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씨앗을 심을 당신에게
평화롭지 못한 세계에서 자란 어린이들은 평화로운 것이 무엇인지를 잘 모른다. 어린이들에게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 주는 것은 미래의 세상을 평화롭게 가꾸는 것과 같은 것이다.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처방은 어른들이 가진 공격성과 증오심 때문에 단단한 돌덩이처럼 굳어진 마음을 풀어야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평화의 씨앗을 심어줄 당신은 분명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고, 직접 실천하는 사람일 게다. 내가 사랑, 이해, 배려, 포용의 거름을 평화를 꿈꾸는 마을에서 짊어지고 나온 것처럼 당신도 나와 같이 거름을 짊어지고 힘든 길의 동무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사실 평화의 씨앗을 심는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사소한 일 때문에 사람들과 부딪힐 때를 생각해 보라. 예를 들어 차들이 너무 많아 막히는 도로에서 서로 먼저 가려고 끙끙대지만 바로 이것 때문에 지속적으로 더 막히게 되는 것과 같다(이 책 열 여섯째 이야기 「교통체증」). 이때 조금씩만 양보한다면 훨씬 더 빨리 목적지로 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조금씩 양보하는 마음과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바로 일상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평화의 실천이리라. 그때 당신은 평화의 꽃을 틔울 수 있는 또 하나의 거름을 주게 된 것이다. 스무 개의 방에서 가지고 나온 거름들을 당장 당신의 주위에 뿌려 보라. 당신과 함께 마음의 문을 열고 평화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 희망이 존재한다는 것에 커다란 기쁨을 느낀다.
미래는 부족해지는 자원 때문에 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사람들은 걱정한다. 그러나 희망을 가진 당신과 내가 함께 새로운 형태의 경제와 사회구조에 합의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무엇이 두렵겠는가?
스무 개의 방들이 보여주는 ‘평화의 문화’
이 책에는 스무 개의 방이 있다. 평화라는 어려운 주제를 다양한 캐릭터와 상황을 설정하여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구성했다. 참혹한 전쟁이 벌어지고 난 뒤 찾는 평화는 이미 때가 늦은 것이다. 평화는 필요할 때 찾는 것이 아니라 늘 우리가 숨쉬는 공기처럼 항상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쟁이 일어나는 건 생각도 못할 테니까 말이다.
UN 총회에서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평화의 문화와 세계 어린이들을 위한 비폭력 10년’으로 지정했다. 그러자 유네스코에서도 ‘평화의 문화’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운동을 계기로 저자는 평화를 보여 주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모았다.
독일 제2공영TV방송 ZDF의 어린이 시리즈 <일곱 개의 돌>을 통해 정기 방영되기도 했던 이 책은 평화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 주고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어린이들이 쉽게 평화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는 교육 지침서의 구실까지 훌륭히 해내고 있다.
‘평화의 문화’란 살아 움직이는 평화를 의미한다. 일상 생활에서 실천하는 인권 존중을 의미하는 것이라 하겠다. 삶의 문화인 평화의 문화는 서로 다른 개인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하여 전쟁, 폭력, 기만, 차별의 문화를 비폭력, 대화, 관용, 연대의 문화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평화의 문화’를 이루는 것은 바로 평화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것, 그것이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이 해야 할 ‘평화교육’이 아닐까.
저자 마르틴 아우어의 홈페이지(www.MartinAuer.net)에는 평화 문화를 널리 퍼뜨리기 위해 비상업적 용도에 사용할 수 있도록 『이상한 전쟁』이 24개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 또한 저자의 다양한 활동상을 엿 볼 수 있는 다른 작품들도 만나 볼 수 있다. 유네스코의 ‘평화의 문화’ 운동은 10년 동안만 진행되는 일시적인 운동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펼쳐야 할 평화 운동임을 알리려는 위한 저자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이상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전쟁
여기는 내가 사는 이상한 나라다.
나는 이곳의 불안하고도 이기적인 시선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저 사람은 왜 나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걸까? 아, 나도 저 사람이 왠지 불안하다. 저 사람이 나를 칠 것 같으니까, 아무래도 내가 먼저 저 사람을 공격해야 할 것 같다.’
그 누구도 싸움을 원치 않았단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서로를 공격해야 한단다. 참으로 이상하다. 분명 우리는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이기심과 오만함이 들끓는 사막 같은 세상이 모든 사람들의 영혼을 메마르게 만들었다.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모든 것들이 그립다.
자신의 목소리만을 높이 외치는 거친 소리들이 귓가에 울리고 있다. 이해와 배려를 할 줄 모르는 이들과 어찌 같이 지낼 수 있을까?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눈을 감으면 어쩌면 그 날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토끼 아저씨를 만났던 그 날이 생각난다. 평화를 꿈꾸는 유리성에 있던 몽상가, 총을 버리고 전쟁을 벌이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다던 푸른 소년, 당근을 지키느라 정신 없이 분주해 하던 당근행성의 사람들, 그리고 내가 제일 부러워했던, 자연의 품안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을 소녀, 아로바나이가 너무 보고 싶다. 과연 내가 이들에게서 얻어온 사랑, 이해, 배려, 포용의 거름을 이 사막에 잘 뿌려 평화의 꽃을 틔울 수 있을까? 평화를 꿈꾸는 유리성의 친구들이 원하는 그런 세상을 위해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토끼 아저씨를 따라간 평화를 꿈꾸는 유리성
당근을 잔뜩 지고 뛰어가는 토끼 아저씨를 보았죠. 뭘 그리 바쁘게 움직이냐고 물었더니 글쎄 평화를 꿈꾸는 유리성으로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토끼 아저씨의 뒤를 열심히 따라갔죠.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말입니다. 사실 나는 이상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기만 하는 이상한 나라를 탈출하고 싶었거든요. 왠지 그 토끼 아저씨를 따라가면 평화와 사랑이 가득한 그곳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토끼 아저씨를 따라 햇살 가득한 평화를 꿈꾸는 유리성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곳에는 무려 스무 개의 방이 있지 뭡니까. 토끼 아저씨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없더군요. 각 방문 앞에 걸린 문패를 보며 문을 하나씩하나씩 열고 들어갔죠. 그렇지만 전혀 두렵거나 무섭지 않았습니다. 그곳은 내가 살던 곳과는 달리 이상하리만큼 따뜻하고 온화한 평화의 기운이 넘쳐나고 있었으니까요.
⊙ 빨간색 꿈 : 첫째 방은 몽상가(이 책 첫째 이야기)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몽상가는 나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생각에 빠져있었습니다. “언젠가는 전쟁 없이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야”라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죠. 전쟁 없이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라며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습니다.
⊙ 파란색 꿈 : 그러고는 둘째 방으로 들어갔죠. 그곳에는 어두운 눈빛을 가진 푸른 소년(이 책 둘째 이야기)이 살고 있었습니다. 지나가던 소녀가 말해주더군요. 푸른 소년의 부모님이 전쟁에서 죽은 뒤 모든 눈물을 쏟아버렸기 때문에 영혼이 마비되어버렸다고요. 푸른 소년은 나에게 총을 겨누며 이렇게 말했죠. “이 총은 널 쏠 수도 있어.” 전 왠지 모를 두려움에 바위틈에 몸을 숨기고 푸른 소년을 바라보았습니다. 푸른 소년은 총으로 죽지 않는 사람을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결국 푸른 소년은 총으로 죽지 않는다는 할아버지에게로 찾아갔죠. 할아버지는 푸른 소년에게 말했습니다. “네 총을 버린다면 나는 절대로 죽지 않는단다. 총을 버릴 수는 없겠니?” 푸른 소년은 “단지 그것뿐인가요?”라고 말했죠. 난 푸른 소년이 정말 총을 내던져 버릴 수 있을지 조바심이 나서 침을 꿀꺽 삼켰죠. 네, 소년은 총을 버렸습니다. 그러고는 할아버지 옆에서 내가 살고 있는 이상한 나라를 망원경으로 살펴보면서 사람들이 왜 전쟁을 일으키려 하는 지를 연구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푸른 소년이 총을 던져버리는 것을 보았을 때, 저는 희망에 들뜬 나머지 “평화를 이룰 수 있을 거야!”라고 소리를 질러버리고 말았죠.
⊙ 주황색 꿈 : 그러고는 얼른 셋째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당근 행성(이 책 셋째 이야기)이라는 팻말이 보였습니다. 아! 그런데 여기는 왜 이다지 높은 울타리가 많은 걸까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당근을 재배하느라, 당근을 지키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어디선가 탄식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예전에는 이렇게 당근을 지킬 필요도 없었고, 당근을 서로 가지려고 싸우는 일도 없었는데 말이야.” 갑자기 내가 살고 있는 이상한 나라가 생각이 나더군요. 너무나도 익숙한 싸움 속에 지친 동료들의 모습이 생각나서 눈물이 울컥 쏟더군요. 그래서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 없었답니다.
초록색 꿈 : 넷째, 다섯째 방을 지나 여덟 번째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수많은 병사들이 인간 대 인간(이 책 여덟째 이야기)으로 하는 전투 훈련을 하고 있더라고요. 전 곧 엄청난 싸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우리 이상한 나라에서 항상 싸움이 일어나듯이 말이죠. 그런데 신병인 발라반 씨가 손을 들고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제가 싸울 상대가 누군지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아마 저는 그 사람과 화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순간 왜 그 생각을 못하고 사람들이 싸움만을 준비하는 것에만 몰두하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싸우려고 할 때 꼭 발라반 씨처럼 당당히 말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세상에는 정말 전쟁은 없을 것만 같습니다. 저는 소중한 보물을 얻은 것 같은 행복감에 젖어 다른 방으로 발길을 옮겼죠.
⊙ 초록색 꿈 : 여러 방들을 돌다보니 어느새 열 넷째 방에 와 있더군요. 아로바나이(이 책 열 넷째 이야기)라는 소녀가 속해 있는 평화로운 공동체를 이루는 야영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죠. 자연의 품속에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간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미움과 오해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항상 서로를 필요로 하며 싸우더라도 곧 화해를 했죠. 이런 평화로운 야영지에서 사는 아로바나이가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우리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이 이런 평화로운 야영지에서 함께 조화롭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보라색 꿈: 어디까지 온 걸까요? 열 여덟째 방인 것 같습니다. 태양계 연합평의회(이 책 열 여덟째 이야기)에서 닌들을 받아들이지 말자는 제의를 하고 있더라고요. 자기 중심적이고 조화롭게 살 줄 모르는 닌들을 절대로 태양계 연합에 받아들이지 말자는 논의였지요. 아마도 여기서 ‘닌’이란 이상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부끄러워서 도망치듯이 방을 나와버렸습니다.
여기는 평화를 꿈꾸는 유리성의 출구인 것 같습니다. 몸은 좀 피곤했지만, 빨리 이상한 나라로 돌아가서 제가 본 것들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결국 모두에게 큰 손해를 입히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려줄 생각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은 자주 그 사실을 잊어버리고 싸움으로 해결하려 하는 일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죠. 저의 심장 박동이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평화의 기운을 만나는 사람에게 모두 전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저기 당근을 가득 짊어진 토끼 아저씨가 보이는군요. 저도 평화의 꽃을 틔울 사랑, 이해, 배려, 포용이라는 거름을 가득 짊어지고 토끼 아저씨를 따라 얼른 돌아갈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