 이들을 설명하는 말은 바로 ‘광신’이라는 한 단어면 족하다. 이런 점에서 광신 개념은 역설적으로 역사가 없다. 그것은 그저 비난의 대상이자, 비역사적인 병리 현상일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 시대 광신은 무엇인가? 우리 시대 광신자로 규정된 이들은 자본주의사회를 넘어 그 외부를 사유하는 이들이다. 사회는 존재하지 않으며, 대안은 없다는 신자유주의의 구호 아래에서, 자유는 자연적인 것이고 평등은 인위적인 것이라는 지배적인 생각 아래서, 자본주의가 아닌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 평등은 달성해야 할 목표이기에 앞서 사회의 전제 조건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 시대의 광신도들이다. 주주들은 수백억 주식 배당 잔치를 벌이면서도 노동자들은 경영상의 위기를 명목으로 마음대로 자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정리 해고에 반대해 크레인에 올라가 제 몸을 묶은 자, 전력 대란이라고들 하는 사회에서 송전탑 건설에 반대해 드러누운 자, 민주주의국가에서 부정선거에 항의해 촛불을 켠 자, 이 모든 이들에게도 광신자라는 딱지가 붙는 건 마찬가지다. 하물며, 그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보내는 행동은 순진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에게 광신의 씨앗을 심는 외부 불순 세력의 행동에 다름 아닌 것이 된다

과연 이들은 단순한 미치광이에 불과한 존재들인가? 그들이 만들어 낸 역사의 풍경은 그저 한순간의 에피소드에 불과한 것인가? 이 책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외려 이 책은 기존 질서를 넘어서려는 모든 급진적 시도에 ‘광신’이라는 딱지를 붙일 때, 이런 급진적 시도를 만들어 낸 ‘원인’과 대면하기를 거부할 때, 그 사회는 자신의 모순을 극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역량을 상실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광신을 오로지 병리적인 관점에서만 다루는 기존의 주류 담론을 넘어, 광신의 이면에 담긴 정치적 차원을 되살리는 것, 바로 이것이 서양 철학사와 정치사를 종횡무진 누비며 토스카노가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이다.
다른 어떤 시대보다도 근본적 저항을 반대하는 운동에 의해 규정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광신이 또다시 모욕적 용어나 정치적 비방의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현재의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이 책은 광신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칸트, 헤겔, 마르크스, 그리고 프로이트, 블로흐, 바디우를 관통하는 비판적ㆍ변증법적 계보를 재조명하고, 광신 개념이 겪은 어두운 모험들을 읽어 나간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전체주의 대 자유주의, 회의 대 신념, 합리 대 광신 등으로 모든 논의를 단순화함으로써, 모든 대안과 가능성을 봉쇄해 온, 정치 종교 담론과 세속화 담론의 이면을 파헤친다. 토스카노의 이와 같은 연구의 목적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악마화 담론 속에 갇혀 있는 광신 개념을 비판적으로 발굴함으로써 열정과 관념을 해방의 정치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수용할 수 있는 정치적 어휘를 재구성하고, 비판자들에 의해 관념적이며 위험한 열정으로 인식될 ‘평등주의적 정치’, ‘해방의 정치’에 관해 기여하고자 한다.”


주요 내용 소개

1장 ‘극단의 형상들’에서 토스카노는 광신을 자신과 분리하고 경계 지으며 헤게모니를 유지했던 대표적인 이데올로기인 ‘자유주의’를 탐구한다. 에릭 홉스봄을 따라 19세기 후반 ‘제국의 시대’와 20세기 ‘극단의 시대’로 장을 분할한 후, 토스카노는 두 시기 동안 자유주의적 사고가 광신을 파악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어떤 논점들이 발생했는지 짚어 나간다. 가령 19세기 후반 미국의 노예제 폐지 운동에서 자유주의자를 자처했던 이들은 프랑스혁명에 대한 에드먼드 버크의 비판을 따라 노예제 폐지론자들을 “광신자 무리”(52)로 규정하면서, 그들의 “무조건적 성격”(53), “전염성”(55), “결과는 고려하지 않고 관념적”(55)인 특징들이 “조정과 점진주의”(57)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주의적 정치체제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들에 의해 광신자로 매도되었던 노예제 폐지론자들은 열정적 신념뿐 아니라 매우 냉철한 전략적 판단으로 노예제에 접근했다. 오히려 이들은 자유주의적인 타협의 태도가 노예제라는 사악한 제도를 끝장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으며,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중도파와 온건파들을 압박해 노예제 폐지 여론을 끌어내려 했다. “위계?차이?분리에 기반을 둔 사회질서에 소름끼치는 흉조를 선사하는”(57) 관념적 광신의 정치는 자유주의의 미적지근함이 결코 만들어 내지 못한 해방적 전망을 열어젖힘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유주의가 인종차별에 적대적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토스카노의 이런 수정주의적 광신 해석은 “자유주의가 원칙을 훼손하지 않은 채로 그저 점진적으로 확장되었다는 천박한 역사주의적 주장”(51)을 뒤집는다. 하층계급과 유색인종을 타자화하면서 등장했던 자유주의가 그나마 보편적 인권을 옹호할 수 있는 데에는 자유주의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근본주의적 광신이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격정을 규제하고 길들이는 일을 자신의 핵심 강령으로 삼아”(82) 온 자유주의도 이런 역사적 과정을 거치며 광신으로 대표되는 정동인 격정과 열정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있기는 하다. 마이클 왈저는 전통적 자유주의의 합리성과 협의의 정치에 “고결한 열정”(84)을 수용하는 수정 자유주의를 제안한다. 그러나 한편 페터 슬로터다이크를 비롯한 일련의 자유주의자들은 오히려 공산주의와 광신을 연결하는 냉전 시기의 문법을 다시 가져와서는 “관념의 정치와 보편 원리라는 극단주의를 끝장내라”(99)고 주장하면서 고전적 광신 비판으로 회귀하고 있다. 19~20세기 자유주의와 광신의 관계를 점검함으로써, 토스카노는 오늘날 다시 힘을 얻고 있는 반광신 담론의 탈정치적 성격이 광신의 가능성, 즉 보편적 평등과 억압받는 자들을 향한 연대를 통해 해방적 정치의 전망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을 애초에 봉쇄하는 현상을 문제시한다. 이는 이 책에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핵심 모티프다.

2장 ‘천년왕국운동의 정신과 근대 정치의 탄생’에서는 “광신의 시간”(114)을 다룬다. 광신의 시간은 현재의 시간과 단절해 “스스로의 시간적 상상력을 통해 새로운 시간성을 부과하는 혁신적 방식”(117), 즉 ‘시대착오성’anachronism을 특징으로 하는데, 이를 가장 명확히 보여 주는 예가 토마스 뮌처라는 이름으로 표상되는 중세 후기 유럽의 다양한 천년왕국운동들이다. 현재의 사회?경제적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묵시록이라는 미래의 시간을 끌어들이는 천년왕국운동의 시대착오성은 그 혁명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하는 사상가들로부터 외면당해 왔다. 토스카노는 비-현재적 시간이 현재 속에서 재전유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에른스트 블로흐와 결단을 통해 만들어 가는 ‘카이로스의 시간’을 중시하는 카를 만하임을 경유함으로써 좌파적 전통 내에서도 대개 ‘유토피아주의’ 혹은 ‘신비주의’로 경원시되었던 천년왕국운동을 재평가한다. “광신에서 관용으로, 종교적 절대주의에서 시민적 세속주의로의”(114) 선형적 시간 틀 안에서 흔히 퇴행적으로 여겨지기 일쑤였던, 그래서 근대적 합리주의와 세속주의라는 정치적 프레임 바깥에 놓이며 ‘광신적’이라 불렸던 천년왕국운동은 ‘광신의 시간’에 대한 적극적 해석을 통해 오히려 “근대 정치의 탄생을 알리는 신호”(181)가 된다. 근대 혁명이 전체 사회질서에 대항해 철저하게 체계적인 방식으로 저항하는 반체제적 성격을 가진다면 뮌처의 천년왕국운동이야말로 최초의 근대적 반체제운동이라는 것이다. “사회주의는 대단히 천년왕국적”(173)이라는 블로흐의 말을 인용하며, 토스카노는 ‘당’이라는 조직, ‘프롤레타리아’라는 특정 계급, ‘진보’라는 근대적 시간성에 천착하는 마르크스주의의 틀을 벗어나 천년왕국운동으로 표상되는 시대착오와 유토피아의 ‘원原정치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3장 ‘이성과 함께 날뛰기’에서는 광신과 계몽주의의 관계에 대해 다룬다. 근본주의를 광신이라 부르며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는 몸짓을 진정한 계몽의 정신으로 여기는 오늘날의 천박한 분위기를 지적하며, 토스카노는 계몽주의의 역사는 “반계몽으로서의 광신이라든가 반광신으로서의 계몽이라는 단순한 수사를 용납하지 않는 어떤 복잡성”(206)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계몽주의를 박제화하는 대신 그것의 “급진적 혹은 해방적 잠재성”(193)을 파헤치면서 계몽주의의 역동적 측면을 드러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광신과 계몽은 역동적인 사상적 궤적을 그리면서 18세기 내내 서로 맞물려 있었다. 가령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의 두 거두인 볼테르와 루소가 ‘광신’을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다르다. 볼테르가 광신과 관용을 대비시키면서 광신을 “천연두처럼 감염되는 정신병”(204)으로 여긴 반면, 루소는 “광신의 감정적 토대를 놓치는 이는 그 누구라도 광신의 잠재력과 반이성적 저항을 과소평가할 수밖에 없다”(208)고 일갈한다. 광신에 맞선 볼테르의 다원주의 예찬이 해방적 폭력 대신 사회의 질서와 안정을 염원했던 그의 ‘정치적 무관심’을 드러낸다면, 루소는 광신과 사촌 관계인 열정이야말로 중요한 ‘정치적 역량’이라고 주장한다. 흔히 ‘합리적 정신’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칸트에게도 열정은 그의 비판철학과 정치 이론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열정의 정동”(234)에 주목하는 칸트는 그것을 “이성이 필요한 힘을 획득할 때까지”(234) 우리가 놓지 말아야 할 것, 곧 이성의 의미 있는 보충물로 여긴다. 프랑스혁명을 예찬하는 과정에서 열정과 관념, 이상의 중요성을 파악하는 칸트의 모습은 더 이상 “정치적 온건론자”(238)가 아니며 오히려 과격하기까지 하다. 니체가 칸트를 “루소풍의 도덕적 광신자”(243)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점에서 자연스럽다. 18세기 계몽주의 철학을 재해석함으로써 토스카노는 계몽이 광신의 반대편에 있는 것도 아니며, 열정이 이성과 적대적이라는 일반적 관점이 지독한 편견이라고 말한다. 무조건적 비타협의 정치가 자유주의의 경계를 확장하고, 묵시록적 시간에의 열망이 근대적 정치의 원형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광신과 열정, 격정과 정동이야말로 계몽주의 철학의 비판적이고 급진적이며 정치적인 모습을 유지시켰던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4장 ‘동양의 혁명’에서는 현재의 반광신 담론에서 주요한 표적이 되고 있는 이슬람교를 다룬다. 서양에서 이슬람교를 광신의 대명사로 위치시킨 데는 헤겔의 공이 크다. 비록 다른 오리엔탈리스트들처럼 이슬람교를 동양적 신비주의와 전제정의 산물로 단순화하지는 않지만, 헤겔은 자신의 종교철학 체계를 통해 이슬람교를 ‘관념적 유일자를 절대적 헌신의 대상으로 삼는 극단적 보편성의 종교’로 서술하고, 특수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추상성의 현현顯現으로 묘사함으로써 이슬람교에 대한 ‘편견’을 철학적으로 보증한다. 이에 따라, 관념, 보편성, 추상성에 헌신하는 이슬람교 주체는 “자신의 세속화에 실패한, …… 유일자의 쇠퇴를 초래하는 데 실패한 존재”(262)로 인식되는 반면, 기독교는 “무신론, 관용, 자유주의”(289) 등을 이뤄 낸 성숙한 종교로 그려진다. 은밀한 문화적 우월성으로 가득한 이 “문화주의적 종교 담론”(290)의 형성에 기여한 것은 이슬람교와 광신을 ‘죽음 충동’이나 ‘집단적 무의식’으로 설명하면서 무슬림을 “적당히 병리적인 근대적 주체”(284)가 되지 못한 미성숙한 주체로 ‘이론화’하는 일부 정신분석 담론이다. 토스카노는 이슬람교를 타자화하면서 작동하는 기독교-세속주의-정신분석의 삼위일체가 사실은 “우리들이 일관되고 통일된 문명에 속해 있다는 그릇된 안정감”(288)을 제공하는 판타지라고 규정하면서, 타자에 대한 그릇된 문화적 표상이 주는 이데올로기적 편안함 대신 ‘종교’ 자체에 대한 급진적 진단을 통해 인류의 판타지를 분석하는 프로이트의 ‘세속주의’를 재평가할 것을 주장한다.

5장 ‘관념들의 충돌’에서는 앞 장들에서 부분적으로만 다루었던 오늘날의 반광신적 무신론-세속주의 담론을 전면적으로 비판한다. 이를 위해 등장하는 사상가는 마르크스다. 토스카노는 마르크스의 ‘종교관’의 변화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세속주의와 무신론을 진부하게 옹호하는 데 그치고 있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마르크스의 입장이 가진 정치적 적실성을 보이려 한다. 포이어바흐의 기독교 비판에 영향을 받았던 1840년대의 마르크스는 기독교에 맞선 무신론적 입장과 국가의 세속화에 경도되었다가, 이후 “종교의 틀로 정치적 조건을 비판하는 대신 정치적 조건의 틀로 종교를 비판해야만”(306) 한다는 주장, 즉 종교 비판을 넘어 종교의 뿌리인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간다. 천상의 비판에서 지상의 비판으로의 전환이다. 그러다가 1860년대 후반의 ??자본??에 이르면 마르크스는 종교 현상을 통해 인간의 “사회적 관계 형성 양식”(315)을 기술하는 방법론적 성찰을 펼칠 것을 주장한다. 요컨대 마르크스는 종교를 한낱 ‘신화’로 여기던 무신론-세속주의자에서 벗어나 종교를 통한 현실 비판으로, 나아가 종교의 변화가 인간 생산양식 전반의 변화 과정과 맞물리는 과정에 대한 역사 유물론적 탐구로 진화해 갔던 것이다. 다시 말해 마르크스에게 ‘종교’란, 오늘날의 세속주의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무조건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물질 영역의 구조가 드러나는 관념의 영역이다. “자본의 특별한 종교”(321)로서의 기독교를 분석함으로써 마르크스는 종교적 현상 이면의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 구조를 동시에 드러내는 것이다. ‘광신’이라는 개념의 쓰임을 추적하는 토스카노가 이런 마르크스의 종교관과 정확히 공명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그는 마르크스의 입을 빌려 세속적 국가 추구가 “비판과 해방의 목표”(327)가 아니며, 역설적으로 “무신론 국가, 민주주의국가, 종교를 시민사회의 여타 요소들과 동렬에 갖다 놓는 국가야말로 완성된 기독교 국가”(331)임을 주장한다. 이런 맥락에서 중요한 것은 ‘종교 제거’나 ‘광신 반대’가 아닌, “일상생활의 종교”(333)로서의 자본주의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일이 된다. 마찬가지로 ‘광신’이란 천박한 계몽주의자들이나 맹목적 자유주의자들이 말하듯 오늘날 마지막 남은 이데올로기적 찌꺼기가 아닌, 지상의 문제를 성찰하는 매개체, 특히 라파르그의 표현처럼 “아직 무신론자를 만나 보지 못한 유일한 신”(335)인 자본주의의 현실을 파헤치는 중요한 도구일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6장 ‘냉전과 메시아’에서 토스카노가 점검하는 주제는 ‘정치 종교’ 개념이다. 1920년대 이후 파시즘, 공산주의, 나치즘 등 전체주의의 부흥이 지금껏 서양 문명이 이루어 놓은 자유주의적이고 세속화된 체제에 강력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느낀 사상가들은 전체주의와 같이 ‘종교적 신념에 사로잡힌 정치적 운동’들, 곧 “신앙으로서의 정치”(345)를 ‘정치 종교’ 개념으로 포괄하기 시작한다. 토스카노가 문제 삼는 것은 정치 종교 개념이 천년왕국운동과 메시아주의부터 공산주의와 나치즘에 이르는 다양한 운동들을 탈역사적으로 포괄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모든 종류의 신념의 정치를 광신적 종교성의 대체 효과로 여기면서 폐기”(350)하는 효과이다. 전체주의 대 자유세계, 회의 대 신념, 합리 대 광신 등으로 현재를 단순화함으로써 정치 종교 담론은 유서 깊은 반광신 담론을 반복하고 세속화 이론과 공명한다. 버크에서 볼테르, 헤겔을 거쳐 푀겔린, 콘을 지나 오늘날의 그레이로 이어지는 기나긴 세속화의 서사는 (각자 차이는 조금씩 있으되) 합리적이고 회의적이며 세속적인 체제에 반하는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움직임을 광신화한다. 세속화 서사가 두려워하는 광신의 핵심적 차원을 “관념과 보편성”(405)에서 찾는 토스카노는 정치 종교 개념 및 세속화주의자들의 공세가 가진 냉전적이고 탈역사적이며 탈정치적인 한계를 지적하면서, 데리다, 바디우, 아감벤, 지젝 등의 “메시아적이고 종말론적인 형상에 대한 최근의 호소”(393)에 담긴 보편주의적 정치철학이 어떻게 ‘광신’ 비판을 피하면서도 동시에 해방적 정치의 급진성을 포기하지 않는지에 대해 고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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