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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해방의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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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해방의 괴물

팬데믹, 종말, 그리고 유토피아에 대한 철학적 사유

김형식 | 한겨레출판 | 2022년 05월 30일 리뷰 총점9.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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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36쪽 | 476g | 145*215*30mm
ISBN13 9791160408201
ISBN10 1160408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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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문화연구자. 중앙대학교 문화연구학과에서 문화이론과 영상이론을 공부했으며, 2014년 《문화/과학》으로 문화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좀비학》(2020), 《재난과 영화》(2022, 공저)가 있다. 절망에 빠지지 않고 희망을 간직하기 위해 절망을 탐구하고자 한다. 빛의 희미한 궤적을 추적하려면 어두운 장소로 들어가야 한다고 믿는다. 현실과 불화하며 세계에 충격을 선사하는 것들, 이를테면 파국의 위태... 문화연구자. 중앙대학교 문화연구학과에서 문화이론과 영상이론을 공부했으며, 2014년 《문화/과학》으로 문화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책으로 《좀비학》(2020), 《재난과 영화》(2022, 공저)가 있다.

절망에 빠지지 않고 희망을 간직하기 위해 절망을 탐구하고자 한다. 빛의 희미한 궤적을 추적하려면 어두운 장소로 들어가야 한다고 믿는다. 현실과 불화하며 세계에 충격을 선사하는 것들, 이를테면 파국의 위태로운 힘이나 괴물들의 전복적 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좀비, 해방의 괴물》은 재난과 일상, 좀비와 인간, 종말과 유토피아, 철학과 대중문화를 아우르는 횡단적 사유의 결과물이다. 팬데믹을 둘러싼 사회 현상, 담론, 장르영화와 소설 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반복되는 위기를 끝내기 위한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대안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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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327~328

출판사 리뷰

‘감염병 괴물’로 ‘감염병 재난’을 돌아보다

“좀비에 대한 본격적인 좌파 문화비평을 수행한 국내 첫 저서”(문학평론가 복도훈)인 《좀비학》을 썼던 김형식 작가는 이번에는 좀비를 통해 우리가 맞이한 재난, 즉 코로나19 팬데믹을 분석한다. 좀비는 인간을 숙주로 자신을 복제하는 ‘감염병 괴물’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은유다.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지금 우리 학교는〉, 관객 380만 명을 동원한 〈반도〉 등의 좀비물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유행한 것도, ‘감염병 괴물’이 불러오는 파국이 ‘감염병 재난’을 맞은 우리의 현실을 환기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좀비는 “위기에 빠진 현 세계를 적확하게 분석하고 진단해, 치료하고 회복시키는 일을 돕는 흥미롭고 유용한 길잡이이자 우화”다.

좀비물이 다른 재난영화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좀비가 철저하게 ‘내재적 재난’이라는 것이다. 여타 재난영화에서 재난은 지구로 날아오는 소행성이나 외계 생물의 침략, 혹은 거대한 자연재해 등의 형태로 외부에서 온다. 하지만 좀비는 대개 인간이 만든 바이러스에서 탄생한 존재로,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온 재난이다. 또한 좀비가 갖는 ‘감염’이라는 속성은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든다. 인간도 언제든지 좀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좀비를 문제 삼고 격리하는 것으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좀비를 탄생시킨 세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좀비, 몰락한 아버지의 세계를 폭로하다

사실 좀비는 재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재난의 진짜 원인은 좀비가 폭로하는 “몰락한 아버지의 세계”다. 수많은 좀비 영화에서 아버지는 무능하거나, 곁에 없거나, 심지어는 괴물 그 자체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아무런 계획이나 근거 없이 지하실로 숨었다가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죽음으로 몰아넣는다(무능한 아버지). 〈#살아있다〉의 아버지는 자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 채 “아들! 꼭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무력한 말만 남긴다(부재하는 아버지). 〈28주 후〉의 아버지는 좀비가 된 뒤 악착같이 자신의 아이들만을 쫓아다닌다(괴물이 된 아버지). 죽는 순간 “미안해. 이런 세상에서 살게 해서, 미안…”이라는 말을 남긴 〈반도〉의 아버지조차 좀비로 득실대는 지옥을 바꿀 의지도, 힘도 없는 무기력한 존재다. 그는 달콤한 말로 아이들을 위로한 뒤 그들을 다시 지옥 속으로 돌려보낸다(반성하는 아버지).

좀비물이 집요하게 고발하는 “몰락한 아버지의 세계”는 아버지로 상징되는 기존 질서, 즉 자본주의다. 무한히 팽창하는 자본은 생태계를 파괴하며 야생 동식물들의 영역을 침범했고, 인간과 이들이 접촉하면서 새로운 병원체에 감염될 가능성이 커졌다. 도시에 인구가 밀집되면서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퍼져나갈 수 있게 됐고, 자본의 ‘매끄러운’ 유통을 위해 구축한 물류 운송시스템과 교통수단은 바이러스를 함께 실어 나른다. 이 모든 것이 ‘감염병 괴물’ 좀비가 번성하기 좋은 조건이자 코로나19 팬데믹을 낳은 근본 원인이다. “어떠한 예외도 없이 모든 지역과 존재자에 도달해 기어이 착취하고야 마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무분별한 팽창과 끝없는 탐욕이야말로 문제의 핵심이며, 팬데믹의 본질이다.”

자본의 탐욕스러운 팽창을 수행하며 이 세계를 지옥으로 만든 존재가 바로 아버지다. 〈부산행〉 속 아버지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죽어가는 기업을 살려냈는데, 이 기업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만들어지고 유출되었다. 결국 좀비를 번성시킨 것은 괴물이 된 자본주의이고, 좀비가 불러오는 종말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가 맞이한 재난의 근본 원인, 자본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소진된 가능성의 끝에 떠오르는 유토피아

하지만 대체 어떻게? “자본주의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보다 세계의 종말을 상상하는 것이 더 쉽다”(마르크스주의 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의 말처럼, 이미 세계의 지배 원리가 된 자본주의의 외부를 사유하는 것은 금기가 됐다. ‘우월한 아리아인이 지배하는 세상’과 ‘계급이 철폐된 세상’이라는 유토피아를 꿈꿨던 20세기의 거대한 두 실패, 나치즘과 공산주의의 악몽은 유토피아를 상상하는 일이 곧 ‘전체주의적 범죄’로 이어질 것이며, ‘지금의 세계, 자본주의야말로 현실에서 가능한 최선’이라는 주장을 지배적인 견해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책은 유토피아는 “우리가 ‘미처’ 도달하지 못한 세계”일 뿐이며, 유토피아에 대한 상상 없이는 반복되는 재난과 위기를 끝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서 좀비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고발하는 타자를 넘어서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세상, ‘해방된 세계’의 가능성을 내재한 주체로 거듭난다. 저자는 종말에서 달아나기 위해 오히려 종말을 향해 나아갔던 작가 사뮈엘 베케트처럼, 종말을 가져오는 존재인 좀비를 통해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 책에 따르면 좀비는 “소진된 인간”(철학자 질 들뢰즈)이다. 자본주의가 ‘자유’라는 명목으로 내미는 선택지, 그러나 모든 것을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로 포섭할 뿐 결코 자본주의의 외부는 포함하지 않는 앙상한 선택지를 모조리 소진해버린 존재가 좀비다. 그리고 이 모든 가능성을 폐기할 때만 비로소 선택지 너머에 있는 잠재성-숨겨져 있던 유토피아가 희미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좀비의 뒤틀리고 꺾인 기형의 몸은 무엇으로든 변신할 수 있는 배아적 신체다.”

‘종말을 결단하라’…재난 이후의 세계를 위한 윤리

오랫동안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꿨던 코로나19 팬데믹의 기세가 수그러들었고, 많은 이들이 ‘일상의 회복’을 꿈꾼다. 자유롭게 친구들을 만나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술을 마시며, 힙한 맛집 탐방을 다니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좀비는 재난의 원인이 우리가 이제껏 누렸던 ‘자본주의적 일상’이었으며, 이 ‘자본주의적 일상’의 종말 없이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재난이 반복될 것이라는 진실을 폭로한다. 우리는 ‘평범한 재난’으로 가득한 ‘이상한 일상’을 살았고, 이미 망가져 버린 ‘이상한 일상’이 쌓인 결과가 바로 코로나19 팬데믹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상의 회복’이 아니라 ‘일상의 종말’이며, 과감히 일상을 포기하고 종말을 결단하는 것이야말로 재난 이후의 세계에 요구되는 윤리라고, 이 책은 역설한다.

팬데믹 사태는 우리에게 시급하고 중대한 변화를 요청하고 있다. … 윤리란 나 자신과 타인, 그리고 세계를 위해 편안하고 친숙한 것들을 기꺼이 포기하는 결단이다. 윤리는 위험을 무릅쓰며 낯선 준칙과 도덕을 받아들이는 용기와 행동의 과정 안에 있다. 우리의 목표는 일상의 수호나 유지가 아니라 일상을 끝장내는 것이어야 한다. 일상의 폐허 위에서 다른 시작을 예비해야 한다._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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