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5~2018
전 세계 61가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초판본을 찾아서!
난다에서 아주 특별한 책 한 권을 선보입니다. ‘이상한 책 나라’의 이야기,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라는 이름으로요. 소리 내어 불러보면 어쩐지 설레고 두근대는 그 이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바로 그 ‘앨리스’이지요. 1865년 처음 세상에 나온 이래 150여 년간 그토록 오래, 이토록 꾸준히 사랑받으며 성경과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언급된다는 책. 17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지금 이 순간에도 온 세계 곳곳을 누비는 책. 다양한 언어만큼 수많은 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모험심과 도전 정신을 일으키는 ‘꿈의 책’. 토베 얀손, 살바도르 달리, 쿠사마 야요이…… 우리에게도 친숙한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품어내고 재해석한 전 세계 61가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 초판본을 한데 모았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하면 도무지 낡지 않고 한사코 새로운 이야기, 그래서 언제나 처음처럼 설레는 이야기이지요. 끊임없이 새 옷으로 새 얼굴로 다시 태어나는 그 초판본들을 모았으니 이 역사를 앨리스의 ‘처음들’이라 일컬어보아요. 루이스 캐럴이 앨리스 리델 자매에게 들려주었던 엉뚱하고 유쾌한 이야기에 삽화까지 손수 그려 선물했던 진정한 최초의 앨리스 『지하세계의 앨리스』부터 출발해, 1865년 풍자 화가 존 테니얼과 합작해 탄생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초판, 이를 정교하고 세밀한 판화로 옮겨낸 달지엘 형제의 오리지널 목판화, 구독 회원만을 위해 제작된 리미티드 에디션즈 클럽 고급 한정판……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가 연대를 따라 꼼꼼하게 정리한 ‘첫 앨리스’들의 발자취를 따라가자면 앨리스의 변천사 혹은 그림책의 발전사를 한눈에 들여다보게 됩니다. 앨리스의 탄생에 얽힌 이모저모, 곡절과 사연과 사정, 숨겨진 이야기로 풍성하니 ‘앨리스의 모든 것’이라 부름직하지요.
재기 발랄한 이야기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모습의 각양각색 앨리스와의 만남 또한 큰 즐거움입니다. 팝업북, 애니메이티드북, 플레이북 같은 색다른 형태의 책부터 손수건, 캘린더, 퍼포먼스 사진집 등 완전히 새로운 형식으로 변신한 앨리스까지,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는 볼거리 빼곡한 원더랜드, 전 세계 앨리스가 한자리에 모여 펼치는 ‘앨리스 페스티벌’인 셈이지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앨리스 증후군’ ‘앨리스 비즈니스’라고 불리며 주인공과 캐릭터들을 매번 다르게 변주한 그림책과 상품이 나오는 유일무이한 동화이다. 한 권의 그림책이 이토록 많은 역사적 변화를 담아낸 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유일할 것이다. 이 그림책을 통하여 우리는 150여 년간 일러스트의 역사를 관통해보고 한정판, 보급판, 팝업북 등 다양한 형태의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 자체로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모험의 원더랜드이다.
─intro 중에서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전 세계 앨리스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 루이스 캐럴의 삶에는 흥미로운 비화가 여럿 숨어 있습니다. 그림, 사진, 연극 등 각계 유명 인사와의 만남에 발 벗고 나서 영국 문화의 부흥기를 누구보다 풍요롭게 즐긴 ‘셀러브리티’였던 그가 실은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으로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었다는 사실. 시와 글쓰기를 즐겨 동화작가로 이름을 떨친 루이스 캐럴이 옥스퍼드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칠 만큼 뛰어난 수학자이기도 했다는 사실. 맥밀런 출판사에서 2,000부 찍어낸 ‘진짜 초판’이 탐탁지 않은 인쇄 품질 탓에 폐지가 되고 말았다는 사실과 그럼에도 이를 슬쩍 살려내 미국으로 수출해버렸다는 사실.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를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알고 보면 더욱 흥미진진한 앨리스의 뒷이야기에 귀 쫑긋하게 됩니다.
흥미에 재미를 더하는 질문은 더욱 많지요. 실존 인물 앨리스 리델이 이야기 속 ‘앨리스’의 모델이 되었고, 번번이 약속에 지각해 허둥지둥하기 바빴던 그의 아버지 헨리 리델은 ‘하얀 토끼’의 모델이 되었고, ‘도- 도-’ 하며 말을 더듬었던 루이스 캐럴 자신은 ‘도도새’가 되었다는데, 미친 티파티의 주인공 ‘모자장수’와 엄하고 깐깐한 ‘붉은 여왕’의 모델은 누구였을까요? 50여 년 만에 발견된 달지엘 형제의 오리지널 목판 중 루이스 캐럴을 상징하는 도도새 일러스트만 행방이 묘연하다니, 혹시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숨어 있는 건 아닐까요? 때로는 이야기 속 난센스 가득한 ‘이상한 나라’로, 때로는 무궁무진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 바깥 ‘이상한 책 나라’로 우리를 초대하는, 지금껏 본 적 없고 어디서도 들은 적 없는 앨리스 이야기!
수많은 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게 한
모험의 원더랜드
한결같이 사랑받아온 오랜 세월만큼, 앨리스 그림책의 역사는 곧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담아내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장정과 판형에서 인쇄 기술과 공정의 발전을 확인할 수 있음은 물론, 1930~40년대 세계대전과 경제 대공황의 여파를 보여주는 염가본 앨리스, 전체주의 체제 아래 권력에 대한 조롱이라며 금서로 지정된 러시아의 앨리스, 흑인 모델들만을 섭외하여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화보판 앨리스 등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 속 다양한 판본에는 한 시대의 지향과 사회적 현실이 담겨 있지요.
150여 년 앨리스의 역사를 총망라한 만큼 수록된 일러스트 작가들의 면면도 색색도 다채롭습니다. 처음 삽화를 그린 이래 모든 앨리스의 기준이자 전범이 된 존 테니얼, 예술성과 사업 감각을 고루 갖춰 그림책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아서 래컴, 앨리스를 그린 최초의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블랜치 맥매너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역사가 곧 세계 일러스트의 역사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요. 이에 더불어 초현실주의 화가의 대명사 살바도르 달리, 독보적 스타일의 ‘물방울무늬’ 작가 쿠사마 야요이, 환상을 현실로 빚어내는 사진의 마술사 팀 워커, ‘무민’의 아버지이자 어머니 토베 얀손 등등 수많은 거장을 꿈꾸게 했고 더 많은 예술가의 꿈이 되었으니 앨리스의 세계란 문자 그대로 ‘꿈의 나라’인 셈이지요.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는 이 끝없고 드넓은 꿈의 세계로 들어서는 입구이자 그 모험과 탐험의 지도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영국, 미국, 러시아, 핀란드, 체코, 불가리아…… 세계 각지 방방곡곡의 앨리스를 지금 이곳, 한 권의 책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답니다.
이상한 책 나라의 앨리스,
나만의 앨리스를 찾아서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의 저자, 앨리스설탕이라는 이름은 시인 배용태와 성미정 부부의 공동 필명입니다. 두 사람이 백수였던 시절, 집에서 뒹굴며 일본의 한 잡지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한 설탕과 홍차, 쿠키 등을 보고 ‘이거다’, 이름으로 삼았다지요. 누군가는 문학작품을 고매하게만 여길 때 또다른 누군가는 문학작품 속에서 보다 품 넓은 가치를 포착하고 발 빠르게 설탕과 과자를 만들 줄 아는구나 했다지요. 그러니 앨리스설탕이란 ‘밥’과 ‘몽상’을 한 숟가락에 담아낸 이름인 셈입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2005년 가로수길에 ‘마이 페이버릿’이라는 매장을 열고 빈티지북, 팝업북 등 다양한 책과 장난감을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팝업북에 빠진 어른들의 기이한 모험담 『나는 팝업북에 탐닉한다』(갤리온, 2008)를 출간하기도 했고요. 지금은 청운동으로 자리를 옮겨 어느덧 15년 넘게 달콤한 꿈을 팔고 있답니다.
희귀 서적과 세월 묻은 귀한 장난감들을 모으며 오랜 꿈을 이루고 새로운 꿈을 키워온 두 사람에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더 끈끈하게 아끼고 더 깐깐하게 살피는 일은 사랑이자 사명이었겠지요. 2019년 롯데갤러리의 제안으로 마침내 앨리스를 소개하고 아우르는 전시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를 준비하면서는 초판과 한정판, 재판본과 복간본 사이를 넘나들며 검색, 또 검색…… 반송될 뻔한 손수건을 사수하느라 유럽 서점에 거듭거듭 간곡한 메일의 연속…… 그림책 나라의 모험이라 일러도 좋을 만큼 시행착오와 천신만고를 거치기도 했다 해요.
그러나 그 노력의 결과물인 이 책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를 두고 시인 부부는 여전히 “세상 모든 앨리스를 알아가는 과정의 산물일 뿐 그 전부는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결국 “앞으로도 꾸준히 수집해서 더 좋은 아카이브를 완성하겠다는 약속의 신호탄”이라고도요. 수많은 이에게 사랑받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롭게 태어나고 더 널리 나아가는 앨리스이니, 이들의 약속 또한 끝없고 달콤한 꿈이 되리란 뜻이겠지요.
그리하여 앨리스설탕의 달달 따끈한 인사를, 이상한 앨리스 책 나라에서 온 특별한 초대장을 전해요. 언제나 어디서나 처음처럼 살아 숨쉬는 앨리스의 ‘처음들’을 찾아서.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전 세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찾아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나만의 앨리스,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를 찾아서.