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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아진 | | 2022년 04월 20일 리뷰 총점9.6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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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380g | 135*200*20mm
ISBN13 9788982182990
ISBN10 8982182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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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06월 23일 ~ 9998년 12월 31일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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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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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 이미지 1

저자 소개 (1명)

1972년 경남 마산 출생, 1999년 [21세기 문학]에 중편 『차 마시는 시간을 위하여』로 등단했으며, 2020년에 『가벼운 인사』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소설집 『숨을 쉬다』 『그만, 뛰어내리다』 『여우』 장편소설 『어쩌면, 진심입니다』와 공저 『나를 안다고 하지 마세요』 『사람의 마음, 귀신의 마음』 『혼자, 괜찮아?』 등이 있다. 1972년 경남 마산 출생, 1999년 [21세기 문학]에 중편 『차 마시는 시간을 위하여』로 등단했으며, 2020년에 『가벼운 인사』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소설집 『숨을 쉬다』 『그만, 뛰어내리다』 『여우』 장편소설 『어쩌면, 진심입니다』와 공저 『나를 안다고 하지 마세요』 『사람의 마음, 귀신의 마음』 『혼자, 괜찮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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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만연해 있지만 진하지 않은, 얇디얇은 맛을 내는 저녁 한 끼였다.”(「다복한의원」) 한의원 원장 한용수와 간호조무사 규리가 두 달 만에 ‘밥 한 끼’의 예전 루틴을 회복한 날, 두 사람이 함께한 저녁의 풍경을 소설은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 미묘한 묘사가 식탁 위에 놓인 음식의 맛만을 향해 있지 않다는 것은 알아채기 어렵지 않다. 그것은 지금 마주 앉은 두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공기와 분위기를 품으면서 이들의 관계가 지나가고 있는 시간을 드러내려고 한다. 한동네에서 자라며 세 살 위 한용수를 ‘성당 오빠’로 알게 된 이래로 규리 쪽에서 특별한 감정을 가진 적도 없고, 기러기 아빠 신세인 한용수 역시 고지식할 정도로 한의사 직분에 충실하고 자신의 일상에 흐트러짐이 없는 사람이다. 소설은 서른셋의 규리가 독립하라는 어머니의 요구에 타협하는 방법으로 한용수의 한의원에 취직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데, 규리로서는 한동네에 붙박이로 살며 알아온 이웃들을 직장인 한의원에서 매일 만나는 일은 생각 이상으로 곤혹스럽다. 그 불편함의 꼭대기에 한용수와의 관계가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쩌다 일주일에 두어 번 함께하게 된 저녁 식사 자리는 의외로 편한 시간이 된다. ‘얇디얇은 맛’은 그 몇 달간의 저녁 시간에 뭔지 모를 감정적 불편함이 끼어든 뒤 규리가 한동안 한용수를 피하다가 먼저 밥 한 끼를 청하면서 다시 이루어진 저녁의 풍경에 찾아온 맛이다. 소설가 심아진은 초점화자 규리의 감정의 항해에 인물 스스로도 잘 의식하지 못하는 칸막이를 놓는 방식으로 서사의 표면을 얇게 마름질한다. 딱 그만큼 규리의 입장에서는 스스로에게 부여된 자기 탐색의 지위에 부지런한데도 진술의 여백이 마련되고 의미의 아이러니가 생성된다. 드러나는 것과 감추어지는 것 사이의 밀도 높은 줄다리기는 화자 장치의 독특한 활용과 함께 심아진 소설을 읽는 큰 즐거움인데, 「다복한의원」에서 초점화자 규리의 마음과 감정의 항로를 표면적 진술 너머에서 따라가는 재미는 상당하다.
‘진하지 않은, 얇디얇은 맛’의 특별한 울림은 한 편의 작품에 국한되기보다 심아진 소설 전체에 대해서도 알려주는 바가 있는 것 같다. 심아진 소설은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발굴이나 조형에서 극단이나 과잉을 통한 극적 강렬화의 유혹으로부터 거리를 둔다. 상상력의 창의나 서사의 다채로운 개척, 인간 심리와 감정의 추적에서 정교한 능력을 보여주는 한편으로, 세태나 인간사의 정직한 관찰의 자리를 균형감 있게 지켜낸다. 한 편의 소설이 두텁고 깊이 있는 세계 이해를 보여주는 일은 세상을 그것이 드러나 있는 표면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안간힘과 상충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피상(皮相)과 표면이 다일 수 있다. 소설은 ‘마치 ?인 것처럼’ 전지적 시점을 참칭하고 인간의 마음속으로도 들어가지만 소설 밖으로 나오는 순간, 우리는 그런 일이 도무지 쉽지 않다는 것을 곧장 확인한다. 소설의 능력은 인간 한계의 대가거나 보상일 수 있다. 이 점을 의식하는 소설가라면, 피상과 표면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진하지 않은, 얇디얇은 맛’은 심아진 소설이 그렇게 세상의 표면을 사랑하는 방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심아진 소설은 인간의 풍경이 대개는 저 ‘진하지 않은, 얇디얇은 맛’의 저녁 식탁에서 멈춘다는 사실을 안다. 그리고 그 맛은 진하고 깊지 못해서 금세 휘발되겠지만 그 얇디얇은 맛으로 세상의 하루가 겨우 저녁의 평온을 얻고 내일을 기약한다는 것을 안다. 심아진의 소설에는 얇음을 껴안는 성숙의 시선과 절제의 언어가 있다.
심아진의 이번 소설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화자(서술자) 장치의 특별한 설정이다. 전체 일곱 편 수록작 가운데 세 편의 작품에서 화자 장치를 낯설게 만드는 기법을 쓰고 있는데, 그 효과는 소설의 주제적 측면과도 긴밀히 연동되면서 자못 흥미로운 소설적 성취에 이르고 있는 듯하다. 「언니」의 일인칭 화자 ‘나’는, ‘정무운’이라는 남성에 대한 관심 때문에 갑자기 분식집을 차린 ‘언니’를 돕게 된 인물로 두 사람은 쌍둥이 자매다. 두 자매 이야기로 진행되던 소설은 후반부에 ‘막내’가 등장하면서 세 자매 이야기로 확장되는데, 막내는 아버지가 다른 “씨 다른 동생”이다. 소설의 중심인 ‘나’, ‘언니’, ‘막내’의 세 자매는 ‘정무운’과 함께 살아 있는 소설의 인물로 받아들이기에 그다지 무리가 없다. 그런데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상한 세부들이 눈에 잡힌다. 소설은 ‘개업’ ‘정무운’ ‘나’ ‘언니’ ‘막내’ ‘전략’ ‘전술’의 소제목을 단 이야기 마디로 나뉘어 있는데, ‘나’의 마디 서두에는 “오늘 아침 정무운에게는 좋은 일이 잇따라 생긴다. 기저귀를 갈 때마다 정무운을 할퀴곤 하는 어머니가 얌전하게 다리를 내맡긴다”는 서술이 나오고 계속해서 정무운의 하루 동선에서 생겨나는 좋은 일들을 알려준다. 정무운과 계속 함께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일인칭 화자 ‘나’는 정무운에게 생겨나는 일들을 어떻게 속속들이 알 수 있는 것일까.
‘나’와 언니는 정무운과 접촉하기 위해 그가 근무하는 사무실 근처에 분식집을 개업한 뒤 김밥을 말고 라면을 파는 ‘현실’의 인간이면서 동시에 인간사를 어느 정도 관장하는 ‘신’의 자리도 겸하고 있는 것 같다. 정무운이 앉을 마을버스 좌석에 당첨 복권을 둔다거나 오만 원권 지폐가 가득 든 가방을 눈에 띄게 정무운이 지나는 벤치 위에 놓는 일은 사람의 영역에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언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의 작전이 먹히지 않자 언니는 정무운을 괴롭히는 수들을 쓰는 게 다를 뿐이다. “반면에 언니는 한강을 가로지르는 대교 하나쯤 부러뜨리고 싶은 듯한 표정이다(언니는 이미 하나를 부러뜨린 일이 있다).” 이 대목에서 무너진 성수대교를 떠올리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우리는 그리스 신화의 ‘운명의 여신’이 클로토, 라키시스, 아트로포스의 세 자매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운명의 여신들은 인간의 생명을 관장하는바, 클로토가 생명의 실을 잣고 라키시스가 실을 감으며 아트로포스가 실을 끊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정무운이 근무하는 업체의 이름이 ‘델포이’로, 아폴론의 신전이 있던 고대 도시에서 따왔다. 작가는 이야기가 두 개의 레이어를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곳곳에서 암시하고 있다.
화자 장치에 대한 작가의 특별한 관심은 「신의 한 수」와 「우는 남자」에도 인상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신의 한 수」와 「우는 남자」 역시 「언니」와 마찬가지로 ‘나’를 내세운 일인칭 소설인데, 구체적 양상은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나’의 존재를 서사의 표면에서 숨기면서 소설을 진행한다.

내가 보기에 예지는 서투르다. 순남 여사 역시, 거사 전날 들키고 마는 도둑만큼은 아니어도 예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그들이 서투르다고 해서, 내가 서투르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53면)

「신의 한 수」의 서두다. 예지와 순남 여사의 이야기를 이런저런 논평을 섞어 우리에게 들려주는 ‘나’의 정체는 소설을 한참 읽어나가도 오리무중이다. “내가 서투르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에서 ‘나’를 서사 밖의 어떤 존재로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나’의 화자 위치는 일종의 액자 바깥에 놓여 있으며, 실제로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예지를 초점화자로 해서 진행된다. 게다가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우리는 계속 예지의 진술이나 판단이 그다지 신뢰할 만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작가는 ‘나’라는 일인칭 화자를 매개로 예지를 이른바 ‘신뢰할 수 없는 화자’로 만들면서 소설에 이중의 미궁을 설치하고 서사의 긴장을 높인다. ‘나’의 정체도 결국은 모습을 드러내는데, 제목에 표현된 대로 ‘신’이다. 그러나 「언니」의 자매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는 그다지 전능한 존재는 아닌 듯하다. ‘나’는 예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에서만 얼마큼 힘을 발휘할 뿐, 인간의 서사에 개입할 의사나 능력은 없어 보인다. “인간들이 내게 본받을 게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으므로 내가 그들을 본받을 작정이다. (……) 사실 인간은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거울이다. 언제나 그래왔다.” 그러니 나름 냉정한 현실 인식도 갖고 있다(사실은 소설 역시 ‘서투른’ 인간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고, 인간을 닮으려고 할 뿐이다. 소설의 최고 목표는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리라). 다만 ‘한 수’를 선보이며 소설을 끝맺는데, 그 ‘한 수’가 자못 야릇하고 기이하다. 옥탑방의 노인은 순남 여사에게 받은 푸짐한 족발을 안주로 기분 좋게 취한 뒤, 개에게도 살이 제법 붙은 뼈를 맛볼 기회를 준다. 그러고는 옥탑방 문을 닫고 잠자리에 드는데, 문틈에 작은 족발 하나가 걸린 걸 알지 못한다. 개는 밤새 열린 문으로 옥탑방을 드나들며 잠든 주인 옆에서 족발을 물어 내와 마음껏 포식한다. 그러니까 문틈에 걸린 작은 족발이 ‘나’가 준비해둔 ‘한 수’인 셈이다. 그런데 이어지는 대목을 보라.

다음 날 평년 대비 십 도나 기온이 뚝 떨어져 상수도관이 터지는 등 각종 사고가 잇달았다는 뉴스가 나올 무렵, 문이 활짝 열린 노인의 옥탑방도 공평한 아침을 맞는다. (……) 예지와 의자를 놓고 올라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순남 여사의 눈에 건너편에 열린 문은 그다지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노인이 가끔 문을 모두 열고 환기나 청소를 하기도 하니까.(85면)

밤새 문이 열려 있었다면, 갑작스런 한파에 노인은 무탈한 것일까? 당연히 솟구치는 의문인데, 소설은 시침을 떼고 말이 없다. 새 아침을 맞은 예지와 순남 여사의 평온하고 밝은 모습을 후일담처럼 덧붙이며 소설은 끝나고 있다. ‘신의 한 수’는 결국 인간의 행복을 시기하고 인간사의 평정을 흩뜨리는 짓궂고 고약한 틈입일 뿐인가. 이것은 혹 심아진 소설의 비극적 세계 인식의 누설은 아닐까. 답을 알 수 없는 대로 소설은 마지막 지점에서 이상한 기운을 불러들이고 있다. 마지막 문장은 다시 한번, 어두운 쪽으로 이 소설을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뭐가 그리 아쉽고 원통한지 쉽게 떠나지 못하는 손돌바람만이 오래 열려 있는 옥상 문을 쿵, 한번 소리 나게 친다.”
이쯤에서 다시 한번 물어볼 만한 것 같다. 심아진은 왜 화자 장치를 낯설게 만들면서 소설에 초월적인 시선을 계속 도입하려 하는 것일까. 소설의 시점 혹은 화자가 하나의 관습이라는 점을 환기하는 것은 소설의 역능에 대한 겸허한 자기 검토일 수 있겠다. 동시에 심아진 소설은 초월적인 시선의 존재를 통해 삶의 불가지성이나 불확정성을 안타깝게 환기하고 있는 것도 같다. 「언니」에서 그 존재들이 전능하기보다는 인간적인 욕망의 혼돈 안에 있고, 「신의 한 수」의 마지막 장면이 알 수 없는 어두움을 포함하며 멈추는 것은 그래서일 테다.
「우는 남자」를 보자. ‘나’는 소설 속 ‘호야’의 연인으로서 죽은 자의 시선임이 드러나는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호야의 슬픔과 사랑을 얻는 데 실패한 ‘오 대리’의 아픔을 함께 껴안으려는 불가능한 자리를 표상한다. 이 작품에서도 서사의 경계에 죽은 자의 시선을 놓은 뒤 진술의 아이러니를 최대한 활용하는 작가의 능란한 손길은 소설 읽는 재미를 한껏 선사한다. 죽은 자인 ‘나’를 내세운 소설의 화술은 거의 솔기를 드러내지 않고 이야기의 안팎을 넘나들지만 움직임이 멈추어야 하는 자리 또한 정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심아진이 생각하는 소설의 기술 혹은 미학의 한계이자, 삶의 어쩌지 못할 순간에 대한 겸허한 승인처럼 보인다. 호야와 오 대리가 뒤엉켜 있는 소설의 마지막이 특별히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우는 남자」는 초월적 시선을 향한 심아진 소설의 탐구가 성숙한 인간 이해의 도정임을 분명히 한다.
심아진 소설에서 적확한 비유의 언어들은 인물의 생각과 시선에 머문 뒤 작가의 언어로 회귀한 궤적을 풍성하게 포함한다. 치밀한 소설적 짜임새와 함께 작품마다 넓은 변화의 진폭을 보여주는 문체와 화법은 말의 바른 의미에서 심아진 소설을 ‘스타일리스트’의 그것이 되게 한다.
심아진 소설은 밀도 높은 우회와 지연의 서사, 작은 언어들의 수사학 안에서 ‘클리나멘(원자들의 우연한 충돌이 빚어내는 빗겨감 혹은 벗어남)’의 운동이 일으키는 세계의 생성과 변화를 기다리고 응시한다. 그렇게 해서 ‘만연해 있지만 진하지 않은, 얇디얇은’ 세상의 맛과 풍경을 드러내려 한다. 그것은 세상의 표면,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얇음에 대한 심아진 소설의 사랑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의 말

세상이 물리법칙이나 신의 뜻에 의해 굴러가기보다 이야기에 의해 굴러간다고 믿는 편이다. 화가나 음악가가 그림이나 음악을 세상의 정수요 영혼이라 여기기도 하는 것처럼 소설가인 나는 이야기 추종자다. 탄성을 지닌 이야기가 아니고서는 종횡무진, 자유로운 우주 삼라만상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리라 여긴다. 다소 편협한 내 믿음이 어떤 근거로 시작되었는지 알지 못하나, 이야기가 내 삶의 알토란 같은 핵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원고를 갈무리하면서 카프카의 소설 「단식 광대」가 떠올랐다. 단식 광대만큼의 명성을 얻은 적도 없거니와 감히 그처럼 절절하다고도 말할 수 없으나 오롯이 공감하는 한 구절이 있다. “왜냐하면 저는 단식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저는 그렇게밖에는 달리 하는 수가 없습니다.”
정말이지 소설을 쓰지 않고는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다.

보지 않아도 내 볼이 발그레한 걸 알겠다. 나를 사로잡은 게 하필 이야기여서, 사로잡힌 게 하필 나여서 감사할 따름이다.

추천평

소설을 읽는 재미가 다만 줄거리를 따라가는 데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때론 단어와 문장, 자간과 여백이 직조하는 특유의 활력과 리듬을 발견하는 게 훨씬 큰 기쁨을 주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 소설 속 인물들은 작가의 생동하는 어휘 안에서 호쾌하게 웃고, 바보처럼 운다. 어리숙하고 나약하며 매 순간 위선과 위악을 넘나드는 이들을 미워할 수 없는 건, 이 모두를 힘껏 껴안는 작가의 사려 깊고 활기 넘치는 언어 덕분일 것이다.

- 김혜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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