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질할 수 있는 아이라면 식물 키우는 일도 혼자 할 수 있다
식물 키우기에 정답은 없다. 식물이 햇빛, 따뜻한 온도, 물, 바람을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사람마다 개성이 있는 것처럼 식물마다 특성이 다르고, 또 각 가정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집 안으로 들인 식물에는 맞춤형 돌봄이 필요해진다. 돌봄을 잘 받은 식물은 건강하게 새잎을 올리고 꽃을 피우며, 그렇지 않은 식물은 말라 죽거나 과습 등으로 시름시름 앓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식물 수업’이란 이름이 붙었음에도 기존의 책들처럼 물 주는 법이나 분갈이, 가지치기, 비료 주는 법 등 이론적인 부분을 전면에 내세워 다루지 않는다. 물론 식물 기르기에 필요한 기술은 이 책에 전부 담겨 있다. 다만 본격적으로 식물을 기르기에 앞서 식물이 어떻게 삶으로 들어오는지, 식물과 어떻게 교감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좀 더 정성을 쏟는다. 식물이 내 삶의 일부가 되면 앞서 말한 기술들은 자연스럽게 손에 익는다. 막상 손에 익고 보면 칫솔질할 수 있는 아이 정도면 할 수 있는 일이란 것도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아예 처음부터 아이와 함께 식물 키워볼 것을 권한다.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해주는 우리 집 반려식물
『우리 집 식물 수업』은 봄·여름·가을·겨울 계절로 나눠서 식물 키우기의 사이클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도시에 살면서 바쁜 일상에 치여 계절이 가는지도 모르고 생활하는 독자들에게 계절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도 할 것이다. 식물은 봄이 되면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여름에 쑥쑥 자라다가 가을이 되면 열매를 맺고, 겨울에는 잠시 쉬어간다. 식물을 키움으로써, 이런 식물의 변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계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봄이 왔다고 일단 식물부터 사라고 권하지 않는다. 자연의 식물들에 관심을 가져보고 화원이나 식물원 등을 둘러보면서 주의 깊게 살펴본 뒤, 식물이 눈에 들어왔다면 그때 구입하라고 말한다. 알고 보면 식물에도 개인의 취향이 있다. 먼저 살펴봐야 자신의 취향에 맞는 식물을 알 수 있고 이것이 오래도록 식물과 함께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물 주기부터 가지치기, 분갈이, 비료 주기, 월동 준비까지 계절별로 식물 키우기에 필요한 정보들을 모두 담고 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이 식물의 성장과 함께 아이의 성장을 주제로 하고 있는 만큼, 아이의 정서적인 면을 성장시켜주는 부분에도 집중했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법, 자연 속을 산책할 때 얻을 수 있는 것들, 식물을 돌보면서 식물이 성장할 때 느끼는 기쁨뿐만 아니라, 생각과 달리 식물이 시들해지고 결국 죽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을 어떻게 치유하면 좋을지 등도 다루고 있다.
식물을 키우는 일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어 엄마가 도와주고 아이가 직접 식물을 돌볼 수 있다. 이 책의 더욱 특별한 점은 아이가 그 과정에서 지루하지 않도록 계절별로 아이와 해볼 수 있는 놀이 16가지와 간단하고 특별한 요리 16가지를 함께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먹고 남은 과일과 채소의 씨를 이용해 싹 틔우기, 가을에 떨어진 솔방울을 주워 와서 가습기 만들기, 나뭇잎 탁본 만들기 등 간단한 준비물로 즐겁게 해볼 수 있는 놀이들과 당근 잼, 라벤더 얼음, 애플 크럼블 만들기 등 계절을 느끼게 해주는 요리 레시피도 공개한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계절별 식물 놀이 & 식물 요리
도시에 살며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터전으로 하는 가족들에게 좁은 공간에서 식물을 키운다는 자체가 쉽지 않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식물 많은 집이 주는 장점을 생각하면, 특히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여러 가지 면에서 식물 키우기가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 책은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으로 식물을 키우는 법을 소개하고 있어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도전해볼 수 있다. 실제로 100평에 가까운 단독주택에서 34평 아파트로 이사한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아파트에서도 100여 개의 식물 화분과 함께 사는 법이 책에 실려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식물을 돌보고 가꾸는 데서 나아가 자연을 느끼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삶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아이와 함께하면서 더욱 즐거웠던 일들을 차곡차곡 정리해서 책으로 만들었기에, 아이가 있는 집을 포함해 식물과 함께하는 삶을 생각하는 독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