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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아닌 것들을 버는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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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아닌 것들을 버는 가게

남형석 | 난다 | 2022년 08월 31일 리뷰 총점8.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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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2년 08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318g | 135*205*20mm
ISBN13 9791191859324
ISBN10 1191859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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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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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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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신문기자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방송기자를 거쳐 뉴스기획PD로 삼십대를 마쳤다. 그사이 <엠빅뉴스> <로드맨> <앵커로그> 등 조촐하지만 새로운 뉴스 브랜드를 세상에 내놓았다. 마흔 살이 되어서는 긴 휴직계를 낸 뒤 연고도 없는 춘천으로 떠나와서 돈이 아닌 가치들이 교환되고 쌓이는 시한부 공유서재 <첫서재>를 차렸다. 오직 제 살아옴을 닮은 이 공간에서 스무 달 동안 실컷 읽고 쓰며 소복하게 서투름을 앃다가 녹은 눈... 신문기자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방송기자를 거쳐 뉴스기획PD로 삼십대를 마쳤다. 그사이 <엠빅뉴스> <로드맨> <앵커로그> 등 조촐하지만 새로운 뉴스 브랜드를 세상에 내놓았다. 마흔 살이 되어서는 긴 휴직계를 낸 뒤 연고도 없는 춘천으로 떠나와서 돈이 아닌 가치들이 교환되고 쌓이는 시한부 공유서재 <첫서재>를 차렸다. 오직 제 살아옴을 닮은 이 공간에서 스무 달 동안 실컷 읽고 쓰며 소복하게 서투름을 앃다가 녹은 눈처럼 현실 세계로 돌아갈 요량이다. 산문집 『고작 이 정도의 어른』을 썼다.

brunch : 작가명 '나묭'
instagram : @namgi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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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내 생애 어쩌면 첫 겨울일지도」중에서

출판사 리뷰

소도시의 옛 골목 서재에서 일어나는
소소하고 신비로운 일상


춘천의 도심 한가운데에서 오래되고 느릿한 서정의 풍경을 간직한 동네, 약사리 마을. 슬레이트 지붕과 구식 기와의 단층집들 사이로 칠십여 년간 터를 지킨 성당의 첨탑이 고아하게 드러나고 시멘트가 다 벗겨진 샛길이 단풍나무 잔가지처럼 하늘로 길쭉하게 뻗어 있는 곳. 설명할 수 없는 온기가 직감으로 전해지는 이 아늑한 언덕 끄트머리 샛길에는 입간판이 없으면 가정집으로 착각할 듯한 작은 가게가 있습니다.

책이 진열되어 있다지만 서점은 아니고 커피를 내려준다지만 카페도 아닙니다. ‘공유서재’라는 이름이 붙은 이 가게는 책과 음료가 아닌 공간을 팝니다. 오래 방치되어 있던 옛집을 서재로 탈바꿈시킨 이곳엔 예전에 이곳에 살다간 이들의 흔적이 오래된 지붕과 녹슨 타일 외벽, 재래식 변소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새롭게 이 집을 맞이한 서재지기의 정갈한 손길이 묻어 있다는 것이죠.

이곳에서 서재지기는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꿈을 꿉니다. 스스로 읽고 쓰려고 만든 공간에 영감과 꿈을 품은 사람들을 초대하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들이 쌓이지 않을지 기대하면서요. 그런 신비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역량껏 글로 엮어보고자 했지요. 나의 서재이지만 모두의 서재인 곳, 그런 꿈의 서재에서 돈이 아닌 다른 것들을 벌어보고 싶었다고요.

돈이 아닌 것들을 버는 가게. 이렇게 ‘첫서재’에는 돈 대신 사람들과 사연이 투박하게 쌓여갑니다. 세상 모든 처음이 시작되거나 기억되는 곳, 저마다의 서툴고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모여드는 공간이지요. 서투름과 불안을 안고 시작하려는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거나 위로가 되거나 적어도 쉼이 되는 공간이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 지었습니다. 여기에 다녀가는 모든 이의 ‘첫’들이 시나브로 쌓이는 공간으로 숙성해주길 바라면서요.

꿈과 취향과 사연이
느슨하게 엉킨 책의 소우주, 첫서재


앞마당 라일락나무 아래에는 누워서 햇살 먹으며 책 읽기 좋은 벤치를 짜두었고 재래식 변소에는 변기 대신 옛날 방 문짝으로 만든 책상과 나무 의자, 무전력 원목 스피커, 손바닥만한 나무 오르골을 놓았습니다. 문을 열고 본채로 들어가면 원목으로 둘러싸인 공간은 책들로 가득합니다. 누구나 편히 들러 생각을 푹 익히거나 활자의 숲에서 산책하는 기분을 느끼는 공간, 저마다 자기 일을 하지만 서로를 구속하지 않는 연대감이 공기를 타고 흐르는 곳. 누군가는 돈을 내고 이용하고 누군가는 이야기를, 누군가는 꿈을 내고 이용하는 서재. 겉보기에는 북카페 혹은 공유서재이지만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꿈과 취향과 사연이 느슨하게 엉킨 책의 소우주인 셈입니다.

서재에는 입구가 숨겨진 비밀스러운 다락방도 있습니다. 부서져가는 지붕 아래 나무 천장을 덧대고 대들보를 다듬고 돌담이 보이도록 키 작은 창문을 냈지요. 느릅나무를 깎아 만든 아담한 고목 탁자를 방안에 두고 원목 스탠드와 스피커를 올려두었습니다. 서재의 다락방인 만큼 몇 권의 책을 누일 나무 바구니도 함께요. 침대와 침구도 정성스럽게 골랐답니다. 이름은 ‘첫다락’으로 지었어요. 이 두 평 남짓한 다락방에는 일주일에 한 사람씩 꼬박꼬박 머물다 떠납니다. 일종의 ‘북스테이’이지만 숙박 기준이 특별합니다. 며칠을 머물든 비용을 당장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머무는 대가는 오 년 뒤에 돈이 아닌 것들로 내면 됩니다. 쉼이나 영감을 얻는 시간이 절실한 이들을 위한, 땅에서 조금 떨어진 두 평 남짓한 은신처인 셈이지요. 새로운 시작을 궁리하거나 감행하는 첫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나만의 것으로 시작했지만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된 가게


2022년 11월이면 지금 형태의 첫서재는 문을 닫습니다. 애초에 스무 달만 운영하고 닫을 요량이었으니 어쩔 수 없는 운명이지요. 올해 11월 6일에 마지막 문을 열고 작가는 회사로 돌아갈 것입니다. 그런데 막상 가게 문을 열고 보니 셈법을 한참 벗어난 감정들이 속속 들이닥쳤다고 해요. 돈을 내야 하는 가게에 찾아와 불쑥 선물을 내밀고 떠나는가 하면 뭐라도 드시라며 먹을거리를 챙겨주는 동네 손님들이 있었죠. 하나같이 정성스럽게 남기고 간 손글씨들은 어떡하고요. 그저 ‘스무 달 동안 나 해보고 싶은 거 다 하며 살다가 문 닫지 뭐’라고 생각하며 문을 연 가게는 어느새 겨우내 얼지 않을 작고 단단한 다정함들로 북적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첫서재에는 한 겹, 두 겹, 체온과 손길이 소복하게 쌓여가지요.

작가는 묻습니다. 봄방학이 끝날 무렵이면 나는 어디에 가닿아 있을까 하고요. 학창시절의 짧은 봄방학은 늘 길고 익숙했던 한 세계와의 작별이었고 그 끝은 미지의 진입로와 맞닿아 있었는데 지금의 나 역시 그때와 같을까요. 익숙했던 세계를 벗어나 처음 보는 삶과 운명처럼 조우하게 될까요. 아니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원래 자리로 무덤덤하게 귀환하게 될까요. 어른의 봄방학이 간절한 여러분을 춘천시 춘천로 145번길 36, ‘첫서재’로 초대합니다.

추천평

여기 춘천의 한 폐가를 고쳐 서재를 만든 이가 있다. 책방도 아니고 카페도 아닌 공유서재다. 휴직하는 스무 달 동안 다른 삶을 살기로 결심한 이가 있다. 누리는 삶도 아니고 풍족한 삶도 아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이다. 그의 이름은 남형석, 공간의 이름은 첫서재다. 방문객에게 첫서재는 “서투름을 쌓고 설렘을 챙겨가는 공간”이다. 반대로 그에게 첫서재와 동고동락하는 스무 달은 서투름을 챙기고 설렘을 쌓는 시간이다. 취재원을 찾아가 집요하게 인터뷰하던 그는 한자리에 머물며 손님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현장이 바뀌니 품은 커지고 마음은 느긋해진다. 말을 받아 적고 기사를 쓰던 시간은 유리창을 닦고 화분의 흙을 만져보다 커피를 내리는 시간으로 바뀐다. 기사가 쓰일 빽빽한 자리에는 방문객의 사연이 촘촘히 들어선다. 그는 그렇게 “계절에 맞서지 않고 계절을 머금고” 지내는 법을 터득한다. 사회와 불화하는 대신, 자신이 머문 자리에서 한껏 자유로워진다.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무모해져야 한다. 모르는 곳으로 향하기 위해, 삶의 방향을 꺾기 위해 기꺼이 처음을 향해 노를 저어야 한다. 이 책에 첫인사, 첫 만남, 첫 실수 등 첫 흔적들이 수북한 것은 그가 성실하게 첫 기록을 남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실패하러 온 거예요 여기”라는 그의 말은 어쩌면 꿈꾸는 데 성공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일은 서투름 뒤의 진심을, 설렘 뒤의 두려움을 만나는 일이다. 세상 속 “떠도는 이야기”를 초대하기로 결심한 순간, 뜻밖의 일들은 이미 그의 머릿속과 가슴 안에서 움트기 시작했을 것이다. 첫서재가 있는 춘천이 이름에 봄을 품은 도시인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봄으로 깃들 것이라 믿는다.
- 오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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