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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피부

나의 푸른 그림에 대하여

이현아 | 푸른숲 | 2022년 07월 27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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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년 07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86g | 130*195*18mm
ISBN13 9791156759706
ISBN10 1156759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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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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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에디터, 아트 라이터. 1990년 충주에서 태어났다. 인터뷰, 칼럼, 에세이 등 예술에 관한 다양한 글쓰기를 한다. 그 중에서 2017년부터 노트에 쓰고 있는 그림일기를 가장 아낀다. 매거진 《어라운드》에서 에디터로 커리어를 시작해 퍼블리, 젠틀몬스터를 거쳤다. 지금은 IT 회사에 UX라이터로 일한다. 남산 아래서 남편과 두 고양이 말테, 미쭈와 살고 있다. 에디터, 아트 라이터.
1990년 충주에서 태어났다. 인터뷰, 칼럼, 에세이 등 예술에 관한 다양한 글쓰기를 한다. 그
중에서 2017년부터 노트에 쓰고 있는 그림일기를 가장 아낀다. 매거진 《어라운드》에서 에디터로 커리어를 시작해 퍼블리, 젠틀몬스터를 거쳤다. 지금은 IT 회사에 UX라이터로 일한다. 남산 아래서 남편과 두 고양이 말테, 미쭈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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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비밀과 은둔 그리고 여름의 색,
내 안의 고독과 불안에 위로를 건네는 ‘푸른’ 그림에 관한 이야기


이현아 작가의 첫 예술 산문집『여름의 피부』가 푸른숲에서 출간됐다. ‘오래도록 그림 바라보기’를 취미로 둔 저자는 잡지사 에디터로 취재차 세계 곳곳을 다닐 때도 늘 곁에 그림을 두었다. 저자의 그림 사랑은 대단하다. 조지아 오키프의 발자취를 따라 미국 서부로의 로드 트립을 계획하고, 소설가 제임스 설터의 표지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던컨 한나를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날아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림을 바라보고 모으는 것을 너머 꾸준히 그림일기를 쓰던 작가는 문득 자신이 모은 그림들에는 ‘푸른 기운’이 담겨 있음을 발견한다. 이 책은 작가가 언젠가 글을 통해 나누고자 마음속에 품어 두었던, 그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푸른 그림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는 유년의 기억과 여름을 대표하는 색, 그리고 우울과 고독을 가장 내밀하게 이해하는 색으로 푸른색을 꼽는다. 푸른색은 비밀과 고요를 머금은 듯 깊은 곳으로 침잠하기도 하지만, 가장 밝게 빛나는, 청명한 색이기도 하다. 이런 푸른색이 가진 모순적이면서도 불명확한 지점을 저자는 정확히 짚어낸다.

“푸름은 손안에 쥘 수 없는 색이다. 다만 시선을 멀리, 그리고 높이 가져가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멀리 있는 산, 거리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하늘과 바다, 그 너머의 수평선과 지평선. 그곳에 펼쳐진 푸름은 우리가 다가갈수록 뒤로 물러난다. 투명하게 사라진다. 푸름은 여기와 거기의 사이에, 그 거리 속에 존재하며, 바라보고 가까워지려는 시도 속에서만 유효하다.” / 서문 ‘써 내려간다는 것’ 중에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러한 푸른색들은 책에 나오는 다양한 화가들의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다. 피에르 보나르, 조지아 오키프, 루시안 프로이드, 던컨 한나, 호아킨 소로야, 밀턴 에브리, 가브리엘레 뮌터 등 이들이 캔버스에 칠한 푸른색을 바라보다 보면 저자가 이야기하는 손안에 쥘 수 없는 푸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 안에 담긴 감정까지도.

푸른 그림을 통해 나와 마주하는 시간…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불확실한 날들을 향한 위안


푸른색은 그것이 가진 정서와 이미지가 정 반대편에서 움직이는 독특한 색이다. 예를 들면, 몽상가적인, 내밀한, 고독한, 멜랑꼴리한 등의 우울한 감정의 반대편에는 파릇파릇하다, 청량하다, 시원하다, 푸른 바다, 시린 하늘 등의 싱그러운 이미지가 있다. 푸른색은 가끔은 초록빛을 띄기도 한다. 블루와 그린 사이에 걸쳐진 그 오묘한 색을 에메랄드그린(에매랄드 빛을 띤 아름다운 녹색), 청록색(푸른색을 띤 초록색), 코발트블루(녹색을 띤 짙은 파란색)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초록색뿐이랴. 보라색과 회색 그 어느 사이에서도 푸른색은 존재한다.

이런 푸른색이 가진 오묘하고도 복잡한 스펙트럼은 저자에게 글을 쓰는 영감이자 원천이다. 이들 푸른 기운이 생성해내는 감정적 충돌은 다양한 감정선을 인정한다. 하나의 시선으로 붙잡을 수도 없고, 붙잡히지도 않는 감정들의 다변화. 일견 모순적이고 알 듯 말 듯한 푸른색은 어쩌면 가장 불확실했던 날들, 가장 고독했고 결핍되었다고 느꼈던 그 시간들이, 나를 돌아보고 이해하는 가장 귀중한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만든다. 저자가 푸른 그림을 매개 삼아 들려주는 이야기들 역시 우리가 어렴풋이 느꼈던, 제대로 형언하지 못한 답답한 감정들을 소회하게 돕는다. 실타래처럼 꼬인 마음의 퍽퍽함을 누군가는 알아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모순된 그 마음들…. 저자는 이런 마음을, 꼭 이해하는 사람이다.

1장 「유년, 새파랗게 어렸던, 덜 익은 사람」은 유년기에 겪었던 상실, 그리움, 애도의 시간들, 그리고 어린 시절 배워 몸에 꼭 익힌 태도와 습관의 기록이다. 에드바르 뭉크, 발튀스, 호아킨 소로야, 던컨 한나의 그림에서 찾은 푸른 그림들이 작가의 유년 시절 편린을 불러낸다. 누군가를 좋아할수록 내가 싫어지는 감정들, 가진 적 없지만 마치 가진 것처럼 꾸며대는 어른 아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떻게 하다가 내가 전봇대를 켜는 일을 맡게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 아래 푸름을 익혔다. 거기 서서 불을 밝히는 법을, 바라보는 법을,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그 모든 것들이 푸름 속에서 일어나고 또 내 안에 있다는 걸 느꼈다.” / 유년 ‘전봇대를 켜는 아이’ 중에서

2장 「여름, 모든 것이 푸르게 물들어가는 계절」에선 여름이 주는 청량감, 홀가분함, 뜨거움과 서늘함의 대치가 푸른 그림에 담겨 있다. 나신이 된 자신을 내려다보는 루치타 우르타도(‘여름의 피부’ 75쪽)의 그림에서 비로소 나로 살아가는 생의 기쁨을, 보는 이마저 깊은 잠으로 초대하는 것만 같은 푸른 여인의 모습은 피에르 본콩팽(‘잠으로 낙하하는 여자’ 118쪽)의 그림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이어지는 글과 그림을 읽고 감상하다 보면 태양이 내리쬐는 어느 해의 여름, ‘여름의 수행원’(122쪽) 자격으로 이름 모를 나라의 미술관을 돌아다니는 저자와 함께 양지와 그늘을 옮겨 다니며 푸른 그림을 감상하는 기분을 만끽하게 된다.

“여름에는 새로운 단어를 껴안을 수 있는 몸을 갖게 된다. 여름이 나를 통과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어떤 것이든 안으로 흘러들어와 나를 간지럽히도록 내버려둔다. 눈꺼풀 위로, 손톱 아래로, 등줄기로, 양 뺨으로.” / 여름 ‘여름의 피부’ 중에서

3장 「우울, 사람의 몸이 파랗게 변하는 순간(죽음, 병, 멍, 그리고 우울)」에서는 가장 잘 알려진 푸른색의 상징성 ‘우울’에 관해 이야기한다. 우울증을 앓았던 저자의 고백에서 독자는 현대인이 겪는 불안감을 마주한다. 나, 자신에게서 도망치려는 자의 자리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도 저자가 겪은 경험이 우리의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아서다. 폴 델보(‘나에게서 달아난 자’ 151쪽)의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건, 도망자의 자리는 어느 누구의 자리도 아닌 우리 모두의 자리라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다른 무엇도 아닌 나에게서 도망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참 내달리다 뒤를 돌아보면 그곳에는 나에게서 달아난 나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나밖에 없는 풍경은 폐허나 다름없다.” / 우울 ‘나에게서 달아난 자’ 중에서

4장 「고독, 비밀과 은둔과 침잠의 색」은 고독에 관한 내밀한 이야기다. 독립해 자신만의 방을 꾸린 저자의 친구 ‘홈 오브 라벤더 걸’(198쪽)에게는 소박하게나마 자신의 고유성을 지켜나가는 안정적인 고독감이, 저자가 브루클린의 어느 숙소에선 잠시 맞이한 혼자만의 시간(‘1인용의 순간’ 204쪽)에는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고독감이 배어 있다. 성실하게 자신의 세계를 일궈낸 사람만이 뿜어낼 수 있는 풍요로운 고독감은 어떤가. ‘어떤 저녁 식탁’(175쪽)은 오래도록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노력한 한 사람이 뿜어내는 우아한 고독감이 곳곳에 스며 있다. 이들이 어째서 존경심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한꺼번엔 불러일으키는지 빌헬름 하메르스회의 그림을 빌어 알려준다.

“내가 그 식탁에서 배운 것은 어떤 종류의 풍요로움이었다. 많은 세계를 품어본 사람만이, 또 여성만이 가질 수 있는 것. 금전적인 부유함이 아니라 지적인 윤택함으로 빛나는 것. 그날 이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이 저녁 식사를 떠올린다. 온기와 냉기가 적절히 오가고, 단정한 음식과 와인이 오르고, 내가 아는 세계로 타인을 가두지 않고, 가본 적 없는 곳으로도 멀리멀리 데려가는 장면을 그린다. 언젠가는 그 식탁을 관장할 수 있는 사람으로 늙고 싶다는 소망도 슬쩍 올려두면서.” / 고독 ‘어떤 저녁 식탁’ 중에서

에드워드 호퍼, 조지아 오키프, 던컨 한나, 빌헬름 하메르스회 등
화가들의 그림에서 만나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


저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블루를 이렇게 정의한다.

“나는 그림을 볼 때마다 푸른 기운을 감지한다. 그것은 자신 안으로 한 발짝 물러나 있는 자의 시선에서 비롯한다. 앞이 아니라 뒤로 발걸음을 디딜 때 생기는 약간의 공간과 그늘. 그 물러남의 태도가 발하는 색.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블루다.”

푸른색은 복잡하다. 가끔은 속내를 비치지 않는 미지의 인물을 보는 듯해 속상한 기분도 든다. 저자의 말처럼 (말없이) “투명하게 사라(져 버린)다.” 은둔과 비밀의 색이지만 한편으론 가장 투명하다. 우울한 색이라고들 하지만 가장 깊고 따뜻한 색이기도 하다. 푸른 그림들만 모아 놓은『여름의 피부』를 읽다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복잡한 색의 균열이 오히려 우리 내면의 혼란스러움을 인정하고 위로를 건넨다. 푸른색의 기운을 잘 이해하고 해석한 저자가 푸른 그림의 바닥에서부터 써 내려간 이야기가 우리의 불안과 고독을 다독여주기 때문이다.

화가 피에르 보나르는 늘 관찰자로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상을 살피며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만의 블루를 완성했다. ‘가장 고독하고 고독한 자’라고 불리던 독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는 작품 안에 자기만의 서늘한 푸른 세계를 건설하고, 고유한 초상을 만들어냈다. 저자는 “나이와 상관없이 여전히 모난 구석을 가진 사람들. 뾰족함을 연마하거나 닳지 않도록 애쓴 이들. 그런 예술가들이 좋아서, 이들이 지켜낸 뾰족함으로 무언가를 꿰뚫는 송곳을 만들었으면 해서, 그들에 대한 글을 계속 쓰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168쪽)라고 썼다.『여름의 피부』는 그런 예술가들을 이해하고, 또 강퍅한 삶에 위안을 건네는 가장 내밀한 색 ‘블루’를 이해하려는 시도다. 그중 ‘푸른 그림’에 관한 가장 첫 번째 책이다.

추천평

내가 그림처럼 기억하는 것 중 하나는 이현아의 뒷모습이다. 그는 필요 이상으로 말하거나 움직이지 않는 채로 사람들 사이에서 일하고 있었다. 신중과 고요가 익숙해 보였다. 아름답게 그늘진 그 모습이 좋아서 한참을 바라봤다. 내가 홀린 듯 바라봤던 뒷면을 이현아 자신은 보지 못한다. 그는 자기 앞쪽에 시선을 빼앗기며 영원 같은 하루와 찰나 같은 한 계절을 보낸다. 이 책은 그를 사로잡은 이미지에 관한 이야기다. 이현아의 뒷면을 왜 잊을 수 없었는지 이제는 안다. 그가 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너무나 탁월한, 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 글은 응시하는 사람을 응시하면서 쓰이곤 한다. 응시와 단둘이 남을 자신이 없어서다. 그러나 이현아는 거의 매번 응시와 단둘이 남는다. 그림의 과거와 미래를, 안쪽과 바깥쪽을, 욕망과 상실을 기민하게 감지한다. 감지한 뒤에는 써 내려간다. 삶에 대한 응시이기도 한 그 문장들은 서늘하게 비옥하다. 그가 성공적으로 침잠한 결과다. 그처럼 깊이 들어가볼 수 있기를, 쓰면서 가라앉을 수 있기를, 호수의 밑바닥 같은 삶의 아래쪽에서도 그가 해낸 것처럼 사치스럽고 평온하고 쾌락적일 수 있기를, 나는 소망한다.
- 이슬아 (작가, 헤엄출판사 대표)

이 책은 푸른 그림을 쫓고 있지만, 나는 푸름을 통해 자신을 말하려는 작가를 쫓게 된다. 어디선가 본 듯한 그림과 처음 보는 그림. 나는 이 책이 말하는 방식대로 작은 카페에서 빛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 보기도, 넓은 전시장에서 한 작품만을 긴 시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되어 보기도 한다. 우리는 언제 무언가를 그렇게 길게 바라봤을까. 나 같아서, 너무 나 같지 않아서 몇 번씩 읽어보는 문장들은 몇 가지 질문들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내 펜을 놓는다. 그리고는 그저 내게 남은 아름답고 푸른 기억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노을, 저무는 붉음을 쫓던 사람들과 함께 사라지는 긴 그림자. 그 뒤, 모든 경계가 불명확해지며 다가오는 짙은 푸름. 그 순간들은 이 책처럼 진하지 않지만 아무렴 어떤가. 책을 덮은 후 밀려드는 색을 기억하며 잠들 수 있으니.
- 이와 (영화감독)

진흙탕에 빠진 듯한 날이었다. 무엇 하나 새로 마음에 담지 못할 것 같은 날 공교롭게 이현아 작가의 첫 책을 읽었다. ‘나는 늘 글을 쓰고 싶었다.’ 서문의 첫 문장이 조용히 옆에 앉았다. 기묘하게 비틀린 푸른 그림들이 나를 쳐다봤다. 그의 목소리가 손을 낚아채 어딘가로 이끌었다. 이상한 공간이었다. 서늘한 심해 한가운데에서 펄펄 끓는 새빨간 핏물. 마지막 문장에 도착했을 때 나는 울고 있었고, 마음속에는 새롭게 무언가를 받아들일 수 있는 투명한 공간이 생겼다. 이현아 작가의 글에는 ‘도망’이라는 단어가 자주 나온다. 책을 읽기 전이라면 현실을 회피하기 위해 자취를 감추는 자폐적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도망은 보폭을 조금 뒤로 물리는 일이다. 그림을 경유해 미처 소화하지 못한 현실의 비밀스러운 얼굴을 끝끝내 대면하는 일이다. 겉보기에는 미동이 없지만, 속에서는 격렬한 지진이 일어난다. 대상과 나 사이에 거리가 없다면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무언가를 제대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언제나 조금씩 물러나 있다. 이현아 작가의 푸른 공간을 사랑한다.
- 최혜진 (『우리 각자의 미술관』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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