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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문지혁 | 다산책방 | 2022년 04월 28일 리뷰 총점9.5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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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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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년 04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272g | 128*188*18mm
ISBN13 9791130690230
ISBN10 113069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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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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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에서 인문사회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 데뷔해 지은 책으로 소설집『사자와의 이틀 밤』, 장편소설『비블리온』 『P의 도시』, 『체이서』 여행에세이『뉴욕』과『홋카이도』가 있고, 옮긴 책으로『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등이 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글쓰기와 소설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를 졸업하고 뉴욕대학교에서 인문사회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0년 데뷔해 지은 책으로 소설집『사자와의 이틀 밤』, 장편소설『비블리온』 『P의 도시』, 『체이서』 여행에세이『뉴욕』과『홋카이도』가 있고, 옮긴 책으로『끌리는 이야기는 어떻게 쓰는가』등이 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글쓰기와 소설 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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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중에서

출판사 리뷰

“불행은 언제나 패턴이 깨지는 순간 찾아온다.”
SF라는 매혹의 영역을 건너 ‘국적 없음’의 세계로
재난과 삶이 겹치는 곳에서 고요히 번뜩이는 이야기들


SF 장르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온 작가 문지혁의 두 번째 소설집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가 출간되었다. 경험에서 출발한 자전적 소설 『초급 한국어』로 문학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뒤 오랜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이다. “차체가 튼튼해 어떤 사람이라도 태울 수 있는 자동차 같은 문장(소설가 김연수)”이라는 평처럼, 단단하고 깔끔하게 짜인 문장 위에 놓인 여덟 편의 이야기들은 작가가 설계해놓은 궤도를 따라 순조롭게 움직인다.
그러나 소설들 속 인물들이 거치는 인생의 길목은 결코 평탄하지가 않다. 인공행성에 추락한 여객기의 유족(「다이버」), 책을 소지한 죄로 감옥에 끌려간 아버지를 둔 아들(「서재」), 전쟁이 났다는 엄마의 말에 화장실로 대피한 청소년(「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과 아들을 잃은 후 매일 호수에 동전을 던지는 천재 수학자(「폭수」), 딸을 잃고 홀로 크로아티아의 섬을 찾아가는 아버지(「아일랜드」), 아내와 부하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잃은 한인 사업가(「애틀랜틱 엔딩」), 논문도 소설도 도무지 풀리지 않는 유학생(「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코로나 팬데믹에 마스크를 잊은 대학 강사(「어떤 선물」) 모두 예상하지 못한 사건으로 흔들리며 덜컹거린다.
이들은 자신에게 닥친 불행의 패턴을 분석하고 바로 잡으려 하지만 어디에서도 인생의 방정식은 찾을 수 없다. 어제와 오늘, 사건과 사건 사이는 “매일을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설명되지 않는 틈(이지은 평론가)”으로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벌어진 불행을 바로잡을 방법은 그 틈에서 시선을 거두고 어렵게 다음 걸음을 떼어놓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틈을 잇는 다리를 놓는 건 소설가의 일이다.

이 책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은 모두 ‘재난’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묶인다. 나는 재난과 재난 이후의 삶에 관해, 상처와 폐허와 트라우마에 관해, 우리가 스러지고 다시 일어선 곳에 관해,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믿는다. 비록 두서없고 더듬거리고 때로는 말문이 막혀 한숨만 내뱉는다 하더라도.
-창작 노트 중에서

“우리가 서로의 다음 페이지가 되기를.”
‘나’와 ‘너’로 채워지는 빈칸들
서로에게 닿아 비로소 완성되는 이야기


「서재」와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의 주인공은 또 다른 방식으로 불행에 저항한다. 이 두 소설은 작가의 전작 『비블리온』(2018,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버전이자 후일담으로 읽히는데, 이야기의 배경은 종이책이 금지되고 모든 지식과 정보가 넷(net)을 통해서만 유통되는 머지않은 미래다. 통합정부는 종이책이 지식의 불균형을 야기한다며, 종이책 소지자들을 엄격하게 처벌한다. 「서재」 속 ‘나’의 아버지는 종이책을 소지한 죄로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고, ‘나’는 오랜만에 찾아간 옛집에서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책과 마주한다. 한편 「지구가 끝날 때까지 일곱 페이지」의 주인공 ‘윤채’는 전쟁 통에 엄마가 남기고 간 책의 나머지 페이지에 일기를 쓰며 하루하루 버텨나간다. 둘에게 불행을 선고한 건 불온한 종이책이었지만, 메워지지 않은 책의 빈칸은 오히려 상황을 뒤집을 촉매가 된다.
종이책은 등장하지 않지만, 「애틀랜틱 엔딩」 속 ‘박’의 삶도 빈칸의 법칙을 따른다. 성공한 한인 사업가였지만 부하와 아내를 살해하고 도주하는 중인 그는 모든 게 꽉 들어찬 삶을 살며 자신이 선 자리조차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가진 것이 모두 흩어지고, 텅빈 포춘쿠키 안을 확인한 후에야 ‘박은’ 유일한 선택지였던 죽음을 버려둔 채 다시 살아가기로 한다.

“아무 때나 터질 수 있다는 건가요? 물이?”
매끈한 이야기 속 응축된 우아한 에너지
마침내 폭발하는 문지혁이라는 특이점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인가, 독자에게 생소한 파문을 일으킨 장편소설 『초급 한국어』 이후, 문지혁의 소설은 자전적 세계관을 넓혀 이민자 소설의 방향으로 가지를 뻗는다. 창작 노트에서 작가는 “경계에 선, 혹은 경계를 넘어서는 사람들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밝히며, ‘국적 없음’의 세계에서 발현하는 소설의 힘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이 ‘국적 없음’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소설을 꼽자면 표제작 「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일 것이다. 『초급 한국어』의 등장인물인 ‘아야’와 ‘나(문지혁)’는 성수대교와 9·11, 동일본 대지진의 경험을 나누며 18세기 미국독립전쟁의 격전지인 조지 워싱턴 브리지를 건넌다. 하나의 장소에서 겹치는 다른 역사, 다른 사람, 다른 이야기는 어느새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익숙한 질문을 던지는데, 이 질문은 이 소설집이 고요하게 응축된 작가의 에너지를 분출하게 할 특이점이 되리라는 것을 조용히 짐작하게 한다.

추천평

딱히 팬데믹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삶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인생이 재난처럼 느껴지는 때가 찾아온다. 모두에게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몇몇에게는. 매일 일정 규모의 확진자가 반드시 나오는 것처럼.
“나는 항상 곡선으로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한 건축가가 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인생의 행로를 곡선으로만 생각한다. 삶의 길은 올라가다가도 다시 내려간다. 올라가던 선이 곡선으로 휘어지며 일순간 내려가는 순간, 그 인생의 주인공은 재난을 경험하게 된다. 그 이후의 삶은, 어떤 일이 한 번 일어나고 나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다.
문지혁의 문장들은 깔끔하고 우아하다. 10여 년 전에 어느 교실에서 우리는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그의 문장은 그랬다. 차체가 튼튼해 어떤 사람이라도 태울 수 있는 자동차 같은 문장이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들인가 싶어 먼저 읽었는데, 말했다시피 곡선의, 다이빙과도 같은 삶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물에 뛰어들 때는 입수 자세가 아주 중요하니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니까. 그래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깔끔하고 우아한, 그런 단편들이다.

- 김연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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