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도 많이 했지만,

실수를 했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것도 있었어요."

이책의 초반부에서 내 눈을 사로 잡았던 글귀다.

NFT 관련 방송이나 설명들을 몇번 보긴 했었지만 결국, 이야기의 끝은 항상 [실수하지 않고 투자에 성공하여 수익을 얻는 지혜]였고 반복되는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의 값비싼 작품판매 사례들은 날 지치게 만들었다.

그때 만난 이 책,  <한 걸음씩 따라 하는 NFT 아트>는 목 아프게 위로만 올려다 봤던 시각에서 벗어나 좀 더 편한 자세로 NFT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고마운 작품이었다.

여타 NFT관련 매체들과 비교했을 때 이책에서 가장 신선하게 느껴졌던 특징은 바로 처음부터 [이책에서 다루지 않는 것]이라는 항목을 명시해두고 오로지 NFT "아트", 즉 창작활동을 위한 NFT 이야기 외에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지는 부분이었다.

다들 해외의 유명 팝스타들이나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대면서 해당 작품의 사진과 함께 얼마에 거래 되었는지를 앞다투어 다루고 있는 현 상황에서 오롯이 그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즐거움]에 집중한다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아무리 세상이 빠른 정답을 중시하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지만, 그렇다고 꼭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가 똑같아야 한다는 법은 없지 않겠는가. 

첫장에서는 NFT아트를 시작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개념들(NFT/블록체인/이더리움/크립토지갑/가스비/민팅,리스팅 등)에 대한 설명을 무조건적으로 나열하기 이전에, [내가 만든 작품을 NFT로 더 널리 공유해보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임을 순차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이러한 분야를 아직 접해보지 못한 독자들으로 하여금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아무래도 NFT라는 개념자체가 아직 국내에서는 많이 생소한 편이기도 한데다 나처럼 디지털 창작물을 거래해 보는 경험자체가 전무한 사람이라면 수많은 용어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다가오기 마련인데, 목적지를 확실히 해두고 차근차근히 단계를 밟아가는 이책의 설명 방식은 친절함과 동시에 각 과정과 연결지어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또한 작품 판매에 대한 이야기도 꼼꼼하게 챙겨준다는 점 역시 주목할만 하다.

자세한 판매 과정과 주의해야 할 점을 설명해 놓음으로써 책 서두에 투자목적으로 다루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변명삼아 결코 현실적인 부분을 대충 흐려놓겠다는 것이 아님을 떳떳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작가가 직접 경험했던 NFT 관련 이야기들을 하나 둘 첨언해 놓아서 보다 쉽게 공감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작가 본인의 [실수]나 [좌절]의 경험을 숨기지 않고 펼쳐놓아서 오히려 각종 비법에 치중한 다른 NFT 관련 도서보다 훨씬 가슴에 와닿았던 것도 사실이다.

작가가 해외에 체류하면서 쓴 책이기 때문에 런던/파리에서 참가했던 전시회를 통해 NFT 아트 홍보활동과 타 아티스트와의 교류에 대해 작성한 부분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국내에서 진행되는 각종 일러스트 페어나 전시회를 보러 가면 작품활동을 따로 하지 않는 나의 시각으로 봤을 때에는 그들과 나 사이에 뭔가 알 수 없는 벽이 느껴지곤 했는데, 비전공자이면서도 뚝심있게 자신의 주장을 창작물로 표현하고 그것을 주제로 다른 아티스트들과 대화를 나눴다는 작가의 경험담을 듣고 있자면 나 역시 그 안에 함께 어우러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내심 숨기고 있던 창작의욕 마저 꿈틀하게 만든다.

각 장의 설명들을 요약해 놓은 작가의 캐릭터 일러스트가 계속 시선을 잡아끈다.

뭔가 얼빵해 보이지만 NFT아트를 처음 접하고 있는 서툰 나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서 정겹게 느껴진다. 책 제목처럼 새로운 세계를 한걸음씩 차근차근히 즐기고 느껴보라는 작가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이처럼 이 책, <한 걸음씩 따라 하는 NFT 아트>는 아직 낯선 미지의 세계에 탐험하고 싶은 의욕은 있으나 사방에서 새로운 투자수단처럼 홍보하는 풍조에 못이겨 결국 거부감을 먼저 갖게 된 사람들에게 다정히 손을 내민다. 마치 자전거를 처음 타는 아이에게 [넘어져도 괜찮다]며 보조바퀴를 넉넉히 달아주는 마음처럼 말이다. 이책은 적어도 NFT 세상을 향해 굳게 세워져 있던 내 마음의 벽 만큼은 확실히 허무는데 성공한 것 같다. 나만의 디지털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한켠에 자리잡았으니.

그러니 만약 나처럼 NFT 탐험에 조심스러운 첫걸음을 내딛고 싶어하는 이가 있다면

이책, <한 걸음씩 따라 하는 NFT 아트>를 한장한장 읽어 보는 것은 어떨까?

걱정하지 말자. 작가는 절대 최단거리 완주를 강요하지 않는다.

되도록이면 천천히, 더 멀리 돌아가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나만의 아름다운 경험을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