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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가 있다

이정록 | 창비 | 2022년 05월 15일 리뷰 총점9.7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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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56g | 125*200*6mm
ISBN13 9788936424763
ISBN10 8936424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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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 소개 (1명)

1964년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한문교육과 문학예술학을 공부했으며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부지런히 시와 이야기를 쓰고 있다.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와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했다. 2001년 김수영문학상, 2002년 김달진문학상, 2013년 윤동주문학대상을 받았다. 주요 도서로 산문집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시인의 서랍』, 시집 『동심언어... 1964년 충청남도 홍성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한문교육과 문학예술학을 공부했으며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부지런히 시와 이야기를 쓰고 있다.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와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했다. 2001년 김수영문학상, 2002년 김달진문학상, 2013년 윤동주문학대상을 받았다.

주요 도서로 산문집 『시가 안 써지면 나는 시내버스를 탄다』, 『시인의 서랍』, 시집 『동심언어사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어머니 학교』, 『정말』, 『의자』, 『제비꽃 여인숙』,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풋사과의 주름살』,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동화책 『나무 고아원』, 『황소바람』, 『달팽이 학교』, 『대단한 단추들』, 『미술왕』, 『십 원짜리 똥탑』, 청소년시집 『까짓것』, 동시집 『지구의 맛』, 『콧구멍만 바쁘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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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어른의 꿈」 중에서

출판사 리뷰

“소중한 건 뒤편에 있다”
웃음도 슬픔도 모두 인생의 맛
사람살이의 위대함을 노래하는 이정록의 절창


선한 눈길과 맑고 밝은 언어로 많은 독자들과 호흡해온 이정록 시인의 신작 시집 『그럴 때가 있다』가 출간되었다. 사전 형식을 빌린 독특한 형태의 시집으로 주목받았던 『동심언어사전』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열한번째 시집이다. 오래전부터 정평이 난 독보적인 해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너른 시선이 탁월하게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인생을 관조하는 눈길은 더한층 깊어졌다. 가족과 이웃, 자연과 사물, 삶과 죽음, 신명과 아픔이 한데 모여 그윽한 아름다움과 중후한 활력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수작들로 가득한 시집이다.

이정록의 시에는 고독과 슬픔을 달래는 울음이 있다. 시인은 “세상의 슬픔과 고통의 풍경 자리에 푹 무질러 앉아 곡비를 자청하며 운다”(안상학, 추천사). 이윽고 “함께 울어줄 곳을 숨겨두지 않고/어찌 글쟁이를 할 수 있으리오”(「빌뱅이 언덕」)라는 진중한 자각에 이르러 “평화를 깨는 모든 소리”에 “뒤꿈치처럼 해진 장단”으로 “짧고 굵게 고함치는 게 시(詩)”(「북채」)라는 깨달음에 닿는다. “드높은 깃발”로 세상의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니라 “목이 쉰 북”(「늙은 교사의 노래」)처럼 세상의 관심 밖에서 가뭇없이 사라져가기 쉬운 존재들에게 애틋한 마음으로 연민과 공감의 손길을 건네는 것이다.

시인의 그런 눈길은 이내 주변의 동식물, 사물에게로 이어진다.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할 줄 아는 늙은 개를 보며 세계와 교감하는 자세를 가다듬으려 하거나(「봄비」), 천덕꾸러기처럼 바다를 떠도는 신세가 된 빨대의 의인화를 통해 뭇 존재의 가치를 되새기는(「작별」) 시들을 만나다보면 한편의 시를 길어올리는 시인의 예민한 기척에 감탄하게 된다.

그런가 하면 시인의 해학성은 이번 시집에서도 빛을 발한다. 무릎 수술을 받은 사이에 “버스가 많이 컸네”라고 농을 건네는 팔순의 노인과 그런 노인에게 “성장판 수술했다맨서유”라고 너스레를 떠는 버스 기사의 대화(「팔순」), 소화가 안 된다는 아우에게 외려 실치회를 권하며 “배 속에서 고등어만 하게 클 거 아닌감.”이라 눙치는 장면(「실치회」)에서 볼 수 있듯 주로 충청 방언과 함께 그려지는 이웃들의 이야기는 시집을 읽는 즐거움을 더욱 크게 하는 동시에 끈기와 저력으로 삶을 꾸려가는 평범한 이들의 모습을 통해 따스한 기운을 전해준다. 그리고 시인이 마주한 저 다양한 이들의 낙천적인 에너지는 시인의 어머니 혹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어떤 이의 모습 속에서 또다른 빛을 발한다. 가령 “눈곱만큼이라도 맘에 들면/장허다! 참 장허다! 머릴 쓰다듬었다./나는 정말 한마리/힘센 장어가 된 듯했다.”라는 장면에 이르면 뭉클한 감동과 함께 각자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 어디에서 마련되었는가 떠올릴 법하다.

한편 4·3항쟁에서 무고하게 스러져간 제주 민중의 역사적 상처와 슬픔에 다가서는 시편들도 눈길을 끈다. 시인은 항쟁 당시 무참하게 희생된 민중의 넋을 불러 왜곡된 진실을 바로 세우고, 가슴 밑바닥에 “피멍과 녹물”의 상처만 남긴 잔혹한 폭력의 역사를 “검은 돌 숨비 소리”(「따뜻해질 때까지」)의 애끊는 울음으로 증언한다.

“감정의 평균에 중심추를 매달 것”
슬픔을 털어내고 삶을 곧추세우는 모두를 위해


이렇듯 이정록의 시는 사물의 본질과 이면을 두루 꿰뚫는 세밀한 묘사와 명징한 비유가 돋보일 뿐만 아니라 충청도 방언의 구성진 가락과 질박한 언어를 날것 그대로 능숙하게 구사하는 솜씨 또한 탁월하다. 특히 삶의 감각이 배어든 구술적 표현은 “민중의 삶의 내공”이 얼마나 튼실한지를 일깨운다.(고명철, 해설) 시인은 “작물이든 작문이든 손톱 뿌리까지/다 닳아빠지는 일”(「손톱 뿌리까지」)이라는 ‘엄니’의 말씀을 성실히 받아 적으면서 “슬픔도 괴로움도 다 무더기로 피는 꽃”으로 “어우렁더우렁 꼴값하며”(「그렇고 그려」) 살아가는 삶의 이치와 지혜를 깨쳐나간다. 이정록의 시는 낙천성과 긍정의 심성으로 삶의 고통과 슬픔을 툭 털어내면서 고달픈 존재들의 상처를 쓰다듬는다. “지켜준다는 건 조용하게/뒤편에 있어준다는 것”(「뒤편의 힘」)이라며. 불안과 고독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 이 시집은 우리에게 단연코 따듯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시인의 말

이런 진흙탕 싸움은 처음이라고, 누구는 절망의 한숨을 쉰다. 처절한 싸움만이 평화를 낳는다고, 누구는 희망의 주먹을 불끈 쥔다.

원고지는 입이 이백개다. 혀는 빙산의 일각, 얼음에 갇혀 있다.

질문과 파문! 얼음 속에서라도 질문이 살아 있으니, 아직은 파멸이 아니다. 답은 하나다. 앞뒤가 아니라, 옆이다. 당신 곁이다.

2022년 목련꽃 그늘 아래서
이정록

추천평

오랜 친구 이정록 시인을 볼 때면 자주 생전의 선친 모습이 겹쳐지곤 한다.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에 더해 말의 재치나 촌철살인의 농담, 해학은 좌중을 자지러지게 만든다. 특히 힘든 노동을 할 때는 그 빛이 더욱 빛난다. 견딜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가슴에 봉인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특징이다. 당연히 선친의 눈물을 본 적이 없듯이 이정록의 눈물 또한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남의 슬픔과 고통에는 남몰래 사랑과 치유의 손길을 보내며 혼자 울기를 주저하지 않는 것 또한 이 둘은 닮았다. 다만 내 아버지에겐 없었던―혹은 내가 알지 못했던―혼자 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이정록은 가졌다. 시를 쓰는 시간이 그렇고, 권정생 선생 살던 집 뒤 ‘빌뱅이 언덕’이라는 공간이 그렇다.
이정록은 자신의 슬픔과 고통의 내면 풍경에 대해서는 한사코 봉인을 해제할 생각이 없다. 대신 세상의 슬픔과 고통의 풍경 자리에 푹 무질러 앉아 곡비를 자청하며 운다, 울지 않는다. 혼자 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에서 울고,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돌아서서 웃는다. 그럴 때가 있다. 이 시집은 그럴 때마다 손등에 남은 눈물 자국에서 받아 적은 시들로 이루어져 있다.
- 안상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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