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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큰글자도서)

학벌주의와 부동산 신화가 만나는 곳

조장훈 | 사계절 | 2022년 04월 25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72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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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183*273*30mm
ISBN13 9791160949230
ISBN10 1160949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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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90년대 후반 논술 강사로 사교육계에 발을 들인 후 2020년까지 대치동에서 학원장으로 근무하며 논술·구술 강의와 입시 컨설팅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났다. 2020년 마지막 날을 끝으로 대치동과 학원 판을 떠났다. 현재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하는 영상 콘텐츠 제작사에서 기획 PD 겸 작가로 일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논술 강사로 사교육계에 발을 들인 후 2020년까지 대치동에서 학원장으로 근무하며 논술·구술 강의와 입시 컨설팅으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났다. 2020년 마지막 날을 끝으로 대치동과 학원 판을 떠났다. 현재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하는 영상 콘텐츠 제작사에서 기획 PD 겸 작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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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대치동 변화의 주역, 상담실장」중에서

출판사 리뷰

학벌 자원을 획득하려는 치열한 경쟁과
부동산 시세 차익을 향한 분주한 이동이 만나는 곳
입시 전문가가 내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치동 학원가에 관한 인류학적 탐사기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열기가 내내 사그라지지 않는 두 가지 이슈가 있다면 바로 대학 입시와 부동산이다. 수능 점수와 출신 대학이 평생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취업과 승진, 소득은 물론 한 사람의 모든 가능성을 한정 짓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대학 입시에 경쟁적으로 매달린다. 최고의 강사진과 수준별 입시 전략을 갖춘 사교육 시장에 비싼 값을 치르고, 불법과 탈법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스펙을 쌓는다. 동료를 밟고 올라서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고, 수능 문제 하나에 온 사회가 달려들어 말을 보탠다.

이 뜨거운 열기가 모이는 곳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자녀의 입시를 위해 이주를 감행한 사람들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는다. 대학 입시와 부동산이 긴밀하게 결합해 전국의 가정, 학교와 학원, 부동산 시장을 요동치게 하는 이곳은 바로 대치동이다. 그 복판에 이 거대한 구조를 움직이는 동력인 학원가가 있다.

1990년대 후반 논술 강사에서 시작해 2020년까지 대치동 학원가에서 입시 상담가와 학원장으로 일한 저자는 한국의 대학 입시는 새로운 사회 구성원을 맞이하는 통과의례도, 학업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관문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다는 아주 이른 시기부터 개인의 삶을 통제하고, 나아가 사회를 자격이 있는 자와 없는 자, 승자와 패자로 경계 지어 불평등과 차별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카지노라고 말한다. 당장 입시와 관련이 없는 사람도 그 안팎을 살펴야 하는 이유다.

이쯤 되면 한국의 대학 입시란 사회과학적 탐구의 대상이어야 한다. 어쩌다 보니 나는 생애의 상당한 시간을 대학 입시의 최전선에서 보냈다. 학부 시절 전공인 인류학적 관점에서 보면 의도치 않게 꽤 오랜 기간 현지 조사fieldwork를 수행한 셈이다.

탐구자의 견지에서 볼 때, 대한민국 사교육 현장을 대표하는 공간인 대치동은 한국인의 내밀한 욕망의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만화경 같은 곳이다. …… 참가자 스스로 절벽에 선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불평등과 차별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거대한 카지노. 이런 대학 입시를 통과의례라 부르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 대학 입시를 거치며 사회 구성원들은 승자와 패자로, 상층과 하층으로, 가능한 자와 불가능한 자로 양분된다. 대학 입시는 사회를 뚜렷하게 경계 짓고 있다. 분리와 차별이 시작되는 지점은 사회가 해체되는 지점일 수는 있어도 (재)구성되는 곳일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이 선 벼랑 앞에 그간 성인식으로 여겨졌던 대학 입시라는 통과의례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13~35쪽

이 책은 대치동 학원가를 내부자의 관점에서, 사회과학적 시선으로 면밀히 들여다본 첫 번째 기록이다. 저자는 자신이 이 ‘욕망의 아수라장’의 일부였던 만큼 어떤 입장에 서서 누군가를 비판하기보다는 제도와 정책이 개인의 욕망과 사회 구조, 시장의 논리와 언론의 호도 속에서 본래의 취지를 상실하고 기존의 모순과 불합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좌초해가는 모습을 담았다. 특히나 학부모와 학생, 교사, 학원 운영진, 여러 층위의 강사들 등 거의 모든 행위자와 접촉할 수 있었던 학원장이라는 위치는 독자를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사교육 시장 가장 깊숙한 곳까지 데려간다.

이 책은 학벌주의의 폐해가 점차 극명해지고 있는 시점에 그 차별과 불평등의 구조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사교육 시장의 자리에서 교육과 대학 입시, 아울러 이와 떼어놓을 수 없는 부동산 문제까지를 종합적으로 바라볼 기회가 될 것이다.

“수능은 이미 사교육에 분석당하고 점령당한 시험이다”
계급 간 힘겨루기의 산물, 대학 입시 제도의 변천사


대치동이 지금의 대치동이 된 데에는 대학 입시 제도의 거듭된 변화, 그중에서도 한국 대학 입시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시험인 대학수학능력시험(약칭 수능)의 퇴행이 큰 영향을 미쳤다. 수능은 본래 학력고사가 초래한 암기 위주의 교육과 획일적 서열화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별 본고사의 부활을 전제로 도입된 자격고사였다. 그러나 대중의 반감으로 본고사는 실시 3년 만에 폐지되었고, 수능은 애초의 취지와 달리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식 확인형 시험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었다. 학부모의 요구, 대학의 입장, 사교육 업체의 영향력 속에서 조금씩 수선되어온 수능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내놓지 못하고, 사교육 접근성에 좌지우지되는 시험이 되었다.

사교육 업체들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실시간으로 수집, 분석하여 수많은 유사 문제를 만들어낸다. 평가원의 출제 역량은 사교육의 손바닥을 벗어나기 어렵다. …… 수능은 이미 사교육에 분석당하고 점령당한 시험이다. …… 그 수선의 과정은 교육열에 휩싸인 학부모들의 통합될 수 없는 욕망으로 인해 눈치 보기의 연속이었고, 사교육의 막대한 영향력에 짓눌려 새로운 교육에 대한 상상력을 잃어버린 퇴행의 시간이었다. 눈칫밥으로 얼기설기 꿰어놓은 누더기 수능은 우리의 대입 제도와 교육 현실의 거울이자 부산물이다. 사람들은 곧 서른을 맞는 이 거적때기 같은 수능에 불안을 느낀다. 이제 수능은 변화를 요구받는 낡은 시험이 되었다. -53~55쪽

본고사가 폐지된 상황에서 대학별 고사의 역할을 하며 급부상한 논술전형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교육 확대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얻고 폐지 및 축소의 수순을 밟는다. 이명박 정부는 논술을 축소하고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대학들에 거액의 지원금을 주며 2008학년도에 입학사정관제를 본격 도입한다. 입학사정관제는 수능 점수로만 줄 세우지 않고 다양한 재능과 적성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좋은 취지로 도입되었으나 학생부를 채울 ‘스펙’을 만드는 일에 학교와 학원, 학부모들이 전부 달려들면서 경제 및 문화 자본을 가진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간의 간격을 크게 벌렸다. 이 전형은 정부의 지지층인 유산 계급과 엘리트 계층에게 유리한 제도였던 것이다.

입학사정관제는 대중의 분노를 샀고, 2015학년도에 그 문제점을 보완한 학생부종합전형(약칭 학종)이 도입되었으나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학교는 일종의 ‘브로커’가 되어 전문직에 종사하는 학부모들을 통해 학생들의 비교과 활동을 주선했고, 사교육 업체들은 학생부에 기록 가능한 활동을 찾아 제안하는 입시 컨설팅 시장을 열었다.

이 구조에 들어갈 수 없는 학생들은 상위권 학생의 들러리 역할을 하며 차별과 불평등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야 했다. 저자는 학종은 그 도입 취지와 달리 계급 격차와 불평등을 학교 안으로 들여왔다며 입시에서 일정 비율 이상 증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어떤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한국 사회의 학벌주의가 수그러들지 않는 한 계급 간 힘겨루기 속에서 제도는 모순을 드러내고 수선을 거치다 파행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최근의 능력주의 비판 논의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성찰적 시각을 제공하고 있으나, 이런 현실을 정면으로 겨냥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 사회에서 학벌이 취업과 승진, 명예와 명성의 취득 기회를 높이는 이유는 학벌이 능력을 보증해주기 때문이 아니라, 학벌이 우생학적 결정론과 연고주의에 기반하여 작동하는 거대한 편견과 차별의 카르텔이기 때문이다. 좋은 머리를 타고난 자가 공부도 잘하고, 상황 파악도 잘하고, 업무도 잘할 거라는 인간에 대한 이 고정된 편견은 일종의 우생학이다. 인간을 생물학적으로 이미 결정된 존재로 보는 뿌리 깊은 편견에 기초하여 한 번의 시험 결과를 낙인처럼 모두의 이마에 새겨 보존하는 것이 학벌주의다. …… 학벌은 능력(학력)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이용된 장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능력주의의 정반대편에서 인지적 편견에 기초한 집단주의적 차별이 문화적 악습으로 뿌리내린 결과일 뿐이다. ……

따라서 서구의 능력주의 비판 담론으로 학벌주의를 비판하고자 할 때 현실적 간극이 발생한다. 우리 사회는 신입생과 신입사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능력주의를 제대로 실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전근대적이고 연고주의적인 편견을 넘어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 반수를 하고, 재수를 하고, 삼수를 해서라도 다시 명문대에 도전하려는 이유는 능력주의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이 사회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학벌만 한 영향력을 가진 스펙을 만들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117~119쪽

대치동 특유의 효율성과 전문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수요자와 공급자를 넘나드는 대치동 학원가 생태계


이 책의 가장 독보적인 부분은 대치동이 사교육 1번지가 된 역사적 과정부터 그 내부의 행위자들이 각자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긴밀하게 공생하는 학원가 생태계를 밀도 있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1970~1980년대 내내 계속된 명문 고교의 강남 이전과 1980년에 시행된 완전 학군제의 결과 강남 지역으로 대규모 인구가 몰려들었다. 이들 가운데 학벌의 효용을 직접 경험한 고학력 고소득층의 주도로 임대료가 저렴한 작은 평수의 상가에 소규모 교습소들이 들어섰고, 이 교습소들은 1990년대 초 학원 수강이 자율화된 이후 학원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애초부터 소규모와 높은 밀집도를 특징으로 하던 대치동 학원가는 이후 수능 도입, 논술의 부상, 입학사정관제와 학종으로 이어지는 대학 입시 제도의 격변 속에서 어떤 유형의 문제나 전형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춰나갔다. 그러는 가운데 집값은 100배에서 190배까지 올랐고, 이제 대치동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학벌을 바라는 것인지 부동산 신화를 기대하는 것인지를 구분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게 되었다.

저자는 대치동 사교육 생태계의 특징으로 수요자와 공급자의 경계가 자주 허물어지고, 각 행위자들이 급변하는 제도와 시장 상황에 따라 새로운 정체성으로 옷을 갈아입는 일이 끊임없이 벌어진다는 점을 꼽는다. 자녀의 명문대 합격을 계기로, 대치동 카페에 모여앉아 입시 정보를 나누는 ‘카페맘’ 사이에서 영향력을 갖게 된 이른바 돼지엄마가 대표적인 사례다. 돼지엄마는 학부모 커뮤니티와 학원 운영진 사이를 오가며 학생 그룹을 만들고, 강의를 주선하는 등 학원가에서 막강한 권력을 형성했다. 이후 입시 제도가 복잡해지며 그 가운데 상당수는 영향력을 잃었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학원 영업 조직으로 흡수되거나 직접 학원을 차려 컨설턴트로 활동한다.

대치동 학원가에는 그 밖에도 다양한 처지의 학부모들이 오가는데, 저자는 학원가에서 쓰이는 은어를 빌려 이들을 대원족(고소득층, 전문직 출신의 대치동 원주민), 연어족(도곡동, 한티역 일대의 재건축한 아파트로 회귀한 대원족의 자녀 세대), 대전족(대치동 전세 전입자들), 원정족(대치동 외부에 거주하며 주말마다 대치동 학원가로 오는 사람들)으로 나누고 각각의 특성과 고충을 신중하게 묘사한다.

다른 한편에는 학원가 사람들이 있다. 학원장은 입시 설명회와 여러 상담 공간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만나며 교육과 입시에 대해 발언하고, 교육 소비자들이 선택할 전략을 제시하며, 사교육 비즈니스의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이들의 발화가 대치동 카페맘 사이에 떠도는 정보의 원천이 되는 것은 물론 전국의 학교와 학원, 정부의 입시 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담론의 권력 구조 안에 있다고 분석한다. 이어서 이른바 1타 강사를 비롯해 대형 학원의 스타 강사, 쇼비즈니스 마케팅 방식으로 육성되는 아이돌 강사, 1타 강사를 꿈꾸며 수많은 강의를 소화하는 개인 사업자 강사 등 여러 유형의 강사를 소개하고, 이들과 학부모 커뮤니티를 연결하며 나름대로의 입지를 확보해 이후 입시 카페 컨설턴트로 변신한 상담실장들의 남다른 행보를 보여준다.

저자가 이렇게 각 행위자의 면면을 묘사하며 ‘사람들’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 각자가 치열하게 자기 욕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대치동 특유의 효율성과 전문성이 만들어졌고, 다른 한편으로 과도한 교육열과 사회적 자원의 불평등한 분배라는 폐해도 낳았기 때문이다. 이 구조를 적나라하게 들여다본 후에야 개인의 욕망과 시장의 효율성을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좀 더 양질의, 다양한 교육 자원을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으리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정시 확대와 입시 단순화는 퇴행이다”
사교육의 자리에서 제안하는 대학 입시와 교육의 미래


한국 사회는 오랜 기간 사교육을 사회악으로 상정하고 국가의 개입을 통해 축소하거나 금지하는 방향으로 관리해왔다. 교육 당국이나 언론에서는 사교육을 공교육 몰락의 주범, 교육 불평등의 원인으로 꼽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사교육과 공교육을 대립 관계로 보아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며, 이런 문제들은 학벌주의라는 사회적 모순의 결과임을 정확히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학벌의 영향력을 점차 강화해가는 사회는 내버려둔 채 사교육만 내리눌러서는 공교육이 살아날 리도 없고, 오히려 은밀한 곳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사교육만 양산할 뿐이라는 것이다.

공교육은 애초의 목적인 일정 정도의 지성과 사회 참여 의지를 가진 시민을 육성하는 일에 주력하면서, 입시나 진로와 관련된 부분에는 사교육의 효율적인 상담과 진학 지도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것이 저자의 제안이다. 학교가 신뢰를 잃은 것은 복잡한 입시 제도를 이해하고 판단하는 일을 학부모가 떠맡게 되어 결국 사교육 시장을 배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일을 감당할 인력을 공교육에서 충분히 확보한다면 지금처럼 다수의 학생이 들러리가 되는 구조가 아니라,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알맞은 진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 정책의 목표가 양질의 교육 서비스의 사적 거래를 막는 일에 집중되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안정적인 교육 서비스의 공급을 늘리고, 공공의 차원에서 공급 가능한 대체재를 마련하여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사교육의 인적 자원을 공교육으로 흡수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교육 정책을 기획하고 입안하는 사람들이 공교육을 수호한다며 보이는 수세적 태도는 공교육을 지키기는커녕 살아 있는 시체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아무리 좋은 입시 제도를 만든다고 해도 그것을 운영하고 현장에 적용할 인적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거기서 비롯하는 책임이나 이익이 모두 사적 영역으로 이전된다. 공교육이 충실히 안내하지 못한 제도의 내용을 결국 사교육 시장이 분석하고 해킹하여 이윤 추구 상품으로 기획, 판매하게 될 것이다. 이 다양한 상품들 앞에서 각 가정이 떠안게 되는 피로감은 더 큰 사회적 박탈감을 낳을 것이다. -355~374쪽

저자는 공교육의 변화를 전제로 앞으로의 입시 제도는 좀 더 다양하져야 한다는 주장을 조심스럽게 펼친다. 문재인 정부가 고수하는 ‘수능 중심의 정시 확대’ 방향, 복잡한 제도에 피로감을 느낀 대중이 요구하는 ‘입시 단순화’는 명백한 퇴행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이 지금껏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21세기에 또다시 객관식 문제를 푸는 능력으로 줄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까?

다양한 재능과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길을 찾도록 관문 역할을 하는 것이 입시 제도가 해야 할 일 아닐까? 우리가 요구해야 할 것은 단순화가 아니라, 여러 갈래의 길 가운데 자신이 걸어갈 길을 택하는 일을 돕는 인력과 시스템이다. 저자는 공교육이 이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사교육의 경험을 적극 참고하기를 바란다.

이 책에서 서술한 바와 같은 입시 제도의 격변이 멈추고, 사교육 시장이 낳은 폐해가 줄어들고, 공교육의 부족한 부분이 채워진다면, 혹은 인구가 급격히 감소해 대입 경쟁이 완화된다면 우리는 대학 입시를 고통스럽게 통과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학벌에 의한 차별과 불평등이 줄어든 사회를 살아가게 될까? 저자는 여전히 그곳이 ‘갈 수 없는 나라’인 것만 같다며 솔직한 심경을 밝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록을 남기는 것은 현재의 불합리와 모순을 성찰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고민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자녀의 명문대 입학에 집착하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가 학벌주의의 폐해로 고통받았거나, 혹은 그것이 열어준 기회로 혜택을 입었기 때문은 아닐까? 내가 학력 차별을 받은 당사자였거나 혹은 학력 차별을 행하는 주체이기 때문은 아닐까? 내가 겪은 부당함이 자녀의 결핍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초조함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닐까? 학벌주의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이용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한,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오더라도 우리는 눈치조차 채지 못할 것이다. ……

정제되지 않은 개별적인 욕망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전혀 돌아보지 않은 채 제한 없이 추구된다면 우리의 삶은 아수라장이 된다. 우리가 그토록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다음 세대의 삶은 그 아수라장 속에서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얻고 희망의 노래조차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전체 풍경을 한 번쯤은 모두가 돌아보기를 바랐다. -408~409쪽

추천평

이 책은 무언가를 폭로하는 책이 아니다. 냉소적이지도 관조적이지도 않다. 자신이 분석하는 욕망과 일체가 되어 살았던 사람으로서, 그 욕망을 가볍게 비난해버리는 쉬운 방식을 택하지 않으려는 저자의 분투가 이 책에 녹아 있다. 저자는 대학 입시 제도가 한국 사회의 계급적 힘겨루기 속에서 계속 왜곡될 수밖에 없는 과정을 기록하고, 학벌과 부동산, 들쭉날쭉한 입시 제도가 맞물리며 어떻게 대치동이 사교육 1번지로 부상했는지를 기록한다. 그리고 대치동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욕망과 실존의 무게를 기록한다. 불행을 만들어낸 조건과 역사를 알아야 어떻게 다르게 꿈꾸는 게 가능한지 토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도와 공간과 사람들에 대한 충실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다.
- 장정아(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문화인류학자)

교육 문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에는 통합될 수 없는 저마다의 욕망이 가득하다. 이런 욕망을 인정하지 않으면 교육 문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이 책에서 저자는 사교육 시장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사람들의 욕망을 직시하되 거리를 두고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 본연의 목표를 거듭 되새긴다. 이런 점에서 그의 시선은 교육의 공적 가치라는 지점에 닿아 있다. 이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출발한 그와 내가 맞닿아 논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우리 사회의 대학 입시, 사교육 시장을 바로 알고 교육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려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 민정홍(EBS 「당신의 문해력」, 「다큐프라임-다시, 학교」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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