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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 고래

[ 전2권 ]
천명관, 김언수 | 문학동네 | 2016년 08월 25일 리뷰 총점8.9 정보 더 보기/감추기
내용
4.5점
편집/디자인
4.4점
회원리뷰(27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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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8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596쪽 | 674g | 145*210*3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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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

    고래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저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24일

    13,500(10% 할인)

  • 뜨거운 피

    뜨거운 피

    김언수 저 | 문학동네 | 2016년 08월 25일

    14,850(10% 할인)

책소개

목차

저자 소개 (2명)

인간의 길들여진 상상을 파괴하는 이야기의 괴물을 만드는, 소설계의 프랑켄슈타인. 1964년 경기 용인 출생. 골프숍의 점원, 보험회사 영업사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서른이 넘어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영화 「미스터 맘마」의 극장 입회인으로 시작해 영화사 직원을 거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영화 「총잡이」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는 영화화 되기도 했으며, 영화화 되지 못한 시나리오도 다수 있다. 연출의... 인간의 길들여진 상상을 파괴하는 이야기의 괴물을 만드는, 소설계의 프랑켄슈타인.

1964년 경기 용인 출생. 골프숍의 점원, 보험회사 영업사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서른이 넘어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영화 「미스터 맘마」의 극장 입회인으로 시작해 영화사 직원을 거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영화 「총잡이」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는 영화화 되기도 했으며, 영화화 되지 못한 시나리오도 다수 있다. 연출의 꿈이 있어 시나리오를 들고 오랫동안 충무로의 낭인으로 떠돌았으나 사십이 될 때까지 영화 한 편 만들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준비하던 영화가 엎어진 마흔 즈음,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 동생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3년 문학동네신인상 소설 부문에 「프랭크와 나」가 당선되었으며, 2004년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에 『고래』가 당선되었다. 문학평론가 신수정이 "감히 이 소설을 두고 문학동네소설상 십 년이 낳은 한 장관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한 『고래』의 '충격'에 대해, 소설가 은희경은 "인물 성격, 언어 조탁, 효과적인 복선, 기승전결 구성 등의 기존 틀로 해석할 수 없다"라고 했다.

또한 소설가 임철우는 "그 풍부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 속에, 보다 구체적인 인간 현실과 삶의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까지 아울러 담겨진다면, 머잖아 우리는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같은 감동적인 소설을 만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막장 가족서사라 칭하는, 장편소설 『고령화 가족』을 비롯하여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공하는 금복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그녀를 둘러싼 갖가지 인물 사이에서 빚어지는 천태만상, 우여곡절을 숨가쁘게 그려내는 『고래』등을 출간하고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2년 진주신문 가을문예공모에 단편 「참 쉽게 배우는 글짓기 교실」과 「단발장 스트리트」가,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프라이데이와 결별하다」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첫 장편소설 『캐비닛』으로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다. 두 번째 장편소설 『설계자들』을 2010년에 냈고, 소설집 『잽』이 2013년에 나왔다. 오랜 침묵을 깨고 2016년 세 번째 장편 『뜨거운 피』를 발표했다. 『뜨거운 피』는... 2002년 진주신문 가을문예공모에 단편 「참 쉽게 배우는 글짓기 교실」과 「단발장 스트리트」가,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프라이데이와 결별하다」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첫 장편소설 『캐비닛』으로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다. 두 번째 장편소설 『설계자들』을 2010년에 냈고, 소설집 『잽』이 2013년에 나왔다. 오랜 침묵을 깨고 2016년 세 번째 장편 『뜨거운 피』를 발표했다. 『뜨거운 피』는 1993년 부산을 배경으로 한 짠내 가득한 이야기로, 건달들의 비루한 삶을 그렸다. 서정보다는 서사를 내세운 작품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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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고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로얄 G***y | 2016-11-01

<아주 많은 스포일러가 작렬!> 


 과거에 변사라는 지금은 없어진 직업이 있다. 

 그 정의는 요래 나온다. 

  

 변사 : 무성영화(無聲映?)시대에 스크린에 펼쳐지는 극의 진행과 등장인물들의 대사 등을 관객들에게 설명하여 주던 사람. 변사는 속칭으로서, 활동사진해설가라고 한다.


 왜 변사 부터 이야기 하는고 하니 본 책 고래의 서술방식이 상당히 특이 하기 때문이다. 여타의 소설들은 사건의 흐름에 따라 시간 순서에 따라 혹은 간혹 과거 혹은 미래로 왔다리 갔다리 하며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을 따라 독자가 이들의 행동이나 의식, 대사에 푹 빠져 따라가는 서술 방식을 가지게 마련인데, 고래는 다르다. 일단 현재에서 과거의 사건을 서술 하는데. 과거로 훅 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중간 이 이야기는 이래서 이렇다 이로이로하여 이리 일은 풀리게 된다라는 사건 설명인이 나오는데 이가 마치 음유시인들이 영웅설화를 사람들 앞에서 과장과 뻥을 섞어가며 이야기하는 형식과 무척이나 닮아 있다. 그리고 그 설명과 추임새 들이 다큐멘터리 따위에서나 봤던 변사의 그것과 무척이나 닮아 있음에 상당한 신선함을 느꼈다. 즉, 사건속에 독자가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화자가 과거에 말이야야 이런이런 이야기가 있었어 그러니 지금부터 잘 들어봐~ 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분명 이것은 한국식(변사의 화려한 언변을 통한) 서술 방법인데 이야기 구조는 익히 봐왔던 신화적 구조들을 닮아 있다는 것도 내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또한, 현재에서 과거를 설명하기 때문에. 과거가 현재에 의해 어찌 정의되는지 현재는 미래에 의해 어찌 정의 될 것인지를 아주 능청스럽게 떠들어 대는 부분은 피식피식 웃음이 절로 나오게 한다.  


 독서토론회 내에서 무척이나 분분한 많은 의견들이 있었으나 이 번 책은 내가 무척이나 재미 있게 읽었고 이야기에 푸욱 빠졌었기 때문에 기억이 사리지긴 전 나의 독서기록을 남기는 것에 중점을 두려한다. 고래를 읽어나가면서 내가 했던 작업이 하나 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현실적 인물과 신화적인물들을 구분하는 표를 그려본 것이다. 나는 고래의 주인공을 금복이로 보았고, 금복이라는 한 명의 인간의 생이 신화로 각색되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로 읽었다. 너무나 추한 노파에서 금복이로 그리고 춘희로 이어지는 생을 보면서 금복의 생에 진짜 존재했던 진짜 인간과 노파의 딸과, 춘희, 코끼리와 쌍둥이 자매들로 주축이 된 신화를 만들기 위해 덧 붙여진 인물들을 구분하고 그 이유들을 하나하나 적어 본 것인데 그 작업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백년의 고독의 가계도 이후 가장 즐거웠던 작업이었던 듯 싶다. 심지어 한국 소설을 이리 푹빠져서 읽은게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고래에 가장 중심적인 인물은 아주아주 추하게 생긴 노파, 금복, 춘희로 이어지는 3명의 여성이다. 남자 작가가 3대에 걸친 대한민국 근대사에서의 여성의 지위의 변화를 저 3명의 여성을 대표 주자로 하여 그려냈다는 점도 무척이나 신기한데 그 서술 방식이 여자인 내가 봐도 참으로 빠져들만 하다는 건 괸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보통 남자작가가 그려내는 여성 캐릭터에 이토록 몰입했던 적인 한국 소설중엔 없었을 뿐더러 금복이의 그 강력한 생활력과 강직함 그리고 전투적인 자의식을 찾는 과정을 보노라면 금복이에 대적할 만한 한국 소설속 캐릭터는 토지의 최서희 정도나 들이 댈 수 있지 않을까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제목 고래를 여러 의미로 해석들을 많이 하던데 나의 경우 고래를 채울 수 없는 갈망과 갈증의 어떤 것으로 보았다. 특히나 주요했던 세 캐릭터들에게 고래란 어떤 것이었을까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거 같다. 추한 노파에게 고래란 반푼이에게서 보았던 욕정의 갈망을 채워주는 아주 거대한? 힘의 원천으로서의 그 어떤 것이었을 것이고, 금복이에겐 넓은 바다라는 세상에서 미천한 인간들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그 위용과 존재감을 드러내던 압도적이고 경이롭던 금복이를 주저 앉게 만들었던 존재 자채가 내뿜던 압도적인 아우라일 것이다. 금복은 자신을 압도하게 만드는 것에 매료되며 그 대상이 끈임없이 바뀌는 모습을 책 속에서 계속해서 보여 주니까 말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애정어리게 그리고 안타깝게 지켜 보았던 춘희! 그녀에겐 고래란 바로 말이 없이 소통이 가능한 저 넓은 자연속 영혼으로 소통 가능한 그 모든 존재들의 영혼의 소통의 힘이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더 억지를 부려 본다면 시대의 변화에 따른 인간의 욕망의 변화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작가 천명관이 생각하는 인간이 잃어버린 자연과의 소통법을 춘희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는건가?라는 생각을 잠시 했고 말이다. 

 그리고 춘희 바로 그녀가 금복이가 낳은 고래일 것이라 생각했다. 춘희의 탄생조차 고래와 무척이나 닮아 있었으니 말이다. 금복이가 춘희를 임신했던 기간이 4년이라고 나오는데 고래의 임신 기간이 1년 이상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가 내 생각이다. 결국 금복은 고래를 꿈꾸며 고래를 닮은 극장을 지었지만, 고래를 잉태하여 고래를 낳았으면서도 그것이 고래인지 알아보지 못했으며, 자신이 꿈꾸었던 아우라로써의 고래와는 달랐기에 춘희라는 고래를 외면했을 것이다. 그리고 춘희의 최후는 금복이가 보았던 부둣가에서 해체되던 고래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있다.


 내가 가장 애정어리게 바라보았던 캐릭터 춘희. 나는 그녀를 통해 인간은 결코 고래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살아 있는 영혼을 가진 것들과의 소통법을 잃어 버린 존재인 인간. 노파와 금복이를 통해 인간의 욕심과 탐욕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그 대척점에 영혼의 소통을 이야기하는 춘희라는 캐릭터를 신화적 혹은 무척이나 뻥스러운 배경을 짊어지게 하여 인간을 통해 세상에 내보낸 것은 작가가 엄청난 이야기꾼임에 틀림이 없다라는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끈임없이 자연과 소통하고 영혼을 가진 것들과의 말이 필요없는 소통을 하는 존재로서의 춘희가 탐욕스럽고 저열한 인간들로 부터 유린당하는 모습들을 볼 때는 그 안타까움에 마음이 쓰릴정도 였다. 그런 그녀가 오롯이 자연에서 얻어진 흙을 이용해 뜨거운 가마속에서 구워낸 벽돌은 춘희가 다시 인간들에게 내보이는 화해의 손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다시 지어지는 극장이라니. 이 정말 얼마나 다분히 신화적인 결말인지 말이다.     


 살만 루슈디의 한밤의 아이들을 읽으며 한 인생을 깊이 파다보면 그 인생의 깊이에 비례하는 넓은 세상을 품게 된다는걸 알게 된다. 고래 또한 바로 그런 소설이다. 노파를 지나 금복이를 통해 춘희로 완성되는 신화적 이야기를 오롯이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뒤에 해설은 읽다 말았다. 흥흥~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8 댓글 5 접어보기
주간우수작 [뜨거운 피] 그들이 사는 세상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경* | 2016-09-30

구암이란...

자신의 직업세계와 다른 사람들을 칭할 때 일반인이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연예인과 일반인, 군인과 일반인, 정치인과 일반인 등등. 조폭(또는 건달)도 그렇다. 조폭과 일반인. 이 속에는 그 세계를 모른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일반인인 거다. 알면 그 세계의 사람이거나 밀접한 연관을 가진 사람이다. 연예인과 매니저, 조폭과 형사 같은. 작품은 구암이란 1993년 부산의 어느 변두리, 가상의 작은 바닷가 공간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조폭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익히 떠올릴 수 있는 행태를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뇌물과 폭력을 기본으로 밀수를 하고, 무엇이든 독점으로 공급해 이득을 얻으며, 사채와 매매춘이 횡횡한다. 너무 자연스러워 당연하게 보이고 이런 모습이 구암이란 공간과 사람들의 전부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다. 그러니까 이 작품에서 조폭이거나 연관된 사람들이 아니면 전부 일반인이고 일반인은 이 작품에서 의미가 없다. 그 세계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고로 구암에서 평범하게 땀 흘려 일하는 일반인들의 생활은 언급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불법적으로 살아가는 그들을 평범한 일반인들이 도덕이나 윤리란 잣대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도 않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소리다. 이 작품에서의 구암이란 공간은 오로지 조폭과 그에 연관된 사람들의 세계이며, 폭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정글이다. 또한 그들의 삶의 터전이다.

 

구암이란 변두리 공간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이끌어가는 손영감과 그의 오른팔이자 주인공 희수는 구암을 이렇게 말한다.

[p 414. “이 바다가 뭣이 좋습니까. 소매치기에, 사기꾼에, 포주에, 창녀에, 양아치들하며, 만날 싸우고 지지고 볶고, 기껏 화해시키려고 자리 마련하면 이야기 쪼매 하다가 결국 욕하고, 술판 뒤집고, 소주병 날아다니고, 대가리 깨지고, 울고, 그래놓고도 또 술 처마시면 서로 껴안으면서 사랑한다, 우리가 남이가, 이 지랄이나 하고 자빠지고, 영감님, 저는 마 요즘엔 신파가 딱 싫습니다.” 희수가 농담처럼 말했다.

나는 만날 싸우고 지지고 볶아서 이 바다가 좋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위험하고 전혀 살만하지 않은 곳인데도 그들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구암에서 살아간다. ? 그들은 조폭이고, 이런 구암에서 오래 살아왔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평범하게 땀 흘려 일하는 구암이 아닌, 싸우고 지지고 볶고 그러다 서로 껴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하는 구암에서 말이다. 그러니 구암에서 폭력이 벌어지고 사기꾼이 돌아다니며 매매춘이 벌어진다고 그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하등 이상할 게 없다. 오히려 자연스럽고 자신들과 연관된 일이다. 그건 곧 그들의 일상이란 거다. 그들이 하는 일, 그들과 연관된 일 말이다. 그런 터전에 불길한 변화가 불어온다. 시작은 손영감의 빨래공장이 용강이란 자에게 넘어가면서이고, 결국 다른 조직들에게 계륵 같은 존재였던, 그래서 삼십년 동안 나름 평화로웠던 구암은 영도를 장악한 전국구 조직이 등장하면서 피바람을 맞는다. 양측의 전쟁은 희생을 낳고 희생은 새로운 변화를 만든다. 그 새로운 변화가 구암의 조폭세계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작동하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의 시작이고 말이다.

 

아버지란...

모자원이란 고아원에서 자란 희수에게 보스 손영감은 아버지 같은 존재다. 피를 나눠준 진짜 아버지가 아닌 같은존재. 그건 적당한 이유만 있으면 언제든 떠나거나 배신해도 용인이 가능한 관계라는 거다. ‘의심은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 희수는 손영감을 잠시 떠난다. 이십년을 충성한 아버지 같은 존재에게서 애정을 못 받았다는 서운함의 확인 끝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첫사랑인 인숙과 함께 살며 그녀의 아들 아미를 자식으로 삼아 같은존재가 아닌 진짜 아버지로 살아가려 한다. 불법적인 일을 하지만 나름의 평범하고 단란한 생활을 꿈꾸기도 하고 말이다. 문제는 여기서 벌어진다. 조폭이면서 폭력과는 상관없는 일반인의 생활을 바랐다는 것. 구암과 영도의 조폭전쟁은 아미가 도화선 역할을 하지만, 희수가 폭력적인 조폭의 세계를 정말 벗어나길 바랐다면 그는 양아들 아미의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함께 구암을 떠나야했다. 이미 조폭세계에서 유명한 아미이고 그만큼의 실력을 갖고 있지만 그 세계의 위험성을 충분히 경험한 마흔 살의 희수라면, 폭력과는 상관없는 평범한 가정을 바랐던 그라면 그래야했다. 하지만 희수는 방관했고 그래서 아미를 잃었으며 인숙을 떠나보냈다.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이다. 아버지 같은존재로서의 손영감은 어쨌든 어떤 식으로라도 희수를 그늘에 두고 보호하려했으나, 희수는 아버지란 관계와 위치를 받아들였으면서도 오히려 양아들 아미를 방기했다.

희수는 왜 그랬을까? 손영감이 희수를 말로만 아들 같다고하는 것처럼, 희수 역시 아미를 아들이 아닌 조폭이란 위치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게 당연한 것처럼 보였던 거다.

 

[p 371. 오랜만에 신이 난 아미의 패거리도 모두 아슬아슬하고 위험해 보였다. 그거 위험하니 하지 말라고? 아니다. 건달의 일이란 건 언제나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것이다. 남들이 꺼리기 때문에 건달이라는 직업이 생기는 거고 아슬아슬하고 위험하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경계 속에서 균형을 잡고 살아가는 것은 온전히 아미의 몫이다. 희수는 모처럼 신이 난 아미의 기를 꺾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아미가 그 정도도 눈치 채지 못할 바보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가족을 보호하고 희생하며 이끌어간다는 아버지란 존재 자체의 개념이 없기 때문이며, 희수에게는 아버지란 역할보단 조폭세계의 에이스라는 게 더 중요했던 거다.

[p 543. “아버지가 된다는 게 뭔지 아나? 자기가 이 세상에서 좆도 아니라는 걸 아는 거다. 희수 니는 멋있게 사는 게 중요하겠지만 나한테는 그런 게 별로 안 중요하다. 나는 사는 게 중요하다. 나는 그냥, 숨 쉬고 밥 처묵고 찌질하게라도 사는 게 중요하다.”

철진이 한참이나 희수를 쳐다봤다.

 

p 305. “니는 씨발 정신이 없다.” 씨발 정신은 또 뭐냐는 듯 희수가 양동을 쳐다봤다.

니는 너무 멋있으려고 한다. 건달은 멋으로 사는 거 아니다. 영감님에 대한 의리? 동생들에 대한 걱정? 사람들이 너에 대해서 하는 평가? 좆까지 마라. 인간이란 게 그렇게 훌륭하지 않다. 별로 훌륭하지 않은 게 훌륭하게 살려니까 인생이 이리 고달픈 거다...

세상은 멋있는 놈이 이기는 게 아니고 씨발놈이 이기는 거다.“

그래서 씨발스럽게 이겨서 얻는 게 뭔데요?”

양동이 이 새끼가 아직도 말귀를 못 알아처먹었네, 하는 표정으로 희수를 잠시 쳐다봤다.

그래야 입에 풀칠이라도 한단 말이다.]

 

찢어지는 가난에 고아원에서 자란 희수가 아무리 손영감을 만나 그의 그늘에서 살았다고 하더라도 손영감은 진짜 아버지도 아니고 아버지의 관계와 위치를 받아들이지도 않았다. 나중에 드러나는 희수에 대한 손영감의 애정과 신뢰, 보상은 희수를 정말 친아들처럼 생각해서 그런 건지에 대한 의문이 들며, 그렇기에 손영감은 언제든 갈라설 수 있는 아버지 같은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런 손영감이 희수에게 진짜 아버지의 부재를 대신할 영향력은 없다. 자신을 이끌어줄 아버지의 개념이 없는 희수이니 양아들 아미를 방기한 게 이해되고, 그런 희수는 아버지의 역할로 보면 손영감보다 훨씬 못한 존재가 된다. 적어도 손영감은 아들 같은희수를 돌보며 살리기라도 했으니 말이다. 희수는 멋있어 보이는 아버지가 되려고 했지 진짜 아버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핑계조차 댈 수 없다. 그동안 손영감이 보호해주었고, 모자원 출신의 절친한 친구 철진은 이미 스스로 알았으니까. 구암을 보호하려하고 사람들의 분쟁을 나서서 해결하려 했던 희수의 행동과 걱정은 결국 희수 자신을 좋게, 멋있게 보이려는 것으로밖에 작동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희수는 이기적이었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낸 다음에야 아버지란 존재의 의미와 역할을 알게 된다.

 

[p 576. “세상에 좋은 아버지는 없다. 아버지는 힘이 없는데 애기들은 계속 앵앵거리거든. 아버지는 좆도 힘이 하나도 없는데.” 철진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어쩌면 철진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고 희수는 생각했다. 아버지란 좆같은 것이다. 원래부터 좆같았거나 아님 아버지가 되면서 서서히 좆같아졌거나. 문밖에는 칼바람이 불고 무서운 승냥이떼가 돌아다닌다. 아버지는 힘이 하나도 없는데, 애기들은 계속 앵앵거린다.]

 

결국 희수는 원래 있던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다.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이 아닌 주인으로, 누군가의 오른팔이 아닌 구암의 보스로 말이다. 그런 희수 옆에 죽은 아미의 절친 흰강이 있다. 마치 손영감과 희수에서 희수와 흰강처럼. 희수는 흰강을 어떻게 대할까? 아미의 일을 교훈삼아 정말 아버지의 역할을 할까?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겠으나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 맨 마지막 희수의 취임식 장면에서 희수는 흰강에게 살인을 지시한다. 정말 아버지의 역할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직접적인 살인을 지시하지는 않을 거다. 희수는 흰강을 자신처럼 보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희수는 이미 가정과 아버지란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대신 자신이 나고 자란 구암에서 타협하며 살아가는 걸 택한다. 자식에게 아버지의 부재가 남기는 대물림의 영향력을 끊고 지긋지긋하지만 그래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의 터전을 유지하려한다. 그에게 남은 건 구암밖엔 없으니까 말이다. 손영감이 그랬던 것처럼.

 

[p 514. “왜 그런지 아나? 너는 이 용강이랑 닮았거든.”

내가 왜 당신 따위랑 닮았는데.”

너는 자신을 경멸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거든. 그런 인간이 갈 곳은 딱 두 군데밖에 없다. 저 바닥으로 계속 추락하거나 아님 저 위로 하염없이 올라가서 왕이 되거나. 둘 다 존나게 쓸쓸하고 무의미한 곳이지... 희수 니는 올라가서 왕이 되어라.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고.”]

 

뜨거움이란...

[p 158. 구암 바다는 큰 조직에게 계륵 같은 곳이었다. 보고 있으면 군침이 돌지만 막상 먹으려들면 먹기도 힘들고 먹어봐야 먹잘 것도 없는 동네였다. 겉보기엔 비리비리해 보이는 구암의 핫바지 건달들도 누가 자기 밥줄을 끊으러 오면 미친 독종으로 돌변했다. 늙은 똥개라도 입에 물고 있는 뼈다귀를 뺏는 건 만만한 일이 아닌 것이다.]

 

조폭에 소매치기, 사기꾼, 포주, 창녀, 양아치들이 지지고 볶고 싸우며 살아가는 곳이 구암의 조폭세계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어떡하든 입에 풀칠하려고 살아가려는 곳이 그곳이다. 그런 곳에서 살아가려면 뜨거워야 한다. 일반인의 세계에선 그걸 열정이라 부르겠지만, 조폭세계에서 열정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폭력과 불법과 살인으로 얼룩진 곳에서 열정이란 단어는 고급스럽고 멋있다. 그러니 열정이 아니라 뜨겁게 살아가는 거다. 각자의 생활환경에서 구질구질하게라도 살아가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구르는 삶. 피가 뜨겁지 않다면 구암의 조폭세계에서 잠시도 살아갈 수 없고 죽거나 퇴출된다. 자신이나 누구에 의해 피가 데워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구암의 조폭세계에서 뜨거운 피는 살아가는 최소한의 요건이다. 그리고 그 뜨거운 피가 활화산처럼 폭발할 때 자신은 커다란 분출구멍을 멍에처럼 안고 살아가며 그렇게 흘린 피로 주변은 황폐화가 된다. 뜨거운 피를 분출한 자의 숙명이다.

 

손영감은 그걸 알고 있었기에 조폭끼리의 대거리를 자제하며 살아왔다. 한 번 분출한 희수는 사화산이 되었을까, 아직도 용암이 흐르며 언제든 활성화될 수 있는 휴화산일까?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겠으나, 가족을 데리고 구암을 떠나지 않았던 것처럼 구암의 조폭세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요원해 보인다. 즉 구암의 조폭세계와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무엇을 얻어가며 살아가는 게 아닌 어떻게 뜨거운 피를 유지하는가가 중요한 그런 곳이다.

 

[p 414. “이 바다가 뭣이 좋습니까. 소매치기에, 사기꾼에, 포주에, 창녀에, 양아치들하며, 만날 싸우고 지지고 볶고, 기껏 화해시키려고 자리 마련하면 이야기 쪼매 하다가 결국 욕하고, 술판 뒤집고, 소주병 날아다니고, 대가리 깨지고, 울고, 그래놓고도 또 술 처마시면 서로 껴안으면서 사랑한다, 우리가 남이가, 이 지랄이나 하고 자빠지고, 영감님, 저는 마 요즘엔 신파가 딱 싫습니다.” 희수가 농담처럼 말했다.

나는 만날 싸우고 지지고 볶아서 이 바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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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구암 바닷가에는 뜨거움이 있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가**자 | 2016-09-29

 

여름 바닷가를 좋아하지 않는다. 뙤약볕의 여름 바닷가에는 온갖 군상들이 몰려져 있다. 좀비영화에서나 볼듯한 좁은 공간에 아우성을 지르는 사람들의 무리들로 인해 좁은 해변가와 바닷가는 발디딜 틈도 없다. 해변에는 빽빽히 드러선 텐트와 파라솔이 있고, 그 텐트와 파라솔에 말도 안되는 자리세를 받는 동네 깍두기 형들도 꼭 있다. 요즘에는 해변까지 치킨과 피자를 시키고, 덕분에 저녁이면 해변가는 그야말로 술판이다. 그리고 그 술판 뒤에는 꼭 욕설과 싸움이 있다. 그래도 어렸을 때는 부모님을 따라 매해 여름 바닷가를 찾았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거의 찾지 않고 있다. 살면서 산다는 게 어자피 좁은 곳에서 북적거리며 것인데, 굳이 휴가때가지 그 북적거림 속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깔끔한 것을 추구하는 것일까. 그 북적거리과 아웅다웅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김언수 작가의 [뜨거운 피]라는 소설은 우리를 북적거림과 아웅다웅 속으로 다시 들어가게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부산의 구암이라는 작은 바닷가이다. 한창때는 유명한 휴양지였지만, 이제는 여름에만 북적거리는 변두리 휴양지이다. 부산에 산 사람들은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구암 바다는 작가가 만든 가상의 공간이다. 부산에 몇 번 가본적 밖에 없는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몇 번을 인터넷에 구암 바다를 검색해 보았다. 소설의 끝부분에 와서 작가의 글을 읽고서야 이곳이 작가가 만든 가상의 공간임을 알았다. 내가 구암이라는 동네를 실재 장소로 착각한 것은 단지 부산이란 곳의 지명에 무지해서만은 아니다. 작가가 만든 구암 바다라는 공간이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기에, 도저히 가상의 공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온갖 군상들이 다 모여있다. 그곳은 항상 북적거리며, 항상 싸움이 그치지 않는다. 여름철의 한철 장사로부터 주변 사창가와 술집까지, 그곳은 마치 살아있는 공간처럼 항상 북적거리며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구암 바닷가의 실제적인 주인은 만리장호텔의 손영감이라는 인물이다. 마치 동네 복덕방 할어버지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손영감은 선대로 부터 만리장호텔을 운영하면서 주변의 구암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는 보스이다. 손영감의 인생철학은 '안전제일'이다. 그는 건달이 폼을 잡는 것은 명줄을 재촉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조직원들에게 검은양복 대신 추리닝을 입게 할 정도이다. 밀수로 들여오는 것도 마약이나 술이 아닌, 중국산 고추가루가 전부이다. 그것도 양심적으로 국산 고추가루를 적당히 넣어서 판다. 그래도 그의 수입원이란 동네주변의 유흥업소나 온갖 구질구질한 사업의 10프로 세금을 받는 것이다. 그가 실질적으로 구암 바다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을 읽을 수록 이런 할어버지가 어떻게 온갖 인생 군상들이 모여 있는 구암 바닷가를 장악하고 있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있다. 그러나 소설 막판에서는 이 손영감의 포스가 어주 멋지게 드러난다.


소설의 주인공은 손영감 밑에서 만리장 호텔 지배인 역할을 하고 있는 '희수'라는 인물이다. 40대의 나이에 지금까지 모든 것을 몸으로 때운 인생이다. 손영감 밑에 일하며 감옥도 가고, 칼도 맞고, 가진 돈의 대부분은 노름이나 밑에 애들을 챙기느라 다 탕진했다. 지금은 돈을 값지 못하면 사람의 장기쯤은 동네 슈퍼 물건 팔듯이 파는 황사채라는 인물에게 삼억이라는 거금의 빚을 지고 있다.


이제 그도 건달 인생의 거의 끝자락에 와있다. 육체와 마음은 지쳐 있다. 설상가상으로 손영감은 유일한 혈육인 도다리라는 엉성한 놈을 자신은 밑에 앉혀 놓는다. 희수는 손영감과 도다리 뒤치닥거리와 함께 구암 바닷가의 조잡한 일들을 처리하는라 정신이 없다. 거기다가 부산의 영도라는 전국구 조직과 용강이라는 구암출신의 깡패가 이끄는 동남아 조직까지 구암을 넘보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몸으로 막아야 하는 사람은 희수 자신이다.


희수는 모든 것이 짜증스럽다. 하루라도 빨리 이 북적거리는 구암을 떠나고 싶다. 그러나 그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같이 모자원에서 아버지없이 자라서, 18살에 동생들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창년가 된 인숙이를 잊지 못해서이다. 손영감은 인숙이를 잊지 못하고 그녀와 결혼하려는 희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니랑 인숙이 사이가 똥구덩이다. 지난 이십 년 동안 안 그랬나? 둘이 좋다고 허우적거려봐야 그냥 똥구덩이 안이다." (P220)


희수에게 인숙이 뿐만 아니라 구암에 둘러쌓여 있는 그 모든 것이 똥구덩이이다. 그는 그 똥구덩이를 매일같이 헤엄친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떠날 수 없다. 과연 희수는 이 똥꾸덩이를 떠날 수 있을까?



나는 누가 뭐라해도 소설은 스토리라고 생각한다. 안타까운 건 점점 소설에서 스토리 대신 예술이나 인문이 그것을 대치하려고 한다. 특히 한국소설이 점점 독자와 벽을 쌓아가면서 스스로 쌓아가는 그 스토리가 사라진 자신만의 그 세계가 못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최근 다시금 살아나는 스토리 위주의 작가들이 있어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그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캐비넷]과 [설계자들]의 작가 김언수 작가이다.


소설의 스토리가 살아나려면 사실성이 있어야 한다. 소설에서 만든 허상의 세계가 실제 세계처럼 느껴져야 하고, 소설의 인물들이 실제 인물처럼 공감을 느껴야 한다. 바로 이 소설이 그렇다. 작가가 만든 구암이라는 바닷가는 마치 부산의 실제로 존재하는 쇠락해가는 마을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그 곳에 있는 수많은 군상들은 우리가 매일마 만나는 삶에 찌들인 인생들과 너무나 닮아 있다. 그럼에도 작가의 글에는 그 공간과 그 공간 안의 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져 있다. 작가는 이 똥구덩이같이 온갖 군상들로 북적이는 구암 바닷가를 사랑하는 것이 확실하다. 작가는 그것을 '뜨거움'이라고 부른다. 똥꾸덩이에서 사람들과 부비적거리며 사는 것, 그것이 작가에게는 뜨거움이고, 그 뜨거움이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이 소설은 작가가 밝혔듯이 사라져 가는 뜨거움에 대한 송가이다.


세상은 점점 깔끔해져가고 있지만, 그것이 세상이 좋아졌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나는 아직도 작가가 이야기하는 그 북적거림과 그 북적거림에서 오는 뜨거움을 이해할 수도, 좋아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 그 뜨거움을 향한 작가의 송가에 같은 마음을 느끼는 이유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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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훗날 '이야기의 마왕'으로 불리울 남자 천명관, 그의 첫 장편소설 '고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s*******r | 2013-12-08

기연


많은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지금까지 읽어온 모든 책들이 한낱 장난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책을 만날 때가 있다. 그 책은 이미 수년전부터 존재해왔으나 나는 그것을 까맣게 모르고 살아오다, 책이 이 땅의 빛을 본지 딱 10년이 되가던 2013년 어느 겨울밤, 비로소 지금까지 읽어온 모든 책들이 한낱 장난처럼 느껴진 경험을 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나는 지금껏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는 방법으로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쓰려한다. 


*이 리뷰는 리뷰의 대상으로 삼은 해당 작품의 문장을 그대로 옮긴 뒤 그저 한 두개의 단어를 바꾸는 방식으로 씌여졌음을 알리는 바입니다.



이야기의 마왕


훗날, 문학동네소설상에 의해 그 존재가 만천하에 알려져 세상에 흔히 '이야기의 마왕'으로 소개된 그 남자 소설가의 이름은 명관이다. 월드컵의 열기를 한참 우려먹고도 그 찌꺼기를 말려 만찬을 해먹던 2003년, 그는 문학동네신인작가상에 의해 단편 소설 하나를 낳는다. 그 소설은 세상에 나왔을 때 이미 심사위원들을 들뜨게 할 정도로 밀도 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수상을 한지 100일 채 지나기 전에 '새로 쓴 소설은 없느냐'고 묻는 출판 관계자들이 수 백명을 넘어섰다. 제도권 교육을 통해 글쓰기를 배우지 못했던 그는 자신만의 세계 안에 독특한 작법을 만들어갔으며 한국과 미국의 소설, 만화와 아서 코난 도일, 수호지와 삼국지 같은 영웅담으로부터 소설을 쓰는 모든 방법을 배웠다. 열망은 있으나 재능은 없는 수 천, 수 만의 소설가 지망생을 낙방의 우울과 자기멸시의 지옥으로 빠뜨린 문학동네소설상이 발표 되자, 때마침 장편 '고래'를 써낸 그는 수상자로 선정되어 학계와 세간의 관심에 수감되었다. 영어(囹圄)의 시간은 화려했으며 그는 신문에 게재된 수상자 발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이야기의 마왕'으로 우뚝섰다. 당시 그의 나이, 41세였다.



고래


명관은 원래 영화판에서 굴러먹던 한량이었다. 되지도 않는 영화 시나리오에 매달리느니 소설이나 써보는 게 어떻냐는 동생의 권유로 '그럴까?'하며 돌아선 것이 시작이었다. 본디 희대의 이야기꾼이자 명성 높은 구라꾼에 그 바닥에서 상대가 없는 달필가인 동시에 호가 난 이야기광이며 모든 기담괴설의 기둥서방에 염량 빠른 대중소설가인 그는,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모든 난관을 이미 정복하고 있었다. 그는 온갖 술수에 능했으며 복잡한 이야기들을 한 번은 날실, 한 번은 씨실로 꾀어 어느덧 아름답고 정교한 문양의 수제 카페트로 지어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가 글을 쓰는 방편은 대부분 일반적 소설의 작법, 그 테두리 바깥에서 행해지는 일이었으나 세월이 흐르고 흘러 예술이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린지 지나치게 오래되면, 아뿔싸 이제는 그 자리에 예술이 있었는지도 모를만큼 범상한 것이 되고 말아, 세상은 반드시 이러한 새로운 작품을 필요로 하게 마련이었다. 


그가 지은 장편 '고래'는 이러한 시대의 요구에 딱 맞춘 듯한 소설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과소평가된 바가 없지 않은 바, 말하자면 이 작품은 기존의 줄기에 뿌리를 내린채 독특하게 가지를 뻗은 작품이라기 보다는 글쎄, 아예 다른 종이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되며, 어리석은 머리를 굴리고 굴려 보다 적합한 표현을 찾는다면, 바로 그 제목 '고래'와도 같이 어느날 문득 바다 한가운데에 불쑥 떠올라 신비하고 낯선 생명력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강력하게 뿜어대는, 진정 괴물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말하는 게 옳지 아닐까?


그는 역사적 시간 위에 허구의 공간을 걸어두는가 하면 도저히 현실감이 없는 설화적 인물들로 그곳을 가득채우기도 한다. 이를테면, 시간적 배경은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느라 닥치는대로 사람을 잡아죽이는 와중에도 틈틈히 시간을 내 수 많은 여자를 따먹곤 하던, 검은 썬글라스가 잘 어울리던 우리 장군님의 통치 시절인데, 배경은 평대라는 듣도 보도 못한 미지의 공간이며, 그곳엔 사상 최악의 추녀 박색의 노파, 노파의 딸이었으나 그녀가 휘두른 부지깽이에 애꾸가 된 뒤 벌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 소녀, 만나는 남자마다 불행에 빠뜨려 거지로까지 몰락해 여자로선 참으로 기구한 팔자였다고 할 수 있으나 훗날 돈벼락을 맞아 평대 최고의 사업가가되고 더 훗날 그 배짱과 오만으로 인해 남자로까지 변하게 되는 금복, 그리고 7세에 이미 100키로가 넘었던 그녀의 딸 벙어리 춘희, 이 밖에도 온갖 영화와 만화, 옛날 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인물들이 양산박에 모인 108 도적들마냥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채 평대로 기어들어오는 것이었다.


고래는 일견 시정잡배들이나 입에 올릴법한 너절하고 더러운 이야기들의 쓰레기장처럼 보이면서도 그 안에 인간의 만사를 집약해 놓은 듯한, 마치 하나의 우주처럼 군림하는 독특한 권위를 내뿜어 책 깨나 읽는 사람들치고 고래의 마력에 빠지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명망 높은 선생님들은 도무지 그 힘의 정체를 알 수 없어 한결같이 그를 두려워했지만 누군가에게 그는 말하자면 솜씨 있고 믿을 만한 소설가였다. 



비밀


나는 고래의 재미, 그 근본을 밝혀야만 두려움이 멈추는 명망 높은 선생님이 아니며 그 비밀을 알아내 생활적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지만 재미를 느끼는 감각만큼은 꽤나 타고난 면이 있을 뿐더러 불행히, 그 원인을 탐구하려는 기벽이 있어 정말로,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고래는 왜 그토록 재미있는 걸까?


누군가는 고래가 나의 고립된 생활 속에서 피어난 무료함을 달래주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또는 이야기에 반응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유희적 욕구 때문이라고도 하고, 또 누군가는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느라 닥치는대로 사람을 잡아죽이는 와중에도 틈틈히 시간을 내 수 많은 여자를 따먹곤 하던, 검은 썬글라스가 잘 어울리던 우리 장군님의 통치 방식을 풍자했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그 어떤 해석도 충분한 설명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이 소설이 단지 무료함을 달래는 수단이라고 하기엔 내 주변에 너무나 많은 만화와 영화가 있었으며 단지 유희라고 하기엔 너무나 고된 일이었으며(무려 455페이지의 책), 또 단지 풍자 때문이라고 하기엔 그 강도가 지나치가 약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고래의 재미를 두고 우주의 비밀을 신화, 즉 이야기로 설명하고자 했던 초기 인간의 종교적 태도와 관련지어 설명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는 누런 종이 위에 14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을 그저 정해진 규칙에 따라 늘어놓을 뿐인 글쓰기 안에 어떤 종교적 의미가 있는지도 설명할 길이 없다. 


그저 14개의 자음과 10개의 모음이 무수히 섞이며 전진하는 누런 종이에서 나는 왜 그토록 기괴한 재미를 느꼈던 걸까? 나는 이 종이를 수도 없이 반복해 읽으면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걸까? 감동적이리만치 순정하고 치열했던 내 독서의 근원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진실이란 본시 손안에 쥐는 순간 녹아 없어지는 얼음처럼 사라지기 쉬운 법이다. 그래서 어쩌면 혹, 그 모든 설명과 해석을 유예하는 것만이 진실에 가까워지는 길이 아닐까? 그럼으로써 고래의 넓은 등짝 위에 섬뜩하고 폭력적인, 그 잔인한 작살을 꼽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만이, 또 그럼으로써 뜨거운 바다를 가로지르는 바람처럼 가볍게 흩어지도록 놓아주는 것만이 진실에 다가가는 길은 아닐까?


독자 여러분, 안타깝게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여기에 앉아 이야기가 계속 되는 걸 지켜보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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