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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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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사하는 마음

김혜리 | 마음산책 | 2022년 08월 05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13,074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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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년 08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614g | 145*225*28mm
ISBN13 9788960907515
ISBN10 8960907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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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MD 한마디
[영화의 이목구비를 그려내는 일] 김혜리 기자가 5년 만에 출간한 산문집. 팟캐스트 ‘필름클럽’에서만 듣던 영화들이 밀도 높은 글로 찾아왔다. 예술 영화부터 마블 시리즈까지 다양한 장르를 다루며 서사 뿐만 아니라 사운드, 편집 등 영화의 형식까지 다루고 있다. 함께 영화 보듯 보고 싶은 책. - 예술PD 이나영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저자 소개 (1명)

여름 큰비가 쏟아진 아침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중요한 사건이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대신 그녀는 3년 후 동생이 태어난 비 내리는 겨울날 풍경이 최초의 기억으로 남는다고 말한다. 심심풀이로 뒤져본 바에 의하면 같은 날짜에 탄생한 ‘재미있는’ 사람으로는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화가 키리코, '성난 황소'의 모델인 권투선수 제이크 라모타, 스탠리 큐브릭의 '롤리타'에서 딱 한 번 빛을 발하고 시들어버린 배우 수 라... 여름 큰비가 쏟아진 아침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중요한 사건이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대신 그녀는 3년 후 동생이 태어난 비 내리는 겨울날 풍경이 최초의 기억으로 남는다고 말한다. 심심풀이로 뒤져본 바에 의하면 같은 날짜에 탄생한 ‘재미있는’ 사람으로는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 화가 키리코, '성난 황소'의 모델인 권투선수 제이크 라모타, 스탠리 큐브릭의 '롤리타'에서 딱 한 번 빛을 발하고 시들어버린 배우 수 라이온이 있으며 대체로 쾌활한 인상을 남기는 인물들은 아니라고 평한다.

세 곳의 초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보도블록 금을 밟으면 불행이 온다는 강박을 떨치지 못해 등하굣길이 고역이었다고 한다. 불분명한 이유로 선화예술학교 미술부에 진학해 진짜배기 창의적 재능과 모조품 재능의 차이를 배웠으며 말죽거리 잔혹사에 나온 한가인의 학교로 짐작되는 인문계 여고에서 수월치 않은 3년을 보냈다고 한다.

1994년 서울대 서양사학과를 휴학 없이 마쳤으며 성과는 회의(懷疑)하는 법을 배운 것이라고 자평한다. 내가 상상한 역사가 역사학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당황한 2학년 무렵, 영화가 휙 휘파람을 불었고, 비디오 잡지와 프리랜서 생활을 거쳐 1995년 한겨레신문사의 [씨네21] 창간팀에 짐작도 할 수 없는 이유로 채용되었다. 영화 글 쓰는 일을 오래도록 하고 싶어서 ‘밑천’을 마련하고자 2년 후 퇴사하여, 영국 UEA(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석사과정에서 1년간 영화학을 공부하며 더불어 혼자 생활하는 법, 결핍과 화해하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이듬해 11월 《씨네21》에 두 번째 입사하여 현재는 《씨네21》 편집위원. 2008년 로테르담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되었다. 그녀는 인터뷰어로서 붙임성과 순발력은 좋지 않지만, 어딘가 ‘절박해’ 보이는 인상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한다. 새로운 약속 장소로 향할 때마다 팔뚝에 잔소름이 돋을 만큼 긴장하면서도, 언젠가 한번쯤 대화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을 수첩 한 페이지에 남몰래 적어넣고 있는 오늘도 열정적인 인터뷰어이다.

2010년 9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씨네21>에 개봉작과 드라마에 관한 칼럼「김혜리의 영화의 일기」를 연재했고 팟캐스트 <김혜리의 필름클럽>과 <조용한 생활>을 진행하고 있다.『영화야 미안해(2007)를 시작으로『영화를 멈추다』(2008),『그녀에게 말하다』(2008),『진심의 탐닉』(2010),『그림과 그림자』(2011),『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2017)까지 총 여섯 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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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350~351

출판사 리뷰

이미지, 사운드, 편집…… 영화에는 영화만의 방식이 있다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영화 윤리에 대한 성찰


『묘사하는 마음』은 벨러 터르의 [토리노의 말] 같은 예술영화에서 [어벤져스] 시리즈 같은 블록버스터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망라하지만, 작품을 보는 그의 방식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한 편의 영화가 왜 좋은지, 어떻게 좋은지를 궁리하는 과정에서 영화의 서사와 형식 모두를 조명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캐릭터 간의 갈등과 사건 등 필연적으로 서사적 요소를 지니는 동시에 이미지와 사운드, 편집 등 서사를 지탱하는 영화만의 형식을 지닌다. 김혜리는 이 두 가지 측면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 영화라는 마법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그 비밀을 들춰내고자 한다. 가령 박찬욱의 [스토커]를 유사한 스토리의 [의혹의 그림자](앨프리드 히치콕)와 비교하면서도 [스토커]만의 뼈대―시대성과 지역성을 제거하고 3인 가족을 저택에 몰아넣어 소녀의 의식에 집중한다―를 가려내거나, 감독이 천착한 가족 이야기가 갖는 보편성에 주목하는 식이다.

한편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요르고스 란티모스)에서 광각렌즈를 활용한 낮은 앵글 숏과 프레임 위쪽에 천장을 드리운 방식이 영화 속의 권력자들을 왜소하고 무상하게 보이게 한다거나 [고스트 스토리](데이비드 라워리)의 화면 비율(1.37:1)과 옛날 사진의 인화지 같은 프레임이 집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자극하게 한다는 포착은 영화의 시각 매체적 특성에 주목하게 한다. 새로운 영화적 시간을 경험하게 하는 작품 중 선두로 꼽히는 것은 단연 [덩케르크]다. 제2차 세계대전의 덩케르크 철수작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잔교·일주일’ ‘바다·하루’ ‘하늘·한 시간’의 세 시점을 엮어, 구성 자체가 “영화가 궁극의 타임머신이고 인간이 체험하는 시간의 양과 질을 ‘조작’할 수 있는 예술임을 입증”한다.

무엇보다 김혜리의 글이 가진 미덕 중 하나는 신형철의 표현대로 “영화 서사에 잠복된 ‘윤리적 쟁점’에 극히 민감”하다는 점인데 『묘사하는 마음』의 글들 또한 그 결을 유지한다. 그는 감독이 젠더, 인종, 국적 등 영화 속 인물의 정체성을 다루는 방식을 통해 페미니즘, 인종차별, 계급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진보(때론 후퇴)를 가늠하며, 이런 태도는 감독의 위치와 현실을 재현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도 이어진다. 그의 미학적 판단은 윤리적 판단과 별개로 이뤄지지 않는다.

미국영화에서 거의 재현되지 않는 극빈층 아웃사이더의 삶과 생활공간, 그들이 매일의 빵을 얻는 지하경제는 숀 베이커 감독이 줄곧 이끌리는 소재다. 2012년 작 [스타렛]은 캘리포니아 산페르난도 밸리의 백인 포르노 배우가 노년의 여성과 맺는 우정 이야기였고,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바로 전작 [탠저린]은 성매매로 먹고사는 트랜스우먼 친구 둘의 크리스마스이브를 그렸다. 이와 같은 소재에 접근하면서 숀 베이커 감독은 외부자로서 취하기 쉬운 분노나 동정의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내려다보지 않고 옆자리를 지키며 그들의 삶에 내재한 아름다움과 어두움을 그대로 파악하고자 한다. ‘궁핍한 삶’에서 방점은 ‘궁핍’이 아니라 ‘궁핍이라는 조건을 수반한 삶’에 있어야 한다고 숀 베이커의 영화는 믿는다. _107쪽, 「매직 캐슬의 파수꾼_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는 우리를 삶으로 데려다놓는다”
섬세한 언어를 따라 이르는 해석의 언덕


OTT 오리지널 영화의 급성장으로 볼거리가 홍수를 이룬 시대, 우리에게 영화란 무엇일까. 특히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대답처럼 사람들은 거실 TV로 즐길 수 없는 더 선명하고 매끈하고 웅장한 영상과 사운드를 체험하기 위해 극장에 가는 것일까? 김혜리는 이런 질문에 관객은 그저 ‘고퀄’ 영상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닌, ‘양질의 시간을 찾아서’ 영화관에 간다고 답한다. 영화만이 ‘시간을 발명할 수 있는 예술’이며 영화를 통해서만이 ‘시간의 의미’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실상 암흑 속에서 일상과 차단될 때, 우리는 시간의 자치권을 갖게 되고 ‘시간’을 온전히 ‘시간’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은가. 『묘사하는 마음』은 그 특별한 시간을 좀 더 길게 지속한다. 지면 위에 영화가 묘사될 때 독자들은 마음속에 한 번 더 영사기를 돌리게 될 것이다. 영화의 끝에 저자와 함께 당도할 ‘해석의 언덕’을 기대하며.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시간을 시간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동시에 영화는, 일상의 급류에 가까스로 삽입되어 있는 TV나 기타 미디어와 다르게 시간의 질과 밀도, 속도를 장악할 수 있는 자치권을 관객들에게 암묵적으로 (암흑 속에서) 존중받는다. 살아 있는 동안 인간은 시간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죽음만이 미괄식으로 뜻을 부여한다. 그러나 영화는 삶의 시간을 삶의 시간으로 보존하면서도, 숏과 시퀀스가 끝나는 순간마다 의미를 생산한다. 컷은 작은 죽음이다. 그래서 영화는 버지니아 울프의 관찰대로 여전히 현실보다 리얼하며, 삶에서 멀어지려는 우리를 붙잡아 삶으로 데려다놓을 수 있다. _303쪽,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_토리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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