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600여 사찰 현장답사,
동서양 신화의 철저한 고증으로 완성한 사찰 인문기행서!
《통도유사》는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이야기꾼 조용헌이 통도사를 프리즘으로 동서고금의 정신세계를 탐색해본 사찰 인문기행서다.
조용헌은 젊은 시절부터 한국, 중국, 일본 등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공간과 사람들을 만나왔다. 유교의 선생, 도교의 고수, 불교의 스님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섭렵한 사주, 풍수, 한의학 관련 지식과 철저한 현장답사, 세상사 흐름에 대한 예민한 포착과 탁월한 통찰, 호방하고 웅숭깊은 필치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독자들을 울고 웃기는 칼럼니스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저자는 ‘공부’를 위한 유랑을 멈추지 않는다. 온몸으로 만나는 세상이 책이요, 스승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 조용헌은 세상사 이치를 깨닫는 장(場)으로 사찰을 택했다. 오랜 세월 본래의 터를 지키고 있는 사찰에는 우리 조상의 민속신앙, 불교신앙, 신화가 꿈틀대고 있다. 저자는 한국, 중국, 일본 600여 사찰을 직접 답사하며 우리 신화를 들여다보는 사찰 인문기행서를 구상했고, 그 이야기의 무대를 통도사로 정했다. 646년 자장율사가 터를 잡은 통도사를 들고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문화권, 국경을 초월해 그 뿌리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수천 년이 지난 지금, 과연 우리에게 신화는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현대인들이 들끓는 고통에서 벗어나오기 위해서는 초월세계의 비밀에 눈을 떠야 한다고 말한다. 근심 걱정과 욕망으로 들어찬 마음을 바꿔 살기 위해, 중생의 분별심을 바꾸기 위해 ‘신이’하고 ‘영험’한 신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신화가 우리네 인생살이에 어떠한 방도를 일러주는지 제대로 일깨우기 위해서 조용헌은 역사적 사실과 신화적 상상력을 결합한 일연의 서술방식을 선택했다. 이름하여 ‘유사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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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서술 방식에 있어서 김부식의 사기체(史記體)와 일연의 유사체(遺事體)는 각각 나름의 존재 의미가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나는 통도사의 전체 역사를 서술하는 입장에서 ‘유사체’를 따르고 싶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유사체가 우리에게 신념과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현상세계만이 전부라면 어떻게든 이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 우리로서는 절망할 수밖에 없다. ‘신이’와 ‘영험’의 세계가 있다고 믿을 때 비로소 우리는 삶의 번뇌와 근심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본다. 현상계 밖에 또 다른 정신세계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 현상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환란들을 상대적으로 관조할 수 있지 않겠는가! -본문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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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조용헌이 마음으로 보고 이치로 깨달은 신화의 힘!
조용헌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체득한 인생살이의 방도를 건네는 메신저로, 천문(天文), 지리(地理), 인사(人事)라는 강호동양학의 3대 과목을 우리 콘텐츠로 끌어들인 독보적인 강호동양학자로 고군분투해왔다. 조용헌이 길 위에서 그러모은 웅숭깊은 이야기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신화’를 만나 그 깊이가 더해졌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네팔을 두루 돌아다니며 채집한 이야기들이 그의 생생한 현장체험과 《산해경》《주역》《동국여지승람》《삼국유사》《정감록》 등의 문헌을 통해 ‘천년고찰 통도사에 얽힌 동서양 신화 이야기’로 재탄생한 것이다.
신과 인간, 자연을 톺아보는 신화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통도사 창건 신화와 동서양의 새 숭배 신앙을 다룬다. 또한 우리나라 산(山)의 명칭에 날짐승(닭, 기러기, 독수리, 봉황)이 들어가게 된 연유를 네팔과 미국 등 전 세계의 사례와 함께 살펴본다. 우리 고유의 민속신앙과 불교신앙의 카테고리에서 확장된 동서양 신화를 들여다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층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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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로부터 오리는 숭배 대상이던 조류였다. 솟대 위에 나무로 오리를 만들어놓고 숭배하는 민속 신앙은 한국뿐만 아니라 시베리아와 몽골, 만주 일대를 비롯한 북방 유목민들의 공통된 풍습이었다. 칭기즈칸이 13세기에 세운 몽고 제국의 수도 왕궁에도 솟대가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 카라코룸 왕궁 입구의 은으로 만든 나무 위에 오리가 네 마리 얹혀 있었는데, 술·말젖·꿀차·쌀술을 품어내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
-본문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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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는 통도사 절터에 깃든 용의 신화, 하늘의 메시지를 전하는 중계자인 독수리 신화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상상속의 동물인 용이 실재했었다’는 설(說)의 근거를〈주역〉과 미국의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찾아본 색다른 시선이 눈길을 끈다. 그의 말대로 신화적인 동물들의 출현은 보통 사람이 아닌, 영적인 눈(眼)이 열린 사람들의 말을 누군가 듣고 기록한 내용들일 것이다. 직접 현장에서 채집한 이야기를 옛 문헌과 다양한 참고 자료로 고증한 조용헌만의 ‘살아 있는 공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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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내린 결론은 용은 신화의 동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공룡시대에 살던 공룡 가운데 일부가 용이라는 결론이었다. 그 결정적인 계기는 운석충돌로 설명한다. 운석이 충돌하면서 지구상의 거대동물인 공룡들이 멸종당했는데, 그 가운데 물속에 살았던 수룡(水龍)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운석 충돌에서 오는 충격, 즉 엄청난 온도 상승으로 인한 열기를 피할 수 있었던 공룡이 물속에 사는 공룡들이었다. 이 수룡들이 살아남아서 아시아의 용이 되었다. 이 수룡들은 처음에는 물속에서 살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서 육지로 올라오고, 그다음 단계에서는 공중을 비상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어 점차적인 변신을 하게 되었다. 하여간 수룡들은 처음 단계에서는 물속에서만 살았다는 것이다. -본문 1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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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에서는 부처의 사리가 보관되어 있는 금강계단, 진신사리, 자장암 금와보살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여기에서는 극락전에 그려진[반야용선도]와 스톤헨지, 우드헨지, 네팔의 페와 호수, 마차푸차레, 카일라스 산, 중국 장가계 등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신화의 상징인 ‘강’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마음’을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내 길도 답도 없이 헤매는 중생들에게 ‘나를 들여다보는 수행의 길’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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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에 따르면 스톤헨지는 대략 기원전 3천 년 전의 유적지라고 한다. 근래에 발견된 우드헨지도 거의 비슷한 연대로 추정하고 있다. 3천 년 전의 고대 영국인들도 생과 사에 대한 관념이 이러했다. 이때에도 역시 중간에 강물이 가로놓여 있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요단강과 똑같은 구도가 아닌가. 강물을 건넌다는 점이다. 이게 과연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인류 공통적으로 내려오던 고대 사생관의 전승인가. -본문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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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유식학(唯識學)에서는 마음을 여러 단계로 세분해 설명한다. 6식(識), 7식, 8식의 설명 체계가 그것이다. ‘유식하다’, ‘무식하다’의 식이 유식학에서 파생된 말이다. 6식은 이성 또는 상식을 말한다. 보통 내리는 판단이 6식에 해당한다. 머리가 좋다, 머리가 나쁘다도 6식의 영역이 발달했는가 안 했는가로 풀이할 수 있다. 7식은 무엇인가? 에고(ego)다. 6식보다 더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마음이다. 길을 가다가 갑자기 축구공이 날아왔을 때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는 것은 7식의 작용이다.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의식. 이게 7식이다.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는 의식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이전에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판단하는 의식이 7식이다. 평소 자기가 잘 의식하지 못하는 의식이 7식이기 때문에 이걸 닦기도 그만큼 쉽지 않다.
8식은 7식보다 더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의식(마음)이다. 아뢰야식 또는 장식(藏識)이라고 한다. 모든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저장 창고 같은 마음이다. 이게 윤회의 종자가 된다고 설명한다. 유식학에서는 전생에 자기가 겪었던 경험과 생각, 그리고 현생에서 겪은 체험들이 모두 최종적으로는 장식인 8식에 저장되어 있다고 본다. 이 8식이야말로 업(業)의 주체다. -본문 1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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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4부에서는 불교의 암흑기였던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하여 통도사를 지켜낸 혜경스님, 구하스님, 경봉선사, 월하스님 등 고승들에 얽힌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오랜 세월 통도사와 동고동락하며 자비와 지혜로 세상을 밝혔던 고승들의 이야기 가운데 가수 조용필이 힘든 시련을 겪던 시절, 경봉선사와 맺은 특별한 인연도 소개되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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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용필과 관련한 일화도 있다. 70년대 중반 대마초 흡연으로 그의 활동이 중지된 시기가 있었다. 당시 그 사건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본인도 그로 인해 일생일대의 시련을 겪었다. 이 방황하던 시기에 우연히 조용필이 극락암에 들렀다고 한다. 추측컨대 1978∼79년쯤 되었을 것이다. 경봉선사가 조용필을 떡하니 보고 한 말씀 던졌다. “너는 뭐하는 놈이냐?” “저는 노래 부르는 가수입니다” “그렇다면 너는 꾀꼬리로구나? 꾀꼬리를 찾아야겠구나. 꾀꼬리를 잡아와봐라.” ‘꾀꼬리를 찾아라’가 조용필에게 던진 선문답이었다. 당시 방황하던 조용필은 선사의 이 한마디가 가슴에 깊이 박혔던 모양이다. 조용필이 경봉선사로부터 받은 꾀꼬리 화두를 가슴에 품고 다니다가 만든 노래가 ‘못 찾겠다 꾀꼬리’라고 한다.
-본문 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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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수록된 동양화가 김세현의 수묵화 작품들은 조용헌의 글과 만나 쾌미를 고조시킨다. 조용헌의 담박하면서도 장쾌한 메시지를 힘 있는 필치로 그려낸 김세현 작가의 작품들 덕분에 신화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칡꽃을 물고 통도사 터를 향해 날아가던 나무오리, 자장암에 자리 잡은 금개구리, 우드헨지에서 신과 대화를 나누던 인간, 통도사 경내를 지키는 눈먼 용과 하늘을 향해 힘차게 오르는 용의 모습이 독자의 상상력을 돋울 것이다.
3000년 전 신화가 우리에게 묻는 ‘행복의 조건’
인생을 이해하고 그 섭리를 수용하며 견디는 일은 보이는 세계만 바라봐서는 한계가 있다. 조용헌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정신세계에 작용하는 ‘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힘은 바로 보이지 않는 초월세계, 즉 신화에 깃든 ‘용기’와 ‘신념’이다. 실체도 없는 눈앞의 욕망을 내려놓고 마음을 바꾸어 살기 위해서는 용기와 신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암흑을 걷어내고 불길을 헤쳐나올 수 있는 용기와 신념을 심어주는 신화가 방황하는 우리들에게 길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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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지나간다.’ 불교의 제행무상(諸行無常) 도리가 여기에 함축되어 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다 지나간다. 이 박수 소리처럼 지나가면 잡을 수도 없다. 실체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걱정은 몽환포영(夢幻泡影)이다. 꿈과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은 것이 근심 걱정이다. 이걸 어떻게 잡을 수 있는가? 그런데 너는 왜 그 실체도 없는 물거품을 손으로 잡으려고 하는가? 그게 손으로 잡아지겠는가? 이 이치를 똑똑히 깨쳐야 한다. -본문 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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