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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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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루비

[ 양장 ]
박연준 | 은행나무 | 2022년 07월 15일 리뷰 총점9.8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9점
편집/디자인
4.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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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년 07월 15일
판형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348g | 128*188*20mm
ISBN13 9791167371898
ISBN10 1167371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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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MD 한마디
[빛나는 모든 처음에 대하여] 박연준 시인의 첫번째 장편 소설. 여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일곱 살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소설은 그가 마주하는 수많은 처음들, 불가해한 세상과의 만남을 그린다. 시와 같이 펼쳐지는 소설 속에 사라지지 않는 유년의 기억이 반짝이고 있다. -소설PD 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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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상세 이미지

상세 이미지 1

저자 소개 (1명)

파주에 살며 시와 산문을 쓴다. 시, 사랑, 발레, 건강한 ‘여자 어른’이 되는 일에 관심이 많다. 2019년 5월 『아무튼, 비건』을 읽은 후 비건을 지향하는 인간이 되었다. 일단 시작하면 꾸준히 한다. 사랑하면 믿는다. 분방하고 충동적이지만 (이상하게도) 수련과 수양을 좋아하는 타입이다. 무지몽매해서 늘 실연에 실패한다. 무언가를 사랑해서 까맣게 타는 것이 좋다.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덕여대 문예... 파주에 살며 시와 산문을 쓴다. 시, 사랑, 발레, 건강한 ‘여자 어른’이 되는 일에 관심이 많다. 2019년 5월 『아무튼, 비건』을 읽은 후 비건을 지향하는 인간이 되었다. 일단 시작하면 꾸준히 한다. 사랑하면 믿는다. 분방하고 충동적이지만 (이상하게도) 수련과 수양을 좋아하는 타입이다. 무지몽매해서 늘 실연에 실패한다. 무언가를 사랑해서 까맣게 타는 것이 좋다.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덕여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2004년 중앙신인문학상에 시 「얼음을 주세요」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 『속눈썹이 지르는 비명』,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베누스 푸디카』, 『밤, 비, 뱀』과 산문집 『소란』,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내 아침인사 대신 읽어보오』, 『밤은 길고, 괴롭습니다』,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모월모일』, 동화 『정말인데 모른대요』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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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80

출판사 리뷰

우리들의 처음과 그 모든 것의 실패에 대하여

소설은 일곱 살 여름으로 시작한다. 소녀의 이름은 여름. 고모 손에 맡겨진 채 마당 한 귀퉁이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 어른들은 죄다 나갔고, 아이만 혼자 덩그러니. 여름을 돌봐줄 사람은 없다. 괜히 마당에 나앉아 줄을 긋거나, 소리 내 책을 읽어도 봐주는 사람도, 들어주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세상 구경을 하기 위해 밖에 홀로 나갈 수도 없다. 점처럼 깜빡이는 일곱 살 여름. 이유 없이 자주 울고, 웃고 침묵하다 떠들고. 엄마가 있는 아이가 아니라서. 엄마를 대신하는 게 고모라서 사람들은 여름을 고장난 신호등처럼 바라본다. 그런 그때,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오는 젊은 여자와 아빠. ‘쟤는 수줍음이 많아.’ 아빠의 말에 대항하려다 멈춰버린다. 일곱 살 여름은 아빠에게 유일한 약점이자 무기. 최대한 도도하게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기. 동정이 필요 없다는 듯. 반응하기를 멈춘다. ‘오늘부터 엄마라고 불러.’ 아빠가 데리고 온 여자가 말한다. 고모 말에 따르면 교양이라곤 눈을 뜨고 찾을래야 찾을 수 없었던 여자. 새엄마. 그렇게 시작되었다. 새엄마와 아빠의 여름.

우리 집에 갈래? 마음속에 친구라고 다짐할 때 나오는 첫마디. 공식적으로 학교에서 만난 첫 친구. 루비가 말했고 여름은 승낙했다. 그때 두 아이 삶의 궤도에 정확히 일치하며 떨어질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느 누구나 처음 ‘친구’와의 강한 결속력과 유대감이란. 나의 세상과 기꺼이 맞바꿀 수 있는 또 다른 세상과의 만남 같은 것. 여름을 지배하는 루비. 루비를 스며들게 하는 여름. ‘넌 좀 특별한 것 같아.’ 특별하게 지켜주어야 할 그 무엇과 혹 지켜주지 못했던 그 무엇을 혼동한 채 결속되어버린 둘. 여름은 종이에 쓸 때가 많았고 루비는 종이를 읽는 때가 많았다. 둘은 바닥에 앉아 무언가를 읽거나 썼고 말하거나 들었다. 세상이 그들에게 내어준 그 처음에 대하여. 세상이 모르게끔 감추어둔 그 처음들에 대하여. 슬픔. 죽음. 기억. 과거. 나쁜 것. 야한 것. 좋은 것. 착한 것. 믿음. 배신. 타인. 사랑 같은 것들.

유년에게도 시간은 흐른다. 아이면서 더 이상 아이가 아닌. 상상이 펼쳐지고 펄럭이는 열 살. 이불먼지를 뒤집어쓴 채 재채기를 하며 기어나온 열한 살. 세상의 처음이 이제는 익숙한 것으로 느껴지는. 어른들이 현실이 수정하는 것에도. 어른들이 거짓말로 현실을 버텨내는 것에도. 과거가 슬프다는 사실도. 현재를 생각하면 침묵해야 한다는 사실도. 미래를 생각하면 씩씩함과 눈물이 서로 교차한다는 것도 알게 되는, 그리고 루비를 잃어버리게 된 열두 살. 불안과 질투로 루비를 잃어버린 게 아니다. 루비의 견고해진 거짓말 때문도 아니다. 여름에게는 친구가 많았고 루비에게 친구는 여름뿐이라서. 오래도록 비밀로만 친했던. 늘 혼자였고 외로웠고 침울했던 루비를 모른 척했던 그 여름 때문일까. 그래서 결국, 루비는 떠나간다. 여름은 그게 나의 ‘첫’ 사랑이란 걸 뒤늦게야 알게 되었다. 또한 ‘첫’ 이별을 처음으로 깨닫게 해준 것 또한 루비라는 것도. 루비도 여름과 같았을까. 루비에게도 여름이 그 ‘처음’이라는 걸.

실패하는 사랑은 영원히 사랑해야 할 수밖에 없는 사랑

유년의 상처가 오래도록 어른의 삶에 관여하는 이유는, 아마 유년의 상처와 슬픔이 당시에 각인되지 않고 영원히 휘발되었기 때문이다. 사라져버린 상처가 흔적으로 남아 어른의 밑거름이 되고 그때의 슬픔의 흔적이 지금 우리들의 얼굴이 된다. 유년의 상처와 슬픔은 서서히 어른으로의 시간이 채워지며 찾아온다. 어른이 된 후, 유년의 그 어떤 시절의 기억과 냄새와 풍경이 불현듯 묻어온다. 여름이 루비를 잃었다는 것을 어른이 되어 깨닫는 것처럼. 잃어버린 루비를 다시 되찾아야 되겠다는 다짐처럼. 우리들의 첫 실패를 분명히 상기하고 있는 그 유년의 상실에 대해, 박연준의 소설은 막바지에 다다라서 공명한다. 실패하는 사랑은 영원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랑인 것처럼. 실패해버렸기에 영원히 사랑은 계속된다는 것처럼.

추천평

오래 잊고 있던 나의 비밀 친구를 떠올렸다. 나의 비밀 친구는 어린 시절에만 존재했고,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다. 그래서 만나본 적은 없다. 그래도 그 친구를 오래 그리워했다. 언젠가부터 내게 그런 친구가 있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살아왔는데, 그리워했다는 사실조차 완전히 잊어버렸는데,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그 친구가 몸을 얻어 내 앞에 환생해 있었다. 박연준의 『여름과 루비』에서는 ‘첫 순간’들이 무수히 쏟아진다. 유성우가 쏟아지는 황홀한 밤 같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위 날을 손에” 쥐어본 순간. 그 차가움을 만져본 순간. “계란을 쥐듯” 손을 동그랗게 말아쥐고 피아노 건반을 처음으로 눌러본 순간. 개미를 지켜보며 살아 있는 것이 살아 있다는 것 때문에 두려울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어떤 두려움들은 사랑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이 처음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섬세하고, 강렬하다. 이 처음들은 찰나이자 영원과 다름없다. 거침없이 살을 파고들어 중심을 꿰뚫으니까. 온몸에 각인되니까. 박연준은 단지 처음들을 기억해내고 재현하지 않는다. 처음을 하나하나 낱낱이 되살려놓는, 그녀만의 소생술이다. 박연준의 소설은 너무나도 살아 있다. 읽는 내내 오감이 곤두서 몸이 열리고 이야기들이 내 실핏줄을 타고 흘러 다녔다. 아주 비밀스럽고 친밀한 교류를 한 것처럼.
- 임솔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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