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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기 전에 단 하나의 이야기를

서연아 | 서해문집 | 2021년 12월 17일 첫번째 구매리뷰를 남겨주세요. | 판매지수 108 판매지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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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기 전에 단 하나의 이야기를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12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96g | 140*210*12mm
ISBN13 9791190893985
ISBN10 1190893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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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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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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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지금은 호주 선샤인 코스트에 콕 박혀 글을 쓰면서 ‘내 안의 우주’를 돌리고 있다. 2016년 『브로커의 시간』으로 한국 안데르센상 아동문학 부문 대상을 받았고, 2021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브로커의 시간』, 『야차, 비밀의 문을 열어라』, 『귀신 사는 집으로 이사 왔어요』 등이 있다.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지금은 호주 선샤인 코스트에 콕 박혀 글을 쓰면서 ‘내 안의 우주’를 돌리고 있다. 2016년 『브로커의 시간』으로 한국 안데르센상 아동문학 부문 대상을 받았고, 2021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브로커의 시간』, 『야차, 비밀의 문을 열어라』, 『귀신 사는 집으로 이사 왔어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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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 p.209

출판사 리뷰

*한국 안데르센상 아동문학 부문 대상 수상 작가*
*2021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선정작*


“살만 루슈디의 소설 《한밤의 아이들》에서 주인공인 살림 시나이는 ‘나는 누구-무엇인가?’란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나보다 앞서 일어났던 모든 일, 내가 겪고 보고 행한 모든 일, 그리고 내가 당한 모든 일의 총합이다.’ 그렇다면 이런 대답도 가능하지 않을까.
나는 내가 들은 모든 이야기와 내가 만든 모든 이야기의 총합이다.
이 책은 나의 네 번째 책이며, 삽화가 들어 있지 않은 첫 책이다. 나는 내 소설 속 인물들의 눈코입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실컷 이야기를 나누고서 사라진 손님의 얼굴처럼 책 속의 주인공들도 정확한 형체가 없다. 아니, 읽을 때마다 조금씩 모습이 변한다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변하지 않는 건 이야기이다. 그들이 들은 모든 이야기와 그들이 만든 모든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_작가의 말


나뭇잎 하나하나가 다르듯이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여기 한 소녀가 있다. 이름은 이미소. 나이는 열여섯. 보육원에서 자랐고, 두 번 입양 갔다가 두 번 파양 당했다. 학교는 여러 번 정학을 당한 끝에 자퇴했고, 술 담배를 했고, 물건을 훔치기도 했다. 여기까지 듣고 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노는 애. 아니면 문제아. 아니면 양아치. 조금 점잖은 표현을 쓴다면 비행청소년. 아니면 ‘저런 애랑 어울리지 마’에서의 저런 애. “설탕에 개미가 꼬이듯, 가로등에 나방이 꼬이듯, 미소에게는 문제가 꼬였다.”
한 사람의 삶을 한 토막으로 잘라버리는 건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어서, 이 소녀가 벼랑 아래에서 발견됐을 때 모두가 의심 한 점 없이 이렇게 생각한다. 자살이라고.

그렇지만 미소에게는 한 문장으로 축약되지 않는, 축약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다른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이. 사람들에게는 제각기 다른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 손금처럼, 주름처럼, 눈동자처럼, 언뜻 보기에는 비슷하거나 거의 똑같은 것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랄 만큼 다른 이야기가.
말하자면 모든 묘에는 (잡초가 무성하든 아니면 깔끔한 비석이 세워져 있든) 한 사람의 평생에 달하는 기나긴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다. 미소에게는 잡초 무성한 묘마저도 없었지만. 아니, 어쩌면 그런 묘마저 없었기 때문에, 살아서도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고 죽어서도 자기 이야기를 들려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미소는 백년나무 아래에서 깨어난다. 죽음이 억울하다거나 슬프다는 말이 아닌, 바로 자기 이야기를 찾기 위해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반드시 해야 하는 말이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미소는 다른 묘에 잠들어 있던 이야기들을 듣는다.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이야기들, 백년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그러니까 《사라지기 전에 단 하나의 이야기를》이라는 제목에는 적어도 두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셈이다. 하나는 미소가 사라지기 전에 하고 싶은 이야기. 다른 하나는 미소가 듣는 이야기, 즉 다른 영혼들이 사라지기 전에 묘에 묻어둔 이야기. 여기에 한 가지 이야기가 더 붙는다. 산호, 지역신문사 수습기자이자, 형을 잃은 동생이자, 미소가 자살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거의 유일한 사람의 이야기다.


결국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그들의 이야기를 안다는 뜻이다―


소설 속에서 미소의 이야기와 산호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교차하고 때로 포개지기도 하지만 둘 사이에는 아무런 접점이 없다. 미소는 죽었으니 산호를 알지 못하고, 산호가 미소를 알게 되는 건 바로 그 미소가 죽었기 때문이다. 이 죽음은 선배 기자인 백현우가 보기에 의문을 가질 여지없이 너무나도 분명한 자살이었고, 거의 아무도 애도하지 않은 죽음이었고,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죽음이었다. 미소에게는 너무 많은 딱지가 붙어 있었기 때문에. “고아, 반항아, 가출 청소년, 절도범, 폭력범처럼 이름 앞에 붙일 수식어가 많은 아이는 동정받을 수 없다.”

산호도 처음부터 미소의 죽음에 의문을 가진 건 아니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이미소는 보호 구역 밖의 아이였고, 어울리지 말아야 할 아이였다. 산호는 솔직히 자신이 그런 어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미소를 봤다면 비호감이라는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여동생이 있었다면 저런 애를 조심하라고 충고했겠지.”

하지만 미소가 어떻게 살았는지, 또 어떤 사람들에게 어떻게 시달렸는지를 알게 된 후 산호는 미소의 죽음을 뒤쫓는다. 미소에게 달라붙은 딱지들이 가리고 있던 이야기, 미소 자신만이 알고 있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알게 됐으니까. “결국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그들의 이야기를 안다는 뜻”(《귀신 사는 집으로 이사 왔어요》 작가의 말)이니까. 그러니까, 《사라지기 전에 단 하나의 이야기를》은 이야기를 통해 전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는 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반만 맞는 말이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도 이야기만이 갖는 재미를 알고 있다. 노인이 미소에게 들려주는 기구한 운명의 이야기들을 시작으로 미소의 이야기에서 산호의 이야기로, 산호의 이야기에서 노인의 이야기로, 노인의 이야기에서 동이의 이야기로, 동이의 이야기에서 노 이사의 이야기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마치 셰에라자드 앞에 앉아 있는 것만 같다. 수많은 여성의 목을 벴으면서도 셰에라자드의 목만은 베지 못했던 샤리아 왕(《천일야화》)이 그러했듯이, 이야기에 매료된 채,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이들이 슬퍼하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그들이 기뻐하면 함께 웃음을 짓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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