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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 창비 | 2022년 04월 08일 리뷰 총점9.3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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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일 2022년 04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86g | 125*200*9mm
ISBN13 9788936424749
ISBN10 893642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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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1명)

199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6년 [현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와 소설 등을 쓴다. 시집 『양방향』, 『세 개 이상의 모형』, 공저 『셋 이상이 모여』 이 있다.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똑똑똑, 한 남자가 다가와 당신의 방문을 두드린다. 전부 제자리에 넣어두고 오거라. 잘 시간이다. 199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6년 [현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와 소설 등을 쓴다. 시집 『양방향』, 『세 개 이상의 모형』, 공저 『셋 이상이 모여』 이 있다.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똑똑똑, 한 남자가 다가와 당신의 방문을 두드린다. 전부 제자리에 넣어두고 오거라. 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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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아주 화가 났지만 괜찮았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그건 내 꿈이었고 나는 나의 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하나의 부로 구성된 일흔네편의 시는 ‘별세계’의 설계 도면인 동시에 건축물 그 자체이다. 김유림은 글자를 사물로 인지하고 마치 벽돌처럼 쌓아올림으로써 독자가 ‘별세계’를 직접 보고 느끼도록 한다. 의도적으로 정확한 어법과 지칭을 피하거나 그 중간을 택한다. 다단으로 시의 공간을 자르고 글자와 글자 사이를 더 멀리 혹은 가까이 띄어 놓는다. 독자는 이 글자들을, 정밀한 설계 아래 배치된 시들을 피해갈 수 없다. 시를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현실의 사물로 인지하게 된다.
우리는 시로 지어진 이 건축물들을 오가며 독특한 반복과 변주를 경험한다. 동일한 제목을 하고 두편씩 나란히 배치된 시들을 읽으며 서로 다른 현재가 제각기 미래나 과거와 관계없이 반복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어떤 시에서는 다른 시 혹은 전작과 연결된 통로를 발견하기도 한다. 와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오후의 풍경에 들어서거나, 방금 지나쳤던 그 나무를 다시 지나쳐 걸어가고 있는 기시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에도 불구하고 이 시집에서는 어떠한 문장도, 시간도 동일하지 않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카페가 그 카페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닐지도”(「그 카페로 다시」) 모른다. 이 ‘별세계’의 서로 닮은 듯 다른 이쪽과 저쪽은 모두 제각기 분명한 “사실”이며, 김유림의 시공간은 “과거 현재 미래가 아니고 현재, 현재, 현재”(황인숙 추천사)다. 독자는 김유림이 설계한 이 시의 도면 속에서 이리저리 오가다가 자신에게 “사실”이란 무엇일지 떠올리며 각자가 알고 있던 세계에서 잠깐 빠져나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가 아는 우리를 정확하게 피해가는 경로

『별세계』의 도면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중심은 ‘나’, ‘우리’, 그리고 ‘김유림’이다. 전작에서부터 ‘나’와는 구별되는 등장인물로서의 ‘김유림’을 시에 등장시켜 주체와 화자에 대해 새롭게 탐구해왔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세밀하게 이들의 관계를 그려낸다. 시인은 ‘김유림’을 통해 ‘나’를 다시 쓰고 새롭게 바라보고자 한다. 시에서 ‘나’를 화자로 삼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그는 ‘나’에게만 기대지 않는다. “나는 우리가 우리라는 걸 알았다. 건널목은 좁고 그대로. 변한 게 없다.”(「복수는 나의 것」)라고 적는 ‘나’를 그대로 설계 도면에 넣는다. 여기에는 ‘나’ 혹은 ‘우리’의 한계에 대한 연민도 현실에 대한 익숙한 비관도 없다.
김유림의 시에서 ‘나’는 복수의 가능성이면서, 그 가능성들이 귀결되는 하나의 사실이다. 그럴 때 시 속의 ‘김유림’은 시인 자신보다 많은 현실을 지니고 있고, 시 또한 시인보다 많은 사실을 알고 있다. 김유림은 어설픈 들뜸이나 현실과 유리된 달관 없이 아주 평범한 사실을 쌓아올림으로써 시를 통해서만 가능한 자유를 건축한다. 김유림이 그려놓은 도면 속에서 우리는 우리를 자연스럽게 지나친다. 우리가 “가고 싶어 하는 곳으로 갈 수도 있고, 가지 않을 수도 있”(「도서관」)는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본다. 김유림의 시는 “아름다움을 넘어”(시인의 말) 시작되는 자유를 우리에게 건넨다.

시인의 말
내게 문 열기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문 열기가 가장 재미있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 열기라는 두 단어가 눈이라는 연약한 기관을
위한 촉각物을 만드는 데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내게 글 쓰기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글 쓰기가 가장 재미있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 쓰기라는 두 단어가 눈이라는 연약한 기관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연약한 기관을 위한 아무것도 안 하기.

너무나도 연약한 인간을 위한 아무것도 안 하기.

나는 시간이라는 족쇄에 얽매여 있는 새의 주홍색 살갗을 보았다. 나를 거짓말쟁이라고 해도 좋다.

(…)

나의 한자 이름은 金踰琳이다. 아름다움을 넘어선다, 는 뜻이다. 존 케이지는 ‘아름다움이 끝나는 곳에서 예술이 시작된다’는 식의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이 사실을 모른 채, 2022년, 踰琳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이것이 별세계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나도 모른다.

당신이 이 시집을 읽다 보면, 어떤 문형門形이 눈에 띌지도 모른다. 그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2022년 4월
김유림

추천평

“갑자기 스님이 나타나 원경을 이렇게 저렇게 오고 가더니 경내에서 사라진다.”(「미묘한 균형 미묘한 불균형」). 김유림 시는 시종 웃긴다. 재미있다. 어조랄까, 어투랄까. 흔들흔들 어법이 미묘하게 사랑스럽다. 사진기를 부러 흔들면서 찍은 사진 같다. 피사체는 유령이고 바람이고 멍하니 떠 있거나 흩어지는 구름. 그런데 김유림에게는 그게 ‘사실이다’. ‘사실’은 뭘까? 눈을 떼지 못하고 보게 된다. 고양이가 내게 뭐라고 야옹야옹한다. “미안해. 네 말 못 알아들어서.” 고양이도 내 말을 못 알아듣는다. 그래도 알 것 같은 좋은 시간이다. 사연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김유림 시의 시공간은 과거 현재 미래가 아니고 현재, 현재, 현재다. 현재라는 갯벌에 밀물 들고 썰물 지는 김유림의 시공간에 몸을 담가본다. 그 순수함이 음악 같다. 몽롱하고, 구슬픈 듯도 한 음률이다. 김유림을 몽유시인이라고 부르고 싶다. 그가 시에도 썼듯이, 잠에서 깨면 그 잠의 꿈으로 돌아갈 길이 끊긴다. 닫힌 공간 앞에서 소용돌이치는 시간, 혹은 갇힌 시간 속에서 요동치는 공간을 김유림은 세밀하게도 그린다. 세밀하게 정확히 기록하자니 김유림은 이랬다저랬다 한다.
- 황인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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