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특징
대부분의 교육서가 특정 주제와 관심을 집중적으로 반영함으로써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거나, 반대로 개인적인 경험에 치중함으로써 깊이 있는 문제의식을 결여할 수밖에 없는 단점을 보완하고자 월령기 형식을 통해 교육과 관련한 기본 주제 12가지를 선정해 교사의 삶에 밀접하도록 엮었다. 특히 현장 교육학의 내용을 포괄하면서도 도표나 이미지 자료를 제시해 풍부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경험 전문성, 현실, 대안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교사가 학교에서 생활하는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년 동안 벌어지는 일의 다양한 장면을 주제마다 집약해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월의 흐름으로 읽어도 좋고, 차례를 보고 궁금한 주제를 찾아서 주제를 따라 읽어도 좋도록 구성했으며, 하루하루 바쁜 현장 교사들이 틈틈이 시간을 내어 집필한 만큼 현장의 생생한 시각이 가득 담겨 있다.
교육 문제에 해답은 있어도 정답은 없다고 하듯이 교사는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그때그때 문제 상황을 규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 책이 교사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나가려는 노력, 나아가 지금의 학교가 여전히 떨쳐내지 못하는 오래된 과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와 전망을 모색하는 활동에 도움을 줄 것이다.
책의 구성
여는 글 그래도 학교교육이 희망입니다
“교육이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가르치고 배우는 일입니다. 풀이나 나무, 벌레는 교육을 받지 않고도 살길을 찾지만 사람은 배워서 익히지 않으면 먹을거리, 입을 옷, 잠자리 어느 하나 마련할 수 없습니다. 복잡한 사회를 이루고 살며 변화의 정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빨라진 오늘날, 학교교육을 더욱 쓸모 있게 만들어야 할 의무가 우리 교사들에게 있습니다.”
3월 멀고도 가깝지만 함께 가야 할 학부모
“학부모의 학교 참여를 부르짖기 이전에 학부모가 학교와 어떤 관계를 왜,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참여’의 본질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부모가 학교에 참여할 동인이 생기는 것은 학생 교육과 관련이 있고 이에 동참하기 위해서이지, 교육부 문건에 나온 것처럼 무슨 사업에 참여해서 보람을 얻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4월 다양한 가치와 배움이 살아 있어야 할 수업
“주입식 교육의 구조를 넘어서는 일은 단순히 기존의 틀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교육이 무엇인지를 성찰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교육은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세상이 좀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인지를 묻고, 인간이 해야 할 일과 해서 안 되는 일은 무엇인지 끊임없이 질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어야 합니다.”
5월 멋진 교사로 살아가기 위한 고민 교원 단체·교원 정책
“교육에 대한 열정을 유지하고 있는 많은 선배 교사의 경우를 보더라도 열정은 혼자 품겠다고 해서 품어지는 게 아닙니다.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교원 단체에 참여해서 함께 실천하다 보면, 교육에 대한 열정이 뜨겁게 타오르는 계기를 만날 수도 유지할 수도 있게 됩니다. 연결 고리를 놓지 않는 한 교사의 인생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6월 불편하지만 성찰해야 할 차별과 낙인
“눈에 보이는 사실로 학생을 낙인찍기는 쉽지만 사실은 진실의 일부에 지나지 않고 진실이 진심을 다 담아내는 것도 아닙니다. 교사로서 학생들에 대한 평가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나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잘못만 찾으려는 교사의 눈에는 잘못만 보이지만, 사랑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려고 하면 학생이 사랑스러워 보입니다.”
7월 지속 가능한 교육을 위해 극복해야 할 사교육
“친구를 경쟁자로 만드는 상대평가를 없애고 고등학교까지 절대평가를 완전 도입하는 문제, 학력·학벌차별금지법과 국공립대평준화 정책 등은 강력한 기득권의 힘에 밀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이 관심을 가지고 현장에 적합한 형태로 다듬어서 실현 가능한 길을 모색한다면, 문제 해결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8월 교사를 살리고 학교를 바꾸어야 할 승진
“앞으로 승진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고 설사 교장이 된다 하더라도 임기가 끝나고 퇴직하지 않으려면 평교사로 교단에 복귀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장의 위치도 대접받기보다 헌신하는 자리로 바뀔 터이니 이제 교사가 추구할 것은 자리를 얻기 위한 ‘점수’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전문성입니다.”
9월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래 역량을 키우는 진로 교육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진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화 시대라고는 해도 학생들은 여전히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사의 진로 교육 활동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습니다. 줄 세우기·이벤트 식 진로 행사나 직업 교육으로써 진로 교육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학생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접근해야 할 이유입니다.”
10월 공화국 시민 교육으로써 학생 인권
“현대적 의미의 교실은 ‘통제’가 어울리지 않는 흥미와 탐구의 공간이어야 하고, 지도와 통제와 카리스마보다 필요한 것은 공감과 배려와 환대입니다. 존중받지 않아본 사람은 타인을 존중할 줄 모르고, 민주주의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민주주의를 이해하기 힘듭니다. 비록 지난할지라도 타협과 조정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지도’입니다.”
11월 매몰되어서도 경시해서도 안 되는 입시
“교육을 파행으로 치닫게 하는 입시 제도에 교사 개인이 손쓸 수 있는 영역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학생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입시 제도의 부조리, 적어도 입시와 관련한 대학 체제의 문제점을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합니다. 40만 교사가 교육 전문가로서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면, 현실에 부합하는 대안을 모색하는 일도 가능해질 것입니다.”
12월 행정에서 교육으로 가려면 넘어야 할 교육 관료제
“가만히 앉아서 상황이 바뀌기만 기다려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교사는 공교육에서 추구해야 하는 공공성을 염두에 두고 학생에 대한 교육적 책임성을 강화하는 한편, 위가 아니라 학생을 바라보며 직무에 매진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결정하려는 정부에게는 힘을 뺄 것을,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교육청에게는 그러지 말 것을 요구해야 합니다.”
1월 지식인으로서 교사의 실존과 마주하는 연수
“교사의 전문성 향상과 성장 여부는 결코 수치로 측정할 수 없고, 성과급과 각종 평가에 이용하기 위한 외부적 동기로 채워진 이수 시간으로는 당연히 교사의 성장을 보증할 수 없습니다. 좋은 교육을 하는 데 필요한 조건은 교사들의 자발적인 연구·학습 공동체를 중심으로 집단 지성을 발휘하여 서로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입니다.”
2월 진정한 지식과 삶을 마주 세우는 교육과정
“시스템이라는 엄청난 벽에 작은 균열을 가하는 움직임을 만들기 위해 학교마다 작은 공부 모임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독서도 좋고, 수업 개선을 위한 모임도 좋고, 교육과정 총론을 공부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주제와 내용을 결정하고, 학교와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닫는 글 새로운 희망, 혁신 교육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려는 혁신 교육 활동에 함께한다면, 개방적인 상호작용과 소통, 반성적 대화와 토론에 의한 협력적 성장이 자긍심과 보람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유능함을 인정받고자 혼자 고민하지 말고, 교육 시스템의 모순 속에서 고통 받는 제자들을 외면해서도 안 됩니다. 공직자로서 누리는 혜택만큼 공적인 책무성을 절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