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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

이설야 | 창비 | 2022년 05월 27일 리뷰 총점10.0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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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년 05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88g | 125*200*9mm
ISBN13 9788936424770
ISBN10 8936424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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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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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저 : 이설야 (Lee Sul-ya,李雪夜)
인천에서 태어났다. 2011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 『굴 소년들』 등이 있다. 고산문학대상 신인상, 박영근작품상을 수상했다. 인천에서 태어났다. 2011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 『굴 소년들』 등이 있다. 고산문학대상 신인상, 박영근작품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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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마트료시카」 중에서

출판사 리뷰

“모두 하늘을 보기 위해 물구나무서는 밤”

지금의 부조리를 직시하며 완성되는 시의 정면
밑과 하늘을 뒤바꿔 다다르는 어둠의 너머


2011년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줄곧 소외되고 억압받는 민중의 처절한 음성에 귀 기울여온 이설야 시인의 신작 시집 ??내 얼굴이 도착하지 않았다??가 창비시선으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 『우리는 좀더 어두워지기로 했네』(창비 2016)로 고산문학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박영근작품상을 받은 뒤 펴내는 세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죽음이 도사린 비극적 삶과 부조리한 현재를 냉철한 시선으로 직시하며 “착취와 디아스포라가 기록이 아니라 체험이 되는”(신용목, 추천사) 시세계를 펼쳐낸다. 능숙하고 절제된 언어와 깊고 확장된 사유로 이 세계의 아래로부터 들끓는 고통의 신음을 증언하고 비정한 문명에 저항하는 시편들이 리얼리즘 시의 일면을 갱신한다.

이설야의 시는 도시문명의 어둠을 깊숙이 파고드는 “안개등”(「저편」)이다. 빛이 닿지 않는 도시의 비좁은 골목과 검게 닳은 아스팔트, 누구도 멈춰 서는 법 없는 지하상가를 향해 불을 밝힌다. 그 불 아래 낱낱이 드러나는 것은 “여자의 얼굴을 때리고 있”는 “남자의 커다란 손”(「심지음악감상실」), “오토바이와 함께 쓰러”진 배달 소년(「배달 소년들」), “바닥과 하나 된 자세로 엎드”린 노숙자(「자세」) 같은 이들이다. 더욱 은밀하고 날렵해진 도시의 폭력에 베이고 쓰러지는 존재들을 응시하는 시인의 눈에 도시는 휘황찬란한 낙원이 아니라 매일 누군가 생사를 헤매는 위태로운 곳이다. 결국 한 존재가 사라진다 해도 그런 것 따위야 없어도 된다는 듯 태연하게 작동하는 세상에서 “먼지처럼 둥둥 떠다”(「입 없는 얼굴들」)니다 바닥에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존재의 설움을 시인은 정직하게 받아쓴다. 손쉽게 분노하거나 연민하지 않는 그의 언어는 너무나 만연해서 오히려 보이지 않는 착취의 현실을 가감 없이 해부한다. 그리고 시선을 더 멀리 두어 역사의 폭압에 의해 “뚫린 심장의 구멍”(「이민자들」)들을 환기하고 “물고기들의 머리를 둘로 만든”(「증상들」) 물질문명의 오만과 독선을 차갑게 비판하는 데까지 이른다.
시인은 관찰과 기록의 자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어둠이 고인 곳에 불을 밝히다가도 “시를 쓴다는 것”이 “죄를 짓는”(「웅덩이, 여자」) 일이 되지 않도록 잠시 불을 내려놓고 직접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더이상 내려갈 수도 없는/밑으로 내려가/밑의/밑”(「밑」)이 되어버린 존재들의 고통과 절망을 바로 곁에서 함께하기 위해 “바닥의 바닥까지 내려가야 한다고”(「입 없는 얼굴들」) 스스로에게 되뇐다. 이 결백한 연대의 마음은 밑을 이루는 존재들에 대한 혈연의식으로 거듭난다. 시인은 그간 이름을 박탈당하고 부재를 강요당한 이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그들과 운명을 나누고자 한다. 다른 땅에 뿌리내려야 했던 만주국의 조선인과 파독 간호사 들(「이민자들」), 가부장제의 그늘 밖으로 도망치는 카자흐스탄 여자(「난민들」)와 “생이 일찌감치 거덜 난”(「다국적 식탁」) 계절노동자는 언어라는 뜨거운 피로 시인과 굳게 맺어진다. 이때 ‘혈연’은 기존의 배타성을 벗어던지고 “우리가 우리를 넘”(「벽 속의 또다른 벽돌」)어 더 크고 열린 ‘우리’로 거듭나게 하는 가능성으로 전환된다. 시인은 이 새로운 혈연의식과 함께 밑바닥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부단히 “절망과 절벽”(「난민들」) 너머를 써나간다.

밑이 하늘이 되는 구원의 상상력
마침내 빛을 얻는 밑의 얼굴들


이러한 이설야의 시 쓰기는 약자의 현실에 동참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그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생생한 시적 상상을 계속하며 독자에게 강렬한 희망의 이미지를 발신한다. 이설야의 시에서 밑과 하늘은 자꾸 뒤바뀐다. 고개를 들고 하늘에서 보아야 할 새와 별을 저수지의 저 깊은 아래에서 마주하고(「저수지」) 하늘을 보기 위해서는 물구나무서야 한다고 말한다(「밑」). 이렇게 밑과 하늘을 뒤바꿔보는 상상은 지금까지 억압과 배제, 외면으로 인해 가라앉아 있어야만 했던 모든 존재를 구조하기 위한 간절한 시도일 것이다. 위아래만큼 굳건한 것 없는 이 가혹한 세계에서 이러한 상상 없이는 밑은 영원히 밑이어야만 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시인은 스스로 “중력을 놓”(「밑」)쳐버림으로써 밑을 하늘로 삼아 그가 시집 속에서 또박또박 이름 부른 이들을 어둠으로부터 탈출시키고자 한다. 시인의 절실한 상상이 현실이 되어 밑에서 쏟아진 이들이 마침내 빛을 보는 순간, 몰개성의 절망과 고통에 방치당한 존재 모두에게 “저마다 얼굴을 찾아주”(강경석, 해설)게 될 것이다. 그 순간을 앞당기기 위해 시인은 “예기치 않은 폭풍 속에서 흔들리”더라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수많은 얼굴을 찾아서” 매일 쓸 것이라 다짐한다(시인의 말) . 그러니 다른 미래는 가능하지 않다고 비관하기 쉬운 지금, 이 시집을 읽는 것은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일이라고 달리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의 말

한때 나는 시인이 되기 위해서
단 한줄이라도 다르게 쓰기 위해서
세상의 모든 시를 다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공부는 길어졌고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시 한줄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아간다.
내가 못 읽어본 시와 못 가본 사람 들은
미래의 시가 되어줄 것이다.

언제나 처음 같다.
시는
그 모든 백지는

나는 아직도 시인이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살아 펄펄 뛰는 심장을 가진 사람이!

이제 우리는
예기치 않은 폭풍 속에서 흔들리겠지만
구겨진 얼굴을 펴서 겨우 문밖으로 나선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수많은 얼굴을 찾아서
나는 매일 쓴다.

2022년 5월 인천에서
이설야

추천평

나는 ‘나’라는 존재가 내가 보았던 것들의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갖곤 한다. 사물들은 그 마음을 자신 바깥에 인간으로 꺼내놓고 있는 것이다. 저 낙엽의 마음을, 저 콘크리트의 마음을, 저 골목과 가로등의 마음을 우주는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형태로 빚었을 것이다. 고백건대 나는 그렇게 시를 썼다. 보고 싶은 것으로 세계를 선택하고 원하는 것으로 언어를 구성하며 스스로를 지켜낸다고 믿었다. 흥건하게 내 발을 적시는 현실의 진창을 애써 외면할 수밖에 없음을 또한 내 고독과 슬픔의 재료로 삼았다. 이 시집은 그런 나를 후려친다. 이설야는 언어를 통해서 말하기보다는 언어 안에서 말하는 시인이고, 그래서 언어를 정치의 수단이나 신념의 출구로 삼기보다는 언어 속에 깃든 세계와 역사와 실존 속으로 뛰어든다. 그의 시에서 노동과 착취와 디아스포라가 기록이 아니라 체험이 되는 이유이다. 나는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그때 비로소 보이는 진흙 세계에서, 시인은 ‘한쪽 소매를 찢어낸 옷’을 입고(「이민자들」) “물풀처럼 서서히 떠오른다”(「저수지」).
- 신용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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